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13 함부로 주변을 '조사하지' 마
    2021년 08월 21일 11시 16분 0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https://novelup.plus/story/133552962/282644998

     

     

     

     뭔가 떨어지는 듯한 감각이 있었다.

     정신을 차리자 정말 어두운 장소였다.

     

     자신의 손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곳이 찬장의 안과는 다른 장소인 것은 분명하다.

     주변의 소리나 공기의 흐름에서, 방같은 공간이라고 느껴졌다.

     

     아루루는 옆에 있었다.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숨소리가 들렸다.

     정말로 아루루일까, 라고 약간의 불안이 샘솟았지만 떨쳐냈다.

     서로를 손으로 더듬어 찾아내고는 그녀의 손을 잡고서 일어났다.

     

     [조명이 없는 거냐?]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른 남성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것은 릭이 아는 것과는 달랐다.

     

     [조금 기다려 봐라. 시간이 좀 걸리니.]

     

     그 목소리는 기묘하게 울렸다.

     

     금속을 비비는 듯한 소리가 났다.

     아루루가 몸을 움츠러드는 것이 느껴졌다. 쥐고 있는 손의 힘이 강해진다.

     뭔가를 돌리고 있는 모양이다.

     

     [후우. 이런 몸으로는 창문 하나 여는 것도 이렇게 힘들구만]

     

     목소리는 말했다.

     

     이윽고 시야의 윗쪽에 금색의 사각형이 떠올랐다.

     그것은 점점 밝아지더니, 저편에 하늘색이 보였다.

     목소리의 주인이 창문의 셔터를 올린 모양이다.

     

     실내가 단번에 잘 보이게 되었다.

     

     "와아......"

     

     릭은 실내를 둘러보며 감탄의 목소리를 흘렸다.

     아루루도 불안해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아루루는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조명이 천장에서 들어오고 있었다.

     

     "릭, 창문이 혼자 열렸어......"

     "열어준 거잖아."

     "누가?"

     "그건 몰라."

     

     실내는, 조금 전까지 있던 창고와는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

     

     [잘 왔다. 용사여......]

     

     또 목소리가 들려왔다.

     릭은 고개를 돌리며 목소리가 난 방향을 찾아보려 했지만, 잘 모르겠다.

     아루루는 이상하다는 듯 릭을 바라보았다.

     

     [......근데 아직 꼬마잖아? 곤란한데]

     

     목소리의 주인은 말했다.

     

     [하지만 용사인 것은 틀림없군. 보면 알아. 그쪽의 아가씨는......다른 모양이지만]

     

     릭은 아루루를 바라보았다.

     아루루도 곤란한 듯 릭을 바라보고 있다.

     

     [그 아가씨는 어디에서 데려왔지? 여자친구냐? 정말이지, 꼬맹이 주제에. 누구를 닮아서 저 꼴인지. 이쪽 핏줄은 전부 이렇구만]

     

     [이름을 대라. 용사여]

     "릭인데."

     [이런 분위기에서는 풀네임으로 말하는 법이다]

     "릭아크우드."

     [아크와 엘리시아의 자식이냐?]

     

     릭은 수긍했다.

     

     [부모님이 여기에 들어오지 말라는 이야기 하지 않았냐?]

     "저, 저기. 맞아."

     [알았다. 이젠 됐다. 녀석들, 제대로 자식을 보고 있기는 한 건지]

     

     목소리는 뭔가 포기한 것처럼 말했다.

     

     [릭아크우드여. 어쨌든 넌 너무 젊다. 아직 빨라. 모든 일에는 시기란 것이 있다.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다시 오도록 해라]

     "어느 정도라니?"

     [그렇군. 사람에게는 적령기라는 것이 있다]

     "적령기가 뭔데?"

     [구체적으로는, 그. 뭐냐]

     목소리의 주인은 말문이 막혔다.

     

     [그 옆에 있는 아가씨한테 키스라도 하고 싶어질 때, 라고나 할까]

     "안 해!"

     [뭐라고?]

     "난 그런 게 아닌걸."

     [그런 거라니?]

     "난 저질이 아냐!"

