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 장 제 17 화, 역린을 건드린 자
    2021년 04월 19일 07시 49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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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2851fy/53/

     

     

     

     시간은 조금 앞으로 돌아간다.

     

     세레스티아는, 자신의 주인을 찾아서 저택의 부지 안을 이동하고 있었다.

     

     현재는 저택의 2층을 걸어다니고 있다.

     

     벽에 걸려있던 검을 한손에 들고.

     

     '청소' 를 하면서.

     

     "어, 어이! 있다!!"

     "운이 좋구만!"

     "세레스티아라이트으으!!"

     

     성욕에 지배된 병사들 중에는, 카슈에게 죽는 한이 있어도 세레스티아라이트를 노리던 자들도 있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목숨을 버리고 욕망을 추구하는 자가 다수 있었던 것이다.

     

     "ㅡㅡ"

     

     전방에서 달려오는 병사들이 자기 몸을 만지게 하는 일이 없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드레스가 날개처럼 아름답게 펄럭인다.

     

     ".......'자유롭게 해라, 그에 맞춰줄 테니'......정말 상냥하셔......"

     

     너무 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세레스티아는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목적지로 발을 옮겼다.

     

     그 뒤에는,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 베어진 병사들이 허물어졌다.

     

     그녀가 지나간 뒤에는, 무법자가 된 병사들의 대량의 시체가 피의 길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

     

     ..........

     

     ......

     

     

     

     그리고 나서 몇 분.......

     

     "........크하하. 알기 쉬워서 좋아. 이런 시체의 길은 세레스티아만 만들 수 있지."

     

     지크와 단이 거의 죽어서 도망친 후, 기분 좋게 세레스티아를 찾아다니는 카슈.

     

     "......훗."

     

     이제부터 분함을 곱씹으면서 살아가게 될 지크를 생각하며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고는, 피가 가리키는 쪽으로 걸어갔다.

     

      도중에 손을 댄 자들에게서 튄 피를 많이 묻힌 모습으로.

     

     "ㅡㅡ기다리시게."

     "응?"

     

     눈앞에 나타난 사람을 보고, 카슈는 걸음걸이를 멈추지 않고 눈길을 주었다.

     

     "난 예전의 [검성] 후보로서 세레스티아 왕녀전하와 겨루었던, '후민다인' 백작이다."

     "마찬가지로, 동생의ㅡㅡ"

     

     

     ♢♢♢

     

     

     세레스티아가 향한 장소는, 부지 한 쪽에 위치한 교회였다.

     

     개인이 소유하기에는 너무 커다란 규모의 훌륭한 교회였지만, 오늘은 파티라는 이유로 완전히 봉쇄되어 있었다.

     

     그 정문의 자물쇠를 부수고, 안으로 들어간다.

     

     안에는 의자 같은 것도 없었고, 그냥 널찍한 공간과.......엔제 교단이 숭배하는 '하얀 천녀' 의 거상이 가장 안쪽에 안치되어 있을 뿐이었다.

     

     세레스티아는 중앙으로 갔다.

     

     거상의 앞에 도착하고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걸 올려다보았다.

     

     "ㅡㅡ가축은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등뒤에서, 붉은 카슈가 말을 건다.

     

     "라르만처럼 사육되어 전투에 사용되는 마물도 그렇다. '키우고 죽인다' 라는 말은, 그야말로 그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들도, 가축도, 살아있는 것일까? 그냥 주인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는 일에 의미란 있는 걸까?"

     

     양손에 들고 있던 인간 두 명을 입구 부근에 놓아두고서, 두근거리는 속내를 드러내는 듯한 음성으로 교회 안을 걸어갔다.

     

     "난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위해 살고, 연구의 토대가 된 생명에게는 커다란 의미가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그 하얀 정장은 피투성이로...... 아무리 보아도 인간 2명 분량 만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라고, 여기 오는 도중의 사냥감이 너무 빈약해서 그런 동떨어진 생각이나 떠올리면서 왔는데......네가 엔제 교도였다니 몰랐었군."

     

     세레스티아는 딱히 반응하는 일 없이 서 있었지만, 머지않아 그쪽을 돌아보지 않고 무기질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이런 석상에도, '하얀 천녀' 라는 것에도, 그리고 당연히 엔제 교단이라는 것에도 몰입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가. 그거 잘 되었군. 네가 엔제 교도였다면, 우리 성에도 교회를 세워야 할 판이었으니."

