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9 마지막 한 수2021년 05월 30일 02시 30분 3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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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갔다. 전투가 개시된 후 지금까지 3시간이 경과하였다.
에리스 일행의 공격력은 천사들을 상회한다. 용들도 피로가 느껴지지 않는 몸짓으로 브레스를 토해내었고, 몸으로 천사들을 깨부시고 없애버렸다.
레베가 베고, 후라우가 깨부시고, 클레어가 꿰뚫으며, 캐티가 긁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체력의 한계가 다가왔다.
에리스 일행이 구축하고 있는 방어라인을 돌파하여 와란의 입구를 지키는 와란의 화약고와 병사들을 덮치는 천사들의 수도 점점 늘어나서, 마을을 지키는 마지막 라인은 지금이라도 돌파될 것만 같았다. 마지막 라인이 돌파되었을 때, 그것은 천사들에 의한 시민의 대학살이 시작되는 때.
그것만큼은 어떻게 해서라도 피하고 싶다. 하지만 전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
어느 사이엔가 5마리의 용들은 피로의 극한에 달했으면서도, 기운차게 무기를 휘두르는 자신들의 발큐리아를 지키려는 것처럼 그녀들의 주변에 내려왔다.
레베가 숨을 들썩이면서도 천사들을 베어버리면서 입가를 들어올렸다.
"이제 약한 것들 괴롭히기도 질렸다."
후라우도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자신을 고무시키려는 것처럼 핼버드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끝이 없네요."
클레어는 피카레스크드래곤의 머리 위에 주저앉았으면서도, 등에 왈큐리아 랜스를 띄워서 천사를 향해 쏘면서 에리스에게 미소지었다.
"에리스의 능력이 있어서 다행이었어. 나도 활약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리고 방어전을 위해 에리스 일행의 앞에 선, 여전히 춤추는 것처럼 천사들을 도려내고 있는 캐티가 거들었다.
"아직 이제부터다냐."
하지만, 그녀들은 눈치채고 있었다. 자신들의 한계가 머지 않아 찾아올 거라는 사실을.
그리고 에리스도 눈치챘다. 확실하게 자신과 그녀들의 움직임이 느려졌다는 사실을.
자신은 계속 랜드드래곤의 화산소환을 연발하고, 틈을 보아 클레어를 위해 정신의 반지에 정신력을 충전시키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마도구무쌍의 능력이 있다고 해도, 8살 몸으로 3시간이 넘는 전투의 긴장은 극도의 피로를 가져다주었다.
이대로 가면 돌파당한다.
돌파당하면 거기서 끝장.
에리스ㅡ에지는 생각했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하고, 뭔가 타개책은 없을까 하고, 열심히 생각했다.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묘수가 남아있을 리가 없다.
그런 와중에, 천사들은 점저 용들의 몸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용들은 자신들의 발큐리아를 지키는데에 필사적이어서, 자신에게 들러붙는 천사까지는 처리할 수 없었다.
그러자, 천사들은 조금씩 용들의 몸을 침식하기 시작했다.
"위험하게 됐다."
"왜 그래, 래칭."
"천사들이, 우리들의 몸이 마자(魔子)로 되어있다는 것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저 녀석들, 마자를 통해서 우리들의 몸을 조금씩 분해시킬 셈이다."
"뭐라고!"
"그래, 이건 위험하다."
"저기 래칭, 뭔가 방법은 없어?"
그러자 랜드드래곤은 기분 나쁘다는 듯, 에리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한가지 있다. 하지만, 난 그걸 하고 싶지 않아."
"알았으니 가르쳐 줘!"
잠깐의 침묵 후, 랜드드래곤은 에리스에게 대답하였다.
"...... 에리스, 넌 나를 마도구로서 인식할 수 있지?"
"그래."
"시험삼아 스쨩, 피린, 삐땅, 피린한테도 마도구인식의 의사를 보내봐라."
에리스는 들은대로, 이미 눈앞까지 후퇴한 4마리의 용에게 마도구인식의 의사를 보내었다.
"진짜?" 스쨩은 싸우는 도중인데도 불구하고 에리스를 돌아보았다.
"어?" 피린이 브레스를 토하면서 에리스에게 시선을 보내었다.
"뭐야 이거!" 에리스의 옆에서 삐땅이 얼빠진 목소리를 내었다.
"에리스, 사장, 그건 안 된다고!" 블리자드드래곤이 평소의 불량한 태도와 다르게, 비통한 목소리를 내었다.
"어때 에리스, 인식했는가."
