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67 마치 쌍둥이처럼
    2021년 09월 11일 00시 35분 5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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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530cy/273/

     

     

     

     배때기에 구멍이 난 채로 무력하게 쓰러진 저였지만, 그럼에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큭, 《치유》를......."

     "소용없어요. 지금의 공격에는, 치유를 받을 수 없는 속성을 부가시켜 두었답니다. 나으려면 상처를 파낸 다음 다시 영창할 필요가 있죠."

     

     실화냐. 거짓말이지. 그런 수술같은 짓거리를 해야만 한다니, 진짜......

     

     "포기하세요ㅡㅡ역시 육체는 제가 이용하게 되겠네요.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잘 풀릴지도 모르니."

     "안 돼................"

     

     기식이 엄엄한 상태에서도, 저는 외쳤습니다.

     

     "그렇겠죠. 저도 은연중 느끼고는 있습니다. 같은 잘못을 반복할 뿐이라고."

     

     분명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기계적으로 하고 말겠죠.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선별.

     하지만 그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습니다.

     그녀가 했던 그것은, 최선의 답도 뭣도 아닙니다.

     단지, 자신에게 편한 해결책을 고르고 고른 결과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마키가오카에서는 몸이 불편한 사람이라 해도 생활이 보장됩니다.

     또 하나의 '내' 가 지배하던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었던 일입니다.

     그리고 그것이ㅡㅡ불화와 불만, 그리고 그녀의 목숨의 종말을 가져왔습니다.

     결국, 타인에 대한 관대함을 상실한 집단 만큼 부숴지기 쉬운 것은 없습니다.

     

     "들어......주세요."

     "응?"

     "들리......나요?"

     "예예. 유언인가요? 듣고 있다구요."

     "부탁........쿨럭...........해요."

     "유감스럽게도, 지금 것은 진검승부였습니다. 두번째의 기회는 없어요."

     "골라........당신이 골라요."

     ".......? 어느 쪽이 남는지, 고르라, 는?"

     "당신은 계속.......보아왔을........터..........."

     "확실히, 당신의 기억은 보았습니다. 당신이 그리던 상냥한 세계에 대해서도.......하지만 결국, 선택된 것은 나였다. 그러니......."

     "골라....................... 내가 남을지. 그녀가 남을지..........."

     

     전생의 '나' 의 시간축에서는, 아마미야 츠즈리 씨를 손쉽게 죽여버렸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치모토 예술대학의 커뮤니티에도 가지 않았고.

     '정령사' 와의 싸움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일까요.

     그녀가 《정령의 기척》을 느끼지 못한 것은.

     

     "골라요. 이 사람이 남을지! 제가 남을지! 당신에게 유리한 쪽을!"

     

     피를 토하면서, 기력을 있는 힘껏 쥐어짜내어 그렇게 외치자.......거기서 처음으로 대답이 왔습니다.

     계속 저를 따라다녔으면서도, 항상 불간섭을 관철했던 '그녀' 의 목소리가.

     

     [아니, 정말!]

     

     그것은, 여자라는 것 이외에는 왠지 막연한, 이상한 목소리였습니다.

     《스킬 감정》으로는 《페어리》라고만 불리는 그녀는, 또 한 명의 '나'의 주머니로 뛰어들더니......그리고 철컥! 하는 무슨 소리를 낸 뒤 뛰쳐나왔습니다.

     

     "이것은.......!"

     

     상상밖의 제3자의 개입에, 또 하나의 '내'가 눈을 부릅떴습니다.

     같은 얼굴의 두 사람이 불타오르는 화염에 휩싸인 것은 그 다음 순간.

     귀에 충격이 전해지자, 순식간에 고막이 파열되어 의식이 멀어집니다.

     폭풍에 휘날리면서, 공중에서 수차례 회전.

     땅에 엎어져서는 기침을 하고 있자.

     

     [멍청이!]

     

     《자연치유》에 의해 회복된 청각에,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자자! 모처럼 도와줬으니 정신차려!]

