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장 제 20 화, 에필로그같은 두 번째, 마왕 세미나로 개화하는 용사
    2021년 04월 20일 15시 30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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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2851fy/56/

     

     

     

     하쿠토와 에리카, 그리고 루루노아와 세레스티아에게 둘러싸였음에도 느긋한 검격을 자아내는 마왕.

     

     그렇다, 움직이는 것 자체는 그리 빠르지 않다.

     

     그 절대적인 힘과 마력이 아니라, 위치의 선점과 몸의 회피법, 순수한 검기만으로 싸움을 지배하고 있었다.

     

     "ㅡㅡ아직 멀었어."

     

     흑의 장식검을 조종하여, 싸우는 네 명조차도 매료시키는 화려한 검술로 춤춘다.

     

     "거짓말이지!? 네 명이 덤비는데!?"

     "입을 움직이지 말고 언니들을 호위하는 거야!!"

     

     그것도 그 중 두 사람은, 라이트 왕국 굴지의 세레스티아와 루루노아.

     

     "으!!"

     "으랴아!!"

     

     세레스타아가 베어든 순간, 다리를 멈춘 마왕에게 커다랗게 만든 곤봉으로 친다.

     

     하지만.

     

     "ㅡㅡ우왓!? 자, 잠깐!!"

     "멋지게 흘려지고 말았네요. 미안해요."

     

     세레스티아의 검이 마왕의 검을 스치고는, 그대로 루루노아의 방향으로 흘러간 것이다.

     

     "........약해. 이래선 놀잇감도 안 되잖아. .......라기보다, 뭔가......쓸데없는 도움이 느껴지는데."

     

     사방에서 단번에 공격당해도 여유롭게 싸우는 마왕이, 재미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

     

     그러고는, 전투하는 사이 마왕이 갑자기 자기 손에 있는 '유물' 을 바라보았다.

     

     "ㅡㅡ세레스티아."

     "!!"

     

     마왕이 세레스티아에게, 장식검을 부드럽게 던져주었다.

     

     "앗!? 무엇을......"

     "'유물' 을, 넘겨버렸다......."

     

     하쿠토도 에리카도 마왕이 한 행위의 의미를 알 수 없어서, 어이없어 하였다.

     

     "......."

     

     당사자인 세레스티아도 수중에 있는 멋들어진 칠흑의 장식검에 눈길을 주었다.

     

     ".........무슨 셈? 뭔가의 함정?"

     "내 것은 내 것. 모두의 것도 내 것. 언젠가 세레스티아와 함께 다시 손에 넣으면 돼. 그리고......난 얼마든지 수단이 있으니, 그런 것에 기댈 필요 따윈 없다고. 하지만......빈약한 너희들에게는, 그게 필요하겠지?"

     

     루루노아의 물음에도, 여유롭게 대답하는 마왕.

     

     이어서 허리춤의 검을 뽑으면서 말한다.

     

     "자, 세레스티아 왕녀. 그것에 어울리는 모습을 내게 보여줄 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반짝거리는 눈에 투지가 넘치는 세레스티아가, 장식검을 치켜들었다.

     

     " 《나는 빛을 가져오는 자이니라》 "

     

     먹구름이 드리워진 왕도에, 빛의 기둥이 생겨났다.

     

     교회 안은 눈부신 빛으로 가득 찼고, 세레스티아가 장식검을 한번 휘두르자 그에 순종하는 것처럼 반짝거림이 사그라들었다.

     

     "ㅡㅡ갑니다."

     

     그 말에 흑의 장식검이 거룩하게 빛나며, 소유자의 주변에 빛의 창을 생성하였다.

     

     "........진짜냐?"

     

     설마 정말로 '유물' 이었다고는 생각치 못했던 마왕에게서,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성랴으로 얼빠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검을 받은 자로서, 반드시 만족시켜 드리겠습니다."

     

     얄궂게도 겸손한 듯한 세레스티아의 말과 함께, '유물' 이 휘둘러졌다.

     

     빛과 어둠의 전투.

     

     쇄도하는 빛의 창과 검의 번쩍임이, 마왕에게 덮쳐든다.

     

     "흐음."

     "ㅡㅡ!!"

     

     그것들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한 마왕에게, 눈깜짝할 속도로 등을 잡은 세레스티아가 장식검을 휘둘렀다.

     

     그것조차도 가볍게 피했지만,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우아하고도 가열찬 공세를 가속시켰다.

     

     "ㅡㅡ 흐으음."

     "......."

     

     이 때, 이제서야 마왕이 허리춤의 검을 뽑고 장식검을 받아내었다.

