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장 제 15 화, 빗속의 결투
    2021년 04월 18일 22시 15분 5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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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2851fy/51/

     

     

     

     "..............뭐, 뭐야? 어쩐지 모두 크레이지하게 되었는데."

     

     사람의 기척이 전혀 없는 건물이 있어서 그곳의 그늘에서 갈아입으려 했지만.....왠지 소란스럽지 않아?

     

     옷걸이를 건 상의를 옆에 걸어놓고.....바지는 흘러내렸지만, 일단 귀를 기울여본다.

     

     히얏하 같은 소리라던가, 꺄아 같은 비명소리라던가, 쿠오오같은 마물의......마물!? 진짜로!?

     

     "갈아입을 때가 아니잖아......."

     

     

     ♢♢♢

     

     

     "싫어어어!!"

     "도망치자! 빨리!!"

     

     파티회장은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버렸다.

     

     "도망칠 장소 따윈 없다고!! 이얏!!"

     "으아아!!"

     

     쿠쟈로 병사의 검이 남자를 베었다.

     

     사람들은 정문을 통해 도망치려고 모여서 향했지만, 그곳에는 미리 계산했다는지 쿠쟈로 국 병사들의 모습이 있었다.

     

     "크하하! 여자를 마음껏 고를 수 있다고!!"

     "남자는 필요 없어! 죽여라!!"

     "루루노아는 어디냐아아!"

     

     대대적인 체포작전처럼 잘 유도하여,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처럼 둘러싼다.

     

     "어이, 여자."

     "시, 싫어."

     

     한 여자가 남자의 눈에 들었다.

     

     여자는 그 후 자신에게 일어날 비극을 예상하고는, 몸도 마음도 얼어붙었다.

     

     "먼저 네놈!? 커헉......."

     "!!"

     

     묘령의 여성에게 손을 대려고 한 병사의 목에 화살이 생겨나더니, 바로 사망했다.

     

     ".......정말 추하네."

     

     정원의 나무에 올라간 샤논의 정확한 화살이 계속 쏘아졌다.

     

     "큭!?"

     "켁!!"

     "어, 어이! 저격당하고 있다! 움직........"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으로 화살을 겨누고는, 움직이는 목표가 상대여도 정확한 궤도를 예측하여 맞추기 쉬운 가슴을 노려 낭비없이 모두 적중시키고 있었다.

     

     " <파이어애로> "

     "끄아아아!! 아, 앗 뜨거! 아아아아아아!!"

     

     리즈릿도 혐오의 표정을 지으며 병사를 불태웠다.

     

     "이 꼬맹이가아!!"

     "ㅡㅡ"

     

     맑은 물처럼 보이는 발도가, 달려드는 병사를 조용히 베어버린다.

     

     "큭............"

     "좋아, 사부는 어딘가로 가버렸지만 잘 되고 있어!"

     "고, 고마워."

     

     리즈릿이, 자신의 전위 역할을 자처한 에리카에게 감사를 표했다.

     

     "괜찮아 괜찮아! 자, 루루노아와 하쿠토가 마물을 쓰러트리기 전에 이쪽을ㅡㅡㅡㅡㅡ큭!!"

     

     거의 감이었다.

     

     에리카가 그 자리에서 옆으로 뛰어 긴급회피한 것은.

     

     그 직후, 돌바닥이 터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깨져버렸다.

     

     "ㅡㅡ훌륭하다. 지금 것을 피했는가."

     "..........케리."

     

     소리가 들린 수 미터 앞에서는, 마물을 몰아서 라이트 왕국군과 부딪히게 하고서 다시 저택까지 유도한 케리의 모습이 있었다.

     

     "라이트 왕이 배치한 군도, 그 후방군도 나와 그 실험체에 의해 전멸되었다. 느긋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충분한 시간은 벌었을 터."

     

     여기에 잇는 라이트 왕국의 주력을 자신과 카슈로 끝장내고 날뛰는 마물을 선물로 남겨두면, 군대는 그쪽에 달려들게 되어 쉽게 왕도를 탈출할 수 있다.

     

     어떤 이유로 알트와 '깃발 없는 기사단' 의 주력이 없는 지금이기 때문에 가능한 대담한 계책.

