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12 용사의 창고에서 숨바꼭질
    2021년 08월 20일 08시 45분 4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https://novelup.plus/story/133552962/512597029

     

     

     

     다음날 아루루가 놀러 오자, 릭은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부모님의 시선을 피해 열쇠를 손에 넣었다.

     커다란 그 열쇠는, 녹슨 곳이 없는 은색의 금속으로 되어있었다. 다른 열쇠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공들인 형태를 하고 있었다. 릭은 그것을 호주머니에 집어넣고서, 아루루와 함께 헛간에 갔다.

     

     "릭, 역시 안 좋을 것 같아."

     열쇠를 꽂으려고 할 때, 뒤에서 아루루가 불안하게 말했다.

     "혼날 거야."

     "안을 보는 것 뿐이라고. 딱히 나쁜 일은 아냐."

     "그래?"

     "애초에 우리 건물이니, 안의 것도 우리 거잖아."

     

     릭은 그런 변명을 하면서 땀에 젖은 손으로 열쇠를 꽂아넣었다.

     열쇠는 들어맞았다.

     릭과 아루루는 무거운 빗장을 어떻게든 벗겨내고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어둡네."

     "응."

     "곰팡내."

     

     안의 공기는 서늘하며 눅눅했고, 들어올 때 어떤 막을 빠져나가는 듯한 감각이 있었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몸을 기대며 안으로 나아갔다.

     

     어두움에 눈이 익숙해지자, 대략적인 실내의 모습을 판별할 수 있게 되었다.

     벽돌로 만들어진 상자같은 공간의 막다른 곳에는, 가지각색의 크기를 가진 책장과 찬장이 늘어서 있었다.

     

     좌우의 벽가에는 나무를 조합했을 뿐인 간소한 사다리가 있었다. 그곳에 있는 것은 보통의 헛간에도 있을만한 잡다한 물건들. 예를 들면 숯이 담긴 주머니나, 녹슨 금속제품, 공구 부류나 교환용의 유리판 같은 것이었다.

     자그마한 창에서 빛이 들어와서, 공중을 떠다니는 먼지가 빛나보였다.

     

     "뭐야. 보통이잖아."

     아루루가 어느 정도 안심한 듯이 말했다.

     "용사의 집의 창고라서 드문 것이라도 있나 생각했지 뭐야."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두 사람은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실내를 산책했다.

     

     "에이 뭐야."

     "숨바꼭질하기에는 좋아보이는데."

     "그러네."

     

     몇 가지는 드문 것도 있었다. 나무틀에 걸쳐진 채인 무언가의 모피가 있어서, 릭과 아루루는 그게 무슨 동물일까 하며 당분간 대화해 보았지만 전혀 알 수 없었다.

     

     "릭, 대충 봤으니 돌아가자."

     "응....."

     

     릭은 그렇게 대답했지만, 미련이 남았다.

     어느 정도 기대 밖이었기 때문이다.

     릭은 이 '모험' 에서 빛나는 갑옷과 투구를 발견하는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장비같은 것은 몇가지 발견했지만. 전부 녹이 슬어있어서 대부분 고철덩어리로 변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것들은 빛나는 모험보다는 무언가 흘러간 시대의 유물같았다.

     

     "릭, 손이 더러워져."

     

     붉게 녹슨 투구에 손을 대자, 아루루가 싫어하며 그렇게 말했다.

     

     "그런 거 그냥 놔둬. 손쓸 방법이 없다고."

     "응."

     "이제 돌아가자."

     

     그런 대화를 하고 있자, 바깥에서 나뭇가지를 좌우로 헤치는 듯한 소리가 났다.

     오래된 나뭇가지를 밟는 듯한 소리도 났다.

     소리는 이쪽으로 다가왔다.

     

     부모님이 왔다!

     그렇게 직감적으로 생각한 릭은, 아루루의 등을 떠밀며 찬장에 숨었다.

     

     두 사람은 문을 안쪽에서 닫았다.

     "옷이 더러워져!"

     아루루가 작은 소리로 말하고서, 릭의 뺨을 꼬집었다.

     "조용히 해."

     "응."

     

     이윽고 입구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발소리가 들어왔다.

     역시 부모님이 날 찾으러 온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왜 열려있지?"

     

     목소리가 들렸다.

     그 음성을 들었을 때, 릭과 아루루는 몸이 굳었다.

     

     그것은 부모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물론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발소리는 확실히 들었다.

     천천히 실내를 걸어다니고 있다.

     

     "어디에 있지.....?

     

     목소리는 말한다.

     마치 자신들이 침입한 것을 알아챈 듯한 말투다.

     

     발소리는 실내를 몇번이나 돌다가, 입구 앞에서 멈춰섰다.

     그대로 나가 줘.

     릭은 그렇게 빌었다.

     

     하지만 발소리는, 뭔가 다시 생각한 듯 두 사람이 있는 찬장으로 다가왔다.

     

     발소리의 주인이, 두 사람이 숨은 찬상에 손을 대었다.

     

     거기서 릭의 기억은 일단 끊겼다.

     아루루의 기억도 거기서 어영붕여해졌다.

     

     릭과 아루루의 기억이 겹친 것은, 그 시점까지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