     

     새된 목소리를 듣고 눈길을 주자, 그곳에는 판타지 세계에서만 존재를 허락받을 것 같은 기묘한 생물ㅡㅡ한 마리의 요정이 떠 있었습니다.

     요정은 일반인의 12분의 1 정도의 크기고, 등에는 4장의 투명한 날개가 달려있습니다. 그 투명하고 하얀 피부와 금발로 보이는 머리카락은, 무심코 병에 담아서 보관하고 싶어지는 귀여움.

     

     "당신......"

     

     아무래도, 최후의 최후까지 남겨두었던 도박에서 이겼다고 깨달으면서.

     

     "ㅡㅡ전생의 '내' 가 '괴수' 를 사역하고 있었으니, 당신도 이쪽에 있을 거라......믿고 있었어요."

     [...........흥]

     

     그리고, 지금의 상황을 비난할 셈으로,

     

     "하지만 도와줄 거라면 더 빨리 도와줬어도......"

     [바보. 《정령사역》정도의 강제력으로는, 네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어라, 그랬었나.......?"

     [말해두지만! 이쪽은 욧시가 살해된 원한, 잊지 않았다고!]

     "욧시.......?"

     [네가 죽였던 '정령사' 다!]

     "아......."

     

     이치모토 예술대학 커뮤니티의.

     저는 깊게 탄식하면서, 힘겹게 일어섰습니다.

     

     "뭐, 그 이야기는 나중에......."

     

     그러자 《페어리》는 대답도 안 하지 않고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ㅡㅡ크으......."

     

     상처에서 다시금 피가 분출됩니다.

     보아하니, 아무래도 배의 부근이 대단한 기세로 썩고 있는 모양.

     내장이 통채로 흐물흐물하게 녹아드는 듯한 감각입니다.

     이 상태라면 이제 길지는 않겠죠.

     

     저는 힘이 전혀 없는 몸을 어떻게든 일으켜서, 부들거리며 또 한 명의 '내' 가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그녀의 가슴에는, 폭발의 틈에 투척한 칼날이 박혀있었습니다.

     

     "훌륭합, 니다."

     

     《페어리》가 의표를 찌른 것을 간파하고서, 발치에 있던 부러진 칼날을 주워들었던 것입니다.

     상대의 허를 찌른 일섬.

     이제야,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든 느낌이 들었습니다.

     

     " [전쟁이란 속임수다] 라고 하죠."

     

     제가 힘없이 웃으며 말하자,

     

     "아아..........."

     

     하며 가슴을 부여잡은 모습으로, 또 하나의 '내' 가 중얼거렸습니다.

     

     "죠죠 2부에서 에시디시가 말한 거네요."

     "그래요 그거."

     

     빈사상태에서의 만화 이야기.

     이러는 것도 역시, 둘 다 '나' 이기에 그런 대화가 성립되네요.

     

     "아무리 힘을 기른다 한들........이런 패배도 당할 수 있다, 라는 말인가......."

     

     또 하나의 '나' 는, 반성하는 기색으로 그렇게 말하며 깊게 탄식하였습니다.

     

     "오케이. 이젠 충분해요. 빨리 끝장을."

     

     어딘가 그것은, 자기자신이 그 결말에 도달하는 것을 원하고 있는 듯 합니다.

     저는 어깨를 들썩이고는, 또 하나의 '나' 의 옆에 자빠졌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쪽은 그럴 기력이 없는데요."

     "엥~ 진짜루~?"

     

     그리고, 당분간의 침묵.

     

     "........그럼, 이거. 누가 먼저 숨이 끊어지느냐의 승부라는 뜻?"

     "그렇게 되겠네요."

     "야무지지가 않네~"

     "뭐, 그것 또한......."

     

     거기서 잠시 사레가 들 것 같아서,

     

     " '우리들' 답잖아요." 

     

     그렇게 두 사람은 약하게 웃었습니다.

     마치, 쌍둥이 자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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