     

     하쿠토 일행의 인식의 영역을 넘은 광속의 공방.

     

     검의 그림자는 물론, 세레스티아의 모습조차 잠깐잠깐 보일 뿐이다.

     

     그런 일반인들은 내버려두고, 흰 드레스 차림으로 빛의 입자를 남기면서 끊임없이 마왕을 베어드는 세레스티아.

     

     ""......""

     "저 여자, 저렇게나 강했었어.......?"

     

     루루노아조차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빛나는 세레스티아의 검기.

     

     빛의 휘감고서, 금발을 거룩하게 빛내면서 싸우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빛의 발키리] 그 자체였다.

     

     하지만.......

     

     ".......역시 세레스티아. 손에 막 넣은 '유물' 을, 상당히 잘 쓰고 있군."

     

     마왕은 계속 향해오는 빛의 공격을, 갖고 노는 것처럼 곡예같은 움직임도 섞어서 어렵지 않게 피하고 있었다.

     

     때로는 두 검도 구사하여.

     

     결국 '유물' 과 세레스티아의 조합으로도, 마왕의 여유로움을 벗겨낼 수 없었다.

     

     "나도 할 수 밖에 없나..... 여기서 마왕을 놓치는 건 위험해보여. 마안 머시기라고 말했었으니, 아마 미래를 먼저 읽는 능력 외에도 몇 가지 숨긴 것이 있을지도."

     "!?"

     "미래를.......읽는........?"

     

     곤봉을 돌리며 각오를 다지고 말하는 루루노아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경악하는 하쿠토와 에리카.

     

     미래를 본다라고 하는, 상상을 뛰어넘는 신과도 같은 능력.

     

     이치를 벗어난 듯한 힘을, 이 소년의 모습을 한 마왕이 정말로 갖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바로 눈앞의 광경에 눈을 주고서, 납득한다.

     

     "그럼, 너희들은 물러나!"

     

     달려가는 루루노아의 앞에서 싸우는 마왕은, 세레스티아의 여러가지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미래를 읽는 것처럼 완벽하게.

     

     ".......좋아!"

     "에.......에리카.......?"

     

     에리카가 일어나더니, 칼집에 들어있는 칼을 가슴 부근에 들었다.

     

     "나도 갔다올게. 하쿠토는 기다려. ㅡㅡ!!"

     

     달려가는 에리카의 등을, 그냥 지켜보는 하쿠토.

     

     케리 때와 마찬가지로, 무력감에 휩싸였다.

     

     하쿠토는 결코 약하지 않다.

     

     용자로서 시로의 뒤를 잇기 위해, 역대 용사들처럼 힘든 훈련을 거듭해왔다.

     

     순조롭게 강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자리는 더 이상 그의 성장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잡았다아아!!"

     

     의심할 필요도 없는 주력인 세레스티아와의 격렬한 검격의 직후를 노려, 루루노아가 등뒤에서 세로로 휘둘렀다.

     

     "불의를 노린다면 마지막까지 소리는 내지 말라고."

     "거짓말!?"

     

     등뒤의 루루노아를 보지 않은 채, 매끈한 우직임으로 몸을 젖혀 피하는 마왕.

     

     "악은 벤다!! 《신마찌르기》 !!"

     

     화살처럼 우직하게 똑바로 달려나간, 에리카에 의한 질풍의 칼날.

     

     "소용없다."

     "큭!?"

     

     마왕의 검지손가락이, 칼의 궤도를 약간 돌린 것만으로 무력화되고 만다.

     

     역시, 궤도와 기술을 간파하는 듯한......사전에 미래를 보고 있는 것과도 같은 움직임이었다.

     

     "어중간한 도움은 필요없어요. ㅡㅡ세이이!!"

     

     충분한 기합을 넣은 세레스티아가, 빛나는 장식검을 땅에 꽂아넣는다.

     

     그러자, 마왕의 발치에서 거대한 빛의 칼날이 치솟아 올랐다.

     

     "음."

     

     미세하게 놀라움을 표현했지만, 가볍고 부드럽게 4회전 반의 스탭을 밟아서 피하고 말았다.

     

     "......세레스티아 이외는 역시 모자라네."

     "으......."

     "후훗.......크, 크흠! ......그거 영광이네요."

     "잘도 말했겠다....... 방어만 하는 주제에....."

     

     이를 악무는 에리카와, 헛기침 후 다시 굳은 얼굴로 돌아간 세레스티아, 그리고 괴로운 나머지 한마디 하는 루루노아.

     

     "......방어만 한다?"

