- 409 미소2021년 09월 27일 11시 27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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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어지러움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습니다.
뇌의 기능이 일부 마비된 것처럼, 사고기능이 헛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물쭈물대지 말고. 빨리."
라이카 씨는 감질난다는 듯 저를 노려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만한 주인이 메이드한테 말하는 것처럼,
'내 목을 날려' 라니.
"어......어쩌면 다른 해결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다른 해결법이라니ㅡㅡ구체적으로는?"
"해독제를 손에 넣는다던가요."
"흐음~ 그거, 지금 갖고 있니?"
".......아뇨."
"그럼 의미가 없잖아. 난 내가 누군가의 앞잡이가 되는 일을 견딜 수 없단다. 빨리 끝장내렴."
"그런.......어, 어떻게 못하나요?"
"어떻게라니ㅡㅡ그걸 나한테 물어?"
"예, 예에......"
나중에 돌이켜보아도, 그 때의 저는 정말 미덥지 않은 태도였습니다.
죽음의 순간에 도달한 그녀에게, 과연 그것이 어떻게 비춰졌을지.
라이카 씨는 그 때부터 단번에 언짢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어이.......적당히 해. 이쪽은 죽어가고 있다고. 뒈져가는 나한테 그런 찌푸린 표정 보이지 말라고."
"으."
그녀는 따끔하게 설교하고는,
"젠장......이런 끝이라니.......애초에 오늘은 운수가 나쁘다고는 생각했어. 평소보다 다리도 아프고.....뱃속의 상태도 안 좋아서......"
"라이카 씨."
이제부터 죽을 사람한테 음모도 뭣도 있을 리 없습니다.
조금 머리가 돌아가게 된 저는, 빠른 말로 거래를 하였습니다.
"만일 이후에 새로운 사자소생의 수단을 발견한다면, 당신의 소생을 선택지에 넣을게요."
"위안은 됐어. 소생은 이제 아무래도 좋아. 날 특별취급하지 마. 이런 망할 세계도 어찌되든 좋아. 빨리 사라져버리라지."
"에이 그렇게 말하지 마시고ㅡㅡ희망에 걸어보죠."
"희망.......아아! 제일 싫어하는 단어! 특히나 타인의 입에서 들을 때는 더욱."
내심 그녀가 자폭상태가 되는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저는 필사적으로 설득을 이어나갔습니다.
"만일 뭔가 유익한 정보가 있으면 유용하게 쓸게요. 당신이 남긴 이 '왕국'도, 제대로 운영해나갈게요."
그러자 그녀는 약간 바보취급하는 것처럼 웃었습니다.
"아ㅡㅡ그것 말인데, 미안. 넌 그렇게 할 수 없게 되어있는데?"
"예?"
"만의 하나 네가 적대했을 때의 대비책으로, 어떤 영상을 준비해놓았지. 유언이라고나 할까. 인터넷에는 그 영상도 자동적으로 업로드 돼."
무슨.
이 사람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솔직히 저같은 사람으로선.....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아마 그걸 보면 십중팔구 날 죽인 자가 너라고 생각할 테지."
"영상의 업로드를ㅡㅡ막는 방법은?"
"그야 내 PC의 패스워드를 알면 가능하지만. 시험해볼래? 랜덤한 20행의 영숫자인데."
"그럼, 패스워드를 알려주세요."
"절대로, 싫어."
"......................"
그 때였습니다.
저의 마음속에, 확실하게......불쾌함을 기반으로 한 살의가 생겨난 것은.
"아하, 하하하하, 하하. 뭐, 최후의 최후에 네 그 표정을 볼 수 있었으니, 좋다고 칠까."
그런 그녀는 마치, '미스테리 투어'에서 계속 보아왔던 나쁜 마녀의 어트렉션 그 자체.
"착한 아이인 척 하지 마. 어차피 너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자기 일만 생각하는 주제에. 다른 사람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는 주제에.
성욕과 식욕과 수면욕.
그런~ 단순한 욕구를 채우는 것으로만, 세상을 파악하고 있겠지.
자신과 자기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기준으로 하는 삶만 살 수 있겠지.
잘 들어? 이름 모를 아가씨.
절대 완수할 수 없을 거야.
너처럼 제정신인 사람이 하는 일에는, 한도라는 게 있으니까!"
그건......말로는 잘 못하겠지만, 그녀 나름의 유언이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ㅡㅡ상냥한 사람들은 모두 미친 자들이야.
라고.
"라이카, 씨......."
"그런데 나, 정말 좋은 걸 떠올려버렸거든?"
"?"
"이걸 봐."
라이카 씨는, 주머니에서 뭔가 볼펜같은 것을 꺼내들었습니다.
그것이 소형 스위치라고 눈치챌 때까지, 저는 몇 초 정도 걸렸습니다.
"ㅡㅡ엥?"
그 기분 나쁜 미소.
어두운 색의 피로 물든 엄지로, 꾹.
그 다음 순간이었습니다.
콰앙! 하는 소리가 나며.
돌아보니, '소울 레플리케이터'에 큰 구멍이 나버린 것입니다.
안에서는 바닷내음이나는 멀건 액체가 흘러나와서, 먼지투성이 바닥을 뒤덮었습니다.
한박자 늦게, 저는 모든 것을 이해했습니다.
아까 떼어냈던 원격장치는 더미.
진짜 폭탄은, '항아리의 내부'에 설치되어 있었다는 것을.
털썩하는 소리가 나며, 사람 모양의 무언가가 바닥 위를 구릅니다.
가마 안의 액체에 섞인 그것이 인간인지, 그렇지 않은 무엇인지.
저로서는 정말 판별할 수가 없어서.
"앗."
저는 역대 최고로 크게 눈을 부릅떴고......
"바보같은! 그런! 왜!?"
라이카 씨는 새하얀 얼굴을 일그러뜨렸습니다.
[이야, 좋은 표정이다! 계속! 그 얼빠진 얼굴을 보고 싶었다!]
다음 순간.
거의 자동적이었습니다.
저의 오른손이 발도술을 자아내어, 그녀의 목을 날려버린 것은.
최후의 그녀의 표정은, 여태까지 보아왔던 표정 중에서도 가장 만족스런 미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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