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장 제 14 화, 연회의 시작
    2021년 04월 18일 09시 18분 4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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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2851fy/50/

     

     

     

     엔제 교도인 부호가 소유한 커다란 저택의 정원에는 테이블이 몇개 놓여져 있었고, 경비인 쿠쟈로의 병사들도 많이 배치되어 있었다.

     

     "......총단장. 뭔가 말이지.....높으신 분의 파티라고는 해도, 이상하게 불길하지 않아?"

     "취하지 마. .......아니, 단은 말릴 수 없게 되니 술은 일절 마시지 마."

     

     평소의 중갑옷 차림인 단벨과, 턱시도같은 복장을 입고 있는 지크・플라그.

     

     둘 만으로 파티에 참가하였지만, 불편해서 그런지 파티에 익숙치 않은 단이 참지 못하고 지크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 있을 거라는 뜻? 그럼 왜 온 거냐고......아니 왜 데리고 온 거냐고......"

     "당한다면 되갚는다. 상황에 따라서지만 말야. 이번엔.....배로 갚아준다."

     

     거구인 단이 움츠러들 정도로 힘이 담긴 대사.

     

     어제 지크와 단이 부재중일 때 일어난 [깃발 없는 기사단] 본거지 습격이, 카슈의 부하에 의한 것이라고 확신하는 모양이다.

     

     "그렇지?"

     "그, 그래...... 형님이 없을 때에 한해서 이렇다니까....."

     

     대답하는 단의 목소리를 귓등으로 흘려들으며, 저택의 2층 테라스에서 인사하러 돌아다니고 있는 정복 차림의 카슈에게 적의에 눈길을 향했다.

     

     작은 몸집에서 나오는 그 씩씩한 모습은, 백수와 왕 같았다.

     

     "저기, 술 마시지 않을 거면 여기로 갖고 오라고."

     ".......벌써 취했군, 루루노아. 그 정도에서도 자기 페이스를 무너뜨리지 않다니 이젠 경악할만한 수준이구나."

     

     그곳에는, 옆 테이블에서 식탁을 둘러싼 아름다운 요정들이 있었다.

     

     보라와 연두, 그리고 검정 드레스를 입고서, 주변 사람들을 포로로 만들고 있었다.

     

     "평소보다 빨라."

     "그렇네. 이제 내버려두자."

     

     루루노아는 자매들이 먹을 것을 가볍게 집으면서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도 상관없이, 평소처럼......아니, 평소 이상의 페이스로 고급 술을 즐기고 있었다.

     

     ".....너도 알고 있겠지?"

     "음~ 뭔가가 있어보여. 여기의 병사들이 우리들을 보는 눈이 너무 음침하니까. 알고 있어 알고 있다고......꿀꺽, 꿀꺽."

     """"......""""

     

     그럼 어째서 마시는 거냐고, 지크와 단 까지도 아연실색해서는 술을 마시는 손을 멈추지 않는 루루노아를 보았다.

     

     ".......음?"

     

     갑자기 일어난 탄성. 그리고 입구 주변에서 갑자기 생겨나는 인파. 저택 안의 사람들까지도 산사태가 일어난 것처럼 몰려갔다.

     

     ".............몇 번을 봐도 적응이 안 돼."

     "......"

     

     파티회장의 누구나, 연미복 차림의 하인의 손을 빌려 마차에서 내려선 여신에 마음을 빼앗긴다.

     

     "여전히 아름답네. 달이나 태양에서 온 게 아닐까?"

     "저 단아함, 언니가 본받았으면 좋겠어."

     

     루루노아도 틀림없는 미녀였지만, 다소곳함이 부족하다며 삼녀에게 쓴소리를 듣는다.

     

     "......저 백발 남자애, 멋져......."

     ""뭐?""

     

     

     ♢♢♢

     

     

     "세레스티아 왕녀전하! 오랜만이옵니다!"

     "미, 밀지 마! 세레스티아 왕녀님! 약혼자를 정하셨다는 것은 사실입니까!"

     "그건 저도 묻고 싶군요!"

