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3 렌렌 나름의 상냥한 체벌2021년 05월 01일 12시 03분 3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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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들킬 수 없다며 난리치는 나이디르와, 분노로 타오르는 눈으로 나이디르를 노려보는 다지.
이 두 사람을 멀리서 보며 진행상황을 지켜보는 상인들.
무대는 갖춰졌다.
"나이디르, 닥쳐라."
내가 낮은 음색으로 그렇게 말하자, 나이디르는 경직된 표정이 되며 입을 다물었다.
"다지, 나이디르에게 뭘 지시받았지."
"죄송합니다, 용기사님. 실제로 훔친 저도 죽어 마땅합니다. 하지만, 나이디르 녀석이 무죄가 되는 것만은 견딜 수 없습니다."
나이디르는 다지의 말에 얼굴빛을 붉게 물들였지만, 옆에 있던 로자에게 구속당하고 말았다.
"나이디르는 제게 미스릴 벽을 떼어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전 처음에는 외벽의 파편이라도 좋으니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지는 그렇게 말하고서, 내게 고개를 깊게 숙이며 이마를 지면에 대었다.
".....그래서 저는, 복도에 있었던 조각과 꽃병같은 것들 중에서 제일 작은 것을 골라 들고 왔습니다. 아니, 작은 것이라 해도 변명이 안 됩니다. 그냥, 그 훌륭한,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동해버리는 장식품에 끌려서..."
그걸 원했던 건가.
일본에서 많이 팔렸던 게임기의 최신기종 형태의 장식물이었는데.
역시, 직감적으로 두근거리게 되는 법인가보다.
나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고는, 울고 있는 다지를 내려다보았다.
"꽤 좋은 안목을 갖고 있군. 그것은, 이제 쓰지 못해도 한때는 훌륭한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내가 그렇게 고하자, 상인들이 술렁였다.
"설마, 신화급의 매직아이템인가?"
"그걸 훔치려고 했던 건가..."
"역시 극형은 면할 수 없겠어."
그런 상인들의 이야기가 들렸지만, 나는 다지에게 시선을 준 채로 미소를 띄웠다.
"다지. 네가 저지른 짓은 용서하기 어려운 일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다지는 어깨를 부들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훔친 물건도 당일에 발견되었고, 장소도 성 안을 벗어나지 않았다. 노예라고 하는 입장도 고려하면, 죄의 상당 부분은 주인이며 주범인 나이디르에게 있다고 본다. 배상의 방법은, 이 성에서의 봉사활동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동을 하도록."
내가 그렇게 말하자, 상인들 중 일부는 석연치 않았는지 굳은 표정이 되었다.
당사자인 다지는 눈을 휘둥그레 만들며 가만히 있을 뿐이었지만.
"나이디르."
내가 이름을 부르자, 나이디르는 몸을 떨면서 눈을 밑으로 향했다.
"나이디르는 이번 절도 소동의 주범이다. 하지만, 조금 전에도 말한 것처럼 도난품은 당일에 발견되었고, 성내에서 유출지도 않았다. 그래서, 목숨까지는 빼앗지 않겠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여태까지 조용히 판결을 듣고 있던 크비드가 무심코 그러는 모습으로 탄원하였다.
"그, 그건 너무 관대한 처분아닙니까..."
크비드가 내심을 다 내놓지 못하는 말투로 말하는 와중에, 한 상인이 강한 눈으로 날 보았다.
그, 마차의 마부를 하고 있던 자다.
남자는 날 올려다보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실례합니다만 폐하, 한가지 여쭙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흠. 그 전에, 미안하지만 이름을 말해라."
내가 그렇게 묻자, 그 상인은 고개를 숙이며 이름을 대었다.
"상인의 나라 메아스에서 온, 핑클이라고 합니다."
그 상인은 핑클이라고 소개한 후에 다시금 질문을 하였다.
"폐하. 전 오늘 아침까지 이 땅에 뼈를 묻어도 좋다고 생각될 정도의 감명을 받았습니다. 여러 나라를 돌면서, 이 나라 정도로 미래에 희망이 보이는 나라는 없었습니다."
