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3 재빨리 회의하자!2021년 06월 20일 17시 55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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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화이트보드에 쓰여진 문자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기. 국제동맹회의까지만 쓰면 된다고. 부제는 필요없어."
"아, 알겠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사이노스가 '경에 의한 제국분쇄 어쩌고' 라고 써놓았던 부분을 화이트보드 지우개로 지웠다.
"....그 도구가 상당히 신경쓰입니다만."
화이트보드에 눈길을 빼앗긴 모습의 메아스 대표 3명 중 하나, 핑클이 얼빠진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화이트보드는 본 일이 없을 테니까.
하지만, 이쪽으로서도 게임 시절 지아이성을 만들 때 오피스 세트를 구입했기 때문에 화이트보드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재고는 지아이 성에 4개, 이 발・발하라 성에 옮겨온 하나. 총 5개 밖에 없다.
"안 줘."
나의 말에 고개를 추욱 숙이는 메아드의 대표였고, 아리스키테라가 흥미로운 듯 화이트보드를 바라보았다.
"....본 일이 없던 재료인데요, 무슨 재료를 쓴 건가요?"
나도 몰라.
"비밀이다. 현재로선 오리하르콘보다 귀중하니까."
내가 일단 덮어놓으려고 그런 대답을 하자, 아리스키테라 뿐만이 아닌 사하로세테리와 후우텐까지 놀라버렸다.
거짓은 아니니 좋다고 치자.
"자, 회의를 시작하려고 생각하는데 이제 좋을까?"
내가 그렇게 묻자, 모두가 승낙의 대답을 하였다.
"좋아. 그럼, 국제동맹 긴급회의를 개최한다. 이번엔 소집한 장소가 에인헤랴르이며 회의를 신청한 렌브란트 왕국의 의견도 있으니, 의장은 내가 맡도록 하겠다. 모두, 의의있나?"
내가 그렇게 묻자 대다수는 동의하였지만, 세 소국 대표들의 의견은 달랐다.
".....하나 질문이 있다. 지금의 이야기로 볼 때, 회의를 연 나라나, 회의를 신청한 나라의 대표가 지지한 자가 의장이 되는 것인가?"
토고우가 방심할 수 없는 시선을 이쪽으로 보내며 질문하였다.
난 고개를 끄덕인 후, 리아나를 보았다.
"이번엔 그렇게 되었다. 아직 확실한 제도는 아니지만, 긴급회의일 경우엔 회의를 신청한 국가가 그런 요청을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긴급을 요할 때, 회의의 의장이 그다지 사이가 안 좋은 나라의 대표라면 불안하지 않겠어?"
내가 미소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도고우는 그렇군, 하는 한 마디를 중얼거리고 내게서 시선을 떼었다.
이어서, 요시프가 팔짱을 끼며 신음소리를 내었다.
"물론, 평소의 정기적인 회의에선 다른 형태가 되는 것이겠지요? 그건 국제동맹이라는 조직에 가맹한 이상,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정기회의에서는 각국이 순서대로 담당해갈 예정이다. 개최국과 그 나라의 대표가 의장이 된다."
요시프의 질문에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요시프한테서 시선을 떼고 뭔가 말하고 싶은 모습의 카이제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일단, 국제동맹의 조약은 다음에 마련하도록 하자. 먼저 오늘 의제부터다. 그럼, 이번 회의를 신청한 렌브란트 왕국의 대표 리아나 공주."
"네. 렌브란트 왕국의 대표 리아나입니다. 이번 우리 렌브란트 왕국은 예전부터 영토전쟁을 하고 있던 인멘스타트 제국과 정전을 체결했습니다. 이것에는, 제국도 정전을 인정한다는 서류를 교환해놓았습니다. 하지만 전날, 인멘스타트 제국이 렌브란트 왕국에 군대를 파견했습니다."
리아나가 그렇게 보고하자, 핑클이 고개를 들었다.
"정전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그럼, 지금은 왕국과 제국과의 국경에서 전투가 일어나는 중입니까?"
"네. 동부에 있는 요새도 한때 제국의 손에 함락되었지만, 지금은 다시 국경 부근으로..."
핑클의 질문에 리아나가 대답하고 있자, 이번엔 지로모라가 한쪽 눈썹을 치켜들며 입을 열었다.
"반격한 것인가? 기습을 받았다고 했었지? 요새까지 빼앗겼는데 잘도 반격을 성공시켰구나."
"아뇨...요새는 함락당한 것 뿐이고, 제국은 빼앗은 요새를 내버려두고 다시 국경까지 물러난 모양입니다."
"....뭐야, 그건."
