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65 움직이는 황국과 왕국
    2021년 05월 02일 13시 59분 2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ncode.syosetu.com/n9795dx/67/

     

     

     

     가란 황국의 황도.

     

     황도의 중심에 우뚝 선 거대한 성.

     

     그 성내에도, 용기사의 소문은 은밀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신화의 영웅전설이 현실이 되었다. 이것은 서민들이 참기 어려운 화젯거리였지만, 한편으로는 자국의 군대가 전멸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성내에서는 매우 은밀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소문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 소문을 들은 황국의 중진도, 벌레씹은 표정으로 통로를 바삐 걷고 있었다.

     

     키는 낮지만 전체적으로 근육질의 두터운 몸매인 초로의 남자다. 남자는 새치가 섞인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겼고, 새카만 정장과도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황도에서 근무하는 대신 중 한 사람이었다.

     

     "군무대신 공!"

     

     "뭔가, 장군."

     

     장군이라고 불린 중년 남자는 딱딱한 표정으로 군무대신을 바라보면서 걸어왔다.

     

     "소문을 들었습니까."

     

     "이제는 갓난아기까지 알 지경이라네."

     

     장군은 짧고 긴 한숨을 쉬고서, 대신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통로 끝을 보았다.

     

     "...역시, 이런 중요한 전투에서 용병출신의 신참 따위를 쓰는 게 아니었다."

     

     장군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대신은 혀를 차며 장군을 놀려보았다.

     

     "바보같은 놈. 그 자를 지명하신 분은 폐하다. 그리고, 설령 너였다 해도 이길 수 없는 전투였을지도 몰라."

     

     "핫, 하하하하하."

     

     "뭐가 이상한가."

     

     "녀석이 끌고 간 병사의 수는 약 8만. 반면, 왕국군은 많아야 5만. 이 병력 차이로 불과 며칠 만에 괴멸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역사상 최대의 패전을 어떤 바보가 따라할 수 있겠습니까."

     

     장군이 그렇게 말하고 다시 웃어제끼자, 대신은 얼굴을 찌푸리며 멈춰섰다.

     

     "문제는 막대한 병사의 손실이다. 장군의 신용을 따지고 있을 때인가. 그리고, 그 렌브란트 왕국의 국경상주군을 이끌었던 자는 소문으로 듣던 용기사님이라고 하지 뭔가."

     

     대신이 그렇게 말하자, 장군은 코웃음을 쳤다.

     

     "바보같은. 신의 대행자란 영웅을 인도하는 자이지, 나라를 일으키려는 속물이 아닐 것입니다. 그보다, 그런 동화책 이야기 따위를 정말로 믿는 자가 있겠습니까."

     

     장군이 그렇게 말하면서, 멈춰서서 장군을 돌아보는 대신의 옆을 지나 통로의 끝으로 걸어갔다.

     

     대신은 한숨을 쉬고는 자신감에 차서 성큼성큼 걷는 장군의 등을 보며 같은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 앞에는 알현실이 있었고, 안쪽에는 2단만 있는 높은 계단과 함께 높은 등받이가 달린 옥좌가 있었다.

     

     그 옥좌에 디룩디룩 살찐 비만형의 남자가 있었다.

     

     나이는 20대 후반 정도일까.

     

     남자는 양손에 보석이 달린 반지는 끼웠고, 붉은 로브를 걸치고 있다. 머리카락은 회색이고, 5 : 5 가르마를 탔다.

     

     남자는 날카로운 눈매로 대신과 장군을 바라보고는, 한손을 두 사람에게로 향했다.

     

     "꿇어라."

     

     남자가 한마디 하자, 대신과 장군, 그리고 실내에 있던 8명의 병사들이 즉시 무릎을 꿇었다.

     

     "국무대신인 카림과 동방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토르가 장군을 부른 것은 다음 아닌, 이번의 렌브란트 왕국침공에 대한 건 때문이다."

