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2 권 발매기념SS 멜로디, 마법쓰게 해주고 싶어! 2
    2021년 04월 21일 17시 36분 0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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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0421du/120/

     

     ※ 일본웹에서 만화도 연재중입니다. piccoma.com/web/viewer/59497/1551281

     

     

     어느 날의 루틀버그 저택. 시간은 오전 2시. 이른바 축시라고 할 수 있는 무렵.

     

     달빛이 내리쬐는 와중에, 멜로디는 저택의 정원에 와 있었다.

     정원의 중심에 선 멜로디의 주변에는, 그녀의 주위로 열 개의 은덩어리가 널려져 있다.

     세레나가 지켜보는 와중에, 멜로디는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 [안네리ㅡ레] 해제."

     

     멜로디가 머리의 캡을 벗자, 바람히 살짝 불었다. 검은 머리카락이 나부끼더니, 이윽고 그것은 조금씩 백은색으로 물들어갔다. 아니, 돌아간 것이다.

     

     살짝 감고 있던 눈꺼풀을 뜬다. 검었을 터인 눈동자는, 아름다운 호박색 빛깔을 내고 있었다.

     

     멜로디가 위장의 마법을 푼 것이었다ㅡㅡ이제부터 행할 마법을 위해서.

     

     '정밀한 작업이니까, 쓸데없는 마법은 해제해둬야 해.......'

     

     "언니, 마음껏 하세요."

     

     ".......그래."

     

     멜로디는 다시 눈꺼풀을 감고서 의식을 집중시켰다. 동시에, 몸에서 백은빛의 마력이 솟아나왔다.

     

     그리고 천상의 달에게 공물을 바치려는 것처럼 양손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열 개의 은덩어리가 공중에 둥실 떠올랐다. 멜로디와 마찬가지로 백은빛을 띄고서.

     

     이윽고 은덩어리는 천천히 멜로디의 주변을 돌기 시작한다.

     

     치켜들었던 양손을 우아하게 내린 후 살며시 양팔을 벌리면서, 멜로디는 노래하면서 춤추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정원에 울려퍼진다. 가사는 없지만 높은 음계의 선율이 정원을 채워나간다.

     

     재빠르게, 천천하게, 격한 움직임과는 거리가 먼 우아한 손짓으로 발을 옮긴다.

     

     달빛의 밑에서 춤추는 백은빛 머리카락의 소녀의 모습은, 메이드복이 아니었다면 신성한 의식같았을 것이다......

     

     

     그녀의 춤에 어울리는 것처럼, 열 개의 은덩어리가 그녀의 주변을 우아하게 떠다녔다. 이윽고 은덩어리는 희미하게 반짝이면서 형태를 잃고는, 물엿처럼 녹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은덩어리는 멜로디와 함께 계속 춤을 추었고, 이윽고 그것들은 서로에게 녹아들기 시작하여, 조금씩 하나가 되어간다.......

     

     그 광경을, 세레나는 감동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대단해요, 언니. 마력량 이외로는 언니와 같은 능력을 지닌 저이지만, 이렇게까지는 할 수 없어보이네요.'

     

     당연하게도, 지금 하고 있는 멜로디의 노래와 춤은 단순한 취미가 아닌, 어엿한 마법인 것이다.

     

     그 목적은, 마이카가 마법을 쓰기 위한 마법도구를 만들기 위함이다. 하지만 입으로 말하기는 간단해도, 그건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것이었다. 뭐, 멜로디가 은덩어리를 갖고 온 후 아직 1시간 밖에 안 지났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말해도 주변 사람은 납득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실제로 세레나를 만들어내는 것보다도 어려웠다는 것만은 전해둔다.

     평소처럼 약간 주문을 외우는 걸로 팟 하고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그 결과가, 현재의 정원의 광경인 것이다.

     

     말로 명령하는 것만으로는, 그 마법도구를 만들기 위해 입력하는 정보량이 너무나 적었던 것이다. 그 문제를 해결한 것이, 노래와 춤이었다.

