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54 무기력한 용자님
    2021년 05월 24일 14시 20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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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3461cg/164/

     

     

     

     에리스의 지시를 받았는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레베와 후라우는 제각각 인간형인 레바테인과 브라우즈를 데리고 저택에 돌입했다. 에릭슨도 뒤이어 돌입하면서, 자기 그림자를 향해 돌아오라고 에리스에게 전했다. 그리고 그 뒤를 쫓는 것처럼 도적 기스와 마술사 마리오네타가 뒤를 이었다.

     에리스는 광신의 스틸렛을 다무즈의 등에서 빼면서, 광신이 발동하지 않은 것에 혀를 차면서 에릭슨의 그림자로 이동했다. 이어서 그녀는 에릭슨의 그림자에 몸을 숨기면서, 보석상자들에게 세세한 지시를 내렸다.

     "후라우, 피린은 무대로 가! 슬슬 괴물이 모습을 드러낼 거야!"

     "레베와 스쨩은 입구를 막아! 도망치는 것은 누구라 해도 죽여! 목숨 구걸도 무시해!"

     "마리오네타! 넌 저기의 얼빠진 용자를 데리고 와! 기스 님은 레베의 도움을 부탁드릴게요!"

     에리스의 지시에 맞춘 것처럼, 단골 중의 일부에서 악마들이 나타났다. 어떤 것은 인간의 빙의를 풀었고, 어떤 것은 모습 자체를 악마로 변화시켰다. 무대 위에서 에리스에게 심장을 찔렸을 다무즈도 벌떡 일어나서, 그 모습을 커다란 악마로 변화시켰다.

     클리프는 용자에게 다시 외쳤다.

     "용자 그레이여! 스카이캐슬의 백성에게 손을 대면 안 된다!"

     그리고 스테이지를 돌아보았다.

     "다무즈, 드래고닉 발큐리아 뿐이라면 어떻게든 될지도 몰라. 난 용자를 상대할 테니, 넌 드래고닉 발큐리아들을 처리해!"

     이어서 클리프는 용자에게 달려가서, 그의 양어깨를 붙잡고서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에 뭔가를 외쳤다.

     "용자여, 당신은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 당신은 왕의 검입니다. 알겠죠,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알겠습니까!"

     클리프의 말을 들은 용자는 다시 혼란스러웠다. 나는 어째서 여기에 있는 것인가. 모두는 왜 여기에 있는 것인가. 모두는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것일까? 라고.

     용자가 혼란에 빠진 동안에도 악마들은 계속 모습을 드러내서, 후라우 일행을 덮쳤다.

     "한꺼번에 오세요!"

     후라우는 무대 부근에서 다크미스릴핼버드를 자유자재로 휘둘러서, 악마들을 일격에 분쇄하였다. 그 옆에서는 브라우즈가 불의 칼날을 단골들에게 흩뿌려서, 그들을 불태워버렸다.

     악마들은 후라우에게 향했고, 단골들은 바깥으로 도망치려고 비명을 지르면서 입구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곳에는 두 오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레베와 레바테인.

     레베는 단골들을 다크미스릴카타나로 주저없이 베어버렸고, 레바테인은 죽음의 선고를 내리는 것처럼, 바람의 칼날로 단골들을 조각내버렸다.

     에리스의 지시는 '제노사이드' 인 것이다. 후라우도 레베도 충실하게 에리스의 지시를 따랐다.

     회장 안은 단골들의 단말마가 울려퍼졌고, 곧이어 아비규환의 지옥도로 변했다.

     한편 용자는 우뚝 선 채였다. 클리프의 말에 혼란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그레이 님, 뭘 하고 계신가요!"

     거기에 마술사 마리오네타의 질타가 날아왔다.

     "마리오네타, 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그럼 적어도 에리스 아가씨들의 방해는 하지말아주세요! 아가씨, 죄송해요!"

     "됐어 마리오네타, 얼간이 용자한테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는걸."

     얼간이라고 들어도 용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냥 소녀들의 싸움이 눈에 들어올 뿐.

     "쳇!"

