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07 룰 1 : 용사의 문장은 불법소지자를 구속합니다
    2021년 07월 20일 16시 01분 3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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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ovelup.plus/story/133552962/138424513

     

     

     

     "나 왔어~"

     아루루는 종이봉다리를 끌어안고서, 흐뭇한 표정으로 방에 돌아왔다.

     "나중에 제대로 생일선물도 해줄 텐데.....앗."

     "아."

     릭도 아루루도 굳어버렸다.

     아루루가 본 것은, 케이크나이프를 든 채로 쭈뼛거리며 서 있는 릭.

     그리고 테이블 위다.

     절단된 케이크.

     "용......"

     아루루는 손을 가슴에 대고서, 꾸욱 움켜쥐었다.

     호통친다.

     

     "용사 릭! 위법행위다! 그런 짓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느냐!"

     

     방 안은 무음상태가 되었다.

     

     그 때의 놀라움을, 릭은 지금도 떠올리고는 한다.

     처음으로 체험한 마법의 발동, 이 세계라고 하는 이계의 침입을.

     

     단순히 조용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공기가 멈춰버리고, 여러가지 소리가 차단된 것이다.

     청각 그 자체가 송두리채 사라진 듯한, 정숙.

     띵, 하며 한순간, 머릿속에 청아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용사의 문장이 발동한 것이다.

     

     "어."

     릭은 자신의 손등을 보았다.

     거기에 떠오르는, 연결된 기하학도형.

     평소에는 어렴풋하게만 보이는 그것ㅡㅡ용사의 문장이라고 불리는 것.

     그것이 청백색 빛을 발하면서, 빛의 선이 릭의 팔을 거슬러 올라간다.

     "어, 어? 어~?"

     

     릭이 빛의 선을 응시하자, 그 안쪽에 읽을 수 없는 문자같은 것이 떠오른 것이 보였다.

     그것은 책의 페이지를 규칙적으로 넘겨가듯이, 무언가의 기호를 전환시켜갔다.

     그 때까지, 불과 몇 초 사이였을 것이다.

     

     "드디어."

     아루루는 양손으로 릭을 가리켰다.

     "용사 릭, 드디어 이 때가 오고 말았구나."

     

     여자애가 가끔 보여주는, 저 미묘하게 냉랭한 표정.

     "유감스럽지만."

     

     릭의 몸이 허물어졌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전신이 진흙덩어리가 된 느낌이다.

     평행감각을 잃었다.

     바닥이 돌고, 위가 아래고, 오른쪽이 왼쪽. 전혀 움직일 수 없다.

     

     "뭐야.....이거......아루루?"

     어떻게든 입은 움직였다.

     온몸이 움직이지 않는데도, 호흡과 발음은 평소대로 할 수 있었다.

     

     "이건 용사의 문장의 효과인데."

     아루루는 릭의 옆에 우뚝 서서는, 팔짱을 끼웠다.

     되도록 위엄을 내보이려 할 때의, 평소에 하던 그녀의 몸짓이다.

     "감찰관의 질책에 의해, 용사의 문장이 발동된다."

     릭은 아루루의 밑에서 허우적거렸지만, 약간 익숙해졌다. 움직이지 못하지만 괴롭지도 않다.

     발버둥치는 릭을, 아루루는 가만히 내려다본다.

     그녀의 제복 밑단이 릭의 얼굴에 닿았다.

     

     "문장이 발동되면, 용사가 '위법상태' 인지 아닌지 마법으로 판정해서, 위법상태라면 그 용사를 행동불능으로 만드는 강력한 마법이 발동돼. 알겠어?"

     "네, 네에."

     "알았으면 좋아......근데, 너무 밑에서 바라보잖아!"

     "크억."

     아루루가 다리를 크게 뒤로 뻗고는, 릭을 차버렸다.

     

     아루루의 발차기는 동작만큼 아프지는 않았다. 차는 시늉.

     아니, 너무 옆에 다가간 쪽이 나쁘잖아.

     이쪽은 움직일 수 없다고. 불합리하다고.

     릭은 그런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말해야 할 일이 있다.

     

     "아루루! 이 마법 풀어줘!"

