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85 메아스 변혁의 날
    2021년 05월 11일 20시 52분 2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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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9795dx/90/

     

     

     

     

     "폐하, 드래곤을 부탁할 수 있겠습니까?"

     

     "앙?"

     

     거리로 나온 우리들에게, 핑클은 대뜸 그렇게 말하였다.

     

     기껏 라그레이트가 눈에 띄지 않도록 시가지에서 떨어진 장소에 대기시켰는데. 

     

     "아뇨, 당주는 되었습니다만, 다른 왕가가 보기에는 단순한 풋내기일 뿐입니다. 거의 상대도 안 해주겠지요. 그러니 죄송하지만 폐하의 위광을 알기 쉽게 드러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니, 그러면 내가 편하게 놀러갈 수 있는 마을이 점점 사라지잖아.

     

     "....그 외에도 방법은 있다. 서니가 눈앞에서 저 정도의 산을 날려버린다던가."

     

     "....놀리지 말아주시겠습니까?"

     

     내가 다른 방안을 제안하자, 핑클이 억지로 화를 참는 표정으로 웃었다.

     

     "그래서, 폐하. 노예를 노동력으로서 원하신다면, 가능한 한 빠른 결단을 부탁드립니다."

     

     "....음. 알았다. 부르도록 하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돌아보았다.

     

     사이노스에게 시키려고 생각했으니, 사이노스는 등에 그 노예소녀를 짊어지고 있다.

     

     서니는 미아가 될 것 같다.

     

     "....단. 잠깐 갔다 올 수 있을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단은 깊게 끄덕이고는 발걸음을 돌려 맹렬한 대쉬로 달려나갔다.

     

     그 백은빛으로 반짝이는 뒷모습을 보고, 난 이미 결과를 확신하였다.

     

     

     

     "요, 용기사님이다!"

     

     "소, 소문은 정말이었나!"

     

     "이 얼마나 신성한 모습!"

     

     드래곤의 모습을 한 라그레이트가 시가지에 내려서자, 마을은 무서울 정도의 소란에 넘쳐났다.

     

     그리고, 드래곤 위에 올라탄 미스릴제 풀 플레이트메일의 남자에게 시선이 쏠리는 것도 납득되었다.

     

     역시, 단이 용기사로 착각되는 건가.

     

     단은 큰 환호성을 받으면서 드래곤에서 호쾌하게 내려왔다.

     

     난 거의 한 시간 동안 잔소리하고 싶은 기분을 억누르면서, 다가오는 단에게 입을 열었다.

     

     "좋아, 이걸로 용기사가 실존하는 증거로는 충분하겠지. 이제는 핑클이 여기에 다른 대표가 오는 것을 기다려볼까."

     

     난 그렇게 말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이미 구경꾼의 벽이 생겨나 있었다.

     

     이미 무대는 갖춰졌지만, 핑클이 아직 오지 않았다.

     

     평소였다면 반대일 텐데.

     

     내가 이 연출에 불만을 말해야 할까 생각을 하고 있자, 갑자기 인파가 나뉘며 좌우로 갈라졌다.

     

     이 비어있는 길을, 핑클을 선두로 한 여러 인간이 걸어왔다.

     

     묘하게 굳은 표정의 핑클과, 로브 차림의 중년 남자, 초로의 여자다. 그리고, 그 3명을 호위하는 것처럼 수십에 달하는 병사의 모습도 있었다.

     

     그 비범한 단체는 나의 앞까지 오더니, 핑클과 병사들만이 무릎을 꿇었다.

     

     선 채인 중년의 남자과 초로의 여자는, 무릎을 꿇은 핑클보다도 앞에 나와서 이쪽으로 다가왔다.

     

     "당신이 용기사님이군요. 전 이 나라의 대표를 맡고 있는 사람 중 하나, 크레인 왕가의 당주인 카레디아라고 합니다."

     

     카레디아라고 소개한 초로의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바로는 믿지 못하겠지만, 진짜인 모양이로군. 거짓이라 해도 드래곤을 조종하는 것은 S랭크 모험가여도 무리인 일. 내가 마이스티스 왕가의 당주, 지로모라다."

     

     다음으로 지로모라라고 소개한 남자가, 한 손을 내밀었다.

     

     물론, 단에게 말이다.

     

     "...난 아니다."

     

     단이 두 사람에게 곤혹스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카레디아와 지로모라는 눈을 번쩍 뜨며 놀랐다.

     

     "어....그럼, 그 멋진 미스릴 갑옷은...?"

     

     단이 곤란한 듯 날 돌아보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가 앞으로 나섰다.

     

     "....내가 진짜다. 말해두지만, 이건 미스릴 따윈 발끝도 따라올 수 없는 갑옷이라고."