     

     케리는 채찍에 마력을 주입하였다.

     

     "카슈님에게 허가는 맡아놓았다. 나도......."

     

     평소엔 근엄한 케리의 눈이 욕망으로 물들고는, 그 시선이......

     

     "히익."

     

     어찌된 일인지, 리즈릿에게 향하였다.

     

     "넌 꽤 설레는 비명을 고막에 새겨줄 것 같군. 그렇게 정했으니, 방해는ㅡㅡ"

     

     갑자기 케리가 백스탭을 하였다.

     

     그러자 케리가 있던 장소를, 샤논의 화살이 통과하였다.

     

     "어떻게 피한 거야!?"

     ".......장소만 알면, 그 뒤는 쏘는 순간이다. 화살을 바라보며 조준이 끝나는 간격도 기억했다. 은폐물 등을 쓰면 거의 맞을 일은 없지."

     

     정말 무관심하게 가르치는 케리, 그 시선은 계속 리즈릿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리즈!!"

     

     격한 저항을 하는 마물과 사투를 벌이고 있던 루루노아가, 추악한 시선을 받고 떠는 리즈릿에게 외쳤다.

     

     "그 녀석은 너희들이 대항할 상대가 아냐! 도망쳐!!"

     "이 내가, 둘도 없을 비명을 놓아줄 거라 생각하나?"

     

     기분 나쁜 미소와 함께, 비정한 케리의 채찍이 휘어졌다.

     

     

     ♢♢♢

     

     

     "장관이로구나. 보라고 지크. 여기에선 모두가 정직하다. 본래, 인간이란 투쟁과 쾌락을 추구하는 생물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구나."

     "......."

     

     눈 아래에서는, 케리가 하쿠토가 가세한 에리카 일행을 유린하는 모습. 그리고 일각이라도 빨리 리즈릿에게 달려가려고 불사신의 마물의 사지를 날려버리고 있는 루루노아. 도망치는 약자들과 마음껏 하고 있는 병사들.

     

     "마음에 안 든다고 한다면, 그 하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용병 소년이 결석이라는 점. 그리고 재빨리 어딘가로 모습을 감춘 세레스티아로군. 어디, 이 광경이야 언제든 질리지 않고 바라볼 수 있으니, 나도 슬슬 그녀를 맞이하러 가볼까."

     "정말 천박한 놈이로군. 진짜 타락했구나, 카슈."

     "흠........"

     

     무방비로 등을 돌리고 있던 카슈가 천천히 돌아보았다.

     

     그리고, 근처의 테이블을........

     

     "너와 놀기에는 장해물이 너무 많다. ........좀 치울까."

     

     카슈가, 가볍게 테이블과 의자 등을 지크에게 던졌다.

     

     놓여져 있던 식사와 술을 집어먹으면서......

     

     "........이곳의 요리사의 실력도 나쁘지 않군. 지금 무렵엔 죽었겠지만."

     

     산보하는 것처럼 걸으면서, 돌멩이를 던지는 것처럼 계속.

     

     ".......단숨에 끝내버릴 셈이었지만, 놀고 싶다고 한다면 패주겠어. 동료들과......요리사의 몫까지도."

     

     지크는 그에 대답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베어넘겼다.

     

     하나라도 부딪힌다면 전투불능을 면하기 어려운 질량과 속도였지만, 마력이 담긴 레이피어가 번쩍일 때마다 기분좋게 두쪽으로 절단되었다.

     

     그런 와중에........

     

     '......뭐냐, 카슈의 이 힘은. 무슨 방법을 쓰면, 이런 힘이 되는 거지......'

     

     의문이 생겨나는 지크의 등뒤에서, 날아가던 기세 그대로 잘려나간 가구가 벽에 격돌하여 커다란 소음을 내고 있었다.

     

     "그렇게 말해도 조금 뿐이라고? 나는 귀여운 세레스티아를 데리고, 케리와 정예들과 함께 빨리 떠나겠다."

     ".......역시 데려온 병사들도 미끼인가. 너의 일이니, 동생도 그렇겠지?"

     "크큭,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깔끔해진 실내에서, 카슈가 천천히 팔을 들려고 한다.

     

     "ㅡㅡ훗!!"