"그래, 래칭."
에리스ㅡ에지는 머리에 떠오른 술식과 그 효과, 사용방법을 확인했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이유도 알겠지?"
"그래, 래칭, 너 상냥하네. 브냥도."
갑자기 온화한 표정을 지은 에리스를 보고, 클레어는 불안해졌다.
"저기, 에리스, 왜 그래?"
"아무것도 아냐 클레어, 잠시 삐땅의 머리에서 내려와줄래?"
에리스의 말을 듣자마자, 삐땅이 클레어를 그의 머리에서 내렸다.
후우.
에리스ㅡ에지는 한숨을 쉬고는, 사용한 결과를 다시금 확인했다.
사용한 결과. 그것은 그 술식을 행사한 자는 전부 죽음에 이른다는 것. 그래서 래칭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었고, 다른 용도 안색을 바꾸었던 것이다.
에지는 에리스로 전생하고 난 후, 이 땅에서 제멋대로 하고 싶은대로 해왔던 일을 떠올렸다.
즐거웠어.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마지막으로 하는 제멋대로의 일. 신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놀라게 해주겠어.
에리스는 하늘을 노려보며, 외쳤다.
"레베, 후라우, 클레어, 캐티. 잠깐 신한테 싸움을 걸고 올게. 래칭, 스쨩, 피린, 삐땅, 브냥, 힘을 빌려줘!"
갑작스런 에리스의 외침에, 다른 보석상자들은 에리스 쪽을 돌아보았다. 에리스는 양팔을 하늘로 향해서 치켜들고 있었다.
에리스의 마도구인식의 힘에 의해, 랜드드래곤, 스톰드래곤, 피닉스드래곤, 피카레스크드래곤, 블리자드드래곤이 에리스를 오각형으로 둘러싼 위치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에리스는 영창을 개시했다.
"대지를 짓밟는 위대한 자여!"
랜드드래곤의 몸이 황금색으로 빛났다.
"천공을 지배하는 위대한 자여!"
스톰드래곤의 몸이 푸르게 빛났다.
"생명을 기르는 위대한 자여!"
피닉스드래곤의 몸이 붉게 빛났다.
"자연을 관장하는 위대한 자여!"
블리자드드래곤의 몸이 희게 빛났다.
"부조리를 감싼 위대한 자여!"
피카레스크드래곤의 몸이 검게 빛났다.
"나를 매개로, 지금 나타나소서!"
다섯 마리의 용이 제각각 빛으로 연결되자, 그것은 별모양이 되었다. 중심에는 다섯 색으로 빛나는 에리스의 모습.
" [ 종 말 궁 극 해 방 ] ! [ 지 모 용 신 소 환 ] !"
에리스의 영창과 함께 다섯 마리의 용은 하늘을 향해 포효를 외쳤다.
이어서 용들의 몸이 빛나면서 점점 잘게 나누어져, 자그마한 입자가 되어갔다.
입자가 된 용들이 오색으로 빛나는 에리스의 몸에 빨려들어갔다. 입자가 빨려들어감과 동시에, 칠색의 빛 안에서 에리스의 몸이 점점 부풀어오르며, 그 모습을 변화시켜갔다.
용들의 입자가 전부 에리스에게 흡수되어 오색의 빛이 사그라들었을 때, 그곳에는 순백의 롱드레스와 황금의 하프플레이트아머를 입고서 셀 수 없을 정도의 날개를 등에 매단, 거대한 여신이 혼자 서 있었다.
여신은 가슴에 손을 대어, 소환자의 의사를 확인했다. 여신은 소환자의 의사와 지금 여기에 일어나고 있는 일을 순식간에 깨닫고는, 다시 덮쳐들려고 하는 천사들에게 냉랭히 명했다.
"이봐, 너희들, 내가 누군지 알고 있지? 너희들에게 명령을 내린 자가 천신이 아닌 한, 내 명령이 우선되는 건 알고 있지?"
여신의 말에 천사들은 습관대로, 그 자리에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래서, 너희들에게 명령을 내린 신은 누구야?"
천사는 여신이 묻는대로 전투의 신과 마도의 신의 이름을 고했다.
"흥, 그 바보들이."
여신은 잠시 어처구니없어하는 표정을 짓고는, 천사들에게 명했다.
"너희들, 천계로 돌아가."
천사들은 그에 따라, 그 모습을 감추었다.
"뒤에 있는 십익천사, 넌 내 명령을 듣지 않는 거야? 오, 너는......"