     

     남자는 두 사람의 얼굴을 보며, 남자는 한숨을 쉬고서 자기 다리에 팔꿈치를 대었다.

     

     "정말이지, 머리 아픈 이야기다. 남서쪽에서 근무하던 병사 전부를 보태도 부족할 정도의 병사를 잃었다. 뭐, 실제 병사는 3만이고 나머지는 용병과 노예였지만."

     

     "황국황, 하칸 님! 노심초사하실 거라고, 가히 짐작됩니다. 하칸 님의 근심, 이 토르가가 풀어보이겠습니다! 부디 제게 맡겨만 주십시오!"

     

     "장군, 너무 무례하네!"

     

     토르가의 갑작스런 탄원을 들은 군무대신 카림이 화를 내었다.

     

     하지만 하칸 황국황은 자연스레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지금 이 황국에 드리운 먹구름을 생각한다면, 하칸의 거친 심성이 실로 믿음직해. 어쨌든, 서방의 변경인 아르다 지방을 다스리던 관리는, 왕국 침공군이 겨우 하루 만에 한명도 나김없이 몰살되었다는 등의 망언을 일삼은 결과....뭐 벌써 처형되었긴 하지만, 그 녀석이 말하기로는 왕국의 귀족을 장기말로 삼는 책략은 크게 성공했다고 했다."

     

     "바보같은! 수의 우위에 있으면서도 면밀히 준비한 책략까지 받아놓았는데, 그럼에도 패배했다니 믿을 수 없습니다! 그 관리가 서투른 바람에 오히려 모처럼의 책략을 이용당한 것이 진실이 아니겠습니까!"

     

     토르가가 그렇게 외치자, 하칸은 깊게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랬을 것이다. 정말이지, 장군만 해도 그래. 백전무패로 유명했던 용병단 단장을 장군으로 발탁해보았지만, 그 전공은 우연이었음이 틀림없어. 돌이켜보면, 장군이 된 후에도 수의 이점이나 지형의 이점을 얻는 전투에만 임했었지. 조금이라도 불리한 전투에선 농성에 맡겨버리는 겁쟁이였다."

     

     하칸은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들썩였지만, 카림은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하칸 님, 외람되게도 한 말씀 올리겠지만, 서방장군이었던 레오니드는 유능한 인재였습니다. 그 레오니드가 손쓸 수 없이 대패를 당했다는 점에 경계심을 강하게....."

     

     "군무대신 공! 군무대신 공이 그 용병 출신을 마음에 들어하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현실은 정확하게 바라봐야하지 않겠습니까."

     

     카림이 간언을 하려고 하자, 말하는 도중에 토르가가 끊고서 카림의 의견을 부정하였다.

     

     그에 동조하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하칸을 보고, 카림은 조용히 눈을 깔며 고개를 숙였다.

     

     다음 날, 가란 황국은 용기사의 나라 에인헤랴르에 보낼 정벌군을 결성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재상! 비리아즈 백작의 이탈은 정말인가!?"

     

     왕도의 동쪽 성문에,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성문에는 200을 넘는 병사와 호화로운 이두마차, 그리고 마차의 앞에 선 호화로운 로브를 걸친 초로의 남자가 서서는, 한결같이 성문의 바깥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거기에 있던, 멋지게 장식된 말에 올라탄 30대 정도의 남자가 추궁하였다.

     

     남자는 부드러운 웨이브가 진 금발을 어깨까지 드리우고, 광택있는 하얀 망토를 입은 근육질의 남자였다.

     

     "크레이비스 국왕폐하. 오랜 원정 수고하셨습니다."

     

     "유타, 지금은 인사를 할 때가 아니다! 동쪽의 전황이 이제야 교착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서쪽의 방위의 핵심인 변경백령이 독립해버리면 의미가 없지 않은가!"