     클리프는 혀를 찼다. 용자는 멈췄지만, 상상 이상으로 드래고닉 발큐리아들이 강했던 것이다. 눈앞의 여마술사도 거슬리지만, 이 여자에게 손을 대면 용자가 미쳐날뛸 것은 뻔하다. 그렇다면.

     "마리오네타 씨, 용자를 데려가세요! 당신도 알겠죠?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아무것도 듣지 못한 거라구요!"

     클리프는 그렇게 말을 남기고서, 무대 쪽으로 달려갔다.

     회장 내는 이미 피바다가 되어있었다. 나타난 악마들은 대부분 후라우 일행에게 처리되었고, 도망치려 하던 단골들은 레베 일행이 모조리 처리하였다.

     "다무즈, 여기서 물러납시다!"

     클리프의 말에, 악마로 변한 다무즈는 일단 후라우의 앞에서 물러나서 클리프 쪽으로 향했다.

     "래칭, 저 녀석들을 놓치지 마!"

     에리스의 말에 호응하여, 에릭슨은 돌의 칼날을 계속 다무즈에게 쏘았다. 하지만 폰데몬들이 클리프와 다무즈를 감싸려는 것처럼 몸을 던져서 칼날을 막아내었다.

     다무즈는 에리스 일행에게 등을 향하고서 칠흑색 날개를 펼치더니, 클리프를 끌어안고 창문으로 날아갔다.

     "아쉽지만, 이번엔 물러나야겠네요. 아가씨들, 잘 있으시길!"

     그 직후, 에리스의 인형에서 클레어의 목소리가 들렸다.

     "회장에서 뭔가 뛰쳐나왔는데, 처리해둘까?"

     "됐어 클레어, 바깥에서는 그다지 피를 흘리고 싶지 않아.. 도망친 것은 분하지만 말야. 그보다 마지막 준비를 부탁해."

     그 후 얼마 안 있어, 회장은 에리스 일행 이외에 살아있는 자가 남지 않았다.

     

     "그럼, 기스 님, 마리오네타, 그리고 거기 근성없는 망할 용자님, 일단 마르스필드 경한테 돌아가요."

     에리스의 말에 동조하려는 것처럼 기스는 그레이를 노려보았고, 레베와 후라우 일행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용자에게 냉랭한 시선을 보내었다. 그런 와중에, 마리오네타는 안절부절 못하면서도 기운차게 용자의 손을 잡고서 바깥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럼 크레어, 삐땅, 성대하게 부탁할게."

     "옛설!"

     클레어와 삐땅은 어둠에 섞여서, 사전에 회장의 상공에 떠 있었다. 에리스의 지시는 증거인멸. 다만, 회장의 파괴는 가능한 한 화려하게 할 것.

     "그럼 간다! [플래쉬 라이트닝] !"

     플래쉬 라이트닝은 섬광을 동반한 전격범위마법. 주로 공성전에 사용하는 파괴마법이다. 그 섬광은 전투의 봉화에도 비유된다.

     플래쉬 라이트닝을 받은 회장은 섬광 속에서, 굉음과 함께 지붕을 파고들었다.

     "이어서 [프레임 스톰] !"

     프레임 스톰은 폭염의 회오리를 일으키는 공격범위마법. 이쪽도 공성전에 쓰인다. 폭염의 회오리는 효과범위 안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불태운다.

     프레임 스톰에 의해, 저택은 단번에 불이 붙었다. 그것은 하늘을 불태울 정도의 불기둥을 일으켰다.

     "그럼 마지막으로 소화를 해볼까. 삐땅. 부탁해."

     "알았어 클레어, [암흑주 브레스] !"

     삐땅이 토해낸, 칠흑에 물든 질량의 덩어리는 거대화하면서 회장을 향해 가속했다. 이어서 굉음과 함께 대지를 진동시키는 듯한 충격이 일어났다. 그것은 불길을 감추면서, 회장을 완전히 짓눌러버렸다.

     다음날 아침, 스카이캐슬의 주민은 '신의 분노' 혹은 '악마의 장난' 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여태까지 본 적이 없는 참혹한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

     

     일행은 마르스필드 공의 저택으로 돌아갔다. 레베는 오랜만의 제노사이드, 후라우는 오랜만의 악마퇴치에 만족했었지만, 에리스의 표정은 그다지 썩 좋지 않았다.

