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6 아키바하라2021년 09월 04일 01시 45분 4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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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 4명의 분내로 가득 찬 버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키하바라에 도착했습니다.
차 안의 유일한 아저씨인 아카사카 씨는 무장한 남자들이 총구를 들이밀 때마다,
"마키가오카에서 왔슴다~!"
라고 비명처럼 외치며 재주껏 방해물을 피해나갔습니다.
아무래도 아키바의 사람들은 우에노 부근까지 판도를 넓히려는 계획인지, 몇명 단위로 무장한 사람들이 좀비와 싸우는 모습이 이곳저곳에서 보였습니다.
아키하바라에 다가감에 따라,
"ㅡㅡ와."
빌딩 사이로 보이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 구획 일대가, 고개를 치켜들어야 할 정도로 거대한 벽으로 둘러싸였기 때문입니다.
"대단해. [진격의 거인] 같아."
벽은 꽤 튼튼하게 지어졌고 높이는 90미터 정도는 될까요?
만리장성도 높은 곳이 9미터 정도인데, 이건 꽤 인상깊은 건축물이네요.
벽에 둘러싸인 아키바의 거리는 하나의 도시국가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아키바가 이전의 '왕' 한테서 해방된 것은 꽤 최근 일이잖아요? 잘도 저런 것을 지었네요?"
"우리들도 처음에 봤을 때는 깜짝 놀랐다고. 저거, '왕' 이라는 직업의 힘인 모양이야. 지배지역의 경계선에 벽을 만들 수가 있대. 자원을 더욱 할애하면, 최종적으로는 강철의 요새가 만들어진다고 하더라."
"오......"
우리들은 성벽을 빙 돌아서, 만세이바시(만세교)가 있던 장소에 지어진 성문에 도착했습니다.
거기에는 이미 야쿠 씨가 도착하여 조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아, 왔다. 난 진짜 마키가오카의 동료라니까......이젠 알겠지?"
"아니 그건 이제 됐으니 일단 얼굴을 보이라고, 얼굴."
"하지만 당신, 히어로는 정체는 숨기는 법이라는 걸 모르시나?"
"뭐? 무슨 말하는 거냐."
"마스크는 나의 자존심이다. 부탁 좀 하자. 건강보험증도 보여줄 테니....."
"그딴 거, 지금은 아무런 보증도 안 돼......혹시 물린 장소를 숨기고 있는 거 아냐?"
"어이어이! 방금 《스킬 감정》했잖아. 다치지 않았다니까."
둘의 대화가 여기까지 들려왔기 때문에, 린네 씨는 어이없다는 듯 어깨를 들썩였습니다.
"내가 나서도 되지만.......뭐, 네가 나서는 편이 빠르겠지."
라고 린네 씨가 부추겨서, 반강제로 얼굴을 드러내는 꼴이 되었습니다.
문지기인 검사 씨는 제 얼굴을 보자마자,
"오오, 너냐!"
라며 친근하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오늘은 무슨 일이냐?"
"저기......뭐, 여러 일이 있어서, 거기 있는 이상한 마스크 아저씨는 취미로 이상한 짓을 하는 분이니 그냥 보내주실 수 있나요?"
"그건 상관없지만......만의 하나 물리지는 않았겠지."
"안심하세요. 방금 만일을 위해 이쪽에서도 체크했으니까요."
"음. 그래. 평소였다면 입국심사가 필요하지만ㅡㅡ뭐, 널 믿으마."
그러고는 곧장 성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입국심사라니.
"저 사람......기억을 잃기 전의 제 지인인가요?"
"아마 그렇겠지. 넌 이곳의 구세주니까."
"하아."
"그리고 지금 말해두겠는데, 네가 기억상실인 거, 가까운 사람 이외에는 누구한테도 전하지 않았어."
"어, 그런가요?"
"응. 가능한 한 이 일은 비밀로 해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요즘은 누구를 믿어야할지 모르니까......그리고 고레벨 플레이어는 그렇지 않아도 표적이 되기 쉽잖아."
"흐음......"
"만일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녀석이 있으면 적당히 말을 맞춰주고 빨리 떠날 것. 알았지?"
"흐음~"
"뭐야 그 대답은."
"긍정 반, 한숨 반. 자신은 없지만 애써볼게요."
우리들이 대화하는 사이에도, 버스는 만세이바시를 건너 강철로 된 성문을 지나쳤습니다.
그곳은, 저도 잘 알고 있었을 오타쿠의 성지.....에 비슷하고도 먼 무언가.
모에 캐릭터의 간판이 내걸린 빌딩이 늘어선 것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에서 큰 변화가 엿보입니다.