     

     목소리의 강약과 음성, 미세한 음계와 호흡, 그것들에 더하며 춤을 춘다는 입체적인 손짓과 발짓. 마법의 명령문을 그 표현방법에 의해 암호화하는 것으로서, 세밀하게 짜여진 명령을 구축하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멜로디라고 해도 간단한 작업은 아니다. 일부러 큰 부담도 아닐 터인 '흑채' 를 해제해서까지 이 마법에 집중할 정도였으니까.

     

     덕분에 현재의 정원은, 자중도 0의 멜로에게서 새어나온 백은빛 마력으로 충만해 있어서, 마치 정원에 밤하늘의 별들이 내려온 것처럼 반짝거림이 넘쳐나는 환상적 공간이 되었다.

     그것이 저택의 아득한 윗부분까지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발견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거기에다가, 멜로디는 성량을 줄이지 않았기 때문에 한밤중에 부르기에는 꽤 커다란 노랫소리였다.

     

     루시아나의 가족이 눈을 떠서 상황을 보러 와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이미 멜로디의 춤이 시작되고 10분 이상 지났어도 그런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

     

     

     당연하다. 그를 위한 세레나였으니까.

     

     

     '언니, 주변의 은폐는 완벽하답니다. 마음껏 마법을 써주세요.'

     

     정원에는 세레나에 의해 소리와 빛을 위장하는 마법이 설치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멜로디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도 안심하고서 마법을 행사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 때가 찾아왔다ㅡㅡ노랫소리가, 그쳤다.

     

     

     정원에 조용함이 돌아온다.

     

     멜로디는 처음와 마찬가지로, 달에게 공물을 바치는 것처럼 양손을 치켜드는 자세로 멈춰섰다.

     손의 끝에는, 어느 사이엔가 하나로 뭉쳐진 은덩어리가 달을 등진 채 떠있었다.

     

     은덩어리는 지금도 액체금속처럼 둥실둥실 일렁이는 상태였고, 어떤 모습으로 고정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멜로디의 마지막 말에 의해 정해지게 될 것이다.

     

     ".......마법이여, 형태를 만들어라 [클레어이미지니어] "

     

     

     

     그 순간, 은덩어리는 백은빛 섬광을 내뿜었다.

     

     

     

     

     

     

     

     

     "지금 돌아왔습니다."

     

     ".......왔어요."

     

     휴일을 고아원에서 지낸 마이카가 루틀버그 저택으로 돌아왔다.

     마이카의 뒤에는 류크가 서 있었다. 그도 오늘은 휴가였기 때문에. 마이카를 따라갔었던 것이다. 그렇다기보다, 마이카가 저택에 있을 때, 류크는 대부분 그녀의 옆에 머문다.

     

     마왕에게서 해방됨과 동시에 모든 기억을 잃고 만 류크는, 왠지 마이카를 제일 따르고 있었다. 뭐, 기본적으로는 말이 없기 때문에 조용히 서 있기만 했지만.

     

     류크라는 이름을 지어준 자가 마이카여서 그런지, 아니면 사실은 무언가 마이카에 대한 기억이 있는 것인지, 그건 류크의 마음 속 만의 비밀이었다.

     

     "어서 와, 둘 다. 편히 쉬었나요? .......류크는 오히려 피곤한 표정이네요?"

     

     저녁시사 준비를 하고 있던 세레나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 지난 주, 마법의 재능이 없다고 판가름나자 충격을 받은 마이카였지만, 1주일이 지난 지금은 꽤 차분함을 되찾았다. 학교에서 일상업무도 하였고, 오늘도 이 세상에서의 본가라고도 할 수 있는 고아원에서 지냈던 덕분에 기분전환이 된 모양이다. 마법을 쓸 수 없다는 일 자체는 꽤 아쉬워해 보였지만.

     

     어쨌든 기분전환을 한 마이카와는 대조적으로, 류크의 표정은 피곤해보였다.