     그녀의 옆에는 마치 석상처럼 핏기가 가신 그레이와, 그의 손을 걱정스럽게 붙들고 있는 마리오네타, 그리고 짜증섞인 표정의 기스가 앉아있었다.

     "그런가, 용자의 이름으로도 사바트를 진압하지 못했는가."

     "네, 마르스필드 님. 저기 있는 썩을 용자가 움직였다면 모두 죽이지 않아도 되었겠지만, 중요한 때 도움이 되지 않는 바람에 참가자를 모두 죽일 수 밖에 없었어요. 클리프와 다무즈는 도망쳤지만, 애초에 그 두 사람에게는 저희들의 존재가 알려졌기 때문에, 커다란 문제는 없겠죠. 제일 큰 문제는 저기 있는 썩을 용자겠네요. 이렇게까지 근성이 없다고는 생각도 못했지 뭐예요."

     용자를 향해 신랄한 말을 주저없이 늘어놓는 에리스에게, 마르스필드 공은 말도 나오지 않았다.

     "에리스 아가씨, 용서해주세요...."

     마리오네타가 모기만한 목소리로 에리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여기서 기스가 분통이 터졌다.

     "에리스가 용서해도, 내가 용서 못한다. 그레이여, 넌 이제 용자를 그만둬! 용자를 그만두고 와란의 집에서 마리오네타와 죽을 때까지 평생 알콩달콩 살라고."

     "기스 씨까지 그런......"

     마리오네타의 중얼거림을 마지막으로 방은 침묵에 휩싸이고 말았다.

     "이제 왔다냐."

     "에리스 사장, 월척이라고!"

     그때 돌아온 사람은 캐티와 캐티스 2명.

     "아, 어서 와. 어땠어?"

     에리스가 미소를 띄우면서, 캐티와 브냥을 마중하였다.

     "아마도 이거, 관객명부다냐."

     "이쪽은 사바트의 기록이라고. 내용은 그로테스크하니 주의하라고."

     2명은 에리스에게 기록 뭉치를 넘겼다. 에리스는 슬쩍 눈으로 훝고서, 먼저 관객명부 쪽을 마르스필드 공에게 넘겼다.

     마르스필드는 명부에 눈을 돌리고서, 참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따.

     "이거 심하군. 귀족의 절반 정도가 관객에 이름을 올려놓았다니."

     "아마 그 분들은 오늘의 제노사이드로 대부분 '행방불명' 이 되었을 거예요. 내일의 왕성이 기대되네요, 아저씨."

     "그렇겠지 에리스. 뭐, 혼란은 피할 수 없지만, 사바트의 개최는 당분간 진화될 터. 그런데 그쪽 서류는 뭐지?"

     "여태까지의 사바트의 기록이에요. 곧장 드리겠지만,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에리스는 서류를 들고서,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용자 그레이에게 향했다. 그리고 손에 든 서류를 용자의 눈앞에 들이밀고는 그 안에 있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제물 소녀가 잡혀온 촌락의 이름, 기억에 없어?"

     빈껍데기처럼 되어있었던 용자는, 들은대로 서류에 눈길을 향했다. 하지만, 그 내용에 그는 눈을 부릅떴다.

     "이것은......나의......마을....... 어, 뭐라고?"

     옆에서 서류를 들여다 본 마리오네타도 거기에 쓰여진 내용에 표정을 찌푸렸다.

     그곳에는, 용자의 마을에서 데려온 소년소녀들의 이름이 기재되어있었다.

     용자가 아는 아이들의 이름과, 그들이 제물로서 '어떻게 고문받고, 처리되었는지' 에 대해서, 상세히 기록되어있었다.

     실내가 얼어붙었다.

     그러자, 얼음을 깨는 것처럼 캐티가 갑자기 얼빠진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고보니 잊고 있었다냐, 마르스필드 아저씨, 함께 현관의 위병한테 가줬으면 한다냐."

     "그래 캐티. 에리스 사장도 함께 가달라고."

