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7 리셋 스위치2021년 05월 28일 22시 20분 1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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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천계.
조금 전, 어떤 세계에서의 용자 VS 마왕의 전투결과가 표시된 모양이다.
"오, 어떻게 되었지." 라며, 전쟁의 신이 전투결과를 보려고 표시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엔 자신있었으니까요." 라며, 마도의 신도 자신만만하게 표시판으로 향했다.
"뭐?"
"엥?"
2명은 표시판의 앞에서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그것에는 여태까지 본 일이 없는 결과가 표시되었으니까.
표시판에는 이렇게 표시되어있었다.
"양측의 시합파기 때문에, 둘다 패자로 삼는다. 시합결과 '양자패배' "
"어이, 뭐야 이건!"
"잠깐 기다려보세요, 이건 위험하다구요!"
전쟁의 신과 마도의 신은 둘 다 안색이 바뀌었다.
신들끼리의 승부에서 규정되고 있는 것은 '용자 승리', '마왕 승리', '양측 사망에 의한 무승부' 의 세 가지.
'용자 승리' 의 경우에는 천사가 용자를 축복하고서, 그의 공적을 치하하며 사람들에게 그를 토대로 더욱 발전하도록 촉구한다.
'마왕 승리' 의 경우는, 용자를 대신해 천사가 마왕을 토벌하여 사람들에게 신의 위대함을 전하면서 더욱 큰 신앙심의 향상을 노린다.
'무승부' 의 경우는, 천사가 사망한 용자를 대신하여 사람들의 앞에 서서는, 사람들이 신의 이름으로 평화를 지향하도록 인도한다.
하지만, '양자 패배', 그것도 용자도 마왕도 그 능력을 소지한 채 세계에 남는 것은 신의 세계에서도 전대미문의 일이다.
전쟁의 신과 마도의 신은 초조했다. 이대로 간다면 이 세계가 어떻게 폭주해갈지, 그들로서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겠어."
"뭐, 비밀로 해둔다면 괜찮겠지요."
전쟁의 신과 마도의 신은 그 자리에서 무언가를 몰래 하기 시작했다.
그때, 표시판을 보기 위해 도적의 신이 찾아왔다.
"오, 전쟁의 신과 마도의 신, 뭘 하고 있대?"
거기서 그는 전쟁의 신의 수중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안색을 바꾸었다.
"어이, 너희들, 뭘 할 셈이냐!"
"어쩔 수 없었다."
"당신은 가만히 있어요."
전쟁의 신이 손에 든 것은 '종말의 뿔피리'. 별명 '리셋 스위치' 였다.
여기는 조금 전까지 전장이었던 와란 동쪽의 넓은 초원. 그 앞은 전부 호수다.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를 마음 속에서 싹틔우는 듯한 뿔피리의 음색이, 귀를 틀어막을 정도의 고음량으로 와란 상공에 울려퍼졌다.
동시에 베루루나루의 모습이 섬광과 함께 터졌다. 이어서 그녀의 몸이 재구성되어갔다.
마왕을 비롯한 대중이 깜짝 놀라는 와중에, 베루루나루는 빛 속에서 사람의 형태를 되찾아갔다. 그리고 한순감 반짝임이 강해진 후에 빛이 사그라들었다.
"약간 놀랐습니다."
모습을 드러낸 자는, 순백의 갑옷을 입고, 오른손에는 롱 스피어, 왼손에는 카이트실드를 들고, 검은 머리와 백자같은 피부를 가진 남자. 다만, 등에는 10장의 날개가 펼쳐져 있었다.
"놀란 것은 이쪽이라고, 뭐야 그 모습은? 베루루데우스 씨."
"아, 마왕님, 오랜만입니다. 그런데 저, 본명은 베루루엘이니 틀리지 말아주시길."
"그런 거야 아무래도 좋지만, 일단 그 모습은 무슨 농담이냐?"
"아, 이것 말입니까? 이거, '종말의 천사' 의 정장입니다. 모르셨습니까?"
"알고 있을 리가 없잖아. 그래서, 왜 그 모습이야?"
"조금 전의 음향, 그것 때문입니다."
"뭐야 그건?"