     

     뷰크킷셀이었던 류크. 멜로디 덕분(?) 에 앳띤 모습이 확 어른스러워져서, 꽤 아름다워진 청년이 그곳에 있었다......피곤해 보였지만.

     허리까지 오는 보라색 댕기머리와, 빛의 가감에 따라 은색으로도 보이는 것 같은 회색 눈동자. 신비한 색조의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균형감 있는 외모를 보다 더 미려하게 꾸며주었다.

     

     키는 크리스토퍼와 비슷할까. 슬림한 몸매였지만, 근육이 있어야 할 곳은 있다는 믿음직한 체구. 옷 위를 통해서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잘록한 허리는, 지나가는 여성들의 동경과 질투의 대상이 된다......마이카로서는 마침 끌어안기 쉬운 위치였기 때문에, 옆을 걸을 때마다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참으려고 고생하고 있었지만, 이건 완전히 사족일 것이다.

     

     "고아원 애들과 놀아줘서 지친 모양이에요."

     

     "어머. 고아원 애들과 논, 것은 아니네...."

     

     "네, 정말로요. 하루종일 어울리게 되었다니까요. 흐흐흐."

     

     "웃을 일이 아닌데....."

     

     킥킥대며 마주 웃는 마이카와 세레나의 반응을 보고, 류크는 커다란 한숨을 쉬었다.

     오늘, 류크는 처음으로 고아원은 방문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마이카가 데리고 온 미청년에 대한 반응은 '마이카가 남친을 댓고 왔다!' 였다. 소년소녀들은 흥미진진할 법도 하다.

     

     그에 대한 류크의 반응은ㅡㅡ침묵이었다......이게 잘못이었다고, 나중에 류크는 후회하게 된다. 부정하지 않는다는 말은 긍정이라고 판단한 소년소녀들은, 류크를 가족 취급하였다. 다시 말해, 얼마든지 응석부려도 되는 어른으로 판단한 것이다.

     

     기억상실 중의 류크는.....뭐 있어도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를 다루는 방법 따윈 전혀 몰랐다. 그 손을 이끄는 채로, 자중할 줄 모르는 소년소녀의 놀이 상대를 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참고로, 마이카는 남친 발언을 즉시 부정하였지만, 소년소녀의 귀에는 정말 자기들 형편에 좋게 들렸다고만 전해둔다.

     ........아이들은 순진무구함과 동시에, 몹시 약삭빠른 것이다.

     

     "......당분간 고아원에는 안 가."

     

     "이제 곧 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가면 아가씨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될 테니, 어쨌건 당분간 고아원에 가지는 못하지만. 왕도를 나서기 전에 다시 한번만 인사하러 가자."

     

     ".......알았다. 인사만."

     

     "후후, 인사만으로 끝나지 않는 미래가 쉽게 예상되네요."

     

     "......그만해."

     

     류크는 다시금 커다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마이카도 세레나도 알고 있다. 그는 그냥 처음 하는 일 때문에 당혹해하는 것 뿐이고, 딱히 싫어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아이들과 놀 때도 시종일관 무표정했었지만, 진지하게 했었어.'

     

     현재 그에게 기억은 없지만, 예전의 류크는 행복한 아이시절을 빼앗긴 인생이었다. 고아원과 아이들과 지냄으로서 조금이라도 잃어버린 과거를 달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마이카는 생각했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미소지으면서, 마이카는 세레나를 돌아보았다.

     

     "휴식은 충분히 즐겼으니, 저도 저녁식사 준비를 돕겠어요ㅡㅡ근데, 멜로디 선배님은요?"

     

     마이카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였다면 이쪽이 주의를 줘도 듣지 않을 정도로, 저택에서는 메이드 업무에 매진하고 있을 터였던 멜로디가 저녁식사의 준비시간에 부엌에 없다니......

     

     

     분명한 이상사태였다.

     

     .......그렇게 인식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은 지금은 제쳐두기로 하고.

     

     

     "언니는 오늘 하루종일 쉬고 있어요."

     

     "휴식!? 멜로디 선배님이!?"

