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장 제 16 화, 여긴 너희들에게 맡기고 먼저 간다
    2021년 04월 18일 23시 59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ncode.syosetu.com/n2851fy/52/

     

     

     

     "........그, 그라스?"

     "예. 서두를 셈이었지만, 도착이 늦어지고 말아 정말 죄송합니다."

     

     채찍을 거머쥔 채, 옆에 선 에리카에게 일상대화를 하는 것처럼 긴장감 없이 대답하는 하인.

     

     "......열려졌어!"

     "......."

     

     약간 짜증내는 에리카의 지적에, 조용히 고간의 지퍼를 올린다.

     

     "네놈......무슨 짓을 한 거냐......?"

     "무엇을? 당신은 눈앞에서 보지 않았습니까? 리즈릿 님께 맞을 것 같아서 거머쥔 것 뿐입니다."

     "뭣이........?"

     

     채찍은 궤도를 예측하기 어렵고, 거기다 마력에 의해 자유자재. 예지능력이라도 있지 않은 한, 정말 믿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케리 뿐만이 아니라, 다른 자들도 전혀 믿지 않았다.

     

     "......그, 그 [무왕] 조차도 그런 기예는 못한다!! 인간에게 가능할 리가 없다!!"

     

     이해불능한 일에 큰소리로 외치며, 마력을 흘려 채찍을 강제로 수중으로 당겼다.

     

     "처음부터 불가능이라고 결정짓는 걸 보면 실력도 알만합니다."

     

     그때 슬쩍, 발치에 주저앉은 리즈릿을 돌아보았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다지 상황이 납득되지 않습니다만, 리즈릿 님에게 채찍을 휘둘렀다는 말은 쓰러트려도 상관없다는 말씀이겠군요?"

     "........."

     

     지팡이를 끌어안고 젖은 눈으로 올려다보며 말이 없는 리즈릿에게, 안심시키려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 후, 조금 이상한 듯 웃은 그라스는 예전의 소녀......금발의 왕녀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라스! 루루노아가 올 때까지 버텨!"

     "그건 송구스럽게도, 저쪽도 저쪽대로 바쁜 모양이어서, 이 변태 아저씨 정도는 제가 쓰러트리도록 하지요."

     "어, 그, 그럴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그, 그럼, 적어도 칼을."

     "필요없습니다. 에리카님의 칼이, 짐승같은 자의 피로 더럽혀지기 때문에."

     

     그렇게 대답하고서, 모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도발을 받고 살기가 등등한 케리를 돌아보았다.

     

     "이 나를 상대로 맨손이라니......얕보는 것도, 정도껏 해라아아!!"

     

     고속 채찍에 의한 강타가 그라스를 향해 종횡무진으로 난무한다.

     

     마력의 강약을 완급하여, 평소보다도 몇 배나 강하고 빨라진 케리의 채찍.

     

     그 모든 것이.......

     

     "크윽!?"

     "결말이 정해진 이상, 얕보는지 어떤지는 무의미한 결론이니 버려두고...... 당연한 이야기를 해보지요. 일반적으로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전부 하인에게 붙잡혀서, 무력화된다.

     

     "취미로든, 성벽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면 안 됩니다."

     "크, 크오오오오오오오!!"

     

     눈으로 쫓을 수 없을 터인 채찍의 끝부분이 휘는 순간을 포착하여, 타격으로서 완성되기 직전에 그 위협을 죽이고 있다.

     

     "........"

     "대단해........."

     

     주변의 경악어린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가운 눈매의 그라스는 몇번째인지 모를 채찍을 거머쥐더니 유연한 동작으로 끌어당겼다.

     

     "하물며......"

     "크오!?"

     

     미세하게 흐트러진 중심의 틈을 파고든 끌어당김 때문에, 자세가 무너져 앞으로 숙이게 되는 케리.

     

     자신도 뛰어들어서, 케리의 다리를 놓치지 않고 발을 건다.

     

     그리고, 공중에 뜬 케리의 등에 살짝 손을 대고서ㅡㅡ

     

     "ㅡㅡ겁먹은 소녀를 상처줘도 될만한 이유는 안 됩니다만?"

     "으으ㅡㅡ크아아!?"

     

     케리가 땅에 떨어졌다.

     

     폭발적인 힘에 의해 지면으로 패대기쳐지는 것처럼, 단번에 낙하했다.

     

     땅에 패대기쳐져서 짐승같은 비명을 지르는 케리를 중심으로, 돌바닥에 균열이 생겨났다.

     

     "........"

     "........엥."