여신이 고개를 돌아보자, 베루루엘의 얼굴을 보고 말을 멈추었다.
"예, 대모용신님, 저는 천신의 명으로 여기에 있기 때문에."
"아 그래, 뭐 됐어. 하지만 방해는 하지 마."
"명심하겠습니다."
보석상자들은 그 대화에 어안이 벙벙해졌지만, 말없이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여신은 하늘을 우러러보더니, 누구나 처음으로 들어보았을 어여쁜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처럼 외쳤다.
"전쟁의 신, 마도의 신, 모습을 드러내."
이어서 여신은 오른손으로 아무렇게나 공중을 휘젓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그러자 공간이 거기서 갈라지더니, 안쪽에 흰 세계가 펼쳐졌다.
그곳에는 수염을 기른 백발의 신과, 호리호리한 흑발의 신이 당황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너희들, 금기를 범했지?"
여신의 질문에도 두 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 그래, 그럴 셈이구나."
여신은 두 사람에게 한마디 하고서, 다른 공간을 오른손으로 갈라놓았다. 그리고 짜증이 난 것처럼 외쳤다.
"천신 있어!? 있으면 잠깐 고개를 내밀어 봐!"
"뭐야 소란스럽구만. 오, 지모용신이 아닌가, 오랜만이야."
공간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는, 훌륭히 머리가 벗겨졌고 정력이 절륜해보이는 표정의 신.
"오랜만이 아니라고. 네 쪽의 이 바보들이 이 세계에서 금기를 범했는데, 수습 좀 해주지 않을래?"
"금기라니?"
"지상에 직접 신의 힘을 행사했단 말야. 그것도 종말의 뿔피리만으로 끝나지 않고, 빛의 기둥까지 써서."
그 말에, 여태까지 헤벌쭉 웃고 있던 천신의 표정이 엄한 것으로 바뀌었다.
천신은 전쟁의 신과 마도의 신을 노려보고 나서, 다시 여신에게 눈을 돌렸다.
"그래, 이해했다. 이 녀석들은 수백년 정도 유폐의 벌을 내리겠다."
"부탁할게. 내 구역을 이렇게나 제멋대로 해버리면 곤란하잖아."
"알았다 알았어. 이 녀석들이 이 세계에 가한 피해도 수정하지. 하지만, 이 녀석들이 지상에 보낸 용자와 마왕의 힘도 회수하겠다."
"그야 당연하지."
"그리고, 네 매개체에게 깃든 힘도."
"아, 알고 있었네."
여기서 천신은 베루루엘의 존재를 눈치챘다.
"오, 베루루엘, 너도 오랜만이구나. 어때, 조금은 반성했나?"
"반성 따윈 하지 않았다구요, 여기서 엔조이하도록 하겠습니다."
"와하하, 여전하구만. 그런데 너도 이번 원흉의 하나다. 벌로서 내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라."
"명령이라면 어쩔 수 없겠군요."
천신과 십익천사의 대화를 곁눈질하며, 여신은 보석상자들에게 눈길을 주었다.
"이 세계에 대한 신의 개입은 이걸로 끝내겠습니다."
그러자 천신도 상공에서 인간들에게 목소리를 내었다.
"이 세계에 생을 얻은 인간들이여, 너희들은 너희들이 생각하는대로 살아가라. 다만, 이번에 바보들이 저지른 짓을 처리하기 위해, 녀석들이 지상에 가져온 힘과 마도구 등은 정화시키도록 하겠다."
천신의 선언과 동시에, 오두막에서 누워있던 용자와 마왕의 몸이 잠시 빛났다. 캐티의 브레이브릿퍼도 한순간 빛났다. 그에 맞춰서 지모용신의 중심도 한순간 빛났다.
"그럼, 대모용신이여, 나중에 보자. 베루루엘은 마왕의 처신이 결정된 후, 빨리 천계로 돌아오도록."
그런 말을 남기고, 천신은 사라졌다. 동시에 공간의 균열도 닫혀졌다.
지모용신은, 남은 보석상자들을 향해서 그녀들에게 말하였다.
"이 세계를 대표하는 소녀들이여, 뒤는 맡기겠습니다."
"여신 님, 에리스는, 에리스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레베가 필사적으로 여신에게 물어보았지만, 여신은 대답하지 않은 채 미소를 지으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 후, 그곳에는 쓰러진 에리스가 혼자 남아있었다.
728x90'판타지 > 도적소녀로 전생한 나의 사명은 용자와 마왕에게 ×××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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