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85 베르 씨와 기스 씨
    2021년 05월 01일 09시 49분 4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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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3461cg/92/

     

     

     

     "어이, 베루루데우스 씨."

     "뭔가요 마왕님."

     "그거, 무슨 코미디냐?"

     "이거, 어울리나요?"

     "아니, 어울리기는 하지만, 어째서 새빨간 드레스 차림인 거냐? 그보다, 어째서 가슴이 커진 거냐?"

     "아 이거요, 저는 양성구유라서 체인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하지 않았나요?"

     "그런 말 듣지 못했다고. 그런데 잠깐 날 좀 밟아보지 않겠어?"

     "싫어요. 그런데, 이제부터는 전에 가던 가게에서 저를 베루루엘의 여동생으로서 베루루날이라고 소개할 것이니 잘 부탁드릴게요."

     "상관없지만, 뭐냐고, 그 빈틈없는 설정은?"

     "깊은 의미는 없어요. 그리고 하이힐에 익숙해지고 싶으니 당분간은 이 모습으로 지내겠어요."

     "그럼 나도 익숙해지기 위헤 널 베루루날이라고 불러야되나."

     "잘 부탁드릴게요. 악마들에게도 이 모습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알았어 베루루날 씨. 그런데 다시 묻겠는데, 그 하이힐로 날 밟아보지 않을래?"

     "싫어요."

     여기는 마왕성. 레이디블루그린에게 깨진 것이 얼마나 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베루루엘 씨, 성별과 이름까지 바꾸고 말았다.

     

     "기스, 기다렸지."

     "아니, 신경쓰지 마."

     용자 그레이가 격투기를 관전하자고 권유하는 바람에, 그것만을 위해서 와란으로 가는 용자를 따라온 기스. 하지만 그건 본인이 희망했던 일.

     라이브하우스에서는 대흥행중인 격투경기가, 주인님의 은신처에서는 와란넘버즈의 빅매치가 열리던 때, 기스는 보석상자의 다실에 있었다.

     

     "여기는 진정돼."

     기스는 냉정한 남자. 어떤 의지를 가진 행동에 대해서는 전부 의심부터 한다. 당연히 쓸데없는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긴장감이 없는 곳에서는 칠칠맞은 모습이 드러난다.

     "손님, 오늘의 차는 어떠셨나요?"

     아이훌의 숙녀 페로몬이 넘치는 고귀한 미소에, 기스는 간단히 굴하고 만다.

     "그, 그래요, 오늘의 차도 향과 맛이 좋습니다. 그런데, 자기소개가 늦고 말았군요. 전 스카이캐슬 출신의 기스라고 합니다."

     어째서 자기소개를 하는 거냐 기스 씨. 그것도 스카이캐슬 출신이라는 쓸데없는 말을 하고 있다고.

     "기스 님께서 용자님의 파티멤버라는 사실은 알고 있어요."

     아이훌이 따스한 미소를 지으면서 기스에게 대답하였다.

     여기서 이제야 냉정해진 기스. 아이훌 씨는 어째서 내가 용자의 파티멤버라고 알고 있는 것인가?

     "위트그레이스에서는 신세를 졌어요."

     기스는 동요했다.

     위트그레이스에서 그들이 하였던 것은, 하이데몬의 퇴치. 하지만, 어째서 와란에 있는 아이훌이 그걸 알고 있는 거지?

     기스는 당시의 일을 떠올렸다.

     하이데몬을 정벌할 때, 세무관과 신 영주에 대한 대화를 할 때, 용자 그레이가 다크피난스 가문의 남자들을 스카이캐슬로 송환시킬 때......

     떠올랐다.

     그 때, 방구석에서 슬피 울고 있던 다크피난스 가문의 부인과 딸.

     그 때는 아무 흥미도 샘솟지 않았던 부인과 딸.

     기스는 스카이캐슬 굴지의 도적이다. 기억에 틀림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눈앞의 아이훌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아도 그녀들의 여태까지 생활이 상상되었다.

     그녀들이 여기까지 도달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난이 있었을 것인가.

     그런 일도 모른채 들떠 있었던 우리들은 뭐였던 걸까?

     "기스 님, 왜 그러신가요?"

     "아니, 예전의 일을 떠올려서.... 부끄럽지만, 잠시 울게 자리를 좀 비워주셨으면."