     

     누구나 눈을 의심하면서, 말문을 잃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누구의 눈으로 보아도 그라스는 붕 뜬 케리의 등에 손을 올렸을 뿐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 누가, 세밀한 마력조작으로 최소한의 마력을 폭발시키는 조작을 하였을 거라 예상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 자리의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말은 없었다.

     

     마력의 강약이 강함을 계측하는 기준이 되는 이 세계에서는, 이 몇 초간의 순살극은 이해를 초월한 미지의 영역이었던 것이다.

     

     "이 정도로 강자인 척을 하다니......주제를 아십시오. .......리즈릿 님, 무사하십니까?"

     "아, 으, 응......"

     

     잠시 동안 냉담한 눈매로 케리를 내려다보고 있던 그라스가. 젖은 돌바닥에 앉아있던 리즈릿에게 다가가서 살짝 일으켜세웠다.

     

     "여, 역시 내 사부...... 개쎄잖아, 그라스."

     "그렇게 마력을 쓰는 모습도 아니었는데, 정말 훌륭해......"

     

     배를 움켜쥐고는, 비틀거리면서 걸어오는 에리카와 하쿠토.

     

     '에리카도 케리와 충분히 맞섰다..... 거기에 비하면, 나는......'

     

     "호신술은 하인의 소양입니다. 이런 식의 난폭하고 비신사적인 분도 많기 때문에."

     "소양이라니..... 넷이서 덤벼도 이기지 못했는데......"

     

     그라스는 낙담하여 반론하는 하쿠토를 무시하고서, 광란의 마물로 시선을 향했다.

     

     신원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여 최소한의 마력으로만 싸우는 크로노로서는, 역시 저 마물을 쓰러트릴 방법이 곧바로 떠오르지는 않았다.

     

     '설마 저 마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그라스인 채 와버렸다고. 루루노아 일행만으로도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만일을 위해 나도 용병 모드로 대기할까. ......그건 그렇고......'

     

     주변을 둘러본다.

     

     '........마물 이외는, 무슨 소란이람? 프로레슬링 단체의 열기보다도 뜨거운데......'

     

     하쿠토와 샤논이 쓰러진 병사의 무기를 줍고는 쿠쟈로 일당과 싸우는 자들이 생기기 시작한 곳에서 싸우는 모습은, 그라스가 보기에는 어느 쪽이 피해자인지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히야~하하하하하!! 에리카 공주는 어디있냐아아!!"

     

     어전시하베서 굴욕을 당했던 겟소가 땀투성이로 뛰어다니면서 에리카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라스가 살짝 발치의 채찍을 줍는다.

     

     "아, 아야아아아!! 기다려라 지금 바로 굴욕을 줬던 그 몸을 내 것으로 만들어 여러가지로ㅡㅡㅡㅡㅡ부히히히히히!?"

     

     그라스의 채찍이,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달려오던 겟소의 고간에 작렬하였다.

     

     "......아, 아가가........."

     "에리카 님. 저는 관내를 둘러보고 오겠으니, 혼전이 이어지는 저쪽은 여러분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쪽은, 얼마든지 덤빌 수 있지만......."

     

     채찍을 휙 버리며, 고간을 부여잡고 앞으로 숙인 채로 부들부들거리며 경직된 겟소를 내버려둔 채 담담하게 고했다.

     

     "리즈! 아아 다행이야......"

     

     근처의 적을 모두 쏘아버린 샤논이 달려와서는, 리즈릿을 끌어안았다.

     

     "......."

     

     하지만 리즈릿의 눈에 들어온 것은, 동화속 이야기의 영웅처럼 자신을 구하고는, 지금도 다시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가는 하인의 등이었다.

     

     

     

     ♢♢♢

     

     

     

     "ㅡㅡ저쪽은 어떻게든 된 모양이네."

     "고오오오오오!!"

     

     변이체 오크의 공격을 피하면서, 끌어안은 자매들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루루노아.

     

     "역시 성가셔. ......당신이 도와준다면, 더 편해질 텐데?"

     

     루루노아가 시선을 보낸 끝에는, 마물 근처에 있으면서도 의자에 걸터앉아 우아하게 과일쥬스를 마시는 여황.

     

     "웃기는 말 마라. 내가 여기 있는 것은, 그 마물이 신기해서 그런 것에 불과해. 여기로 향해온다면 제거하겠지만, 그럴 기색도 없잖아."

     

     힐데가르트의 주변에는, 몸의 일부가 날아가버린 수많은 병사의 시체가 있었다. 그녀의 미모와 몸매가 풍기는 유혹 때문에 몰려들다가, 붉은 마력의 먹이가 되어버렸다.

