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장 제 13 화, 마왕, 먹구름 속에서 파티로 향한다
    2021년 04월 18일 06시 39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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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2851fy/49/

     

     

     

     흐린 하늘 아래, 스칼렛 상회에서 도망치듯이 돌아온 겟소 일행이 향한 곳은, 카슈가 머물고 있는 고급 숙소였다.

     

     촛불의 불이 요사하게 비추고 있는 넓고 호화로운 방에서, 카슈가 우아하게 긴 의자에 앉아있다.

     

     ".......한심하군. 그래서 꼬리를 말고 도망쳐 온 것인가."

     "면목없습니다, 형님......"

     

     흑기사와 힐데가르트에게 저항하던 겟소였지만, 아버지와 카슈에게는 그 기력조차 생겨나지 않았다.

     

     그들의 무서움은 어린 시절에 충분히 보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 지크나 루루노아한테도 초대장을 건네주고 왔는데, 무슨 심산이십니까?"

     "이상한가? 뭐 그렇겠지. 왜냐면 아바마마의 명령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세레스티아를 데리고 돌아와라' 였으니까."

     

     자기 욕망을 위해서만 동맹을 맺고는, 참을 수 없어지면 파기한다.

     

     그런 짓을 태연히 하는 자가, 쿠쟈로 왕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큰 자식들도 왜곡된 성장을 하고 있었다.

     

     "힘이 있는데 그걸 참는 건 너무나 어리석다. 그래서 결정했다."

     "무엇을, 말입니까......."

     

     움찔 떨더니, 겟소의 핏기가 사라졌다.

     

     "별일 아니다. 우리들이 하고 싶은대로 할 뿐이다."

     

     형의 매정한 미소를 보고.

     

     "세레스티아를 채가는 김에 극상의 여자를 부르고, 성가신 벌레도 모두 불러 성대한 파티를 연다."

     

     그 생각에.

     

     "모두에게 포상을 줘야지. 너도 즐겨라. 죽이고 싶다면 죽이고, 여자를 원한다면 마음껏 탐하라. 귀국 시간에는 늦지 말고."

     "네, 네에."

     

     하지만 쿠쟈로의 핏줄이, 겟소에게도 내일의 연회에서 있을 감미로운 유혹에 젖어들게 하였다.

     

     벽가에 서 있는 부하들도 동시에 욕망을 드러내며 웃는다.

     

     그런 독특하고도 이상한 분위기인 실내에, 관록있는 기사복 차림인 케리가 들어왔다.

     

     "ㅡㅡ카슈 님, 탈환해왔습니다."

     "크크큭, 역시 케리로군. 제 3 사단만 있다고는 해도, 이렇게 쉽사리 실험체를 되찾을 수 있다니."

     "아직 실수를 만회할 정도는 아닙니다. 뭐든지 분부해주십시오."

     

     항상 준엄한 표정이었던 케리가, 더욱 얼굴의 주름을 만들며 말한다.

     

     "핫핫하. 그럼, 파티에서 마음껏 날뛰어라. 난 세레스티아 때문에 바빠질 테니 말이다. 네가 최고전력이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승낙의 뜻을 표한 케리에게 만족스레 끄덕이고는, 저무는 석양을 보고 며칠 후의 라이트 왕국같다고 생각하는 카슈.

     

     "ㅡㅡ연회 날, 라이트 왕국의 빛이 쇠한다. 세레스티아라이트라는 빛이 말이야. 큭큭크."

     

     단정한 얼굴을 추하게 일그러뜨리고, 이 나라의 미래를 예언했다.

     

     

     

     ♢♢♢

     

     

     쿠쟈로 왕자가 주최하는 파티가 열리는 당일.

     

     공교롭게도 어두운 구름이 드리워진 황혼 무렵, 많은 기사와 병사가 지켜보는 중심에 아름답게 빛나는 미소녀들이 있었다.

     

     "공주님, 부디 주의해주시길. 그들은 미친 자들의 모임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결코 방심하시면 안 됩니다."

     "........거절하면 좋을 것을."

     

     바쁜 와중에도 배웅하러 성문 근처까지 나온 죠르쥬지지와 라이트 왕이, 걱정되는 듯 말했다.

     

     "너무 호들갑이세요. 저도 어엿한 왕녀인걸요. 저희들이 파티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나라를 위함이 된다면, 흔쾌히 참가할 거에요."

     

     맑은 물빛 드레스를 입고, 액세서리로 치장한 에리카가 쓴웃음을 지으며 타일렀다.

     

     "오오....에리카 님, 훌륭하십니다..... 조르쥬는.....죠르쥬는......흑흑......라이트 왕국이여 영원하라아아아!!"

     "정말 호들갑이세요......"

     

     말괄량이였던 에리카의 성장을 보고 눈물을 폭포처럼 흘리는 죠르쥬.

     

     하지만 표정이 풀리지 않은 라이트 왕은, 정장 차림의 하쿠토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하쿠토여, 에리카를 부탁하겠네."

     "예! 맡겨만 주세요!"

