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73 가란 황국의 움직임2021년 05월 06일 23시 35분 0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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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란 황국 황도에 있는 알현실.
그 화려하고 현란하면서도 어딘가 투박한 분위기와 중압감이 팽배한 공간 안에서, 가란 황국황인 하칸이 손으로 턱을 괴면서 엎드린 남녀를 보고 있었다.
밝은 갈색로브를 입은 남자와, 흰 로브를 입은 여자다.
하칸은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남은 상품은 언제쯤 마련되는 거냐?"
하칸이 그렇게 말하자, 남자 쪽이 고개를 들었다.
"전투에도 버틸 수 있는 노예는 인기가 높아서 좀체로 수가 모이지 않습니다. 약 1주일 있으면 2천에서 3천명 정도는 마련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심으로 모으려고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냐."
"....글쎄요, 저희들로서도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그런 대응만 할 수 있는 상인은 삼류아니냐. 손님이 서두르라고 말한다면, 무슨 방법을 써도 좋으니 서두른다. 그게 진짜 상인이라는 거다."
하칸이 그렇게 말하자, 남자는 입가를 들어올리며 고개를 들었다.
"오, 설마.....무리하게라도 모으라시는 뜻이신지요?"
"하, 무슨 말이냐. 처음부터 그럴 셈이지 않았느냐. 그래서, 무리하게 모은다면, 추가로 얼마나 들지?"
"...3배, 정도입니다만."
"3배!"
남자의 대사에, 하칸은 연극조로 놀라는 모습을 취했다.
"그 정도인가. 그렇다면, 어떻게든 2만 정도를 마련해라."
"2만이군요. 매번, 감사합니다."
남자라 그렇게 말하며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하칸은 흰 로브녀에게 시선을 주었다.
"다음은 물자인데."
"현재, 저희나라에서 임시로 보내고 있는 식량은 아직 2주일은 가격이 이대로 유지되겠죠. 하지만, 그 후에는 폭등할 우려가 있습니다. 장비들은 전부 마련할 수 있어보이네요."
"정말이지, 군대는 돈이 너무 들어. 이전의 실패가 꽤나 발목을 붙잡는구만."
"그렇네요. 하지만, 이기게 된다면...."
"그래, 이기면 된다. 이기면 전부 문제없어. 그렇기 때문에 서둘러야 하는 거다. 속도야말로 강함이다. 상대에게 알려지기 전에 준비해서, 상대가 움직이기 전에 친다."
하칸이 그렇게 말하자, 남녀는 감탄의 목소리를 자아냈다.
"역시나 하칸 님. 전쟁의 진리를 벌써 깨우치셨을 줄이야."
"정말이에요. 훌륭한 지략이세요."
"으음. 두 사람은 이제 가도 좋다. 바깥의 병사에게 말해서 문까지 동행해달라고 해라."
하칸이 그렇게 말하자, 두 사람은 다시 한번 깊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였다.
알현실에서 두 사람이 나간 것을 확인하고서, 하칸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메아스 놈들. 왕국이 제국에 침공했을 때는 양쪽에 물자를 주고서 돈을 벌어놓고는, 이번엔 우리 가란 황국인가."
하칸은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다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설마, 용기사의 나라에도....? 아니, 설마 거기까지 손을 대지는 않았겠지."
하칸은 그렇게 중얼거리고, 옥좌의 등받이에 체중을 실으며 시선을 위로 향했다.
"이기면 된다. 지금은 메아스가 벌게 해주지. 하지만, 이긴다면 이번엔 이쪽이 유리해질 거다."
가란 황국의 아르다 지방.
황도에서 살고있는 나로서는 꽤 먼 땅으로 생각된다.
이 아르다 지방의 방위거점인 두 성채도시를 연결하는 중계도시, 토팔.
이 토팔을 중심으로, 물자와 병사가 놀라운 속도로 모이고 있다.
어느새 두꺼워진 보고서의 산더미를 보고, 비용을 도외시하고 종이를 쓴다면 하는 망상에 젖어들게 된다.
난 피로감 때문에 굽혀진 등에 힘을 줘서 펴고는, 인원보충의 보고서를 읽었다.
확인한 것 만으로도, 아르다 지방에 5만 명. 에무레스 지방에 2만 명의 병사가 있다.
가란 황국의 병사는 거의 불과 3할 정도다.
여기에서 추가로, 정식 가란황국군은 약 3만 정도만 보충되었다.
내역을 보면 아르다 지방에서 2만 명, 에무레스 지방에서 1만 명이다.
그렇게 되면 군의 과반수가 가란 황국의 정규군으로 되는데, 그런데도 아직 노예를 모으고 있다.
놀랍게도, 보내질 예정인 인원만 해도 5만 명 이상이나 온다는 계산이다.
하칸 님은, 과연 제대로 계산하고 있는 것인가.
강한 태도를 보이는 부분은 장점이다. 하지만 하칸 님의 나쁜 버릇으로, 이길 때의 이득을 계산에 넣고서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가란 황국의 존망의 위기라면 몰라도, 지금의 상황은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전쟁을 걸 수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일단 대외적으로는, 허가없이 생긴 새로운 나라가 이쪽의 영토를 침범했기 때문이라고 공표할 예정이지만, 그것도 아슬아슬한 시점에 발표된다.
그런 억지 방법으로 전쟁을 거는 것이다.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이래도 져버렸을 때.
만일, 5대국 중에서 제일이라고 일컬어지는 우리나라가 패했을 때, 막대한 손실을 입는 것 뿐만이 아니라 주변국들도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다.
이걸 기회로 메아스가 한탕하려고 올 것인가.
렌브란트 왕국과 교착상태가 된 인멘스타트 제국이 움직일까.
어쩌면, 렌브란트 왕국과 인멘스타트 제국이 협력할 가능성조차 없지는 않다.
전쟁을 한다는 것은, 서로가 상처입는 것이다.
그럴 바에는 가란 황국이라는 대국이 약해진 참에 적끼리 협력하여 습격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아니, 그것보다도...."
현실적으로는 있을 수 없지만, 막 생겨났을 터인 나라가, 우리나라의 최대급의 대군을 쳐부수고 거기다 반격까지 해온다면.
"그런 바보같은."
난 자신의 상상을 무심코 자조적인 미소로 얼버무렸다.
"있을 수 없지...그런 일은..."
난 자신에게 들려주는 것처럼 자연스레 입밖으로 말하였다.
하지만, 처형되어버린 아르다 지방의 관리의 보고가 머릿속에 떠올라서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보낸 8만의 병사가 불과 하루이틀만에 남김없이 괴멸되었다는 농담같은 보고가.
그런 일은 있을 리가 없다.
상대를 전멸시키려는 싸움이 된다고 한다면, 숫자에 기대는 포위섬멸전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상대가 8만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대군이 상대에게 있다고 하는 건가.
"...용기사의 나라, 인가."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등줄기가 얼어붙는 듯한 오한을 느꼈다.
설마.
우리나라의 국민이라면 5살 정도만 되어도 용기사는 동화속 이야기의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용기사가 나타나 나라를 세운다.
수십 년에 한번 정도는 그런 사기꾼이 나타났지만, 실제로는 별 것 아닌 일에 그쳤던 것이다.
나의 불안은, 단순한 기우일 것이다.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 작업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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