     

     바로 옆에서 날뛰는 마물이 있으면서도 태연한 그녀였지만, 그 등뒤의 부하들은 경험한 적 없는 농밀한 시체의 향기와 마물에 대한 공포 때문에, 핏기를 잃고 창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확실히 그쪽에 가는 기색은 없지만.....어쩌면 나, 얕보여지고 있나?"

     "훗, 그것밖에 없겠지."

     

     자기를 피해서 루루노아에게 향하는 마물의 무의식적인 이유를, 유쾌하게 가르친다.

     

     "뭐~~ 왠지 진짜......맘에 안 들어."

     

     점점 낮은 목소리가 되며, 루루노아의 눈매가 변한다.

     

     맹렬한 매와 같은 눈으로 적을 바라보는 사이, 전투 곤봉에 담겨진 마력량도 늘어났다.

     

     대담하게 춤추는 댄서같았던 분위기에서 돌변하여, 전투의 악귀와도 같은 기척을 내뿜기 시작한다.

     

     "가아아아아!!"

     "ㅡㅡ"

     

     마력조작에 의해, 크게와 질량을 변화시키는 특수한 전투 곤봉인 [배트].

     

     두 배 정도 커지며 치켜올려진 곤봉에 의해, 덤비러 왔던 마물의 오른주먹이 정면에서 폭산된다.

     

     "가아아아!?"

     "흐읍!!"

     

     잃어버린 오른손을 감싸려는 듯 내민 왼팔을.....마력과 피지컬에 맡긴 혼신의 휘두름으로 어깻죽지부터 날려버린다.

     

     "게야아아아아!?"

     

     여태까지와 비교가 안 되는 곤봉의 위력에, 반회전하면서 후방으로 쓰러진다.

     

     그쪽에는, 마물이 본능으로 피하고 있던 존재가 있었다.

     

     

     

     "ㅡㅡ어쩔 수 없구나."

     

     

     

     여황의 냉혹한 눈동자가 대상을 포착한 다음 순간, 붉은 마력탄에 의해 마물의 머리가 예쁘게 사라졌다.

     

     "아~ 미안미안. 그쪽으로 쓰러졌네."

     "용서한다. 내가 말을 꺼낸 일이었으니 말이야."

     

     두 사람의 대담한 대화와 압도적인 실력에, 주변 사람들이 전전긍긍하였다.

     

     "재생이 끝나기 전에.....이걸, 써라......."

     "음~ 지크? .......어!? 다, 당신, 괜찮아!?"

     

     루루노아와 힐데가르트의 긴박한 공간에 끼여든 지크였지만, 그 모습은 이상했다.

     

     몸에는 깊은 상처가 무수한데다가 피투성이여서, 중증이라고 한눈에 보아도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살아있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거기다, 지크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한 중증인 단을 자그마한 몸으로 메고서, 어디에서 가져온 두껍고 긴 쇠사슬을 끌고 오고 있었다.

     

     "하아......하아......특별히 만든, 쇠사슬이다.......그 마물을 묶어......"

     "그, 그래. 끝나면 곧바로 의사가 있는 곳에ㅡㅡ"

     "군에, 연락해줘...... 내 부하들에게도......"

     

     숨이 끊어져가는 지크가, 열심히 현재의 위기상황을 전달하였다.

     

     "......지금의 카슈는......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군 전체로 상대해야만, 한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몸으로도, 결단코 무릎을 꿇지 않는 지크.

     

     이것이, 최소한의 발버둥이었다.

     

     "인간의 영역을 넘어섰다니......"

     "......"

     "어라 돌아가는 거야?"

     

     힐데가르트가 일어서더니, 마력탄으로 높은 벽을 화려하게 파괴했다.

     

     "이제 이 자리에 내가 있을 정도로 가치 있는 것은 없네."

     

     가열찬 여황이, 씩씩하게 파티회장을 나섰다.

     

     "......너희들도, 모두, 도망쳐......"

     "저희들이 없으면 안 되잖아요?"

     "아니......여기 있는 전원으로 덤벼도......"

     

     지크의 뇌리에 스친 것은, 조금 전 카슈의 초인적인 폭력.

     

     "........쓰러트릴 방법이......짐작이 안가.......지금은, 말이지....."

     

     

     

     ♢♢♢

     

     

     

     "........아앗!?"

     

     누구도 접근하지 않는 건물의 그늘에서 용병세트로 갈아입었는데.......

     

     열쇠가 걸려있었을 입구 부근에 사람의 기척이 났다.

     

     어, 어쩌지....... 다른 출구는 없는 모양이던데......

     

     .......내 계획을 방해하다니......두려움을 모르는군.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