     

     그 때에는, 이미 지크의 레이피어가 다가오고 있었다.

     

     "......."

     "......."

     

     서로에게 무언.

     

     하지만, 표정은 정반대였다.

     

     지크의 레이피어는 확실하게 카슈의 팔을 노렸다.

     

     문제는 무기가 팔과 부딪힐 때의 소리가, 이상하게도 단단한 뭔가와 접촉한 것처럼 새된 소리였다는 점이다.

     

     "아아, 그리고......"

     

     지크의 볼을 흐르는 식은땀.

     

     "......난 타락한 게 아냐. '승화한' 것이다."

     "으으!!"

     

     조소하는 듯한 말과 함께 가볍게 휘두른 카슈의 팔에 의해, 지크는 옆으로 날아가버렸다.

     

     "총단장!!"

     "ㅡㅡ네놈은 그럼에도 전사인가? 나를 앞에 두고 딴 곳을 보다니, 불경하다."

     "!? 으오오오오오!!"

     

     단의 해머가, 기세좋게 내리쳐진다.

     

     그 거한의 모든 체중을 싣는 것처럼, 크고 강하게.

     

     "불경하다고 말했다."

     "........"

     

     단의 표정이 경악에 휩싸였다.

     

     한숨섞인 말을 하며 받아낸 해머를 눈으로 보고서.

     

     바닥이 파일만한 충격인데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다.

     

     "그보다 네놈의 얼굴은 불쾌하다. 마치 바깥의 오크같지 않은가. 지크 정도로 거슬린단 말이다. 훗, 녀석의 밑에 들어가는 바람에......운이 다했구나."

     "크으으, 지껄이지 마라, 이 괴물이!!"

     "입 닥치고, 지금 바로 꺼져."

     

     카슈의 발차기가 단의 볼을 차버렸다.

     

     "ㅡㅡ!!"

     

     그 직전, 화살같은 속도로 돌아온 지크의 레이피어가 꽂힌다.

     

     하지만 역시 들리는 것은, 금속음.

     

     발차기를 멈추며 그대로 레이피어를 받아낸 카슈의 다리.

     

     찢어진 옷에서 보이는 것은, 피부였다.

     

     '하아, 하아, 피부라고......? 갑옷이 아니라는 말인가......'

     

     슬금슬금 후퇴하는 지크.

     

     그의 이마에서는 피가 흘렀고 갈비뼈와 왼쪽팔도 부러져서, 일격에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모습이었다.

     

     "총단장!"

     ".......단, 둘이서 덤비자."

     "예이!!"

     

     도움받은 단이, 지크의 옆에서 큰 망치를 들었다.

     

     "......이래도 살아있는가. 넌 자그마한 주제에 비상식적인 몸을 하고 있군."

     "지금의 네게 듣고 싶지는 않은데."

     

     턱을 매만지면서 흥미로운 듯 말하는 카슈의 눈은, 마치 실험동물을 보는 것 같았다.

     

     "하하, 그럴지도. 그럼 조금 놀아볼까. 세레스티아가 향한 곳은 거의 짐작되니 말이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만 즐겨보지 않겠나. ......지크."

     

     

     ♢♢♢

     

     

     "오오오오오!!"

     "쉬익!!"

     

     조금씩 부슬비가 내리는 중, 케리의 좌우에서 하쿠토와 에리카의 칼날이 파고든다.

     

     "안이해, 미숙해, 느려."

     

     튕겨나는 소리가, 연이어 두 번 울린다.

     

     "크악!"

     "큭!?"

     

     우뚝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모한 채찍 솜씨로 거의 동시에 하쿠토와 에리카의 배를 쳤다.

     

     거기다 연속으로 작열음이 들렸다.

     

     움직임이 멈춘 하쿠토 일행에게, 채찍이 추격의 난무를 시작했다.

     

     마력이 담긴 채찍은 의복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피부를 때리며, 전의와 피를 함께 흩날리게 하였다.

     

     "크아아아!!"

     "으으!!"

     "그리고 연약해. ......역시 전사의 비명으로는 뭔가 부족하군."

     

     마물과 루루노아, 그리고 이 케리의 독무대의 주변 만큼은, 주변의 광기에 찬 소란에게서 동떨어져 있었다.

