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66 전투가 끝나고
    2021년 05월 28일 18시 57분 1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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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3461cg/178/

     

     

     

     부쩍 야윈 몸임에도 불구하고 안도하는 표정을 띄운, 거의 노인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남자가 후라우와 캐티의 부축을 받으며 위엄어린 선언을 하였다.

     "짐은 죠・J・스카이캐슬 8세 왕이니라. 이제부터 너희들에게 왕명을 내리겠다."

     왕의 선언에, 마왕과 베루루나루를 제외한 전원이 왕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세라믹스 대표, 위즈덤 대표, 위트그레이스 대표여, 바로 군을 물려라."

     그 말에 위즈덤 대표인 알폰스와 위트그레이스 대표인 페르디난드를 고개를 조아렸다. 하지만, 세라믹스 영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왕은 이어나갔다.

     "용자 그레이여. 지금 이 시간부로, 스카이캐슬 왕가는 그대와의 관계를 끊겠다. 용자여, 이제부터 네 뜻대로 살아가라."

     그 말에 흥미를 보인 것은 누구도 아닌, 마왕이었다.

     마왕은 왕에게 고개를 들리고, 재미있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여어, 아르메리안 대륙의 왕. 너, 용자의 가호가 사라져도 괜찮은 거냐?"

     "마왕이여, 그대가 세계정복을 꾸민다면, 용자는 그걸 막을 것이다. 왕가가 용자를 해방시켰다고 해도, 그건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흥."

     마왕은 재밌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이어서 마왕은 정면의 용자에게, 놀라운 말을 하였다.

     

     "어이, 마더컴."

     마왕의 갑작스런 말에, 용자와 에리스는 일제히 그의 쪽으로 눈길을 향했다.

     '용자와 왕은 우리 생각대로 되었어. 마지막은 이 녀석 뿐이야.'

     에리스는 마음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마왕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이 녀석의 다음 대사를 기대하면서.

     "어이, 마더컴, 너 용자를 그만둬라. 날 노리는 거 그만둬. 그럼 나도 세계정복을 그만두겠다."

     "뭐!?"

     갑작스런 마왕의 선언에, 용자는 물론이거나와 세라믹스 군과 와란 군의 병사들도 어안이 벙벙하였다. 하지만 에리스 일행만큼은 작게 승리의 포즈를 취했다.

     용자조차도 놀라서는, 마리오네타의 가슴에서 얼굴을 들며 마왕에게 진지하게 물어보았다.

     "너, 전국방송까지 했는데, 괜찮겠어? 그렇게 쉽사리 결정해도?"

     "그래, 애초에 세계정복 따위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용자가 날 죽이러 오기 전에 죽여주겠다는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지. 그보다 난, 부하가 얼빠진 바람에 이 세계에 소환되었을 때의 기억의 대부분을 잃었니, 지금이 즐거우면 그만이다."

     

     에리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에리스가 기대했던 움직임을 마왕이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리고 에리스는 확인을 위해 연극을 하였다.

     "마왕 님, 그럼 남은 악마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래, 부하로 있는 녀석은 풀어줘야지. 하지만, 일방적으로 죽이게 두진 않을 거다. 악마도 인생을 엔조이해도 되잖아? 하지만 저 녀석들은 별개지만."

     마왕은 에리스를 향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하고는, 오른손을 들면서 무언가를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세라믹스 군대의 몇몇 병사가 비명을 지르면서 떠올랐다. 그곳에는 숨어있던 세라믹스의 영주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어서 그들은 마왕의 압력에 의해, 강제적으로 원래의 악마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 녀석들은 내 명령을 듣지 않은 녀석들이니, 처분해야겠다."

     그렇게 선언하고서, 마왕은 공중에 떠올랐던 악마들에게 설교를 시작했다.

     "너희들, 내가 와란을 침공하면 안 된다고 말했었지?"

     공중에 떠오른 악마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왜 명령을 지키지 않았는데?"

     "그건, 아, 그래요, 그겁니다. 모든 것은 '자비네' 와 '자스파드' 가 나쁜 겁니다. 우리들은 그 녀석들의 꾐에 빠진 것 뿐입니다."