뭐라고나 할까.......모두들 드래곤퀘스트의 마을 사람 코스프레같다고나 할까.
왠지 중세 유럽풍의 복장을 입고 있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가장 귀족같은 느낌의 츠즈리 씨의 말로는,
"아무래도 '왕' 의 힘의 영향같네요."
라고 합니다.
이 마을은, 왕이라는 녀석에 의해 복장까지 규정되고 있는 것일까요.
버스는, 안내에 따라 아키하바라역 앞의 도로에 정차했습니다.
바깥으로 나가자, 그곳을 오가던 사람들이 일제히 술렁거렸습니다.
마치 유명인이 몰래 거리에 나타난 느낌으로.
"그럼, 이제부터는 남녀 따로 행동합니다. 집합은 내일 6시에, 여기서."
"오케이."
".......그리고 여기서는 너무 마스크 때문에 다투지 말아줘. 민폐가 되니까."
"알고 있어ㅡㅡ이제부터는 코밑까지는 보여주기로 했다. 스파이더맨도 그랬으니."
"이것 참....."
코트를 나부끼며 호쾌하게 떠나는 야쿠 씨를 바라보면서 탄식하는 린네 씨.
"그럼, 저도 여기서 헤어질게요."
"? 츠즈리 씨도?"
"네."
"왜요? 더 같이 있지 그래요."
약간 섭섭해져서 그녀의 손을 쥐자, 츠즈리 씨는 얼굴을 확 붉히며,
"아.....아니 그, 그런 뜻이 아니라.....저기. 오, 옷을.....옷을 여러가지로 봐두고 싶어서요. 아키바에는 그런 전문점이 있다고 하니까요."
"그렇구나."
아쉽네.
"그럼 우리들도 이동하자."
"예......하지만 어디로요?"
"먼저 '왕' 을 만나야지. 그 아저씨와 대화하면 도움이 될만한 사람을 소개받을지도 모르고."
"그렇군요."
저는 그렇게 들은 대로, 검은 천으로 가게 안을 들여다 볼 수 없게 만든 어두운 분위기의 가게에 발을 디뎠습니다.
거기서 제일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선정적인 포즈를 취하고 유방을 드러낸 여성의 사진이 크게 인쇄된 [THE☆ 미시! ~남편이 잠든 사이에~] 의 패키지.
"우왓! 뭐야 여기......?"
"이 가게의 안쪽에 지하 방공호의 입구가 있어."
린네 씨는 무표정하게 삼각목마에 올라탄 풍선인형의 옆을 지나치면서 가게 안을 쑥쑥 나아갔습니다.
"자 미코토 쨩. 눈을 가려줄게요~"
"어엇어엇!?"
아사다 씨가 눈을 가려준 미코토 쨩이, 뒤뚱거리며 린네 씨를 따라갔습니다.
가게 안쪽에는 안면 피어스가 가득한 언니가 오래된 만화잡지를 읽다가,
"음? 손님이냐."
"안녕. 나야."
"뭐야, 오키타 쨩이네......오? 거기다 '여신님' 을 데리고 왔잖아."
아무래도 그 여신님이라는 것은 절 가리키는 모양입니다.
이전의 저는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불렸던 걸까요.
"안녕하세요 여신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오? 이제 스스로 받아들인 모양이네. 하하하."
피어스 언니는 금속이 찰랑거리는 미소를 짓더니,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 전에 왔을 때처럼 리얼돌의 가슴 만질래?"
뭐했던 거냐, 이전의 난.
"왕ㅡㅡ에니시 씨를 만나러 왔어요."
"음. 좋아."
피어스 언니는 쉽사리 수긍하고서, 가게의 안쪽을 가리켰습니다.
"하지만 그 바보, 지금은 바쁠지도 몰라."
"그런가요?"
"어.......알겠지만 여기는 현재 도내에서 인구밀도가 제일 높아. 사람이 늘어나면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도 늘어나니, 당연한 일이야."
"그는 지금 뭐하고 있는데요?"
"요즘은 계속 나라의 법률을 정하고 있어.......'유식한' 자들이 모여서 매일처럼 끝임없이 회의하고 있지. 꽤 재밌어."
"네에...."
"웃기지? 이제 와서 왕정이라니, 장기적으로는 파탄날 것이 분명한 제도를 채용해야만 하다니."
잘 모르겠지만, 어려운 이야기네요.
"뭐 회의의 결과는 어쨌건, 여신님이 강림하셨다면ㅡㅡ환영하지 않을 아키바 사람은 없을 거야......넌 우리들의 구세주님이니까."
흐음~
근질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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