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73 도적소녀
    2021년 05월 31일 13시 35분 4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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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3461cg/185/

     

     

     

     에리스는 눈을 떴다. 하지만, 상태가 이상하다.

     메베트의 부름과 캐티의 부름에도 반응은 있었지만, 시선은 천장을 바라보기만 하고 있다.

     "에리스, 래칭을 데려왔다."

     현관에서 래칭을 주운 레베가, 에리스의 가슴에 그녀의 용을 놓아주었다.

     에리스는 계속 천장을 바라본 채.

     래칭도 가만히 있다.

     어느 사이엔가 클레어와 후라우도 에리스를 둘러싸고 있었다.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자, 갑자기 에리스가 천장을 바라본 채, 큰 방울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내 절반이 사라졌어......"

     

     에리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

     래칭을 제외하고서.

     래칭은 다른 자도 들리도록, 목소리를 내어 에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맞아 에리스, 절반이 어디론가 가버렸구나."

     에리스의 눈물은 그치지 않는다.

     "저기, 래칭. 이제 난, 네 드래고닉 발큐리아가 될 수 없을까? 모두와 함께 있을 수 없는 걸까?"

     래칭은 에리스의 가슴 위치에서 성큼성큼 걸어나가서, 에리스의 볼에 자그마한 머리를 대었다.

     "에리스, 넌 나의 드래고닉 발큐리아다. 난 너의 용이다. 그리고, 착각하지 마. 네가 모두와 함께 있는 게 아니다. 모두가 너와 함께 있고 싶은 거다. 넌 황금의 유녀다.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할 틈이 있다면, 체력을 회복하고서 다음을 생각해라."

     어느 사이엔가, 드래고닉 발큐리아들과 용들이 에리스의 표정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가씨, 평의회에서 널 기다리고 있다."

     "에리스, 상인들이 당신의 설교를 기다리고 있어요."

     "에리스, 전직 용자와 전직 마왕이 재미있게 되어버렸어."

     "에리스, 일단 아저씨들을 놀리러 서쪽 어촌(희망의 해안)으로 놀러가자냐."

     "자, 에리스. 넌 여러가지로 바빠질 테니, 먼저 체력을 회복해라."

     어느 사이엔가 에리스의 눈물은 그쳐있었다. 눈물자국을 후라우가 살며시 닦았다.

     "알았어. 모두 고마워."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에리스는 다시 잠에 들었다.

     

     "래칭, 너 뭔가 알고 있지?"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건 알고있어요."

     "에리스의 절반이라니 무슨 말이야?"

     "너희들 일단 에리스 사장이 눈을 뜬 일을 기뻐하라고!"

     여전히 통일이 안 되는 네 용이었지만, 래칭과 드래고닉 발큐리아들도 이런 분위기는 항상 있는 일.

     "에리스는, 거의 틀림없이 용자, 마왕과 같은 존재였다."

     모두가 놀라는 와중에, 래칭은 설명을 이어나갔다.

     "에리스의 마도구에 관한 엄청난 능력은 너희들도 알고 있겠지. 그거야말로, 아마 신에게서 받은 능력이다."

     이어서 래칭은 에리스가 살아남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 술식은, 사용자의 정신력을 송두리째 갖고 가는 것. 그래서 본래 사용자는 반드시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에리스의 능력 중 하나는 마도구를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니, 정신력의 부담없이 마도구를 무한정 사용할 수 있다는 편이 올바를까. 그렇지, 클레어."

     래칭의 말에, 클레어가 수긍했다.

     "그렇기 때문에 에리스는 지모용신을 소환한 후에도 목숨을 부지한 것이다. 그 후, 용자와 마왕과 마찬가지로, 신에게서 받았던 힘이 정화되고 말았다. 그게 에리스가 말한 '절반이 사라졌다' 의 진상일 거다."

     모두가 이해했다.

     에리스는 이제 마도구에 관한 능력은 쓸 수 없어졌다고.

     모두가 생각했다.

     그래서 어쨌냐고. 그딴 거 상관하지 않는다고.

     에리스가 돌아왔다. 그게 모두에게 있어서의 최고의 선물이었으니까.

     "그럼 마스터들에게 아가씨가 눈을 떴다고 알려주고 올겠다."

     "전 에리스가 좋아하는 음식을 마련해둘게요."

     "에리스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순회하고 올게."