     

     천천히 걸어가면서 대담하게 말하는 카슈의 존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말하는 모습의 세레스티아.

     

     하지만 기분이 고양된 카슈는 개의치 않고 말한다.

     

     "마중하러 왔습니다, 세레스티아 왕녀. 저와 함께 조국으로 갑시다."

     "제가 기다리는 사람은 당신 따위가 아니랍니다."

     

     '기다리는 사람' 이라는 단어에 위화감을 느끼고서, 의아한 표정이 되는 카슈.

     

     마치 따로 기다리는 자가 있는 것 같은 말투다.

     

     "ㅡㅡ"

     

     그런 카슈에게 설명할 의리는 없다는 것처럼, 이쪽을 내려다보는 거슬리는 석상을 향해 세레스티아의 검이 휘둘러진다.

     

     "조금 전의 말씀이지만, 길러지는 것들의 심리는 저로선 알 수 없습니다. 항상 위에 서는 신분으로 지내왔고, 마물도 동물도 아니니까요. 다만......."

     

     '하얀 천녀' 에 몇몇 균열이 들어가고,

     

     "......동물이건 마물이건, 사람이건, 스스로 원하는 주인을 찾아내는 일이 가능하다면.......그건 정말로 행복한 일이겠네요."

     

     머리부터 순서대로 좌우로 무너져간다......

     

     "저는 찾았......아니, 발탁되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저의 주인은 단 한 명. 제가............."

     

     무너져가는 속상을 보고 있던 세레스티아의 말문이 갑자기 멈추더니, 그 표정이 날카롭고 씩씩한 것에서 놀람으로 바뀌었고, 즉각 무릎을 꿇었다.

     

     "......제가 숭배하는 것도, '이' 분 뿐입니다."

     

     자애로운 미소로, 높아진 심장박동을 참으며 무릎 꿇은 세레스티아의 앞에는, 단상에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이.

     

     무너진 '하얀 천녀' 상의 뒷쪽에서, 점점 그 모습이 드러나게 되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흑발.

     

     흑발과, 카슈가 보았던 기억이 있는 복장의 소년이었다.

     

     "기다리게 하였습니다. 부디 용서를......."

     "으음, 전혀 기다리지 않았다고? 뭣하면 조금 늦어도 괜찮았을 정도로."

     "크로노 님......정말 자비로우십니다....."

     

     감격한 모습으로 올려다보는 세레스티아의 앞으로, 발치의 여섯 자루 중 하나의 검을 손에 든 크로노가 가볍게 뛰어서 다가왔다.

     

     ".......어떻게 된 일이지? 나한테도 설명을 해주지 않으려나. 이해가 되지 않는데. 어째서 그런 서민 소년을, 당신같은 자가 섬기는 것인가."

     

     영문을 이해할 수 없어서, 상황이 이해불능이라고 호소하는 카슈.

     

     세레스티아는 그 검은 안경의 하인을 마음에 들어할 터였다.

     

     애초에 왕녀라는 신분과, 그 신입 용병인 소년과는 접점조차 없을 터.

     

     "자기소개가 늦었다. 나는.....마왕이다. 카슈 왕자, 네 파티는 자극적이라기보다 과격하군."

     ".........마왕? 소문의 그 녀석인가? 아니, 그것보다도.......자극적......"

     

     그 때, 카슈에게 신의 계시가 내려온 것 같은 발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너, 나름대로 각오는 해둬라. 내 파티는......상당히 자극적일 테니까.]

     

     카슈가, 어떤 하인에게 분풀이를 하는 것처럼 전했던 대사다.

     

     그리고, 귀중한 샘플을 써서 만들어낸 실험체의 정벌.

     

     거기다 도박장 [아치치] 에서 자신을 비웃는 듯 했던 한 장면.

     

     ".......꽤 많은 목숨을 빼앗은 모양이네. 세레스는 물러나 줄래?"

     

     교회 입구에 내팽겨쳐진 초대객같은 두 명의 사체를 보고서, 크로노가 세레스에게 고하였다.

     

     "알겠습니다."

     

     카슈가 눈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충실한 세레스티아가. 시중을 드는 것처럼 마왕의 바로 대각선 뒷편의 위치에 섰다.

     

     질투의 화신이 된 카슈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처음부터 뭐든지 소용없었다고 말하는 듯한, 눈앞의 광경.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빛의 여신] 으로 불리는 세레스티아 왕녀와 사악의 화신인 [흑의 마왕] 의 설마하던 관계.