     

     "그럼......"

     "히익!?"

     

     케리가 무시무시한 미소를 리즈릿에게 보내었다.

     

     "안심해라. 울지 않는다면 편안하게..........호오?"

     

     뒤에서의 살기에, 감탄한 모습의 케리가 다시 섰다.

     

     "..........기다려."

     "컥, 크으으, 에, 에리카......?"

     

     찰나의 판단으로 허리춤에 있던 칼집에 채찍이 맞게 하여, 급소가 될만한 부분만 골라 위력을 죽이고 있던 에리카.

     

     아프게 보이는 상처가 다 드러난 드레스 차림으로 일어섰다.

     

     그라스의 디펜스 훈련 덕분에 에리카의 몸에 무의식적으로 새겨져 있던 방어기술이, 그녀를 버티게 해주었다.

     

     조금도 투지를 잃지 않은 눈동자로, 다시금 거합베기의 자세를 취한다.

     

     "채찍의 길이와 칼의 길이, 애초에 속도의 차이도 모르는가?"

     "......."

     

     케리의 낙담하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조금 전보다 깊게 몸을 낮춘다.

     

     "........놀이는 끝내기로 하지. 애피타이저는 질렸다."

     "그렇네....... ㅡㅡ그 말대로야."

     "뭣!?"

     

     갑자기 눈앞에 출현한 에리카를 보고, 케리도 눈을 부라렸다.

     

     아니, 하쿠토와 샤논조차도 그 속도를 보고는 눈을 의심했다.

     

     지금까지의 에리카의 속도보다 몇 배는 되었다.

     

     "쉭!!"

     "계집이!"

     

     맨발에도 불구하고 돌바닥을 쪼갤 정도의 강한 발돋움에 의한, 질풍의 발도술.

     

     케리도 필사적인 모습으로 뛰어서 물러나며, 에리카의 공격범위에서 이탈을 시도한다.

     

     마력이 담긴 도신이, 불타는 것처럼 선명한 호의 궤적을 그린다.

     

     "......."

     

     칼을 뽑아든 모습 그대로인 에리카.

     

     ".......후우."

     

     전력으로 뛰어서 도망친 케리가, 한번 숨을 토했다.

     

     "이 일격을 위해, 지금까지 수법을 보여주지 않았던 건가. 무서운 왕녀님........이다."

     

     거기서, 케리의 말이 끊겼다.

     

     부상을 입은 모습은 없다.

     

     케리의 경악하는 시선은, 수중의 채찍......그러다 허리춤에 매어놓았던 예비 채찍으로.

     

     ".......나의 채찍을, 베었다는 것인가.......?"

     

     수중과 허리춤의 채찍이 절단되어서, 풀려나는 것처럼 땅에 떨어진다.

     

     '순간의 판단으로 치명상은 줄 수 없다고 판단한 건가...... 이 계집......'

     

     "해, 해냈다고......이걸로ㅡㅡ"

     "ㅡㅡ뭐, 예비는 또 있지만."

     

     하쿠토 일행의 희망도 쉽사리 깨진다.

     

     품에서 새로운 채찍을 꺼내드는 케리.

     

     "난 준비에 철저한 성격이라서 말이다. 실전용, 예비용, 보존용을 준비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이걸 너희들에게 쓰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제 방심은 없다. 에리카 왕녀, 당신은 학생이면서도 훌륭한 무인이다. 하지만 이제 포기해라. 동료들의 목숨은 살려주지."

     "........"

     

     채찍을 땅에 주욱 내리고서, 말없이 노려보고 있던 에리카에게 쏘아붙였다.

     

     "........"

     ".........칼집을 버렸는가. 포기한......것은 아니로군. 정말이지. 나는 빨리 저 리즈릿이라는 소녀에게 전념하고 싶은데 말야."

     

     에리카가 칼집을 버리는 모습을, 수염을 쓰다듬으며 흥미롭게 관찰하다가 기가 막힌다는 듯한 말투를 늘어놓았다.

     

     "이 애한테 다가오지 마, 천박한 변태녀석. .......스읍........"

     

     다시 높아지는 투지에 휩싸인 에리카가, 목 찌르기의 자세로 케리를 노린다.

     

     "........"

