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04 마술 난사
    2021년 05월 18일 21시 58분 3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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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795dx/111/

     

     

     

     눈앞에 있던 동료가 인간의 몸통 정도는 되는 거대한 바위에 날아가서 지면을 굴렀다.

     

     옆에 서 있던 녀석은 보이지 않는 바람의 칼날을 받고서 머리와 오른팔이 잘려나갔다.

     

     그리고, 아주 조금 떨어진 내 대각선 앞에서 일직선으로 흘러온 홍수같은 물에 대여섯명이 한꺼번에 후방으로 떠밀려 내려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아니, 애초에 어째서 이렇게 수지가 안 맞는 전장에 오고 만 것인가.

     

     원인은 단장이 틀림없다.

     

     가란 황국에서 꽤 높은 보수를 낸다는 말에 혹해서 달려들더니, 적은 지금 소문으로 듣던 용기사를 자칭하는 사기꾼이라며 크게 기뻐하던 단장이 모든 일의 원흉이다.

     

     그야 분명, 빚도 있었으니까 나도 기뻐했었지.

     

     큰 돈이 들어오니 당연하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정말로 괜찮은지 확인해야 되는 단장이 들떠버리면 안 된다.

     

     단장이 우리들을 꼬드겨서 이런 지옥에 데리고 와버린 것이다.

     

     젠장, 웃기지 말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원망의 말을 외쳐주려고 단장의 모습을 찾아보니, 오른쪽 뒷편에 있던 단장이 바위에 짓눌려서 죽어 있었다.

     

     하반신이 바위아래에 사라져 있었고, 만일 살아있어도 틀림없이 구할 수 없을 것이다.

     

     "하, 하하! 꼴 좋다! 네놈 탓...."

     

     

     

     난 무언가를 외치다가 바람의 칼날을 받고서 조각나버리며 죽은 남자를 곁눈질로 보고서, 혀를 차며 먼 곳을 바라보았다.

     

     "젠장! 어떻게 된 거냐!? 이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구멍에 숨어있는 건가!?"

     

     적은 소수일 터였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마술 사용자가 2명 있던 것은 확실하게 확인하였다.

     

     하지만, 그 외에는 수십명 정도의 얼마 안 되는 병사들에 불과했을 터.

     

     그런데도, 지금 우리들에게 비오듯 쏟아지는 마술의 수는 뭔가.

     

     어느 것이나 영창에 어느 정도 시간이 드는 고위의 마술이다.

     

     그걸 마치 되는대로 지면에 떨어진 돌멩이를 주워서 던지는 것처럼 쏴제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적은 마술사의 집단을 숨기고 있던 것이다.

     

     그것도, 상당한 실력의 마술사를 천 명 이상은 배치해놓았을 것이다.

     

     "다인 장군! 전열은 이미 붕괴! 이 부근에도 마술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군의 최후미까지 물러나주십시오!"

     

     내가 조금 떨어진 위치에 날아온 바위를 바라보면서 적의 진형과 병종과 그 수를 고찰하고 있자, 천인장인 젊은 남자가 그런 말을 해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가 보아도 지는 전투였지만, 이 군을 맡은 내가 제일 도망칠 수는 없는 것이다.

     

     적어도 군을 물린다면, 내가 스스로 적의 추격을 막아서서라도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야만 한다.

     

     "천인장! 황국군의 정규병을 지휘해서 후퇴를...!"

     

     난 천인장을 돌아보며 지시를 내려고 했다.

     

     하지만, 돌아본 앞에는 머리를 잃은 천인장의 몸만이 말 위에서 흔들거리고 있었다.

     

     "젠장! 뭐냐고, 이 전쟁은! 마술사의 부대는 뭐하고 있나!?"

     

     내가 주변을 둘러보며 외치자, 근처에 있던 병사가 고개를 들고 외쳐왔다.

     

     "조금 전부터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도 탈주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뭐라고!"

     

     언제나 위세를 떨던 입만 살아있는 녀석들이, 이런 사태가 벌어지자 곧장 꼬리를 말고 내빼다니.

     

     이 무슨 파렴치한 녀석들인가.

     

     "어쨌든! 그 이상한 마술사들은 무차별적으로 마술을 쏴제끼고 있다! 빨리 정규병을 데리고 후퇴해라! 내가 모두를 도와주겠다!"

     

     "자, 장군! 아, 앞을!"

     

     내가 주변에 들리게 명령을 하고 있자, 누군가가 나에게 앞을 향하라고 외쳤다.

     

     조건반사로 말 위에 탄 채로 몸을 비틀면서 방패를 들고 앞을 보았다.

     

     바위다.

     

     1미터는 되는 바위가, 나의 코앞까지 와 있었다.

     

     "크윽!"

     

     내가 어금니를 부러지도록 악물고, 옆구리를 수축시키며 전신에 힘을 모으고는 바위를 향해 방패를 들었다.