     

     그 루루노아의 한마디가, 더욱 큰 공포와 절망을 가져다주는 것도 모른 채.

     

     마왕이 에리카에게 몸을 돌리며, 무방비하게 한걸음 내디딘다.

     

     "읏!! 싯!! ㅡㅡ어!?"

     "눈치채고 있나? 지금도 너희들이 살아있는 것은, 나의 자비 덕분이라는 것을."

     

     에리카가 휘두른 올려베기를 겨드랑이를 통과해서 들어오더니, 붙잡고 마는 마왕.

     

     그 틈에 측면에서 루루노아가 곤봉을 들어올려ㅡㅡ

     

     "ㅡㅡㅡ큭!?"

     

     뻗은 다리로 쉽사리 받아내고서, 그대로 재주 좋게 지면으로 눌러버린다.

     

     "읏!!"

     "눈치채고 있나? 왕도의 백성을 죽이지 않았던 것은, 내 변덕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베어드는 세레싀티아의 빛나는 장식검조차, 역수로 든 칠흑의 검에 의해 막혀버린다.

     

     "눈치채고 있나? 너희들의 손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ㅡㅡ흡."

     

     암흑의 마력이 세 사람을 덮친다.

     

     "꺄아!!"

     "큭!?"

     "윽!!"

     

     돌풍에 의해 날아가는 것처럼 구르는 세 명을 놓아두고, 마왕은 화염을 휘감는 것처럼 마력을 분출시켰다.

     

     흑기사의 것보다도 강력하다고 생각되는 흑의 파동에, 하쿠토와 에리카의 타오르던 투지가 진화되어갔다.

     

     ".......거래다!!"

     "음?"

     

     다급해진 모습의 하쿠토가 소리를 쳤다.

     

     "네가 원하는 것을 준비하겠다!! 그러니 여기선 손을 떼 줘!!"

     

     이길 수 없다.

     

     루루노아조차,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누구도 마왕에게 외친 하쿠토의 제안에 반론과 이의를 제기려고 하지 않았다.....

     

     "......나쁘지 않아."

     "그, 그럼ㅡㅡ"

     "언뜻 보면, 말이지만."

     "........"

     

     ......아무리 어리석다고 해도,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건, 마왕 세미나를 개강하는 편이 좋아보이네.'

     

     ".......확실히, 날 상대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이길 리가 없지. 그러니 교섭하여 거래를 시도하는 것은 남겨진 유일한 방법이라고도 생각된다. 구원이 올 때까지 시간벌이도 된다는 커다란 이점도 있으니까."

     "......."

     

     하지만 마왕은 착각을 지적하는 것처럼 말을 이었다.

     

     "하지만, 거래란 서로에게 상응하는 수단이 있고,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할 때에 하는 것이다."

     ".....그, 그러니까 우리들이 가능한 한의 것을 마련ㅡㅡ"

     

     하쿠토의 안이한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마왕은 단적으로 부드러운 어조로 절망을 안겨주었다.

     

     

     

     

     "ㅡㅡ빼앗으면 돼."

     

     

     

     

     하쿠토의 생각이 정지된다.

     

     세레스티아와 루루노아에게는 당연한 마왕의 한마디.

     

     에리카조차도, 은연 중 알고 있었던 말.

     

     "용사여. 악이란, 길을 벗어났으니 악이다."

     "......."

     "그 중에는 규칙에서 빠져나갈 길을 찾아서 악행을 하는 녀석들도 있지만, 그것들을 고치기 때문에 너희들이 정의라고."

     

     유아를 가르치는 듯한 마왕의 말에, 하쿠토는 자신의 제안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난 강하다. 너희들에게 제공되는 것까지도 없이 빼앗으면 된다. 규칙 따윈 알 바 아니라며, 여러가지 이권을 힘으로 장악해버면 된다. 예를 들면, 돈, 식량, 그리고......"

     

     하쿠토를 바라보던 마왕의 시선이 ㅡㅡ세레스티아를 향한다.

     

     "!?"

     "......조금 전의 대화를 듣지 않았어? 거래를 한다고 해도 내가 지금 요구할 것은, 그녀가 될 텐데?"

     "그건!!"

     "그건 안 된다고? 음~ 네가 제안하는 거래란, 꽤 네 사정에 맞춰진 모양이네. 역시 각하야. 전부 힘으로 빼앗는 편이 편하거든."

     "윽......."

     

     자신들의 안전을 위한 제안이었지만, 그래서 이 자리를 회피해도 기다리고 있는 중요한 자의 상실.

     

     그걸 눈치챘을 때, 하쿠토는......자신들에게 선택지 따윈 처음부터 없었음을 자각하였다.