     "냐~"

     보석상자들은, 평소의 미소를 되찾았다.

     어느 사이엔가 재기동한 머신드래곤도, 당연한 것처럼 메베트의 펜던트로 돌아가 있었다.

     

     "저기 브냥."

     "뭐야 캐티."

     "어째서 브냥은 프리티 스타일인 채다냐?"

     "아 우리들, 그때, 마자 수준까지 분해되는 바람에 지금은 몸을 되찾는 중이라고. 뭐 당분간은 체인지휴먼과 리셋보디는 무리겠지."

     "그래. 뭐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냐."

     "맞아 캐티. 즐길 수만 있으면 된다고."

     

     

      "여어, 에지."

     갑자기 의식에 들려온 말에, 에지는 정신을 되찾았다.

     "날 부른 건 누구지?"

     "나다, 도적의 신."

     여기는 공세와 현세의 경계.

     에지는 떠올랐다. 그래, 난 도적의 신의 권유를 받고서, 에리스로 전생했다는 것을.

     "얼라, 혹시 나 죽었어?"

     "아냐, 넌 천신에 의해, 에리스의 몸에서 빠져나온 것 뿐. 내가 네게 주었던 능력과 함께."

      도적의 신의 간단한 대답에, 에지는 무심코 화가 났다. 그럼 에리스가 죽고 만다면서.

     "에리스를 죽인 거냐!"

     "그런 짓을 왜 하겠어. 네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지만, 에리스의 몸에는 에리스의 혼과 네 혼이 동거하고 있었다. 너, 자연스레 문자를 읽는다던가, 자연스레 소녀 말투를 쓰는데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어?"

     듣고 보면 그렇다.

     지모용신을 불러낼 때 '죽음을 각오' 한 것은 '에지' 뿐만이 아니라 '에리스' 또한 그랬었다는 것을, 이제와서 눈치챘다.

     그런가, 계속 함께 있었는가.

     "그럼, 에리스는 살아있는 거구나."

     "그래, 걱정마지 마라. 랜드드래곤도 그녀를 지켜주고 있다."

     "그런가, 그럼 됐어."

     에지는 안심했다. 에리스가 살아있다면 그걸로 됐다.

     "그런데, 또 이야기가 있다만."

     "뭔데."

     "너, 이번의 공적으로 망자 코스에서 전생 코스로 랭크업했어. 그래서, 어느 쪽으로 전생하고 싶어?"

     "공적이라니?"

     "너, 용자와 마왕 2명이 힘을 가진 채로 싸움을 포기하게 했잖아. 그건 여태까지 없었던 사태라고. 그렇기 때문에, 그 세계는 계속 지켜봐야 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떤 미래를 자아내는지를 보기 위해서. 천신은 전쟁의 신과 마도의 신의 섣부른 개입에 한층 더 화가 났다고."

     "그런가. 그거 안 됐군. 그런데, 어느 쪽으로 전생이라니?"

     "트레일러에 치였던 세계와, 지모용신을 불러냈던 세계."

     에지는 잠시 고민했다. 전의 세계에서는 편리한 사각 상자가 눈앞에 있었다. 전생한 세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세계에서는 뇌에서 피가 나올 정도로 생각했었다. 자신의 해답을 낼 때까지 생각했다.

     "그럼, 에리스가 있는 쪽."

     "알았어. 하지만 시간축은 어긋나고, 네 기억은 혼의 밑바닥에 잠길 거야."

     "됐어, 다음도 즐기고 올게."

     "그래, 좋은 각오다. 그럼, 굿 럭."

     도적의 신의 말과 동시에, 에지는 다시금 의식을 잃었다.

     

     

     아르메리안 대륙에서는, 천사 소동 이후 여러 변화가 일어났다.

     먼저 대륙 안을 진동시킨 것은, 놀랍게도 그레이 왕의 즉위.

     그 멍청이가 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 마더컴플렉스가 할 수 있을 것인가, 그 근성없는 놈이 해낼 수 있을까라며 주변 도시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당사자인 스카이캐슬에서는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모양이다.

     

     다음은, 성채도시 마르스필드와 도예도시 세라믹스의 영주교체. 마르스필드는 챠피 경, 세라믹스는 스튜어트 경이 영주에 취임했지만, 문제는 그들의 부인. 부인 2명은 위트그레이스 공인 레오팔드로렌베르트 경의 딸. 거기다 세번째 딸은 와란의 드래고닉 발큐리아이며, 그의 손녀딸은 머신드래곤의 사용자다.