     

     눈앞에서 거대한 종이 울리는 것 처럼 뇌가 울리는 굉음과 충격.

     

     팔이 마비될 정도의 연약한 것이 아니다.

     

     온몸의 뼈가 조각조각날 듯한 충격을 받고, 난 몸에 익숙해진, 방패를 이용한 흘려내기의 요령으로 몸을 크게 비틀었다.

     

     놀랍게도, 도르가 장군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2미터 가까운 나의 거구가 바위의 충격을 흘려낸 충격으로 몸이 떠올랐다.

     

     바위의 진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몸을 회전시키면서 비튼 덕분에 치명적인 부상은 없다.

     

     하지만, 나선회전을 하며 튕겨난 나는 낙법다운 낙법을 하지 못하여, 갑옷 채로 지면에 강하게 떨어졌다.

     

     숨을 쉴 수 없는 충격이 등에서 배를 향해 꿰뚫고 지나갔다.

     

     ".....크, 윽.....!"

     

     어떻게든 방패와 검은 놓치지 않고 수중에 남겼지만, 나의 말은 목뼈가 골절되어 죽고 말았다.

     

     떨리는 무릎을 주먹으로 쳐서 강제로 다리에 힘을 넣는다.

     

     한심하지만, 검을 지팡이 삼아서 어떻게든 일어난 나의 눈에, 바퀴벌레 떼가 도망치듯이 패주하는 가란 황국군의 모습이 비추어졌다.

     

     그리고, 잠시 동안 일방적으로 공격당한 끝에 생긴 마술의 상흔을 보고, 난 분노에 이성을 잃을 뻔했다.

     

     시산혈해라는 말은 그야말로 이런 풍경을 가리키는 것이다.

     

     병사들 중 태반이 지면에 쓰러져 있었고, 아직 움직이는 자도 기식이 엄엄하거나 중상을 입은 자들 뿐이다.

     

     영광된 가란 황국의 대군이 무슨 꼴이란 말인가.

     

     그런 와중에, 어떻게든 지면에 쓰러지지 않고 끝난 자들을 향해서 그들이 소리를 내었다.

     

     "오, 꽤 기운찬 녀석이 있네. 사이노스! 로렐! 상대하고 와라!"

     

     말한 자는 아무래도 용기사를 자칭한 렌이라는 청년이다.

     

     조금 전의 바위 탓에 귀가 정상이 아니었기 때무에 확실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멀리 보이는 그 청년이 이쪽을 보고 뭔가 말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나를 향해서 묘한 복장과 간단한 갑옷을 걸친 수인남이 걸어왔다.

     

     그 가공할 정도의 솜씨다.

     

     나는 검과 방패를 들고 수인남을 바라보았다.

     

     "으음. 그다지 체력이 남지 않은 모양이오. 소인은 약자를 괴롭히는 취미가 없으니, 단숨에 끝내주겠소."

     

     그렇게 말을 끊고는, 수인남이 칼을 들었다.

     

     받아낼 수 있을까.

     

     아니, 어려울 것이다.

     

     무기를 들고서 칼이 오는 방향을 예측하여 튕겨낼 수 밖에 없다.

     

     나는 순식간에 판단을 내리고는, 수인이 가진 칼의 방향에 맞춰서 허리를 낮추고 방패를 들었다.

     

     그 후, 믿을 수 없게도 조금 전의 바위를 받았을 때보다도 격렬한 충격이 나의 팔을 관통하였다.

     

     실제로 칼이 방패를 관통한 것은 아니다.

     

     다만, 방패로 받아내었음에도 방패와 함께 나의 몸까지 날아가버린 것이다.

     

     그 충격이 너무 한 곳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나의 팔은 칼로 찔린 것같은 충격을 받아버리고 만 것이 분명하다.

     

     방패를 놓고서 지면에 팔을 대며, 수인남을 올려다보며 일어섰다.

     

     이제는, 검을 휘두를 힘도 없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검을 양손으로 들고서 지면과 평행하게 되도록 어떻게든 들어서, 수인남을 향해 걸어갔다.

     

     목이 베인다 해도, 저 숙련자에게 한방 먹여줘야만 한다.

     

     가란 황국군의 장군의 자리를 받은 내가, 무엇하나 하지 못한 채 끝나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와라! 이 내가 베어주겠다!"

     

     난 그렇게 외치고 수인남의 목으로 검끝이 향하도록 검을 들려고 했다.

     

     그 때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난 왼손의 손목이 절단된 것을 깨달았다.

     

     수인남은 검을 든 나를 바라보며, 만족스레 웃었다.

     

     "훌륭하오."

     

     남자는 그 한마디를 하고서, 칼을 한손으로 휘둘렀다.

     

     난 베일 거라고 생각한 순간, 억지로라도 그 칼솜씨를 놓칠 수 있겠냐며 눈을 부릅떴지만, 도저히 수인남의 미소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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