     

     "......이제 알겠지? 애초에 서 있는 무대부터가 다르다. 나와 너희들. 강자와 약자. 악과 정의는."

     

     마왕이, 마력을 끌어올리며 비정한 현실을 들이대었다.

     

     "다른 자를 짓밟고, 생을 갖고 놀며, 불합리하게 빼앗는 것이다.....열심히 살아가는 생명에게서, 자기 욕망을 위해 제멋대로 빼앗는 것이다."

     "!!"

     

     마왕의 조용한 말.

     

     이 대사 만큼은, 마치 자신의 심중을 깨닫지 못하게 하려는 듯 일부러 무감정하게 말하고 있었다.

     

     ".....약한 너로서는, 무엇 하나 지킬 수 없다. 무엇 하나 고칠 수 없다. 거래나 교섭조차 못해. 손가락이나 빨면서 지켜보는 게 고작이다."

     

     하쿠토의 가슴 속에, 전례없을 분노의 감정이 생겨났다.

     

     안이함을 간파당하고, 마왕에게 악과 정의를 설교당하는 미숙한 자기 자신에게.

     

     한심함에 눈물짓는 눈동자에, 의지의 화염이 타올랐다.

     

     "그래서 악이 생겨난다. 힘이 있다면, 뭐든지 허용되고 말지. ......지금의 나처럼."

     

     알고 있을 터였을 약자의 탄식을 생각하면서 생겨난 격정이, 몸의 깊은 곳에서 휘물어쳤다.

     

     "지금 그야말로 너희들이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난 당연한 주장을 하겠다...... 이 세 명은 내 것으로 삼아 데리고 가겠다."

     "......."

     

     세레스티아 뿐만 아니라 다른 두 미녀를 쳐다보며 말하는 마왕.

     

     그 수많은 말들이, 하쿠토의 눈을 뜨게 한다.

     

     "악에게 아무것도 기대하면 안 돼."

     "......아아, 그렇구나."

     

     하쿠토의 안에서 하얀 마력의 용솟음친다.

     

     암흑의 마력을 더욱 몸에서 방출하여, 하쿠토의 기력을 내리누른다.

     

     조금씩, 조금씩, 강하게, 무겁게........

     

     "세계는 불합리로 가득 찼다."

     "윽, ㅡㅡ그런 모양이야......"

     

     용자를 이끌어낸다, 그걸 위해서만 유괴당했던 자들의 존재가 뇌리에 스친다.

     

     어린애처럼 울 것만 같다.

     

     무서운 건 무섭다고.

     

     "........"

     "하아.......하아......."

     

     루루노아와 에리카조차도 마왕이 해방한 실력의 일부를 느끼자, 타오르던 투지가 촛불보다도 작아졌다.

     

     "너무 멍하게 있으면, ㅡㅡㅡㅡ뭐든지 늦어지게 될 거라고?"

     "싫다......."

     

     어린애같은 억양에서 벗어나, 눈물이 흐르는 눈으로 마왕을 노려본다.

     

     초월자인 마왕의 힘을 마주하여 공포에 떨고 있던 다리에......힘이 들어간다.

     

     검을 든 손아귀의 힘도 확실해진다.

     

     넓적다리도 팔뚝도 공포를 억누르기 위해 과도하게 힘을 주는 바람에, 혈관이 불거졌다.

     

     "싫은가. .......그래서, 넌 마왕인 내 앞에서 어떻게 할 거지? 교섭을 계속할 건가? 용사 하쿠토여."

     

     찌릿찌릿하게, 열을 내뿜는 것처럼 눈부시게 빛나기 시작한다.

     

     "........맞서자. 안이함도 불가능도, 여기에 버리고 가자....."

     

     순백의 각성.

     

     지금까지의 하쿠토와는 전혀 다른, 격렬하게 끓어오르는 마력이 그를 휘감았다.

     

     "하쿠토......?"

     ".......이렇게나 마력이 올라가다니, 너 누구야?"

     

     에리카 루루노아조차도 다른 자로 오인할, 하쿠토의 변모.

     

     그 자리의 누구나, 하쿠토의 등에 있는 흰 날개가 보이는 느낌이었다.

     

     "이 마력은......"

     

     굳은 표정의 세레스티아도, 마왕도.

     

     세레스티아는 순간적으로 시선을 돌려 크로노에게 지시를 구했지만, 그녀만 알 수 있도록 미세하게 고개를 가로로 저어서 간섭을 거절하였다.