     "당분간은 로렌베르크 가문의 천하인가?" 라는 소문을 들어도, 당사자인 본인은 신경쓰지 않는 모습. 뱀장어 할배는 머지 않아 차의 수확기가 다가온다는 이유로 조용히 위트그레이스에 머물고 있고, 스튜어트 경의 부인인 그릴레는 와란에서 떠나는 것을 꽤 불만스러워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와란에서는, 어느 사이엔가 전 마왕인 베루루데우스가, 예전부터 와란에 살고 있었다는 것 처럼 뻔뻔한 태도로 마을을 활보하고 있다. 그는 에리스가 개발했다고 하는 온열설비와 금융시스템, 유통 등을 돌아보면서 감탄하였다. 그것들은 서투르기는 하지만 심플했으며, 사상에 정체나 왜곡이 없었다. 왜곡이 없으니 이권과 차별이 태어나지 않는다. 베루루데우스는, 힘을 잃고 말았다는 에리스 대신에 그런 시스템의 상태를 봐주려고 생각했다.

     

     한편 자유의 산책로에서는 결전 전의 연회 덕분에 사이가 좋아진 위트그레이스의 병사들과 와란의 여자들 사이에 수십에 달하는 커플이 생겨나서, 여자들이 위트그레이스로 시집가고 말았다. 그 때문에 자유의 산책로에서는 다시 인력이 부족하게 되어서 마셰리가 서둘러 모집했더니, 마르코시아의 소문을 들은 마족들이 모여들었다.

     "정말, 뭐든지 가능이라는 건 이런 거네."

     마셰리가 중얼거리고서, 마르코시아에게 지시를 내렸다.

     "마르코시아, 마족의 면접은 당신도 입회하세요."

     "예! 마스터 마셰리!"

     마르코시아는 자연스레 마족의 리더가 되어있었다.

     

     캐티가 구해줬던 선왕 죠J스카이캐슬은, 캐티가 약속한 일도 있어서 리조트 호텔의 한 쪽에 있는 경치좋은 방에 거주하게 되었다. 그의 시중은 고양이수인과 바다표범수인의 여자들이 봐준다.

     죠에게 있어, 고양이의 푹신푹신함과 바다표범의 복슬복슬함은 신선한 감촉이었다. 성적인 의미가 아니라, 그냥 귀여운 감각. 그는 일광욕을 되풀이 하고 특산 요리로 조금씩 체력을 회복하여, 지금은 자신의 다리로 방과 해안을 오갔다.

     그러던 어느 때, 평소에 가던 해변에서 일광욕의 준비를 하고 있자 이상하게 화려한 집단이 다가왔다.

     죠는 신경쓰지 않고 시중드는 수인녀 2명과 함께 해변의자에 누워서 일광욕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집단에 의해 쾌적한 기분을 방해받았다.

     "여어, 형님, 조금은 회복했나보네, 체력도 허리 밑도."

     막말을 걸어온 자는, 동생인 선왕 잭이었다.

     "난 허리 밑의 욕망에서는 예전에 해탈했다고. 너야말로 복상사하지 말도록 해."

     결국, 선왕 잭J스카이캐슬도 은퇴 후에 여기로 이주해버렸다. 왼팔에는, 거듭된 밤의 배틀 결과 겨우 굴복시킨 전직 와란도적길드 소속의 '개미지옥' 마리린을 거느리고서.

     이런 경위여서인지, 서쪽 어촌(희망의 해안)은 은퇴한 왕족과 귀족의 은거장소로 정착되었다.

     

     기스는 결국 아이훌 씨에게 차였다. 그보다는, 고백하기 전에 아이훌 씨가 바즈 씨와 결혼하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의 기스에게 그건 아무래도 좋다. 그도 더욱 좋은 장소를 발견했으니까.

     "주인, 있는가?"

     "어서오십쇼, 주인께서는 안 계시지만, 안내는 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가, 실은 오늘 내가 짓밟힐 차례라서 말이야, 이번엔 꼭 마르게리타한테 섹시한 속옷을 입히고 싶네만."

     찰싹!

     곧바로 마르게리타의 싸대기가 베루루데우스의 얼굴을 덮쳤다.

