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50 나나미와 마이 : 후편
    2021년 09월 20일 15시 03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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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530cy/356/

     

     

     

     어제 아침.

     쇼핑몰.

     그 세 명의 '좀비'를 목격하고 나서.

     

     네즈 나나미는, 건전지가 끊긴 것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마츠이 씨, 우메 씨, 요시타케 씨.

     

     자신과 잤던 남자는 반드시 불행해진다.

     그런 비합리적인 생각이 열병처럼 느껴진 순간부터......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는 그런 점에서 드라이하다. 부모가 사망했을 때도 울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손발이 잘 움직이지 않게 되어서.

     그리고 하필이면 옆에 사우다 마이가 있어서.

     

     처음에는

     

     "젠장.......취할 수 있으면 취하고 싶은 기분인데."

     "그럼 《하이텐션》을 쓰지 그래?"

     "그래도 그런 눈치 없는 짓은 안 해."

     

     라던가,

     

     "최악이다......저 녀석들, 모두 좋은 녀석이었는데."

     "그렇게 생각했다면 특정한 누구하고만 사귀었으면 좋았잖아?"

     "시끄러. 난 남친이 있다고? 그렇게 해버리면 진심같잖아."

     "우왓. 여러명 상대라면 오히려 불륜이 아니라는 녀석.......진짜로 있구나.......질렸어....."

     

     라고 하는 무난한 대화를 했던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문득 정신차리고 보니, 쓸데없는 말까지 마이에게 듬뿍 쏟아내고 있었다.

     결코 누구에게도 말할 생각이 없었던 일을.

     요즘 자신의 신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가지 자세한 내용을.

     

     

     비비안으로서의 활동은, 역시 남의 눈을 꺼리는 일이 많다.

     그래서 단기간의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한 사람,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찾은 것이다.

     그 사람은 자신과 같은 '플레이어'였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운명의 사람이라고.

     

     그는 자신과 비슷한 인생관이고, 자신과 비슷한 삶을 좋아하는 남자였다.

     그래서.......그런 그에게 기대었던 것이다.

     분명 이 사람도 자신과 같은 것을 원할 거라고.

     

     혼자서 자면 반드시 들려오는, 어느 날 밤에 들은 대사가 있다.

     

     ㅡㅡ뭐? 아니 난 그럴 셈으로 사귈 생각이 아니었는데. ㅡㅡ잠깐 기다려 보라고. 그렇게 말해도, 너무 부담되는데. ㅡㅡ그보다 너, 아이는 생기지 않도록 해오지 않았어? ㅡㅡ그걸 제멋대로......먼저 배신한 거, 너잖아?

     

     지당한 의견이었다. 선을 넘었던 사람은 나 뿐이었다. 자신이 필요로 하고 있던 유대감을 그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지레짐작하였다.  10년이 지난다면 나나미는 현재의 자신을 비웃으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젊었었지' 라고. 

     

     

     그리고 현재.

     목구멍 안을 딱딱한 것으로 막아놓은 기분이 들어서, 나나미는 다음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겨우 입을 열고 꺼낸 것은, 이 단어였다.

     

     "왜.......?"

     "음."

     "무슨 이득이 있다고......?"

     "친구잖아."

     

     대답할 수 없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러자 그 때였다.

     전방에 좀비의 모습. 나나미 일행의 갈 곳을 가로막는 형태다.

     아무래도 이 부근은 군중에 섞이지 않았던 좀비가 얼쩡거리는 모양이다.

     사고의 스위치를 전환하여, 재빨리 앞으로 향한다.

     

     "역시 쉽게 되지는 않나 보네......"

     "되도록 녀석들을 피해서 달릴게. 하지만 아마 조만간 오토바이는 버리게 될 거라 생각해."

     "그래. 이 녀석의 무게로는 한 마리만 밟아도 쓰러질 테니."

     "그래서 남은 여정은 마라톤이야ㅡㅡ그런데 나나미는 마라톤 대회, 항상 꼴등 아니었어?"

     "꼴등이 아니라고, 꼴등이.......꼴등에서 열번 째 정도? 단거리 뛰기는 자신있지만. 근육이 내구력에 맞지 않아."

     "어라라. 몇 마리랑 싸울 각오를 해두는 편이 좋겠네."

     "때에 따라서는, 또 한번 《수수께끼계》를......"

     "그건 안 돼. 그보다 그런 개똥같은 마법, 왜 골라버린거야~?"

     "개똥이라서."

     

     나나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보면, 자신의 험한 말투는 마이한테서 옮은 것이었다.

     지금은 완전히 이미지가 역전되고 말았지만......

     

     ㅡㅡ간단해요.

     

     그 때 또 다시, 란의 말이 귓가에 들린 기분이 들었다.

     확실히 그녀가 말한대로 간단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삶의 방식이라던가.

     신념이라던가.

     여러가지로......그런 성가신 일은 전부 잊고.

     예전의ㅡㅡ사이좋았던 시절처럼.

     

     "저기, 마이."

     "응."

     "나한테 조금 생각이 있는데."

     

     하나의 작전이 떠올랐다.

     바로 왼편에는, 황거가 펼쳐져 있다.

     여기로 좀비들을 유도할 수 있다면.......다리는 부수기 쉽고, 해자는 꽤 깊다.

     물론 완전히 막기는 어렵겠지만, 북쪽으로 빠져나와서 시부야를 목표로 할 경우, 꽤 장시간에 걸쳐 발을 묶을 수 있을 것이다.

     

     ".......흠."

     

     마이는 싱긋 웃었다.

     

     "그거, 찬성."

     

     그러자 어째서일까.

     가슴 안에 따스한 것이 흘러들어오면서, 이상하게도 용기가 샘솟는 것이다.

     겨우 한 명.

     친구가 찬성한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긍정적인 기분이 되다니.

     

     ㅡㅡ산다. 살아서 돌아간다.

     

     나나미는 그때, 그렇게 확신하였다.

     물론 그 몸에 깃든 새로운 생명과 함께 돌아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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