     

     "마지막 순간에서 각성한 것은 놀랍지만.....유감스럽게도 그걸로도 나한테 죽을 텐데? 마력이 올라간 정도로는 말야. 세레스티아보다도 아직 한참 약하다고."

     "후우~ 후우~ ........ 그렇겠지. 하지만.....도망칠 수 없다면, 싸울 수 밖에 없어. 동료의 위기, 왕국의 위기라면, 맞설 수 밖에 없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달려간 하쿠토의 강철검에, 하얀 힘이 샘솟는다.

     

     

     

     

     "ㅡㅡ쓰러트릴 수 밖에 없어어어!!"

     

     

     

     

     태양빛같은 백광을 휘두르며 베어드는 하쿠토를 바라보던 마왕은, 마스크 너머로 기쁜 듯이 웃었다.

     

     그리고,

     

     "용사의 피가 눈을 떴는가......"

     

     백과 흑의 칼날이 교차한다.

     

     "꺄아아아!!"

     "윽!!"

     

     정면에서 제대로 맞부딪혀서 생겨난 충격에 의해, 엉망진창인 교회가 붕괴된다.

     

     "오오오오오오!!"

     "그래야말로 용사다. 만일을 위해 묻겠다."

     

     한번, 또 한번 백과 흑의 검이 교차된다.

     

     허물어지는 교회에서, 기술도 뭣도 아닌 우직한 검격이 자아내어진다.

     

     "이 물음에 잘못 말한다면, 널 용사라고 인정하지 않겠다."

     "기이이익, 큭.......야아아아아아!!"

     

     '검을 튕겨낸다면 이번에는!' 하면서, 내부에서 솟아나는 마력을 높여나간다.

     

     몸에 깃든 마력이 갑자기 강해지자, 코와 입, 눈과 상처에서 피가 분출된다.

     

     몸 안의 근육과 뼈가 비명을 지르면서, 그만 힘을 빼자고 약한 소리를 낸다.

     

     하지만, 개의치 않고 더욱 마력을 이끌어낸다.

     

     상관하지 않고 몸에 주입시킨다.

     

     이걸 뛰어넘지 않으면 우리들에게 내일이란 없다고, 지금의 하쿠토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강하게ㅡㅡㅡㅡㅡ

     

     "크으으, 아아아아아!!"

     

     더욱 강해진 마력을 깃들게 한 칼날을, 유유히 서 있는 마왕에게 들이댄다.

     

     "조금 전까지의 네게는 할 수 없었던 물음이라고."

     

     솟구치는 힘을 그대로 마음껏 내뿜는 하얀 마력의 칼날을 맞이하여, 검신을 조심스레 물들이는 것처럼 한방물도 마력을 흘리지 않는 칠흑의 칼날.

     

     대조적인 두 명의, 칼을 통한 힘겨루기.

     

     마왕은 정의에 불타는 용사의 눈을 지근거리에서 바라보며, 즐겁게 물어보았다.

     

     "ㅡㅡ세계의 절반을 주겠다. 내 밑에 들어오지 않겠나?"

     "거절한다!! 세계의 남은 절반이 악으로 물든다면.......아무런 의미도 없어!!"

     

     마왕의 칠흑의 칼날에, 하쿠토가 피를 흩날리면서 날아갔다.

     

     "크아아아!!"

     "잘 말했다! 이 마왕이 인정하지! 하쿠토, 넌 틀림없는 용사다!"

     

     예상을 뛰어넘는 대답에, 유쾌한 속내를 감출 수 없다는 모습의 마왕이 말했다.

     

     "희망을 잃은 그 앞에 절망이 있다...... 네가 강해져서, 세레스티아나 에리카와 함께 왕국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을 때. 어떠한 악에도 이길 수 있다고 누구나 믿어 의심치 않는 영웅이 되었을 때......"

     

     칼날의 형태로 멋지게 모여들었던 검의 마력이, 검은 불꽃처럼 일렁이기 시작한다.

     

     "그것을 어이없이 잃게 된다면, 어느 정도의 절망이 찾아올 것인지. 벌써 흥분을 감출 수가 없군. ......그때까지, 세레스티아와 그 검은 맡겨두겠다."

     

     애들처럼 들떠하던 마왕이, 검을 구름을 향해 치켜들었다.

     

     "ㅡㅡ여기에 선언한다. 오늘 이 날부터, '오랜 전설' 이 부활한다."

     "오랜........전설......."

     

     에리카의 의문의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마왕은 검의 마력을 해방하였다.

     

     

     

     ㅡㅡ이것이, 시작의 봉화가 된다.

     

     

     

     흑연의 탑이, 하늘을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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