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77 처음으로 가는 메아스2021년 05월 08일 18시 38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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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일단 렌브란트 왕도 앞의 큰길에 내려섰다.
크레이비스의 귀환을 모르는 왕도의 주민과 병사가 패닉을 일으키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역시 난 배려할 줄 아는 남자다.
참고로 지상에 내려오자 병사들은 지면에 철퍼덕 주저앉았고, 국왕은 선 채로 눈물을 흘렸으며, 재상은 피로가 역력한 표정으로 왕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렌브란트 왕도. 대국이며 역사도 긴 만큼 거대한 마을이었다.
성벽도 아름답게 보인다. 조금 전 위에서 보았을 때 마을은 오각형인가 육각형과 비슷한 모양이었을 것이다. 지형에 맞춰서 증축하지 않았을까.
"처음으로 렌브란트 왕국의 왕도를 보았는데, 꽤 커다랗군."
내가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중얼거리자, 핑클이 날 돌아보았다.
그 표정은 믿을 수 없는 것을 보는 것 같았다.
"....5대국 중 하나를, 왕도에 방문하지도 않고 함락시킨 겁니까..."
"함락이 아니다. 동맹이다."
핑클의 대사에 내가 태클을 걸자, 크레이비스가 눈물을 흘리며 내 앞에 걸어왔따.
"렌 국왕폐하님!"
"폐하로 끝내, 크레이비스 왕. 님은 필요없어."
"네, 네에! 렌 국왕폐하! 이번에 동맹을 맺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참고로 렌 국왕폐하께서 필요하신 물자가 있다면, 정기적으로 렌 국왕폐하께 보내드리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오, 그럼 다음에 필요한 물건을 추려서 목록으로 만들도록 하지. 도움 감사하다, 크레이비스 왕."
"여, 영광입니다!"
난 그런 대화를 하면서 크레이비스 왕 일행과 헤어졌다.
크레이비스 왕의 일행을 배웅하는 나의 뒷편에서, 핑클의 어이없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함락시키지 않았습니까...불평등한 동맹간의 거래로...."
뭐가 불평등조약이냐.
완전히 상대측의 호의로.... 어라, 어째선지 정치가의 변명같이 들리네.
용건을 하나 끝낸 우리들은, 곧바로 메아스로 향했다.
현재는 드래곤의 모습인 라그레이트의 위에서 핑클을 심문중이다.
"결국, 메아스는 어떻게 할 셈이지?"
"메아스는 한 국가를 칭하고 있지만, 사실은 세 가지 세력이 권력을 다투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입니다. 그래서 가란 황국, 렌브란트 왕국, 인멘스타트 제국...이들의 나라와 관계가 깊은 왕가가 제각기 존재합니다. 주된 상품도 물론 각각 다릅니다."
핑클은 그렇게 말하며 얕은 한숨을 쉬었다.
"그럼, 메아스가 스스로 어딘가에 총공격을 감행한다던가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인가."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나라의 성질상, 각 왕가의 파벌끼리 다투는 형태가 되어있는 만큼, 이익에 탐욕스러워서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확실한 형태로 이익을 얻으려 하겠지요."
일장일단인가.
하지만, 내부가 굳건하지 않다고 한다면, 메아스는 어떤 의미로 가장 간단히 붕괴되어버릴 나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무너뜨린다면 먼저 기반이 되는 핑클부터인가......
"메아스에 손해를 입힐 이야기에는 따르지 않겠습니다."
마음을 읽혔다.
"그래서, 각 왕가의 파벌에서 취급하는 상품이 다르다고 말했었지. 네 쪽은 뭘 다루고 있어?"
"....식량과 장비, 매직아이템도 다룹니다만.....뭐, 여러가지 있습니다."
"노예도?"
내 질문에, 핑클은 어깨를 움츠리며 날 보았다.
"역시 심술궂은 분이군요. 노예도 다루고 있습니다.".
이미 정보는 조사해두었으니, 핑클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이 정보를 토대로 핑클에게 물어봐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건축물에 관련된 재료나 장인에 강한 왕가, 식량과 약과 연금술에 강한 왕가, 그리고, 전쟁관련의 상품에 강한 왕가....이 안에서, 가장 힘이 있는 것은 무기상인이기도 한 바란드 가문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핑클은 입을 닫았다.
"핑클. 그래서 넌 가란 황국에 노예를 몇 명 팔아치웠나?"
"범죄노예를 150. 전직 용병과 모험가 출신의 빚노예를 100."
핑클은 그렇게 말하고 한번 뜸을 들인 후, 숨을 가늘게 쉬었다.
"전부, 이전의 가란 황국 침공군에 편성되었습니다."
"그렇군. 그럼, 넌 가란 황국군이 빠르게 괴멸된 것을 알고 있었는가."
"....딱히 원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란 황국에서는 선불로 돈을 받아놓았고, 넘겨준 것도 단순한 노예였으니까요. 다만, 기분은 좋지 않습니다. 얼굴도 보았었고, 몇 명과는 대화도 했었으니까요. 그들이 한 명도 남김없이 전멸했다니..."
핑클은 그렇게 말하며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넌 역시 노예상인에는 맞지 않구나."
"모두에게서 똑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핑클. 가란 황국에 물자와 인재를 팔아치우는 것은 메아스다. 그리고, 가장 움직임이 좋은 상품은 무기상인 바란드 왕가가 다루고 있다. 결국 네 형제가 가란 황국에 힘을 빌려주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네요. 맏형과 둘재 형이겠죠. 그리고, 맏누이가 식량과 장비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세 명, 설득할 수 있을까?"
"협력을 그만두라구요? 무리입니다. 메아스와 가란 황국은 용기사와 영웅의 이야기는 애들용 동화책으로 평민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정말 죄송하지만, 폐하의 말씀이라고 전해도 상대도 하지 않겠죠."
"아니. 장비와 식량은 팔아도 돼. 하지만 노예는 안 된다."
난 핑클의 말을 도중에 가로막고, 의아한 표정이 된 핑클을 보며 입을 열었다.
"또 괴멸시키게 될 거니까."
내가 진지하게 그리 말하자, 피을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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