     

     [하하. 과연 그건 어떨까.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어쨌든, 시기다. 적당한 시기가 오면, 그 때는 나도 오랜 약속에 따라 몇 번이고 되풀이 해왔던 역할을 다하도록 하마......나중에 다시 오거라]

     "응?"

     [이건 몇 번이나 되풀이된 일이다. 얼어붙은 진흙탕에 남은 자국처럼, 사라지지 않고 남은 하나의 선이다. 언젠가 얼음이 녹는 날이 올까? 내 몸의 저주도......아, 잡담을 하고 말았군. 자, 돌아가도록 해......아니 뭘 하고 있냐. 어이. 어이어이어이]

     

     릭은 제멋대로 실내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너무 길었나?

     정말이지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고나 할까, 너무 빨리 익숙해졌다고나 할까.

     

     "이건 뭐야."

     릭은 오른쪽의 벽에 설치되어있던, 문 같은 것에 다가갔다.

     "몰라. 문일지도."

     아루루가 멀리서 보며 말했다.

     

     확실히 그녀가 말한대로, 그 제단의 중앙에 설치된 것은 벽과 비슷했다.

     조각을 새긴 아치가 있고, 그 저편에 벽이 보인다.

     하지만 주의깊게 보면 알 수 있다. 그 아치의 저편에 보이는 경치가, 수면처럼 희미하게 일렁이고 있는 것을......

     

     ......하지만, 어린 아이인 릭에게는 그 조심성이 없었다.

     

     "저기 이건 뭐야?"

     "그러니까 나도 모른다니까. 릭."

     "재밌어."

     

     [크아아아아! 릭아크우드! 소환기를 만지지 마!]

     

     목소리는 당황하여 릭을 제지했다.

     

     [떨어져!]

     "네~"

     [고분고분하니 다행이군.......어이!]

     "저기. 이건 뭐야?"

     

     제단에서 떨어진 것은 좋았지만, 릭은 그대로 다른 것에 눈길을 주었다.

     방의 한쪽에 있는 결정체에 다가가서, 손을 댄 것이다.

     릭이 다가가자 그 결정체는 빛을 휘감았고, 손을 대자 빛이 더 강해졌다.

     

     [릭! 그건 장난감이 아니다! 쓸데없이 기억결정을 만지지 마!]

     

     방의 반대편, 책장에 걸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

     열람대 위에 펼쳐진 한 권의 책.......백지로 된 책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릭이 손을 뻗자, 그 책은 희미하게 빛났다.

     "아, 빛났다. 저기, 이거 빛나."

     아무것도 없던 표면에, 문자와 도형이 떠오른다.

     

     [릭아크우드! 무모의 사본을 만지지 마!]

     목소리는 외쳤다.

     [내용을 읽지 마! 눈을 감고 지금 바로 떨어져!]

     

     "네~"

     릭은 양손으로 눈을 막고 뒷꿈치를 돌렸다.

     "저기 릭, 조금 전부터 뭐하고 있어?"

     "이거저거."

     "노는 건 나중에 하자. 어른의 물건에 손대면 혼난단 말이야."

     

     아루루는 그렇게 말하며 릭을 말렸다.

     

     [오오, 그쪽의 아가씨는 정말 이해가 빠른 아이로군! 잘 들어! 지금부터 데려올 사람이 오도록 해주마! 그 때까지 조용히 그 의자에 앉아있어! 알았냐!? 릭아크우드!]

     "응. 알았어."

     릭은 들은대로 의자에 앉았다.

     [좋아 그거면 돼. 곧 마중나올 테니, 그 때까지 거기에 앉아있어]

     "마중~"

     [누나가 올 테니, 그 누나를 따라가! 그 때까지는 거기서 가만히 있는 거다. 알았지? 이건 용사의 의무다!]

     "알았어."

     

     무언가가 방, 하는 소리가 났다.

     그러자 천장에 무언가의 그림자가 잠시 스쳐지나는 것이 보였다.

     아루루가 흠칫하였다.

     

     "릭, 왜 그래?"

     "여기서 기다리래."

     "기다려서 어쩌려고?"

     "누나를 따라가래."

     "나?"

     "다른 누나."

     "이익."

     

     아루루는 불만스러운 듯 볼을 부풀렸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