     

     "어리석은 질문입니다, 폐하. 지금까지는 암약했던 메아스 때문에 동쪽 제국이 영토를 빼앗으려 했었지만, 서쪽이 약해졌다는 것을 보이게 되면 황국이 기뻐하며 서쪽을 빼앗으러 오겠지요. 메아스도 마찬가지로 승산이 높아보이는 황국에게 힘을 빌려줄 것입니다."

     

     유타가 그렇게 대답하자, 크레이비스는 유타의 표홀한 태도에 더욱 짜증을 일으켰다.

     

     "알고 있다면, 뭘 그리 느긋하게 있는 게냐!"

     

     "조바심과 서두름은 다른 것입니다. 폐하, 먼저 냉정해지시길. 적은 지금까지 좌우로 크게 뻗어있던 렌브란트 왕국을 갉아먹으려는 행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대군을 이끌고 서쪽으로 냉큼 달려가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겠습니까."

     

     ".....알겠다, 유타. 냉정하게, 서두르도록 하지. 그래서, 유타는 서쪽에 병력을 집중시키는 것은 반대라고 말하는 건가?"

     

     "아닙니다, 폐하. 전 그 가능성도 있다고 말씀드린 것 뿐입니다."

     

     "에에이! 어느 쪽이냐, 유타!"

     

     "용기사의 나라의 소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따라서입니다."

     

     "그런 것, 비리아즈 백작의 선전이 뻔하잖아!?"

     

     "백작의 허언일까요?"

     

     "당연하다. 지금의 정세로는 렌브란트 왕국에서 독립해도 가란 황국에 잡아먹히고 끝날 뿐 아닌가? 그러니 용기사의 이름을 빌린 것이다. 가란 황국군 8만을 섬멸했다는 이야기도 거짓이나 과장된 이야기에 불과해."

     

     "그럼, 확실히 서쪽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는 전부 비리아즈 백작의 손을 거쳤을 가능성도 있겠군요. 하지만, 결코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단정지어도 좋을 것인지."

     

     "무슨 말이냐? 넌 용기사가 정말로 나타났다고 하는 것이냐?"

     

     "아니요, 거기까지는 아니지만, 무언가의, 가란 황국도 렌브란트 왕국도 아닌 뭔가 다른 힘이 존재할 가능성은 높다고 보여집니다."

     

     "어째서냐."

     

     "먼저 시간이군요. 용기사의 이름을 대기 위해서는 가란 황국의 군대가 침공해는 것은 물론이고, 그걸 극적으로 격퇴, 섬멸한 지금과 같은 대전과가 필요합니다. 독립을 생각해서 준비하고 있을 때, 때마침 5천에서 1만 전후의 전투다운 전투가 일어날만한 황국군이 쳐들어와서 우연하게 병사의 손실 없이 멋지게 섬멸하는 일에 성공했다? 꽤 어렵겠지요. 그리고, 가란 황국이 만일 렌브란트 왕국의 영토를 빼앗을 생각으로 군대를 침공시킨다고 한다면 10만은 움직이겠죠. 가란 황국의 병력이라면 그게 가능합니다."

     

     "아아, 이제 됐어! 알겠다, 일단 용기사의 존재를 가정하고 행동하기로 하마."

     

     유타의 너무나 길게 이어지는 추측에, 크레이비스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그렇게 말했다.

     

     "폐하. 저는 용기사의 존재를 인정한다고는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저도 비리아즈 백작이 가진 병사의 수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가란 황국이 침공한 것이 확실하다면 그 땅은 이미 가란 황국의 것이 되었어야 했습니다."

     

     "그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용기사가 있는 거잖아?"

     

     "저의 추측으로는, 그 땅에는 가란 황국군 10만에 필적하는 힘을 가진 용병단이 있을 것입니다."

     

     "....뭐?"

     

     유타가 말한 대사에, 크레이비스는 얼빠진 소리를 내며 굳어버렸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