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27 절규
    2021년 09월 05일 03시 06분 5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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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530cy/233/

     

     

     

     아키하바라의 거리를, 눈이 따가울 정도로 환한 불빛이 비추고 있습니다.

     아스팔트가 마그마처럼 흐물흐물하게 녹아서 강렬한 냄새를 내고 있습니다.

     

     가까스로 마법의 범위 바깥으로 도망친 저는, 그 가공할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습니다.

     료마 씨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불길 속에서 양팔을 벌리며ㅡㅡ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껄껄 웃고 있는 모습을.

     

     불이 치솟았던 시간은 대략 십 초 남짓일까요.

     주저앉은 상태로 그걸 지켜보고 있자, 불기둥은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소멸하였습니다.

     남은 것은, 크레이터 형태로 녹아버린 지면 뿐.

     뻥 뚫린 크레이터의 중심지에는, 예전에 료마 씨였던 것이라고 생각되는, 사람 모양의 숯덩이가 남았습니다.

     

     결국, 이 사람과 저와의 관계는 잘 모르는 채로 끝났네요.

     이걸로 괜찮은 걸까?

     가볍게 의기소침해하고 있자,

     

     "여어! 레벨 85!"

     

     정말 가벼워보이는 목소리가 말을 걸었습니다.

     고개를 돌리니, 수북한 수염과 악취를 내는 거적떼기의 조합을 한 바바리안계 패션의 형씨가, 기름진 갈색머리를 긁적이며 나타났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오우, 왜 그래? 너 그 레벨은 폼이냐? 고전하던 모양이던데."

     "예에......"

     

     저는 정말 초췌한 여고생처럼 행동하며 깊게 탄식했습니다.

     말을 맞춰야 한다고 했지요.

     

     "죄송해요. 좀 상태가 안 좋아서요."

     "뭐야!? 생리냐?"

     

     앗 이 사람, 무신경한 타입의 바바리안이네요?

     

     "그런 상태로, 잘도 그 레벨이 되었구만?"

     "여러가지로 운이 좋아서요."

     "운이 좋다라. .......정말 그것 뿐이냐고."

     

     남자는 약간 의아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이윽고 '경이롭지는 않다' 라는 판정을 내렸는지,

     

     "그럼, 사례의 이야기다만."

     "사례~?"

     "그래.......우리들의 힘은, 한정된 자원이다. 기술을 쓰면 배가 고파지지. 공자로 사람을 구해줄 정도로 착한 사람은 없다다. 잘 생각해보면 알잖아."

     

     아, 그런 식.

     뭐, 정당한 의견이네요.

     저는 탄식하며,

     

     "그럼, 그 교섭은 동료와 상담한 후에 하죠."

     "어이어이! 지금 결정하라고! 이쪽은 목숨의 은인이다. 뭣하면, 강제로 '종속' 시켜도 상관없다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사례는 전부 거절합니다. 애초에 그를 끝장낸 것은, 당신들이 멋대로 한 일이니까요."

     "뭐라고? 그거, 도리에 안 맞는 이야기라고? 평범하게 생각해도."

     

     저는 확실히 알 수 있도록 불쾌감을 드러내며,

     

     "저기, 너무 쫑알대면, 죽여버릴지도 몰라요."

     

     목소리에 위압감을 더하기 위해, 약간 프리저 님의 그것을 의식하였습니다.

     

     "하하핫. 왕의 관할 하에서 폭력은 금제되어 있다고. 아무리 그 뚱땡이가 소심하다 해도 여기서 당당하게 죽이려 들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고?"

     "그와 저는 친구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죽입니다' 는 아니잖아? 평범하게 생각하라고."

     "저기, 뭐, 그건 그렇지만요."

     

     그러자, 그 타이밍에 우리들을 둘러싸는 것처럼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아마, 방금 일제히 《화계마법》을 썼던 플레이어들이겠죠.

     저는 포위망이 구축된 것을 눈치채고서,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여기에 있는 녀석의 먹을 것ㅡㅡ최소한 1년 분이 조건이다. 나중에 손에 넣는 '실적' 보수 아이템 전부여도 되고."

     

     곤란하네. 이거, 거절한다면 은혜도 모르는 사람으로 낙인찍을 거잖아요. 왜곡된 정의가 만들어지는 순간을 본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시다 씨!"

     

     갑자기, 아키하바라의 플레이어 중 한 명이 소리를 내었습니다.

     

     "뭔데?"

     "이 녀석의 시체, 어떻게 할까요?"

     "내버려 둬, 화장은 끝났으니."

     "그럴 수는 없는 게, 나카마치 에니시가 또 시끄럽게 한다구요."

     

     그러자, 그 때였습니다.

     완전히 방심하고 있던 저의 머리에,

     

     ㅡㅡ내 목을 날려라.

     

     그 말이 떠올랐던 것은.

     아니 설마. 그런.

     현재 료마 씨의 몸은, 썩은 나무처럼 되어 있습니다.

     살점이 타서 뼈만 남은 곳도 보입니다.

     내장은 완전히 탄화되어서, 머리카락조차 전부 증발했는데.

     

     "거기에서 떨어져! 빨리!"

     

     나중에 비웃음당해도 돼. 난 무심코, 그렇게 외쳤습니다.

     

     "ㅡㅡ뭐?"

     

     료마 씨의 옆에 있던 그 사람은, 의아한 듯 눈썹을 찌푸렸습니다.

     그 다음 순간이었습니다.

     새카매진 료마 씨의 안면. 그 눈꺼풀이라고 생각되는 부위가 바스라지더니, 안구가 노출된 것은.

     불타버린 얼굴에, 두 눈알이 다 드러나 보입니다.

     

     [ㅡㅡㅡㅡ?]

     

     그의 망가진 성대가, 어째선지 소리를 낸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저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왠지 모르게 이해되었습니다.

     

     [충고했었지?]

     

     상반신만 남은 그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올라서는, 그 예리한 이빨이 바로 옆에 있던 프레이어의 목덜미를 물어뜯는 것을ㅡㅡ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목격했습니다.

     

     심야의 거리에 절규가 메아리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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