     "먼저 '합법상태' 가 되는 거다."

     "어떻게 하면 되는데?!"

     "그 손에 든 나이프를 버리지 않으면 안 돼!"

     "아, 이거."

     릭은 자신이 케이크나이프를 손에 든 채라고 깨달았다.

     손에 든 나이프를 감싸는 듯이 빛의 타원형이 공중에 그려지고 있다.

     의미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이프의 형태를 마법이 판정하고 있는 모양이다.

     "위법행위를 지속하는 동안은 문장을 해제할 수 없어! 빨리 버리도록 해!"

     

     릭은 곱아버린 듯한 손가락을 어떻게든 움직여서, 나이프에서 손을 떼었다.

     나이프가 바닥에 떨어져서 소리를 낸다.

     

     "좋아. 나이프를 버렸구나. 지금은 '합법상태' 다."

     "이제 마법 풀 수 있어?"

     아루루는 작게 헛기침을 하였다.

     "크흠. 아~ 아~ 감찰관 아루루님브라이트의 권한에 의해, 용사 릭아크우드의 지속 스턴을 해제한다!"

     리의 몸에 달리고 있던 빛의 선이, 갑자기 사그라드는 것처럼 사라졌다.

     몸에 힘이 돌아온 릭은 일어섰다.

     의외로울 정도로 손쉽게 일어났다. 후유증같은 것은 없는 모양이다.

     

     "이제 됐어. 감사하기나 해."

     "아~ 힘들었다아."

     "고마워는?"

     "고, 고마워. 아루루."

     "그래."

     약간 납득이 안 간다.

     

     릭의 몸에 그려진 '용사의 문장' 은 아직 빛나고 있었다.

     천천히 빛이 사그라드는 모양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한 달 정도는 빛날 것이다.

     

     "의도치 않게, 용사의 문장의 효과에 대해서 얼추 설명하게 되고 말았다. 이런 식으로, 용사의 몸에 달린 '용사의 문장' 은 감찰관의 질타에 의해 발동하며, 위법상태의 용사를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거다. 어때 졌느냐."

     "완전 저주잖아!"

     "그 무슨 사람 듣기에 오해할만한 소리. 세상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좋은 마법이라고."

     

     아루루는 릭을 돌아보았다.

     "자, 용사 릭, 위법행위를 했다는 점은 알고 있겠지."

     "뭐 그래."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야."

     그녀는 릭을 노려보았다.

     눈물짓고 있다.

     "믿었는데."

     "아루루......"

     역시 나빴던 걸까. 하며 릭은 껄끄러운 마음에 눈을 돌렸다.

     솔직히, 케이크를 자른 것은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아루루를 울리게 된 점에는 마음이 아팠다.

     설마 울 줄이야.

     

     아루루는 옷소매로 눈을 훔쳤다.

     "위법행위는 두번 다시 하지 마."

     "응."

     "반드시야."

     "응."

     "새끼손가락 걸어 새끼손가락."

     아루루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릭은 마지못해 손가락을 걸었다.

     "이제 위법행위는 하지 마."

     옆에서 본다면, 어린애 같은 짓거리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손가락을 걸면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두 사람의 어린 시절부터의 룰이었다. 그것은 여태까지 깨트린 적이 없었다. 손가락을 걸었는데도 약속을 깨트린다는 것은, 무언가가 결정적으로 무너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릭은 생각했다.

     아~아, 손가락 걸어버렸구나, 하고.

     릭에게 있어서는, 아루루의 손가락걸기 쪽이 법률보다 더욱 실감이 있고, 무겁다. 쇠사슬같다. 그러고 보면 손가락을 걸때의 모습은 쇠사슬과 비슷하다. 그런 생각을 문득 하였다.

     "그리고, 릭."

     "왜."

     "......나중에 시말서를 쓰도록 해."

     "앗, 예."

     

     "제대로 반성하고 있겠지."

     "반성은 하고 있지만......조금 나이프로 잘라봤던 것 뿐이잖아."

     "조금이 아니라니까!"

     아루루는 테이블 위의 케이크를 가리켰다.

     "8등분이나 해놓았잖아!"

     "그야, 케이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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