     

     마차에서 내려오자마자 둘러싸이고 말았다.

     

     아무래도 세레스는 타인과 접촉하는 일을 싫어하는 모양이어서, 내가 지켜줘야만 한다.

     

     "ㅡㅡ여러분, 오늘은 라이트 왕국과 쿠쟈로 국과의 친선 모임입니다. 이 자리와 관계없는 소란피우신다면 세레스티아 전하를 데리고 돌아간다는 국왕폐하의 명이 있었으니, 부디 배려해주시길 바랍니다."

     

     빠릿하게 말해준다. 전부 높으신 분이겠지만, 내 뒤에는 이 나라의 절대적 권력자가 있으니 무섭지 않은걸.

     

     "......."

     ".......조금 전부터 네놈은 뭐냐. 세레스티아 왕녀와 너무 가깝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세레스티아 왕녀전하가 남자와 접촉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

     

     어디에선가 들린 그 말에, 군중들은 하이에나에게 먹이를 빼앗긴 직후의 사자같은 눈초리로 노려보았다.

     

     흠, 여기선......'전 일개 하인에 불과합니다' 로, 적당히 꾸며서 자리를 수습하는 게 좋아보이는구나.

     

     이래 뵈도 하인으로서 훌륭히 일하고 있다. 이 정도로 실수하고 있을 수는 없다.

     

     "ㅡㅡ이분은 제가 이번 파트너로 고른 분입니다. 정말 우수한 분이랍니다."

     """......."""

     

     여러 의미로 열광하던 군중은 놀라버린 나머지, 말의 의미를 곧바로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 틈에.......

     

     "그런, 저희들은 이걸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말을 남기고, 내 팔을 잡고 회장으로 걸어갔다.

     

     "......저기, 일단 조용히 맞춰줬지만, 너무 섣부른 말은 하면 안 된다? 엎질러진 물처럼 주워담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으니 말야. 그 후에 다른 의미로 주목당하게 된다고."

     ".......? 네. 후훗."

     

     아무리 작은 소리로 위험성을 강조해도, 그다지 효과는 없는 모양이었다.

     

     세레스가 즐거운 듯한 미소를 보일 때마다, 주변에서는 꽤 살기등등한 시선이 꽂힌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강렬한 것이, 두 개.

     

     하나는 저택 2층의 테라스에서 보는 시선. 또 하나는........등뒤에서.

     

     ".......그라스. 나중에 암살당한다고? 권력 얕보면 안 된당께. 떨어지는 편이 좋지 않겄어?"

     "제게 신경써주시는 것은 영광스럽지만, 파트너인 하쿠토님을 놓아두고 쫓아오는 건 좀 그렇지 않겠습니까. 침팬지의 산보가 아니라구요?"

     

     지당한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서, 귀신같은 표정을 짓는 에리카 공주의 뒷편에서 고개를 숙인 하쿠토를 보며 말했다.

     

     "으으~~ 또 적당한 말이나 둘러대기는ㅡㅡ"

     "모처럼 훌륭한 드레스 차림인데 행동과 어조가 이상해졌습니다만? 신경 써주시길."

     ".......이익~"

     

     볼을 부풀리며 얼굴을 붉히는 에리카 공주.

     

     "......."

     

     팔짱을 낀 세레스의 힘이 늘어났다..... 다른 여자를 칭찬하는 건 매너 위반인 모양이다. 음~ 지구로 말하자면.....동면 직전의 그리즐리베어 정도의 힘이려나.

     

     그런 우리들에게, 며칠 만에 보는 사람들이 다가왔다.

     

     "그 백발 애, 필요없다면 우리 샤논에게 주지 않을래?"

     "어, 언니."

     

     

     ♢♢♢

     

     

      서서 대화하기도 뭣해서, 계속 오는 인사를 재빨리 끝내고서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첫 인사는 물론, 테라스에서 내려온 파티의 주최자, 카슈였다.

     

     그리고 에리카 공주와 세레스를 보며 실실 웃는 겟소의 사과가 있었고, 그 뒤에서 흑심이 가득한 권력자들의 인사가 이루어졌다.

