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손톱깎이를 가지는 것도 위법입니다

 원문 : https://novelup.plus/story/133552962/459470849

 

 

 

 아루루는 감찰관 핸드북을 도도하게 읽어내리면서, 중요한 부분을 리크에게 복창시켰다.

 "저기 말야. 그 법률은 몇 번이나 들어서 알고 있는데."

 리크가 불평을 한다.

 "그게 뭐? 몇 번이나 들었으니 이번에 들어도 괜찮잖아."

 "전부터 느끼던 건데."

 "서두는 되었으니 빨리 말해."

 "이 법률, 용사한테 진짜 불리한데."

 "그랬었나?"

 두 사람은 잠시동안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아루루는 이제야 웃었다.

 "괜찮아. 내가 릭을 함부로 곤란하게 만들 거라 생각해?"

 "조금은."

 "와하하. 괜찮다니까. 나쁘게 대하진 않을 거야."

 "......"

 "다음이나 읽자. 여기까지는 서론. 이제부터가 중요해."

 

 

＞　　【일상의 행동에 대해서】

 

＞일상용품에서도 날붙이를 써서는 안 됩니다:

 

＞연합오아국의 모든 신민은, 무기규제법에 의해 어떠한 무기류의 소지도 원칙상 금지되어있습니다.

＞ ※ 여기서 무기란, 일상생활・농업・수렵 등에 쓰는 목적이 아닌, 다른 자를 공격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소지할 경우에는 신청이 필요합니다.

＞용사라고 해도, 우리들과 함께 살아가는 국민임에 다르지 않습니다.

 

＞용사 여러분은, 여기에 더하여 일상생활에서도 날붙이는 써서는 안 됩니다.

＞여기서의 일상용 날붙이란, 스테이크나이프, 과일 나이프, 식칼, 장작도끼, 조각칼, 괭이, 가위, 면도칼, 손톱깎이 등의 모든 금속제품과 석기입니다.

＞ ※ 상세한 내용은 가이드라인에 첨부된 리스트를 참고할 것.

 

＞기껏해야 일상용 날붙이라고 얕봐선 안 됩니다.

＞용사 여러분이 이것들을 사용할 경우, 단검스킬, 장검스킬, 도끼스킬 등의 전투스킬이 향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투스킬은 가장 중대한 용사 리스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일상적으로 날붙이를 사용하고 있으면 날붙이의 사용에 저항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버립니다.

 >이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괜찮으니 이 정도도 괜찮을 거다.

＞그런 사이클의 결과로서, 처음엔 가벼운 마음에서 시작되었을 행동이 동검과 강철의 검, 끝내는 드래곤킬러나 전설의 검까지 손에 넣는 결과가 되는 것입니다.

>이걸 게이트웨이 이론이라고 합니다.

 

 

 

 "가위는 뭐 이해하지만 말야."

 릭은 한숨을 쉬었다.

 "손톱깎기까지 금지하잖아. 이거, 왜 그런대?"

 "음~ 잘 모르겠지만."

 아루루는 약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옛날에 손톱깎기로 싸웠던 용사라도 있었던 게 아니려나."

 "그런 이상한 용사가 있을까보냐!"

 "뭐 그래. 아마도, 손톱깎기를 핑계로 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기 위해 리스트에 넣은 거겠지. 손톱깎기도 크게 만들면 단두대니까."

 

 아루루는 손에 든 책을 자신의 목에 대어보였다.

 확실히 그래. 라면서 릭은 약간 납득해버렸다.

 

 "그보다, 엘리시아 씨라면 가위로 드래곤도 쓰러트릴 수 있잖아."

 "그야 어머니라면 그렇지만. 그보다 드래곤 정도면 맨손으로도 되는데."

 "것 봐."

 

 릭은 반쯤 납득하면서도 과감하게 반론한다.

 "손톱도 자유롭게 깎을 수 없다고."

 "딱히 곤란하지 않잖아. 내가 깎아주고 있으니."

 "그게 싫다고."

 "뭐라고?"

 "좀 껄끄럽다고! 그거!"

 "난 꽤 즐거운걸."

 

 어린 시절부터 손톱을 깎아줬던 아루루였다.

 그게 갑자기 껄끄럽다고 느껴지게 된 것은, 거의 최근의 일.

 아루루가 자신의 손가락에 손을 대며 손톱을 깎아주는 동안, 그녀의 깔끔하게 빗겨진 머리카락의 갈라진 틈을 보면서 따분하게 기다린다. 손톱이 길어지면, 그때의 편찮았던 느낌만 생각나게 될 정도였다.

 

 "16살이 되었으니, 그 정도는 하게 해줘. 다른 용사감찰관도 그런 것은 못 본 척하고 있다던데."

 "고려해볼게. 알았으니, 자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