     

     예민해져가는 에리카의 분위기를 보고는, 케리의 눈썹이 미세하게 모였다.

     

     경계의 계단이 또 한층 높아졌다.

     

     "......."

     ".........그걸로 어떻게 할 터인가? ........!?"

     

     여유를 드러내고 있던 케리가 눈치챘을 때에는, 다가오고 있었다.

     

     " 《신마 찌르기》 "

     

     그라스에게서 배웠던, 준비 동작과 첫 움직임을 느끼게 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자세.

     

     좌반신에서 우반신으로.

     

     마력에 의한 예리한 발돋움과 전신을 사용하여, 칼을 최단거리의 직선으로 뻗는다.

     

     채찍의 길이와 경험에서 지고 있다면, 속도와 기술로 도전한다.

     

     이 기술이라면, 뒤로 도망치려 해도 뻗어온 칼날이 도달한다.

     

     교묘한 몸놀림에 의해 더욱 도달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칼은, 마력에 의해 선명한 열선같은 선을 그리면서 케리의 가슴으로ㅡㅡ

     

     "크으......"

     

     몸이 붕 뜬다.

     

     "정말로 학생인가?"

     

     ㅡㅡ에리카의 몸이.

     

     ".......인정하지, 네년을 완전히 오해했었다."

     

     지면에서 튀어오른 채찍이, 에리카의 복부를 강타하였다.

     

     "크읍, 쿨럭.....무, 무슨......"

     "만일을 위한 대비를 해두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졌었다. 이 내가 말이다. 나의 부하보다도 훨씬...... 뭐......그것 뿐이다."

     

     쓰러져서 기침을 하며, 사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처투성이의 에리카를 내려다보는 케리가 말했다.

     

     군인인 케리는 경험이 풍부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버릇이 있었다.

     

     미리 에리카와 자신 사이의 지면에, 채찍을 뻗어서 드리우고는......마력으로 튀어오르게 한 것이다.

     

     ".....그럼."

     "!!"

     

     충분히 즐겼다는 모습의 케리의 끈적한 시선이, 힘이 빠진 리즈릿을 핥는다.

     

     "파, <파이어애로>!"

     "소용없어."

     

     힘빠진 리즈릿의 불화살이, 케리의 눈앞에서 터지며 사라진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속도의 채찍에 의해.

     

     "리즈! 부탁이야! 일어서!"

     

     나무 위에서 조바심이 난 샤논이 필사적으로 외쳤지만, 서 있을 수 있었다면 이미 도망쳤을 것이다.

     

     한번 공포에 휩싸이면, 달려가는 일은 어렵다. 이 날 이 장소라면, 더더욱.

     

     샤논의 화살 연사도 허무하게 회피당하였고, 하쿠토 일행도 채찍을 강타당한 아픔 때문에 신음을 낼 뿐이었다.

     

     기대주인 루루노아도, 그 때 이상의 분노로 날뛰는 마물을 상대하느라 벅찼다.

     

     "그럼, 먼저 어깨부터다. 카슈님의 볼일이 끝날 때까지, 충분히......."

     "!? 리즈!!"

     

     루루노아의 비통한 외침도 소용없이, 채찍이 크게 휘둘러졌다.

     

     "......울어라아아아!!"

     "!!"

     

     숨을 죽인 리즈릿을 향해, 성욕에 지배된 케리의 채찍이 휘둘러졌다.

     

     

     

     

     하지만, 빗소리만이 이어진다.........

     

     

     

     ".......어?"

     

     채찍을 휘둘러서 음속을 넘을 때 나는 그 거슬리는 소리는 없었고, 그 대신 케리의 얼빠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구나 눈을 감으며 리즈릿의 자그마한 몸이 무자비한 채찍에 노출되는 광경에서 도망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눈앞에 있는 이 결과가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ㅡㅡ죄송합니다. 늦고 말았습니다. 화장실이 혼잡한 바람에."

     

     

     

     그곳에 있던 것은, 리즈릿에게 뻗어온 채찍을 거머쥔 하인의 모습이었다.

     

     마치......리즈릿에게 닿기 직전의 채찍을 붙잡았다고도 좋을 만한 자세로, 안경을 손으로 들어올리며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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