     두 사람의 재촉에 마르스필드 공과 에리스는 의아한 표정을 띄우면서도 일단 방을 나섰다.

     남겨진 사람들은 그레이의 앞에 내던져진 서류를 읽으며, 마찬가지로 고개를 찌푸렸다.

     "심하네."

     "부모의 동의를 받았다고 되어있지만, 아마 영주나 귀족의 압력이 있었겠지요."

     "너무해."

     "어이 그레이, 넌 이걸 보고 어떻게 생각해."

     기스의 추궁하는 듯한 소리에, 그레이의 표정이 창백한 밀랍인형 같은 것에서 상기된 분노의 표정으로 바뀌어나갔다.

     "그레이 님......"

     "기스, 마리오네타..... 난 뭘 하고 있던 걸까..... 내가 악마퇴치에 얽매여 있던 사이에, 마을의 아이들이 이런 꼴을 당했다니......"

     "적당히 좀 눈을 떠 그레이! 우리들은 뭘 위해서 싸운 거냐? 보석상자들이 그 인간말종들을 베어버리지 않았다면, 희생자는 더욱 늘어났을 거라고. 넌 누구를 위한 용자냐!"

     용자는 부들부들 떨었다. 입술을 깨물고서, 손을 움켜쥐면서, 용자는 일어섰다.

     "그레이 오빠!"

     거기에 갑자기 자그마한 누군가가 방에 뛰쳐들어왔다. 그 누군가는 그레이의 허리에 달려들었다.

     "어, 어라, 너는......."

     "고양이 언니와 오빠가 구해줬어! 나 이외엔 모두 사라져버렸어! 그레이 오빠, 함께 모두를 찾자구!"

     에리스와 같은 나이일 소녀는, 그레이와 동향 사람이었다. 아마도 다른 소녀들과 함께 '제물' 로서 끌려왔을 것이다.

     "사무소의 지하에서 울고 있어서 데리고 돌아왔다냐."

     "뭐야, 근성없는 용자의 지인이었냐."

     "오빠는 근성없지 않아! 강하다구!"

     용자를 발견하자 그만 담대해졌는지, 소녀가 입을 삐죽이면서 브냥에게 대답했다.

     "그랬지, 그랬지, 그랬지......" 하며, 그레이는 연이어 중얼거렸다. 그리고 일단 심호흡을 하며 호흡을 정돈하고는, 에리스 일행을 향해 천천히 말을 하였다.

     "보석상자들, 마르스필드 공, 기스, 그리고 마리오네타. 오늘은 미안했다. 난 눈앞에 서 있던 '인간같은 것' 에 사로잡혔던 모양이다. 그것은 '인간' 이 아니었지. 나는 결정했다. 나는 용자, 왕의 검도 뭣도 아니다. 그리고 난 사바트를 용서치 않아."

     그 말에 기스는 흥 하고 코웃음을 쳤고, 마리오네타는 용자의 등에 얼굴을 파묻으면서 기쁨의 오열을 하였다.

     "그럼 이번에야말로 저희들은 돌아갈게요. 용자님, 뒤는 맡길게요."

     용자에게 의욕이 생긴 사이에 여기서 도망치는 게 제일이라고 판단한 에리스는, 이번에야말로 돌아가려고 보석상자들과 용들을 재촉하여 현관으로 향했다.

     "에리스, 또 무슨 일이 있으면 주저없이 부를 거다!"

     "아~ 들리지 않습니다."

     에리스는 마르스필드 공과 마지막 대화를 나눈 후, 래칭을 업고서 스쨩의 등에 올라타서 레베의 등에 매달렸다.

     "자, 돌아가자!"

     

     그날을 계기로, 용자는 합법, 비합법을 불문하고 사바트 회장에 나타나서는 참가자 전원을 베어버리고, 제물을 구출하였다. 그 행위는 귀족들을 떨게 만들었고, 서민에게서 영웅으로 칭송받게 되었다.

     그리고, 용자가 구출한 아이들은 그대로 마르스필드 공이 보호하여, 아이들은 공의 견습위병, 견습하녀로서 배움에 힘쓰게 하였다.

     이제서야 용자는 '구하는 일' 에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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