     

     기사의 경례를 하며 믿음직스럽게 대답한 하쿠토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에리카를 부탁하고는, 문제의 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라스 씨, 오늘은 잘 부탁드릴게요,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임시변통의 댄스를 보여줄 기회가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아~ 긴장된다."

     

     위기감이 없이, 스스로 고른 하인과 즐겁게 대화하는 세레스티아.

     

     예전에는 봤던 일이 없었던 평범한 여자애같은 세레스티아를 보고, 왕은 복잡한 놀라움을 느끼고 있었다.

     

     "세레스여, 어울리기 그지없군."

     "아바마마, 오셨다면 말을 걸어주시지 그랬나요."

     "이, 이제야 눈치챘단 말인가.......?"

     

     충격을 금할 수 없었지만, 그보다 신경쓰이는 일이 있었다.

     

     어른스럽고 청초한 하얀 드레스 차림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여신의 질투를 살 것 같은 딸이, 남자가 있는 파티에 참석하다니 안절부절못할 일이었다.

     

     "그럼 갈까요."

     

     왕의 심려에도 불구하고, 세레스티아는 아무 거리낌없이 마차에 들어갔다.

     

     하인도 그 뒤를 따랐고, 약간 볼을 부풀리며 불만스러워하는 에리카와, 아직도 마음의 상처를 입은 모양인 하쿠토도 다른 마차에 올라탔다.

     

     왕과 죠르쥬의 배웅을 받으며 무정하게도 곧장 작아지는 마차.

     

     "적어도 알트 님이 계셨더라면 안심되었을 터입니다만....."

     "음.... 설마 귀환이 내일일 줄이야......"

     

     

     ♢♢♢

     

     

     "......음, 이것도 합격이다. 전부 괜찮아보이네. 이거에 불평하는 녀석은, 내가 마안의 먹이로 만들어주지."

     

     마안 따위는 없지만, 겨우 눈을 부라리는 정도지만.

     

     마차 속에서, 합격 라인을 넘어선 여섯 자루의 검을 다시 확인한다.

     

     언젠가 하쿠토와 에리카 공주에게도 훌륭한 검과 도를 만들어주고 싶다. 내 실력으로는 아직 만족스런 것은 만들지 못하지만.

     

     "크로노 님, 오늘 전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까요."

     

     바로 옆에 찰싹 앉아서는, 자애로운 눈길로 감정 중인 나를 지켜보고 있던 세레스가, 지금이 적기라는 듯 물어보았다.

     

     "응?"

     "전부 크로노님의 계획대로지요?"

     "......"

     "......"

     

     잠시 동안, 나와 세레스의 순진한 눈이 마주쳤다.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전혀 모르겠다.

     

     하지만, 마왕스러운 대답을 항상 준비해두는 내게 빈틈은 없다.

     

     그래서 말해준다.

     

     

     "계획대로........!"

     

     

     입가를 싱긋 들어올리고, 사악하게 미소지으면서.

     

     "역시......"

     "일단 파티를 즐기면 된다고? 난 중반까지 조금 바쁘겠지만, 신경쓰지 말고 자유롭게 행동해 줘. 내가 맞춰줄 테니 걱정하지 마."

     "분부대로."

     

     상궤를 벗어난 아름다움 때문에, 티아라가 왕관처럼 보인다.

     

     이런 애가 파티를 할 때 조차 마왕의 수하로서 행동하려 하고 있다.

     

     의욕이 있는 것 같아 기쁘지만, 모처럼의 파티 정도는 쉬웠으면 좋겠다. 이런 때까지 일하는 건 나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다고 해서 외톨이로 만들어서 이 소녀에게 수치를 안겨줄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라스로서 에스코트해주면서도 기회를 봐서 용병의 소년차림으로 검을 팔아치우자.

     

     듣기로는, 이번 파티에는 며칠 전의 변이 오크 정벌에 나섰던 용병들도 불린 모양이다. 다시 말해 무기에 환장하는 자들이다.

     

     난 도박에는 알맞지 않은 모양이니, 역시 종업원 일이나 꾸준히 해나가며 무기를 조금씩 파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앗, 하지만 가능하다면, 함께 있는 사람들과 아는 사이가.......저기저기 잠깐 저 사람 괜찮지 않아~? 나 노려볼까나, 같은 소개팅......단체 맞선 같은 것을 지원해준다면 나도 팔기 쉬우......."

     "......."

     "......이거 실례."

     

     벌써 화려한 저택과 북적이는 정원으로. 그리고 부지의 한 켠에는 훌륭한 교회까지 보인다.

     

     파티회장으로는 더할 나위 없지만, 불안함이 남는 낌새다. 

     

     "분위기가 수상한데......"

     

     마침 마차가 정지한다.

     

     ".......즐거운 파티가 되면 좋겠군."

     

     마왕의 동료가 되었다고는 해도, 아직 학생이다.

     

     에리카 공주, 그리고 하쿠토와 함께 충분히 즐겨줬으면 한다.

     

     ".......네."

     

     내가 내민 손을 잡고, 행복한 미소로 응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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