     그것은 기스가 아이훌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거짓말이었다.

     아이훌은 리필의 차를 기스의 컵에 따른 후, 슬쩍 자리를 이탈하였다.

     기스는 가능한 한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눈꺼풀을 질끈 감고는, 아이훌이 따라준 차를 입에 대었다.

     "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기스는 처음으로 자신의 인생, 자신의 삶, 자신의 생각에 의문을 가졌다.

     기스는 떠올렸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행복한 미소를.

     기스는 생각했다. 나는 스카이캐슬 도적길드의 중진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용자와 동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로 나의 인생일까? 난 눈앞의 여성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지 못할 정도의 중대한 이유를, 자신의 인생에 갖고 있는가? 나의 인생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기스는 한줄기 눈물을 흘리고서, 그걸 닦고 나서 아이훌에게 계산하러 갔다.

     "또 오겠습니다. 오늘도 맛있었습니다."

     "감사해요. 또 와주세요."

     그리고 기스는 용자 그레이와 합류했다.

     

     "어이, 그레이, 우리들의 행복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드물게도 기스가 그레이에게 말을 걸었다.

     "왜 그래? 기스?"

     갑작스런 기스의 말에 당황하는 그레이.

     "아니, 아무것도 아냐, 아무일도 아니다. 없을지도 모르는 마왕을 찾는 일에 지쳤을 뿐이다."

     기스의 말에 격노하는 그레이.

     "마왕은 있어! 실제로 와란이 악마들에게 습격당했잖아!"

     "어이 그레이, 그 악마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있지? 어쩌면 용자는 우리들 이외에도 있을지도 모른다고."

     와란에서 순식간에 수천 마리의 악마가 궤멸당했다는 이야기는,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었다.

     "어이 그레이, 우리들은 정말로 마왕을 쓰러트려야 하는 용자 파티일까?"

     기스의 물음에 곤란해하는 그레이. 그레이 자신부터가 신의 계시를 의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럼에도 그레이는 기스에게 말한다.

     "나는 내가 세계의 위기를 구할 존재라고 믿고 있어. 그렇지 않다면 이 말도 안되는 힘의 존재이유가 없잖아."

     그레이의 말에 기스도 떠올렸다. 그레이의 엄청난 힘을.

     "그랬지, 네 힘은 악을 쓰러트리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설명이 안 돼."

     순박한 남자에게 주어진 바보같은 힘. 이것이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는 일을 상상하고서, 기스는 전율했다. 그렇다, 이 바보같은 힘을 가진 전 농부의 제어도 스스로에게 주어진 사명인 것이다.

     "그레이, 일단 세 바보들에게 돌아가자."

     침착함을 되찾은 기스는, 그레이에게 적절한 지시를 내렸다.

     "그래, 일단 위즈덤으로 돌아가자."

     기스의 지시에 따르는 그레이.

     그리고 두 사람은, 위즈덤에 리프한다. 망설임을 가진 표정 그대로.

     

     자, 여기는 백합의 정원.

     "베르 씨가 말했는데, 마왕의 부관은 성격이 나쁘고 노름을 좋아하는 악마들이더라."

     마르게리타가 에리스 일행에게 전의 격투경기에서의 대화를 보고하였다.

     "기스 씨의 가명을 쓴 용자 그레이 씨가 말씀하기로는, 용자의 파티에는 마법사가 없는 모양이에요."

     마리린도 에리스 일행에게 마찬가지로 보고하였다.

     "장밋빛 악마는, 거의 틀림없이 마왕측의 존재겠지."

     그와 대결했었던 레베가 보고하였다.

     "용자 파티의 도적이 보석상자의 다실에서 확인되었다냐."

     도적길드의 보고를 에리스에게 전하는 캐티.

     "음~ 용자같은 자와 마왕같은 자, 그리고 그들의 관계자가 와란에 따로따로 오고 있다는 말이네."

     에리스ㅡ에지는 상황을 분석하였다.

     용자와 마왕이 싸웠다면, 이미 예전에 시작되었을 터.

     그럼 어째서 시작되지 않는가.

     그것은, 용자와 마왕이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지 않으니까.

     "그럼, 방법은 얼마든지 있겠네."

     에리스ㅡ에지는, 바보같은 힘을 가진 용자와 말도 안되는 마력을 가진 마왕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계산을 시작하였다. 그것이 자신의 삶의 보람이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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