"그것은 '종말의 뿔피리' 의 음색. 지상을 멸망시키겠다는 신호입니다. 그래서, 그 음색에 의해 천사는 강제적으로 전투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마왕에게 대답하고서, 베루루엘은 여태까지와 다름없는 담담한 태도로 상공을 가리켰다.
하늘은 베루루엘과 같은 모습을 한 '천사' 로 가득 메꿔졌다.
하늘을 메운 천사들이 둘러싼 장엄한 분위기에, 사람들은 제정신을 잃었다. 마왕과 드래고닉 발큐리아를 제외하고서.
"래칭, 뭐야 저거?"
"방금 베루루엘이라는 자가 '종말의 뿔피리' 라고 말했었다. 이거 위험할지도 모르겠는데?"
"무슨 뜻이길래?"
"천사가 지상을 멸망시키러 온다는 말이다."
래칭의 말에 대답하듯이, 하늘에서 지상을 향해서 목소리가 들렸다.
"패배한 용자여, 패배한 마왕이여, 그걸 지지하는 자들이여, 신의 의지에 따라, 멸망하라."
그와 동시에 무수히 빛나는 창이 지상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상은 패닉에 휩싸였다. 그것도 당연하다. 갑자기 무수한 천사가 하늘을 가득 메운데 더해, "멸망해라" 라고 듣고 말았으니.
"어이, 뭐야 저건!"
그레이는 서둘러 기의 방어막을 둘러서, 주변의 병사들을 빛의 창에서 지켰다. 그러자, 지상으로 내려온 천사들이 창을 쥐고 그레이를 덮쳤다. 그레이는 모든 천사를 검으로 베면서도 천사들에게 "왜냐!" 라고 물어보았지만, 천사들은 그의 말을 무시하는 것처럼, 말없이 인형처럼 공격을 계속해나갔다.
"꺄아~!"
마리오네타의 비명소리에 용자가 돌아보고서, 그녀를 찌르려고 하던 천사의 목을 날려버렸다. 목이 베인 천사의 모습이 사라져갔다.
"너희들, 죽인다....."
그레이가 화났다.
"어이, 베루루엘 씨, 이 녀석들, 내 적이야?"
"예, 마왕님."
"네 동료처럼 보이는데."
"똑같이 취급하지 말아주시길. 저렇게 마음을 조종당하는 자들 따윈 모릅니다."
"그럼 사형확정."
마왕은 결계를 친 다음, 천사들이 쏘는 빛의 창을 계속 무효화시켰다. 이어서 주문의 영창에 들어갔다.
"이거 진짜구나. 이쪽도 각오를 다질 수 밖에 없겠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래칭이, 에리스 일행을 배 밑으로 감싸면서 등으로 빛의 창을 튕겨내었다.
"저 녀석들 조금 우쭐해한다고. 여기는 우리들의 세계인데 말야. 레베, 잠시 날뛰어볼까."
"이런 난전의 때야말로 우리들이 나설 차례야. 후라우. 궁극해방이야!"
"천사들을 호수에 끌어들여 얼려버리자고, 응, 캐티."
"에리스, 여기선 반격에 나서자."
"그래 래칭. '종말' 따윈 사절이니까."
에리스는 래칭의 배 밑에서 재빨리 심연의 잠입복으로 갈아입으면서, 각오의 미소를 띄웠다.
계속 지상으로 내려와서 무차별적으로 찌르는 천사들에 당황하던 병사들도, 전 용자와 전 마왕의 분투로 정신을 되찾았다.
"이대로 가면 멸망한다."
이것이 그들의 시작신호가 되어, 그들도 천사들에게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병사들의 선두에는 와란의 화약고 멤버들이 서서, 천사들을 요격했다.
"갑자기 멸망하라니 무리한 말을 하네요."
"말을 안 듣는 상대한테는 똑같이 대응해요."
"하지만 이 롱소드, 잘 베어지네. 역시 홍곡과 파마가 붙어서 그런가."
"이몸, 이제야 나설 차례다. 이몸의 그레이트 액스는 피를 원하고 있다고."
"아 귀찮아. 돌아가도 될까?"
화약고들의 냉정함이, 병사들에게도 냉정함을 되찾아주었다.
병사들은 악마전을 상정해서 훈련했던 다인동시공격을 천사에게 시전하여, 여럿이서 천사 1마리를 격파해나갔다.
