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52 속을 떠보자
    2021년 05월 24일 07시 03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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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3461cg/162/

     

     

     

     여기는 왕성 회견대기실.

     조금 전까지는 스카이캐슬 시가지의 참상을 보고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던 마르스필드 공이었지만, 이제야 진정하였다.

     "형님이 악마에게 매료되었다면, 내 설득 따윈 의미없겠군."

     "그렇지는 않아요. 먼저 진지한 질문을 왕에게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르스필드 공의 말을 이어받은 에리스는, 계속해서 공과 와란의 보석상자와 용자 파티의 역할분담을 모두에게 제안하였다. 그 심모원려함에 마르스필드 공과 용자 그레이는 에리스를 다시보게 되었다.

     그 시선을 눈치챈 에리스는 곧장 발뺌을 하였다.

     "아, 지금 것은 래칭의 제안이니까요. 저는 래칭한테 들은 말을 하는 것뿐이에요."

     그 에리스의 말에 "그야 그렇겠네." 라고 납득한 표정의 용자인 반면, 에리스에게 회의적인 표정을 보이는 공이었다. 하지만 제안 그 자체는 매우 합리적이었기 때문에, 그걸 채용하기로 했다.

     "그럼 우리들의 대표는 후라우에게 부탁할게."

     "흐름을 보면 제가 되네요. 맡겨주세요, 에리스."

     

     '회견하러 오시오' 라며, 근위병이 에리스 일행의 대기실에 찾아온 것은 바로 그 후의 일.

     왕좌에는 여전히 블라인드가 쳐져있었고, 그 양옆에 남자와 여자가 한 명씩 서 있었다. 여자는 잘 아는 얼굴. 용자 파티의 멤버였던 피치. 거기다 거기서 한 계단 밑에 공보관이 서 있다.

     "왕이여, 이번 회견의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한다. 하지만, 예의는 생략하고, 왕에게 솔직히 묻겠다. 어째서, 왕은 '사바트' 를 합법화한 것인가?"

     마르그필드 공이 왕에게 외쳤다. 그러자 피치가 공보관에게 손짓을 하여 가까이 부르더니, 뭔가 귓속말을 하였다. 그러자 공보관은 벌레씹은 표정이 되어 공을 보고 말하기 시작했다.

     "왕령에 의문이라니 오만불손하지만, 실제 동생이기 때문에 한번은 용서해주겠다. 그리고 질문에도 대답해주겠다. 왕령의 목적은 '경제의 활성' 과 '도민의 강화' 다. 이해해라. 이 이상의 질문은 인정하지 않겠다."

     

     일행은 아연실색하였다. 왜냐며 조금 더 제대로 된 대답이 오지 않겠냐며 약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 대답은 엉망진창이다. 억지로만 생각된다. 하지만, 지금의 공보관의 말대로, 다음 질문은 금지되고 말았다.

     공은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으며 "예" 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용자 그레이가 왕을 향해 한걸음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러자 그에 맞추어 마르스필드 공이 스윽 뒷쪽으로 물러나서, 에리스의 대각선 뒤에 섰다.

     

     용자는 왕이 아닌, 공보관에게 물어보았다.

     "공보관이여, 나는 이전에 뒷쪽에 서 있는 와란의 드래고닉발큐리아들의 힘을 시험했다. 그래서 제안이다만, 나에게 왕궁수호룡과 드래고닉발큐리아의 힘을 시험하게 해줄 수는 없을까? 스카이캐슬의 모두가 용의 힘을 목격하게 된다면 안심할 것이다."

     그 대사의 의미를 깨달은 공보관은 희망을 가진 듯한 표정이 되어서, 왕의 전언을 기다렸다. 그는 곧바로 깨달았다. 왕에 들러붙은 것이 악이라면, 용자는 그걸 베어낼 셈이라는 것을.

     하지만, 왕의 전언은 기대를 배신하는 것이었다. 공보관은 다시 떨떠름한 표정이 되어서 용자에게 말을 하였다.

     "용자 그레이여. 이 용과 드래고닉 발큐리아는 이미 왕의 수하에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굳이 힘을 보여야만 하는가?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공격의 용자, 수비의 용, 그걸로 좋지 않은가. 라고 왕께서 말씀하셨다."

     "왕성의 방어력을 다른 세력, 특히 마왕군에게 과시하는 일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굽히지 않는 그레이를 보고, 피치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공보관에게 다시 귓속말을 하였다. 이미 표정을 잃은 공보관은 사무적으로 말을 하였다.

     "용이 왕성에 존재하는 일이 이미 다른 세력, 특히 마왕에 대한 억지력이 된다. 네 뒤에 서 있는 와란의 소녀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런데 용자여, 네게 있어 왕의 신하인 왕궁수호룡과, 겨우 교역도시의 하나에 불과한 와란에서 수호룡을 자처하는 자들, 어느 쪽이 보다 아군으로 따라야 할 존재일까? 당신은 힘은 있지만 지혜가 약간 부족하다. 부디 동료인 도적과 마술사에게서 세상의 상식을 배우도록 해라."

     이 말을 듣고 분노에 몸을 떨고 있는 용자를, 서둘러 마술사가 뒤에서 끌어안으면서 "그레이 님, 여기선 참아야해요. 어디까지나 작전이에요." 라면서 어떻게든 진정시켰다.

     

     그런 용자의 모습을 곁눈질하면서, 마르스필드 공과 에리스는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하였다.

     "어떤가?"

     "왕과 공보관은 인간이에요. 악마의 빙의도 보이지 않아요. 피치와 남자는 악마 그 자체. 남자도 위험하지만 피치의 모습을 한 여자는 더 위험하네요. 주변에 서 있는 병사들 중에는 악마에 빙의된 자와, 악마 그 자체가 있지만 누구나 잡졸. 이 자리에서 그들을 퇴치해도 상황은 변화하지 않겠죠. 그럼 작전 3으로. 라고 래칭은 말씀하셨어요."

     "그럼 물러날 때로군."

     "그렇네요. 마지막으로 한번 속여둘게요. 후라우, 부탁해."

     에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라우가, 공보관을 향해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공보관 님, 저의 계약룡은 이전에 그곳에 계신 피치 님에게 목숨을 빼앗길 뻔한 경험이 있답니다. 부디 새로운 용이 그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부디 왕궁수호룡님께 주의하시도록 전해주세요!"

     착란에는 착란. 후라우는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은 얼마든지 어떤 식으로든 해석할 수가 있다. 그것은 알현실에 있는 '인간' 들에게 해준 말. 이걸로 혼란이 생긴다면 좋겠구나 하는 보석상자들의 최후의 발악이었다.

     당연히 술렁거리는 사람들. 하지만 피치는 조금 전의 흐름으로 볼 때 그들에게 직접 말할 수 없다.

     "그럼 왕이여, 귀중한 시간을 할애준 점, 거듭 감사를 드리겠다."

     대군인 마르스필드 공은, 주변에 보여주려는 것처럼 은근히 무례한 태도로 알현실을 나갔다. 그 뒤를 용자 파티와 와란의 보석상자가 따랐다.

     알현실에 남은 것은 아연실색한 '인간' 들과, 혀를 차는 '악마' 들, 그리고 반응없는 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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