     "아 그래. 그거 불쌍한 짓을 했구만."

     "그렇죠? 그럼 살려주십쇼."

     "그래, 그런 사정이라면 동정해주지."

     그렇게 말한 마왕은 왼손을 휘둘렀다.

     " [디스인테그레이트 데몬] !"

     불쌍한 악마들은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

     "잘 됐군, 아프지 않았지? 그게 일말의 온정이다."

     

     이어서 마왕은 베루루나루를 돌아보았다.

     "자비네와 자스파드는 어떤 녀석이었더라?"

     그러자 베루루나루는 약간 고개를 갸웃거린 후, 오른 주먹으로 왼손바닥을 치면서 마왕에게 대답하였다.

     "자비네는 나이트메어 서큐버스, 자스파드는 나이트메어 인큐버스예요. 둘다 간부예요."

     "흐음, 그럼 그 녀석들도 벌을 줘야겠네."

     "저기, 마왕님."

     "음? 베루 씨로 불러도 돼. 아, 에리스인가. 내게 말 거는 거 처음이지? 항상 베루루나루가 신세져서 고마웠다고."

     "아뇨 이쪽이야말로. 그런데 그, 화내지 말아주세요."

     "음? 왜 그런데?"

     "저기, 자비네라고 하는 나이트메어 서큐버스와, 자스파드라는 나이트메어 잉큐버스라면, 어쩌면 벌써 쓰러트렸을지도 몰라요."

     "뭐?"

     에리스의 죄송하다는 듯한 말투에, 마왕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여 베루루나루를 돌아보았다.

     "그 녀석들 약해?"

     "일단은 넘버2와 넘버3 정도인데요."

     "흐음~"

     마왕은 에리스 쪽을 돌아보았다.

     "네가 쓰러트렸어?"

     "아뇨, 용님들이 그랬어요."

     "아 그래. 뭐, 어찌되든 상관없어."

     그런 세세한 일은 어찌되어도 좋다는 듯, 마왕은 다시 용자를 바라보았다.

     "네가 용자를 그만두겠다면, 난 마왕을 그만두겠다. 다만, 여태까지의 약탈과 살육을 사과할 셈은 조금도 없고, 악마들 또한 우리들의 지배에서 해방되는 것 뿐이니, 그 후의 처신은 녀석들에게 맡기겠다. 어때? 딱히 마음에 안 든다면 다시 싸워도 상관없다고."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용자를 주목했다.

     용자는 침묵하였다. 마술사 마리오네타의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그녀의 가슴에 다시 고개를 파묻은 상태로. 마리오네타의 양손과 심장소리가 그의 머리를 상냥하게 감쌌다.

     

     용자 그레이는 정말로 곤란했다. 대답할 말을 찾아낼 수 없었다. 애초에, 용자를 그만둔다니 무슨 말이지? 그 문답은 그레이에게 너무나 어려웠다.

     그러자, 여마술사는 용자의 얼굴을 가슴에서 떼어내고는 무릎을 꿇어서 용자와 시선을 마주 하면서,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백성의 편을 드는데, 용자라는 이름은 필요하지 않아요. 그레이 님, 나의 '용자 님'."

     이어서 용자의 입술에 살포시 자신의 입술을 얹어서, 용자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그의 귓가에서 주문과도 같은 대사를 속삭였다.

     "자, 그레이 님!"

     마리오네타에게 등을 떠밀려서, 그레이는 일어나서는 마왕을 향해 기세좋게 돌아보았다.

     "마왕이 없는 세계에 용자 따윈 불필요하다. 이제부터 나는 약자의 아군, 그레이다! 불만있냐고 젠장!"

     한순간의 정적 후에, 그곳은 환희의 대함성에 휩싸였다.

     

     "저기, 정말로 그곳은 낙원인 것이냐."