거기서 핑클은 말을 끊고는 나이디르를 가리켰다.
"하지만, 저곳의 노예에 대한, 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온정. 거기다 비겁한 나이디르에게도 온정을 주려고 하십니다. 폐하의 상냥함은 존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체벌이 있어야 유지되는 질서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핑클이 그렇게 말하자, 애매한 표정으로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비안도 참견하였다.
"그래요. 모처럼 이 자리에는 이제부터 각국을 돌아다니는 행상인도, 수많은 나라에 거점을 가진 상인길드 사람도 있는걸요. 폐하, 송구스럽지만 감히 요청드리겠어요. 나이디르는 엄벌에 처하여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봐요."
"흠. 그렇다면, 나이디르의 사지를 절단하는 처벌을 내리지."
내가 그렇게 간단히 말하자, 상인들은 일제히 얼굴을 경직시키며 숨을 삼켰다.
크비드는 얼굴이 창백해진 나이디르를 무시하고서, 식은땀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그것은....폐하, 확실히 틀림없는 엄벌이지만, 너무 무겁다고 생각합니다...그럴 거라면 차라리 사형시키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 그래요. 저희들도 성내에서 절도를 한 자가 처형되었다고 말하는 편이 말하기 쉬우니까요. 아무래도, 사지를 절단시키면서까지 살려두는 것은....외국에 쓸데없는 공포심을 심어주지는 않을까요."
두 사람이 그렇게 말하자, 뒷편의 상인들도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안심해. 사지를 자른 후에 살려둔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지는 절단한다. 본보기로 필요하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상인들은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어서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로자에게 시선을 향했다.
로자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나이디르를 풀어주었다.
"폐, 폐하! 부, 부디 선처를! 저는....!"
"카르타스, 쳐라."
"뜻대로."
다음 순간, 카르타스는 나이디르의 뒤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사지가 절단된 나이디르의 모습이 있었다.
생각보다 피가 튀기지는 않았지만, 그 자리에는 쓰러진 나이디르의 주변에 피웅덩이가 번겨나갔다.
"으, 으아...."
그 참혹한 광경에 누구나 신음소리를 내었다.
나는 호위로 따라온 서니를 보고 입을 열었다.
"서니, 팔다리를 붙여줘."
"응, 마스터."
서니는 내 지시를 받자 곧장 나이디르의 옆으로 다가가서 회복마술을 영창하였다.
강한 흰색 빛을 내면서, 나이디르는 떨어진 팔이 서니에 의해 점차 붙여졌다.
불과 몇초 만에, 나이디르의 표정은 없었지만 절단되었던 사지가 원래대로 돌아오자 의식을 되찾았다.
나이디르는 주변을 돌아보다가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손발을 보았다.
"내, 내, 내 팔이....!?"
"서, 설마...그 상태에서..."
"바, 바보같은! 그런 일이 가능할 리...."
순식간에 눈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한 상인들이, 벌집을 들쑤신 것처럼 웅성거렸다.
"나이디르."
"예, 예에!"
"만일, 다음에 같은 사태가 일어난다면 이번엔 한번 잿더미가 될 때까지 불태운 다음 재생시켜 주겠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나이디르를 허리가 빠진 채 날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나이디르의 주변에 피 이외의 액체가 섞여나왔다.
그런 나이디르의 공포에 떠는 모습을 확인하고서, 난 크비드와 핑클의 얼굴을 보았다.
"어때? 이래도 상처없이 끝나는 게 상냥한가?"
"네, 네에...아니요, 폐하만 가능한, 훌륭한 처벌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비드는 그렇게 말하며 비굴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너무 무섭게 해줬나?
"멋지십니다. 목숨까지는 빼앗지 않는 온정과, 법과 질서를 지키는 엄중한 체벌이 양립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그럼 다행이다."
나는 내 처벌을 긍정하는 핑클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폐하....폐하께서는, 죽은 자를 되살리는 것도 가능하신가요...?"
비안의 뭔가 강한 집념이 담긴 목소리에, 난 대담하게 웃으면서 입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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