     

     ".......아하, 과연. 납득이 되었다. 오늘의 나는 운이 좋은 모양이다."

     

     카슈의 얼굴이 온통 광기로 물들었다.

     

     "ㅡㅡ네놈이었나."

     

     남아도는 힘을, 쌓여있던 분노를, 딱 적당한 한 명에게 부딪히게 된다는 기쁨으로 떤다.

     

     "뭐가?"

     "아니, 뭐. 네놈의 손바닥에서 춤추고 있었던 사실을 이제 와서 눈치챘을 뿐이다. 나도 아직 미숙하구나."

     

     전부, 이 마왕이라는 녀석의 소행이었던 것이다.

     

     라이트 왕국을 방문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짜증은, 이 마왕이 꾸몄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아마도, 쿠쟈로 제 1 위의 왕자인 유능한 자신을 물리침과 동시에 갖고 놀 속셈으로 했던 일이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마왕답지 않은가.

     

     "그건 그렇고, 마왕인가....... 큭, 크하하! 결국, 세레스티아 왕녀는 마왕에게 잡혀있다, 그런 말이로군??"

     "그런 법이지."

     

     왠지 마왕다워서 흥미로워 보이는 전개가 되자, 크로노가 틈을 주지 않고 대답하였다.

     

     너무 실없는 카슈의 허언에, 세레스티아는 무섭고도 냉담한 시선을 보냈다.

     

     "푸하하! 그럼 도와줘야지. 이 내가......어여쁜 공주를 구하는 영웅이 되겠다."

     

     연극같은 몸짓으로 검을 뽑아들고는, 유유히 마왕에게 걸어간다.

     

     "네게 가능할까? 역부족으로 보이는데. 라기보다, 피투성이로 보이는데."

     

     크로노도 또한 검을 뽑아들고, 자루를ㅡㅡ

     

     "ㅡㅡ맡아놓겠습니다."

     "음, 단상에 놓아둬. 다른 검도 있으니, 필요해지면 써도 좋아."

     "알겠습니다. 무운을 빌겠습니다."

     

     방긋거리는 세레스티아에게 칼집을 넘겨주면서 지시를 내린 후, 카슈를 받아치기 위해 걸어서 다가간다.

     

     "........"

     "........"

     

     서로에게 미소를 띄우고, 검을 한손에 들며 접근하여.....

     

     천둥소리와 동시에 검과 검이 맞부딪혔다.

     

     이어서, 세찬 불꽃이 튀는 검의 응수가 되풀이되었다.

     

     ".......?"

     "오오, 역시나 마왕. 지금의 나와 제대로 검을 겨룰 수 있다니! 마음에 들었다!"

     

     희희낙락하여 검을 휘두르는 카슈인 반면, 어딘가 납득이 안 된다는 모습의 크로노.

     

     '......인간이 낼 수 있는 완력의 범위를 이탈했다. 느껴지는 마력량으로 보아도, 이 위력은 분명히 이상해.'

     

     의문을 느끼면서도, 비상식적인 힘을 발휘하는 카슈의 검을 교묘하게 받아서 흘려버린다.

     

     "지크나 다른 어중이떠중이 정도로는 몸이 데워지지 않았지만, 네놈은 조금 다른 모양이구나!!"

     

     더욱 상승한 힘으로, 지휘자가 지휘봉을 휘두르는 것 같은 검기를 자아낸다.

     

     받아흘리는 크로노의 검은 조금씩 깎여나갔다.

     

     ".......검술도 꽤 괜찮네. 힘으로 다루는 만큼, 거칠기는 하지만. ......인간을 포기한 거냐?"

     "하하하! 아직도 여력이 있는 모양이로구나! 그래 포기했다! 나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생물에 도달한 것이다!"

     "흐음~ 돌로 만든 가면이라도 써버린 걸, 까!"

     

     부자연스럽게 계속 올라가는 힘도 슬슬 끝장이라며 카슈의 검을 든 손을 베었다.

     

     .......그랬을 터였다.

     

     "......"

     "호오, 멋진 기술이로군."

     

     크로노의 검의 절반에 금이 갔다.

     

     확실히 카슈의 손목을 참격으로 명중시켰지만 경질의 금속음을 남겼을 뿐이었고, 크로노의 검 쪽이 단단함에서 지고 말았다.

     

     힘 뿐만 아니라, 인체 그 자체가 무언가로 변화하였다.

     

     "ㅡㅡ하지만, 이 나를 실험체 오크 따위와 같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찔끔, 하고 크로노가 반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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