     

     마리 씨가 가르쳐준대로 빠르게 바뀌는 인사였지만......아이돌의 악수회가 얼마나 힘든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도 멀리 볼 필요 없이, 이쪽의 틈을 노리는 자들이 많이 서성거리고 있다.

     

     "후후후, 당신 카슈가 정말 싫어하고 있네. 세레스티아 왕녀의 동반이라는 이유로 저렇게까지 적개심을 드러내는 미소는 처음 봤다고~"

     "아무래고 저는, 유별난 자들만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엥~ 뭐야 그거~"

     

     유쾌한 듯한 루루노아가 술잔을 한손에 들고 그라스를 비웃는다.

     

     세레스티아와 에리카처럼 노출도가 적은 드레스와 다르게, 대담한 가슴 사이를 보여주는 듯한 디자인을 보고 많은 자들과 마찬가지로 하쿠토의 시선이 빨려들어간다.

     

     "......하쿠토 씨도 언니처럼 적극적인 여자가.......그......."

     "아, 아뇨, 딱히 그렇지만은!"

     

     부끄러워하면서 안경을 불필요하게 고치며 말하는 샤논에게, 하쿠토가 반사적으로 대답한다.

     

     "......수상한 녀석과 짐승."

     "수, 수상하지는, 않다구요......?"

     "짐승......."

     

     남자를 싫어하는 리즈릿의 독설이, 그라스와 하쿠토를 언급한다.

     

     "리즈? 대들 상대는 좀 구별해. 왕족과 관련된 사람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네 탓에 혼났어."

     

     루루노아에게 혼난 리즈릿이, 고양이처럼 눈을 가늘게 하며 화내는 시선을 그라스에게 향한다.

     

     "용서할 수 없어......"

     "제, 제게 어쩌라는 말씀이십니까."

     "저리로 가."

     "생각보다 매정하시군요."

     

     취하고 있어도 빈틈이 없는 루루노아가, 그라스가 아닌 세레스티아의 마그마도 녹여버릴 듯한 분노를 눈치채고는 질책의 말을 먼저 말하려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ㅡㅡ.

     

     "ㅡㅡ세레스 님. 리즈릿 님의 분노를 사고 말았으니, 상태가 이상했던 마차의 상태와 경비상태를 확인하러 가겠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하쿠토 님, 죄송하지만 잠시 동안 여러분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엥? 아, 그래, 맡겨줘."

     

     꾸벅 인사하고는, 마차가 서 있는 장소로 떠나가는 그라스.

     

     마침 잘 되었다며 마차에 무기를 가지러 가서 예정대로 인기척이 드문 장소에 숨은 후, 기회를 봐서 변장하고서 팔아제낄 틈을 노릴 셈이다.

     

     "......리즈. 돌아가면 설교다?"

     "으으......."

     

     전혀 신경쓰는 기색 없이 오히려 기분 좋은 듯한 하인의 등을 보고 안도한 다음, 전혀 진정될 기미가 없는 세레스티아의 분노의 기척을 느끼고는 리즈릿을 강하게 혼내었다.

     

     "아~아, 그라스가 돌아갈 때까지 따뿐하겠네. .......하쿠토, 잠깐 막 태어난 고블린 흉내 좀 내줘."

     "왜!! .....너, 왠지 요즘 그라스 씨와 약간 분위기가 비슷해졌다고."

     "진짜?"

     "......에리카 공주님까지 그 하인을 마음에 들어하는 거야?"

     

      처음엔 존대말을 썼던 루루노아였지만, 신경쓰지 않는 성격이라는 것을 간파하고는 이미 평소의 말투가 되어있었다.

     

     "마음에 든다고나 할까......재밌잖아? 그래서 그래."

     "흠~ 뭐, 내가 봐도 외모는 합격이지만."

     ""뭐?""

     

     루루노아가 그라스에게 가진 생각치도 못한 인상에, 에리카와 남몰래 외모에 자신이 있던 하쿠토가 소리를 내었다.

     

     ".......악취미."

     "리즈. 계속 실례되는 말만 하면, 슬슬 책 몰수해버린다?"