     

     난 그렇게 말하면서 용의 비늘과 가죽으로 만든 경장갑을 오른손으로 쳐보았다.

     

     "이거 실례되는 일을 했다."

     

     "....정말 실례했네요, 용기사님. 하지만, 미스릴보다도 좋은 갑옷이라니....정말 흥미가 돋는데요."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다. 용건으로 넘어가라."

     

     내가 그렇게 말하자, 카레디아가 고개를 들었다.

     

     "이거 죄송하네요. 예전부터 장사의 냄새에 반응해버리는 탓에... 이야기는 핑클에게서 들었던 내용은 들었지만, 그걸로 괜찮을까요?"

     

     카레디아가 그렇게 말하며 확인하려는 듯 내 얼굴을 보았지만, 이렇게 청중이 서 있는 한복판에서 말할 내용이라고는, 노예해방 이후의 일 밖에 없지 않은가.

     

     "아아, 귀찮다. 핑클, 말해라."

     

     내가 명령하자 핑클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날 보고 끄덕였다.

     

     "그 이야기란, 가란 황국에 팔았던 노예의 매수와, 국제동맹의 건입니다."

     

     "그것의 어디에 의문점이 있지?"

     

     내가 핑클에게 그렇게 되묻자, 지로모라는 고개를 들었다.

     

     "여기에도 많은 상인이 있다. 물론, 가란 황국도 그렇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상인들이 긴 시간을 들여 두터운 파이프를 만들어왔다. 물론, 저기 있는 바란드 왕가의 꼬마도."

     

     지로모라는 그렇게 말하며 핑클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아직 당주로 인정받지는 못한 모양이다.

     

     "그래서?"

     

     "...이 메아스는 소국의 연합체라서 말이다. 긁어모은 군대야 있지만, 대국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는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왕가인 나라고 해도 당주가 될 때까지는 행상인으로서 견문을 넓히고 장사의 감각을 길렀다."

     

     지로모라는 그렇게 말하고서 짧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상인으로서 대화를 하지만, 상인은 신용이 제일이다. 그 상인이 최대의 고객이라 할 수 있는 가란 황국이라는 대국과 어쩌면 적대하게 될 원한을 살 수도 있다는 뜻이지. 납득할만한 근거를 보여주었으면 하네만."

     

     지로모라는 그렇게 말하고서 카레디아를 보았다.

     

     "용기사님께 실례될지도 모르겠지만, 저희들에게도 생활이 있답니다. 핑클 공에게서 이야기는 전해들었지만, 아무래도 저희들 같은 상인에게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 뿐이어서..."

     

     "그건 어쩔 수 없겠군. 하지만, 일단은 나도 국왕이라서 말이다. 저곳의 핑클 쪽은 당주가 은퇴한다는 책임까지 졌는데, 그쪽은 뭘 해줄 수 있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카레디아와 지로모라는 약간의 짜증을 내보이며 날 보았다.

     

     "...그쪽이 협력을 요구해오지 않았나? 용기사라고는 해도, 나라의 대표라면 조리있게 말을 해줬으면 한다."

     

     ".....아쉽게도, 지금은 전쟁 직전이라서 말이다. 우리나라는 가란황국의 전면전쟁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메아스는 가란 황국측에 서 있다. 다시 말해 지금의 메아스는 우리나라의 적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주변에서 듣고 있던 메아스의 주민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적대선언이라니, 용기사님은 역시 담력이 있으시네요...그렇다면, 저희들이 믿기에 충분한 것을 보여주신다면, 저희들은 용기사님의 비호하에 들어가기 위해 매년 세금을 지급하겠습니다."

     

     "자, 잠깐, 카레디아 공! 그것은...!"

     

     "다시 말해, 에인헤랴르의 속국이 되겠다는 말이로군?"

     

     내가 그렇게 확인하자, 카레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 무슨 제멋대로 그런 결정을....!"

     

     지로모나는 화가 나서 얼굴을 상기시키며 노호성을 질렀지만, 난 미소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뭐야, 불만이 있는 건가. 그렇다면 너는, 카레디아의 제안을 듣고 난 시점에서 어떤 제안을 할 셈인가?"

     

     뭘 할지 뻔하다고.

     

     나는 은연중 그런 뜻을 내포한 말을 하면서 지로모라를 도발하였다.

     

     이제, 돈으로 지불하겠다는 쫀쫀한 말은 하지 못하게 되었을 터.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지로모자는 발을 동동 구르며 날카롭게 말했다.

     

     "....! 알았다! 카레디아의 제안으로 좋다! 이걸로 되었나!"

     

     지로모라가 그렇게 말한 순간, 나는 참지 못하고 내뿜었다.

     

     나중에, 메아스의 변혁의 날이라고 불리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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