     

     ".....그걸 본인이 받아들였다는 건가?"

     

     무표정했던 류크의 눈이 가볍게 부릅뜨였다. 아직 만난지 얼마 안 된 류크조차도 놀라게 하는 멜로디의 메이드에 대한 집념에는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다.

     

     "항상 쉬는 날에는 취미라고 하면서 메이드 일을 그만두려고 하지 않았던 멜로디 선배님을 잘도 쉬게 만드셨네요, 세레나 씨."

     

     "후후후, 오늘은 왠지 피로가 쌓인 모양이던데요. 오늘 아침부터 하루종일 방에서 쉬고 있어요."

     

     "하루 종일이라구요? 그건, 괜찮을까요? 감기에 걸린 것은......."

     

     "아아, 아뇨, 그게 아니지만."

     

     그 때였다. 부엌의 문이 열렸다.

     

     "후아암~ 안녕, 세레나. 미안, 일 도와줄게."

     

     하품하는 입가를 손으로 가리면서, 멜로디가 부엌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언니. 이제야 눈을 뜨셨나요?"

     

     "응, 일어났더니 저녁 무렵이어서 놀랐어. 설마 어젯밤부터 계속 잠들었을 줄이야."

     

     "네? 어젯밤부터 계속 잠들었던 건가요, 멜로디 선배님?"

     

     어제 저녁부터 쉬고 있었던 마이카는, 어젯밤 시점에는 이미 고아원에 있었기 때문에 멜로디가 아침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처음 알았다.

     

     "어라? 마이카, 돌아왔었네. 어서와."

     

     "안녕하세요. 하지만, 정말로 괜찮으신가요, 멜로디 선배님? 몸상태가 나쁘다면, 오늘은 제대로 쉬는 편이 좋을지도....."

     

     "그래, 괜찮아. 어젯밤에 마력을 좀 많이 써버려서 피곤해졌던 것 뿐이니까. 푹 자서 이제 충분히 회복했어."

     

     멜로디는 안심시키려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마이카는 오히려 놀라는 눈치였다.

     

     '스테이터스가 맥스치는 커녕 한계돌파해도 이상하지 않을 멜로디 선배가, 마력을 너무 써버려서 피로로 다운!? 또~ 이번엔 무슨 짓을 한 거야!?'

     

     저택에서 유일하게 멜로디의 게임 설정을 아는 마이카로서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노라는 마이카를 신경쓰지 않는 멜로디는, 앗 하는 표정을 띄웠다.

     

     "돌아왔다면 마침 잘 됐네. 마이카에게 선물이 있어."

     

     "네? 제게 선물이요?"

     

     "그래, 이거야."

     

     기쁜 듯이 싱글벙글거리는 멜로디는, 그걸 마이카에게 건네주었다.

     

     ".......펜던트"

     

     그것은, 은제 펜던트였다. 은의 고리 끝에는, 그야말로 메추라기 알 같은 모양의 장식이 매달려있었다. 그 양쪽에는 작은 날개같은 조형이 돋아나있었고, 중앙에는 하트 모양의 호박색 돌이 박혀져 있었다.

     

     "귀여운 펜던트네요. 하지만, 어째서 이걸 제게?"

     

     당연하게도 오늘은 마이카의 생일이 아니다. 애초에, 이 몸의 생일이 언제인지도 불명이어서, 어째서 이런 선물을 주는지 마이카로서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은, 마이카가 마법을 쓸 수 있게 하기 위한 마법도구야. 어젯밤 만들어보았어."

     

     "......네?"

     

     의문의 목소리를 내면서, 마이카는 움직임을 뚝 그만두어 버렸다.

     그리고, 대게의 의문은 풀린 것이었다.

     

     '맥스치인 마력을 대량소비한 원인은......물어볼 필요도 없이 이거였잖아아아아아!'

     

     멜로디는 깜짝 선물에 성공한 것처럼, 정말 기뻐보이는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뭐, 깜짝 놀래키기는 했으니 틀리지는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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