그녀의 설명에, 지로모라는 수상쩍다는 표정으로 내 쪽을 보았다. 왜 날 보는 것인가.
내가 지로모라를 바라보고 있자, 사하로세테리가 한손을 들었다.
"도중에 실례합니다...인멘스타트 제국은 국제동맹의 일을 모르는 것입니까?"
"그런 바보같은. 국제동맹 측에서의 타진도 있었고, 우리 쪽에서도 많이 선전하였다."
지로모라가 그렇게 고하자, 사하로세테리는 의아한 표정으로 지로모라를 보았다.
"그럼, 어째서 렌브란트 왕국에 쳐들어갔을까요. 설령 렌 님의 존재에 회의적이라고 해도, 최소한 메아스나 저희 엘프와 수인국까지 적으로 돌릴지도 모른다...그런 생각은 안 했을까요?"
사하로세테리가 그런 질문을 하자, 지로모라는 입을 다물었다.
잠시 동안의 침묵 후, 가만히 보고 있던 후우텐이 입을 열었다.
"....어쩌면, 다른 나라를 적으로 돌려도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런...그 가란 황국이 대패한 이야기는 확실히 알고 있을 터입니다만..."
후우텐의 의견에, 카레디아가 당혹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그들을 바라보던 카이제크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발언하였다.
"....왜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렌브란트 왕국 측에서 먼저 공격했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네?"
카이제크의 말에, 리아나의 표정이 사라졌다.
모두가 리아나를 쳐다보는 와중, 그녀는 핏기가 가신 표정으로 일어섰다.
"그,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답니다. 우리나라에서 먼저 정전을 신청한걸요?"
리아나가 그렇게 해명하자, 이번엔 요시프가 회의적인 시선을 리아나에게 향했다.
"....정전을 주장했던 측이기 때문에, 기습이 성공한다. 그런 견해도 있을 수 있겠군."
요시프가 카이제크의 의견에 동의하는 듯한 말을 입에 담자, 리아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요시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옆에 앉은 토고우도 짧게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전법으로서는 유용하다. 기습을 성공시킨다면 말이지만. 국제동맹은 사실 아직 생기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야. 그렇다면, 국제동맹이 성립되기 전에 렌브란트 왕국이 제국의 영토를 가능한 한 갉아먹자고 판단해도 위화감은 없어."
"아니에요! 우리나라는 그런 일은 안 해요!"
세 명의 대표가 부정적인 의견을 말하자, 리아나가 드물게도 이성을 잃고 소리를 쳤다.
그걸 본 지로모라가 눈썹을 찌푸렸다.
"아니, 그건 근거가 되지 않아. 아가씨가 그런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알겠지만, 나라는 다르잖아? 사실, 얼마 전까지의 렌브란트 왕국은 외국을 침공하는 측이었다. 지금의 국왕이 온건파인 것은 소문으로 들었지만, 내정을 모르는 외국이 보기에는 국왕의 해명도 수상하게 비춰진다는 이야기다."
울 것 같은 리아나를 곁눈질하면서, 난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로 하였다.
"....일단, 렌브란트 왕국의 크레이비스 왕에 관해선 내가 보증한다. 크레이비스 왕은 이제 인멘스타트 제국을 공격할 의사도, 그래야 할 의미도 없는 상태다."
외국 대표들이 조용해진 와중, 카이제크는 어깨를 들썩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건 결국, 리아나 공주와 마찬가지로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만....뭐, 상관없겠죠. 그렇다면, 렌브란트 왕국의 동부에 있는 영주는 어떻습니까? 어떤 인물인지 알고 계십니까? 리아나 공주."
카이제크가 그렇게 말하자, 리아나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굳어버리고 말았다.
난 한숨을 쉬고서, 카이제크를 보며 입을 열엇다.
"그것도 결론이 나지 않는 의제로군. 만일 동부에 있는 영주의 원인으로 왕국과 제국이 싸우는 상태가 되었다면, 영주를 처형하고서 동부의 일부를 제국에게 내어주던가 배상금을 지불할 수 밖에 없겠지. 그보다, 이번 회의의 의제로 넘어가자."
내가 그렇게 말하자, 요시프가 미간에 주름을 만들며 고개를 들었다.
"왕국과 제국의 전쟁이 의제가 아니었단 말입니까?"
"본제는, 어떤 군대에 대한 정보의 공유와 함께 각국이 어떤 원조를 해줄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나는 그렇게 대답한 후, 모두를 둘러보며 입가를 들어올렸다.
"모두들, 걸어다니는 사체의 군대에 짐작가는 부분은 있나?"
내가 그렇게 물어보자, 모두의 눈이 단번에 부릅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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