     "......."

     

     단계적으로 올라가는 언니의 제재에, 마지못해 입을 다무는 리즈릿.

     

     그 모습에 에리카와 하쿠토도 그만 쓴웃음을 지으며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음? 앗! .....아, 저건......"

     ".......이건......무슨 일인가."

     

     세레스티아 일행에게 주목되고 있던 주변 사람들이 갑자기 웅성거리기 시작하였다.

     

     먼 곳에서 이쪽과 접촉할 기회를 노리고 있던 자들이 길을 열어주며, 두 갈래로 나뉜다.

     

     "ㅡㅡ세레스티아라이트."

     

     그걸 당연하다는 것처럼 부하를 데리고 다가온, 불타는 듯한 금발 여인에 의해, 찌릿찌릿하게 마비되는 긴박감이 정원 전체를 지배하였다.

     

     "힐데가르트 씨. 오랜만ㅡㅡ" 

     "당신이지?"

     

     루루노아보다도 더욱 아슬아슬한 새빨간 드레스에 폭력적인 몸매를 숨기고서, 고급스러운 코트를 어깨에 걸친 힐데가르트.

     

     비할데 없는 패기를 내뿜으면서, 칼날같은 눈초리와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세레스티아를 추궁하였다.

     

     "무슨 말인가요."

     "......."

     

     강제적으로 무릎을 꿇릴 것 같은 힐데가르트의 중압감을 신경쓰지도 않고, 담담하게 되묻는 세레스티아.

     

     주변의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닌 채, 숨을 죽이며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당신이었나. 그걸 알게 되었으면 충분해. 이젠 여기까지야. 바로 만회해줄 테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요. 제가 말할 수 있는 거라면......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되지 않는다면 좋겠네요."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후에도 높아져만 가는 붉은 마력. 작열하는 겁화처럼, 둘러싼 주변인들을 동요시켰다.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는 여신의 미소.

     

     "우와, 대단해~"

     "저, 정말로 이 사람들 인간이야........?"

     

     루루노아와 샤논조차 방심할 수 없는 사태가 지속되었다.

     

     아직 평범한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 하쿠토 일행은 소리도 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격렬한 승부와도 같은 균형은 제 3 자에 의해 무너졌다.

     

     "ㅡㅡ자, 배우는 모였다!"

     

     테라스에 선 카슈가, 진정 애타게 기다렸다는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 목소리를 듣고, 세레스티아와 힐데가르트의 시선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했다.

     

     "이제부터, 진정한 연회가 시작된다!!"

     

     파티회장에서 약간 떨어진 장소에서, 뭔가 건물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들렸다.

     

     "뭐지!?"

     "저쪽은, 아바마마께서 배치한 군대가 있는 방향이네요."

     

     그 직후, 사람의 비명과 단말마와 함께.....루루노아와 지크 일행이 들은 기억이 있는 포효가 왕도에 울렸다.

     

     "솔직해서 다행이로군. 마물을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잘도 우리 부하를 죽였겠다? 이정도까지 해놓고 그냥 끝날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테라스에서 드높게 외치는 카슈의 뒷편에서, 투기에 넘치는 지크가 레이피어를 찔러들면서 말했다.

     

     그의 등뒤에는, 큰 망치를 멘 갑옷 차림의 단의 모습도 보였다.

     

     "푸, 푸하하! 이래야지! 연회는 이래야만 한다!"

     

     지크 일행에게서 무관심한듯 눈아래의 세레스티아 일행으로 시선을 되돌리고서, 일방적인 말을 희극적인 움직임으로 외친다.

     

     "ㅡㅡ오늘! 이 날! 라이트 왕국의 빛은 쇠한다!!"

     

     정원의 중앙에 그림자가 생겨나더니, 군대를 물리쳤던 이형의 몬스터가 뛰어내려온다.

     

     끝없는 분노와 슬픔, 그리고.....인간에 대한 증오와 함께.

     

     "......무작위한 파괴와, 불합리한 유린과 함께 말이다."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힘에 취해서 그 눈을 욕망으로 물들인 카슈는,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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