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0 <용사의 헛간에는 뭔가가 있다> 첫 시말서2021년 08월 18일 23시 53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ovelup.plus/story/133552962
[ 시 말 서 ]
용사규제위원장 구 님브라이트령 구역 담당관 공
저, 용사 릭은 위법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자택에서, 후술할 날짜에.
저는 발칙하게도 같은 날 감찰관 아루루 양의 지도를 받는 도중에 그녀의 눈을 돌린 뒤, 그 자리에 있던 날붙이를 써서 케이크를 절단한다는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매우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화가 나서 그만 저질러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경솔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행동이었습니다. 깊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감찰관 아루루 양의 설교에 의해,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습니다.
용사 릭・아크우드는 깊은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빠른 단계에 발견하여 훈계를 들은 것은 오히려 행운이었습니다.
잘못된 길은 빠르게 바로잡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아루루 양의 지시에 따르는 것은 물론, 용사로서의 자각을 가진 생활에 전념하겠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살아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상 경의와 반성의 뜻을 담아서
날 짜
왕력 : 723년 5월 13일
구력 : 제14지좌 천랑의 년 비취수의 월 19일
용사의 사인 : ____________
감독관 승인 사인 : 아루루・님브라이트
라는 내용의 시말서를, 아루루는 슥슥 써내려갔다.
"좋아. 썼다. 이제는 릭이 사인만 하면 돼."
아루루는 숨을 불어서 잉크를 말렸다.
"응. 고마워 아루루......하지만 말야."
"뭔데?"
"이거, 사실은 내가 써야 하는 서류 아냐?"
"릭이 쓰면 이상한 시말서가 되잖아. 이런 서류는 보기 좋게 쓰는 법이란 것이 있다고."
시말서는, 사인 이외에 전부 아루루가 쓴 것이다.
재주좋게도 릭의 필적을 흉내내어 몇몇 문자를 각지게 쓴다던가 글 쓸 때의 압력을 강하게 한다던가 해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남자가 쓴 글자로 보인다.
그 아래에 쓰여진 아루루 본인의 사인은 가느다란 곡선이 춤추는 것처럼 쓰여져 있다. 이쪽이 원래의 필적이다. 이 두 가지가 같은 손으로 쓰여졌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작문을 하면서 이런 것까지 해나가니, 대단하다.
"와하하, 뭐 익숙한 일이지."
"이거, 문서위조라고 하지 않아?"
"그건 누가 듣기에 나쁜 말인데."
"그래도 말야."
"대필, 대, 필."
아루루는 손가락을 세우고는 작게 흔들었다.
뭐 좋냐 나쁘냐라고 한다면 나쁜 일이겠지만, 릭에게 있어서도 작문은 그다지 자신이 없으니, 아루루가 써주는 편이 깔끔한 서류가 될 것은 틀림없다.
"자. 그럼 사인해. 틀리지 않게 진정한 다음 써야한다고."
"알겠지만, 사인하기 전에 한번 읽어볼게."
"그래그래."
릭은 시말서를 주욱 훑어보았다.
".....저기 말야 '지도를 받는 도중에 그녀의 눈을 돌린' 이라는 부분 꼭 필요할까."
"그건 절대로 빼면 안 돼."
"왜?"
"그 부분이 없으면 내가 감찰관의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처럼 되잖아."
"그리고 '케이크를 절단했다는 범행' 이라는 것은."
"조금 과장해서 쓰는 편이 반성하는 느낌이 나잖아."
"그럼 '화가 나서 그만' 이라는 곳은?"
"계획적인 행동이라고 생각되면 심증이 나빠지니까."
아루루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반성문은 용자규제위원회에 제출되는 거라고. 너무 인상이 나쁘면 릭이 요주의용자로 찍힐 가능성도 있잖아. 물론 시말서는 대단한 서류가 아니라서 대개는 위원회의 서류주머니에 들어가는 걸로 끝나지만, 만일을 위해."
"그래."
"내가 릭한테 안 좋은 일을 쓸 거라고 생각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말야."
"글치? 난 릭을 이 세상에서 지켜주기 위해 일부러 용사감찰관이 된 거다. 날 믿어."
"믿고는 있지만 말야."
"뭐야. 믿지 않는 거냐."
"믿고 있다니까."
"그래. 릭은 내가 지켜줄게."
이런이런.
릭은 아루루가 들리지 않게 작은 한숨을 쉬었다.
지키는 건지 구속하는 건지 확실하지 않다.
어쩌면 이 두가지는 꽤 비슷할지도 모르겠지만.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더라?
아이 시절에는, 좀 더 여러가지가 간단했던 느낌이 든다.
아루루와 처음 만난 것이 언제였는지, 릭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것이 철이 들기 전부터인 것은 확실하다. 처음의 기억부터 옆에 있다.
자주 '모험놀이' 로 놀았었다.
모험이라고는 해도, 검 대신에 나무막대기를 들고 주변을 탐험할 뿐이다.
탐험하는 장소는 얼마든지 있었다. 집안에도 모르는 장소가 많이 있었고, 바깥에는 더욱 많이 있었다.
그 시절의 하루는 지독하게 길었던 느낌이 든다.
1년을 터무니 없는 시간으로 생각했었고, 5년이나 10년 쯤 되면 비현실적인 시간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시간은 순식간에 경과.
지금 16살.
"세번째라고."
아루루가 말했다.
릭은 단번에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돌아왔다.
어린 시절의 아루루와 눈앞의 그녀가 잠시 겹쳐보였다. 생각보다 변함없는 모습이어서 약간 웃음을 뻔 했다.
"한숨이 세번째."
"들렸어?"
"응."
"어린 시절을 생각했을 뿐인데."
"흐음~ 세번이나 한숨을 쉴만한 일이 있었다니."
아루루는 놀리는 것처럼 말했다.
"아루루."
"왜?"
"......그 때의 일 말인데."
"또 그 이야기."
"그 때의 일은, 벌써 몇 번이나 말했지만."
"그렇긴 해도 말야."
그 때.
아루루와 릭의 2명에게 있어서 '그 때' 라는 대답이 뜻하는 것은 하나다.
유년기에 일어난 일에 대해, 아루루와 릭의 기억은 거의 일치한다. 어긋나는 일은 거의 없다.
둘의 기억을. 혹은, 체험 그 자체를 공유하였다.
유년기의 모험놀이 도중 일어난 일이라면, 릭과 아루루는 제각각의 기억을 떠올려서 그 요소의 대부분을 재구성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두 사람의 기억은 대부분 완벽한 대칭성을 갖고 있다.
그 대칭성은, 과거의 어느 시점까지 이어진다.
그것이 '그 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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