드래고닉 발큐리아들도 질 수는 없다.
"선두는 우리들의 역할이구나."
"그야 당연하지 레베."
먼저, 천사들을 비웃는 것처럼 날아오른 스톰드래곤의 등에서, 갑자기 레베가 궁극해방을 천사의 무리를 향해 쏘았다.
"폭풍소환!"
소환된 회오리는 상공에 진을 친 천사들 사이에서 날뛰고 휘감고 찢어발겨서, 천사들을 지상으로 낙하시켰다.
그걸 호수 부근까지 이동한 캐티와 블리자드 드래곤이 기다렸다는 듯 요격하였다.
"왔다고 캐티."
"그럼 한발 간다냐!"
"절대영도소환!"
캐티의 술식해방과 동시에, 호수가 낙하해온 천사들과 함께 새하얀 세계로 바뀌었다. 얼어붙은 천사들은 부서지더니 점점 모습이 사라졌다.
"에리스, 우리들도 간다."
"떨어트려주자!"
랜드드래곤의 외침에 호응하는 듯, 에리스는 목표를 조준하였다.
"화산소환!"
그러자 대지의 이곳저곳이 솟아오르더니, 다음 순간에는 무수한 화산탄이 상공으로 치솟아올랐다. 화산탄은 천사들을 지면으로 떨어트리고 불태웠다.
"우리들은 병대들의 원호를 하자!"
"알았어 후라우!"
후라우는 피닉스드래곤에 올라타서, 난전상태가 된 병사와 천사들을 향해 나아갔다.
"불새소환!"
다음 순간, 후라우와 피닉스드래곤은 홍련의 화염에 휩싸였다. 그녀들은 그대로 난전 안으로 돌입하였다. 홍련의 불길은 병사들을 치유하고, 천사들을 불태웠다.
"클레어, 저 부근이 좋겠어!"
피카레스크드래곤은 천사들이 모인 장소를 텔레파시로 클레어에게 전했다.
"시야공유!"
"지점확정! 간다~ 사상 첫 공개!"
"블랙홀소환!"
클레어의 외침과 동시에, 천사들 사이에 조금씩 자그마한 입자의 흑점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것은 초중력의 덩어리. 주변의 천사들은 매우 자그마한 구멍에 쥐어짜이는 것처럼 빨려들어갔다.
"용자 기가슬래쉬!"
그레이가 휘두른 검격은, 지상에 내려오려 하던 무수한 천사들을 일격에 삭제시켰다.
"주문을 외울 시간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마왕은 미소를 짓더니, 최대최악의 마술을 전개하였다.
"하늘에 침을 뱉는자여, 땅에 침을 뱉는 자여, 삶에 침을 뱉는 자여, 죽음에 침을 뱉는 자여! 세계를 의심하라! 자신을 의심하라! 모든 존재를 의심하라!"
" [차원난류] !"
마왕의 주문영창이 끝남과 동시에, 하늘을 메우던 천사들의 색채가 그림자로 반전되었다. 다음 순간 하늘은 하얗게 물들었고, 이어서 검게 물들다가 원래의 공간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곳에는 천사의 모습은 한명도 남지 않았다.
마왕 최대최악의 마법 [차원난류] 는, 여러 공간에 간섭하여 천사들의 존재 자체를 차원과 차원 사이에 매장시켰다.
이렇게, 천사들은 와란의 하늘에서 섬멸되었다.
"뭐야, 대단하지도 않았잖아."
마왕이 베루루엘에게 큰소리쳤다.
"끝났지?"
생각보다 상대하는 보람이 없어서 힘이 빠진 용자가, 고개를 돌려서 마리오네타에게 물어보았다.
"별 것 아니었네."
드래고닉 발큐리아를 대표하여 에리스가 빈정댔다.
전장에 점점 안도와 미소가 돌아왔다.
하지만, 그때 하늘에서 갑작스런 굉음이 울려퍼졌다.
이어서 두 줄기의 빛의 기둥이 내려왔다.
"우왓!"
"우오!"
빛의 기둥은 눈부신 빛을 발하면서 용자와 마왕을 쏘더니,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두 사람의 쓰러진 모습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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