     슬슬 죽을 것 같은 왕이, 그를 부축하는 캐티에게, 그녀가 열심히 권했던 서쪽 어촌(희망의 해안) 에 대해 다시 물어보자, 캐티는 왕을 위로하면서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내가 보증한다냐. 무리하게 이곳저곳을 써서 엉망진창이 된 왕에게는 최상급의 방을 주겠다냐. 먼저 소화하기 쉬운 물고기 육수 죽을 먹고 일광욕으로 체력을 회복하라냐."

     "그런가, 그거 기대되는군."

     "모처럼 왕을 그만뒀으니, 어깨의 짐을 내리고 인생을 즐기라냐."

     "그래, 잭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렇게 해야겠다."

     왕은 지금쯤 스카이캐슬의 왕궁에서 고생이 많을 동생의 이름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알폰스 공, 세라믹스 군은 어떻게 한 텐가."

     "진정되면 그들의 장군급을 지휘관으로 임명하면 됩니다만, 곧바로는 어렵겠지요."

     "그럼 일단 내가 돌봐줄까."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페르디난드 공."

     사태가 종결되자 차분히 대화를 나눈 알폰스와 페르디난드는, 영주를 잃은 세라믹스 군 5000명을 일단 페르디난드에게 맡기기로 합의했다.

     페르디난드는 자신의 부하 500명에게 뒤를 쫓아오도록 지시를 내리고, 그는 세라믹스 군의 앞에 섰다.

     세라믹스 군의 병사들은, 여태까지의 긴 행군과 거듭된 놀람에 더해, 마지막에는 자신들의 영주가 악마에 빙의되었다는 충격으로 사기가 최악의 수준이었다.

     "흠, 이대로 세라믹스로 돌려보낼 수는 없겠구나."

     "페르디난드는 허리춤에 묶여진 인형에 말을 걸었다.

     "마리아 씨, 들립니까."

     "네, 잘 들려요, 페르디난드 님."

     "5000명 분량의 술, 제공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맡겨만 주세요. 하루에 1만 8천 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에 비하면, 대단한 일도 아니랍니다."

     "미안하게 되었소."

     대화를 끝낸 페르디난드는 세라믹스의 병사들에게 큰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좋아, 오늘은 쉰다. 와란에서 술을 준다고 하니. 시가지로 들어가서 오늘은 마음껏 마시는 거다!"

     무슨 말을 하는지 영문을 모르는 세라믹스의 병사들에게, 위트그레이스의 병사들이 천천히 다가와서 해설해주었다.

     "피곤하니까, 오늘은 즐겁게 쉬라는 뜻이라고."

     "먼저 짐을 한꺼번에 이동시키자. 이 정도의 사람 수라면 괜찮을 거다."

     "저게 우리들의 대장. 연회를 좋아하는 할아버지라 미안."

     꾸밈없는 미소로 권유하는 위트그레이스의 병사들의 표정에, 세라믹스 군의 병사들도 이제야 어깨의 힘을 뺐다.

     대륙의 전쟁은 이걸로 끝이 났다며, 이 자리의 누구나가 확신하였다. 자리의 분위기가 급격히 온화해졌다.

     

     "그럼 마르게리타, 잠깐 악마를 풀어주고 오겠다. 네 주소는 조사해놓았으니 각오하라고."

     "현관에 소금을 뿌려둘게. 마늘도 드리우는 편이 좋을까?"

     냉정을 되찾은 마왕과 마르게리타느 다시금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그레이 님, 방으로 돌아가요."

     "그래, 그래. 미안, 미안해."

     "왜 사과해요? 그런 것보다 내일부터 어떻게 할가, 차라도 마시면서 둘이서 생각해봐요."

     "응, 응."

     마리오네타와 그레이도, 아파트를 향하여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이런이런, 이걸로 끝났네."

     에리스도 마리오네타와 그레이를 양껏 놀린 후에 다른 보석상자들과 합류하여, 왕을 일단 별저로 안내하려고 모였다.

     

     하지만, 갑자기 고막이 찢어질 듯한 음향이 이 자리를 덮쳤다.

     이어서 베루루나루가 섬광과 함께 터져버렸다.

     그 후, 와란의 하늘은 누군가에게 가득 메워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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