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06 케이크를 자르면 안 됩니다
    2021년 07월 20일 14시 22분 1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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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ovelup.plus/story/133552962/352749551

     

     

     

     아루루는 눈에 띄게 커다란 종이상자를 꺼내더니 테이블에 놓았다.

     "생일 케이크를 준비왔다. 기뻐해라."

     "응. 고마워."

     "쌀쌀맞은 녀석이구나. 더 감동하라고. 내 수제니까!"

     "아루루의 수제에?"

     릭은 상반신을 뒤로 젖혔다.

     ".......괜찮을까?"

     "괜찮아."

     "정말?"

     "괜찮다니까!"

     아루루는 테이블을 탁탁 쳤다.

     "제대로 집의 요리사들이 봐주면서 만들었다니까."

     

     아루루는 식기를 준비했고,

     크림이 칠해진 반원형의 케이크가 모습을 나타냈다.

     난잡하게 칠해진 크림은, 제설작업 후에 남아있는 눈 같았다.

     "옮겨올 때 조금 뭉개지고 말았던 거야."

     아루루는 겸연쩍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아무리 뭉졌다고는 해도 그 케이크는 보기 흉했다.

     아루루의 저택에 있는 요리사의 실력은 확실할 것이다. 그들이 이런 케이크를 만들었을 리는 없으니, 이런 부분은 아루루가 손을 대었을 것이다. 아마 생일축하라는 이유로 마무리 정도는 하려던 것이 아닐까.

     그렇게 추측한 릭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아루루가 케이크의 마무리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뒤에 서서 불안하게 지켜보는 요리사들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렸다.

     그렇다고는 해도, 케이크는 겉모습 이외에는 제대로 된 모양이었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데."

     "그래그래. 맛있다고."

     "아루루가 배를 비워놓으라고 말해서....."

     릭은 케이크의 옆에 있던 케이크나이프에 슬며시 손을 뻗었다.

     "잠깐, 안 돼."

     아루루는 재빠르게 릭의 손목을 붙잡았다.

     "날붙이에 손대면 안 돼!"

     

     "누가 날붙이에 손대도 된다고 했지?"

     그녀의 둥그런 얼굴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엄격한 어조였다.

     "용사 주제에 날붙이를 들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

     "미, 미안."

     "정말이지, 혼잡한 틈을 타서 만지려 든다니까."

     아루루는 몸을 지키려는 포즈를 취해보였다.

     "누가 들으면 오해할라."

     "잠시도 방심할 수 없잖아. 진짜."

     

     아루루는 릭의 손에서 케이크나이프를 빼앗았다.

     나이트라고 말해도, 끝이 둥그런, 거의 자를 수 없는 나이프다.

     버터나이프가 조금 커다랗게 된 것 같은 물건이다.

     손에 찔러도 상처도 나지 않는, 그야말로 케이크 정도만 자를 수 있는 것이다.

     

     "저기 말야......생일이고 하니."

     약간 시간을 두고서, 릭은 아루루의 표정을 살펴보면서 쭈뼛쭈뼛 말하기 시작했다.

     "인생에서 한번 정도, 나이프를 써보고 싶었는데......"

     "안 돼."

     "왜 안 돼는 거야?"

     "나이프를 쓰면, 단검스킬이 올라가기 때문임이 당연하잖아."

     "단검스킬이 뭔데?"

     "단검을 쓰는 여러가지 기술이다! 당연하잖아!"

     

     "하지만, 한 번 정도는."

     "안 돼, 절대로."

     아루루는 고개를 붕붕 저었다.

     "한번 허락해버리면, 계속 허락해버리게 되고 말아서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된다고 아빠....아버지께서도 말씀하셨다니까!"

     "......"

     "평소대로 내가 자를 거야......아. 그래."

     

     아루루는 당황한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섰다.

     "릭, 잠깐만!"

     "왜?"

     "양초를 꽂아야 해."

     "그런 거 없어도 딱히 상관없어."

     "제대로 준비해왔는데! 마차에 놔두고 왔지 뭐야. 잠깐만 갖고 올게."

     그녀는 잰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하아. 이런이런."

     그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방에 남은 릭은 한숨을 쉬었다.

     "이벤트같은 것에 고집한다니까아. 모두 다 저럴까."

     그런 혼잣말을 하고 있자, 아루루가 문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바로 돌아올 테니, 나이프 만지지 마."

     "응~"

     릭은 건성으로 대답했다.

     

     자, 릭의 옆에는 나이프가 있다.

     릭은 금지된 그것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는 케이크를 자르는 법을 알고 있다.

     중심에 나이프의 끝을 대고서 방사선으로 자르는 그 방식.

     알고 있을 뿐이다. 시험해본 적은 인생에서 한 번도 없다.

     계속 금지당했었으니까.

     

     그 때의 릭의 마음은, 이른바 어른의 흉내를 내고 싶어하는 아이와 마찬가지였다.

     그 호기심을 누가 탓할 수 있을까.

     그리고 릭은 알고 있다.

     뭐라 말해도, 아루루는 소꿉친구인 자신에게 막 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잘라버리기만 하면 이긴 거다.

     끝난 일로서 너그럽게 봐줄 것이다.....

     릭은 케이크나이프를 손에 들고,

     처음으로 쥐는, 금속의 시원한 감촉에 약간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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