     "당신, 조금 더 말을 골라! 이것 봐, 모두 여기를 보고 있잖아."

     "시끄러! 다른 사람 따윈 아무래도 좋아! 난 네게 짓밟히면서 네 뇌쇄팬티를 바라보고 싶단 말이다!"

     "손님, 싸움은 바깥에서 해주시죠."

     여기는 부띠끄 가면무도회.

     내쫓긴 2명과 교대로, 아이훌과 오후의 휴식을 즐기던 프람이 가게로 돌아왔다.

     "이제 왔어. 어라, 마르게리타가 쫓겨나지 않았어?"

     "그게, 가게 안에서 치정싸움을 시작해서 내쫓았다."

     "그 두 사람도 여전하네."

     그런 말을 나누면서, 프람과 기스는 마중의 키스를 나누었다. 

     그렇다. 기스는 스카이캐슬 도적길드를 그만두고, 프람과의 사실혼을 하고 말았다.

     

     

     

     그렇게 하여, 300일의 때가 지나갔다.

     

     여기는 스카이캐슬 성.

     에리스 일행은 오랜만에 왕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레이 국왕과 마리오네타 왕비 사이에 태어난 아기를 축복해주기 위해.

     "오랜만이에요 그레이 국왕님, 마리오네타 왕비님."

     후라우가 모두를 대표하여 국왕과 왕비에게 인사를 하였다. 후라우의 뒤에는, 부끄러운 듯 에리스가 숨어있다.

     "그렇게 딱딱하게 대하지 않아도 돼. 그런데 에리스, 내가 무서워?"

     "무섭지는 않아요."

     에리스는 오른손으로 레베의 왼손을 거머쥐면서, 그레이에게 한껏 허세를 부렸다.

     "자 여기로 와요. 여러분의 축복을 내려주도록 하세요."

     마리오네타는 5명과 그녀의 용들을, 갓난아기가 잠들어있는 바구니로 안내했다.

     모두가 바구니 안을 들여다보자, 그곳에는 이제야 이목구비가 갖춰졌을, 귀여운 표정의 갓난아이가 잠들어있었다.

     ......

     "에....지......?"

     .......

     에리스가 갓난아이의 표정을 들여다보면서, 갑자기 무의식적으로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에지? A와 Z?"

     에리스의 중얼거림에, 레베가 되물었다.

     "최초와 최후인가요."

     후라우가 아무렇지도 않게 감상을 입에 담았다.

     "최초에서 최후, 모든 것을 아는 AZ네."

     클레어도 말을 덧대었다.

     "그럼, 읽는 방법은 멋들어지게, 아쥬로 하자냐."

     캐티가 괜찮은 제안을 하였다.

     거기에 그레이와 마리오네타가 재빨리 반응했다.

     "드래고닉 발큐리아에게 이름을 받은 왕자라는 것도 좋겠어."

     "저는 '아쥬' 의 어감과 유래가 마음에 들었어요. 그거, 채용할게요."

     그렇게 하여, 착착 왕자의 이름이 결정되어버렸다.

     마리오네타는 바구니에서 갓난아기를 안아들고는, 얼굴을 가까이하며 갓난아기에게 속삭였다.

     "당신의 이름은 아쥬, 이 나라의 왕자. 하지만, 왕이 될지 아닐지는 당신의 노력 여하예요."

     이미 왕의 세습제 폐지를 선언한 그레이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때, 갓난아기의 입가가 한순간 비틀어지며 미소를 지었다.

     그 한순간의 미소로, 드래고닉 발큐리아의 5명은 동시에 마음이 찔렸다.

     악마와도 같은, 어딘가에서 본 일이 있는, 그녀의 기억 밑바닥에 새겨진 그리운 미소에.

     "흥."

     모든 것을 깨달은 것처럼, 래칭만이 코웃음을 쳤다.

     

     

     몇년 후, 묘령의 드래고닉 발큐리아들을 휘두르며, 그 용들을 턱으로 부려먹고, 7세나 연상인 마르스필드 공작영애를 꾀어서는 머신드래곤까지 자기 것으로 만든 쇼타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는 몇년 후, 아르메리안 대륙은 물론,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대륙과 섬에 그 이름을 떨치게 된다.

     '드래곤 마스터'  아쥬아르메리안 1세라고.

     이것은 또 다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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