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장 제 9 화, 카슈의 권유
    2021년 04월 16일 15시 23분 5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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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2851fy/45/

     

     

     

     구름 하나 없는 쾌청한 대낮, 학교 기숙사의 어느 방.

     

     "ㅡㅡ그리운데. 여기는 지크가, 난 옆방을 썼었지."

     "......"

     

     일반 기숙사와 다르게 고급 숙소같이 생긴 특별 기숙사에서, 눈앞의 통통한 학생을 무시하고 소파에 앉은 카슈가 중얼거렸다.

     

     "아, 추억에 잠길 때가 아니었지. ......겟소, 난 널 위해 고개를 숙였다고."

     "혀, 형님께는, 뭐라 감사를 표해야 좋을지....."

     

     흑기사에게 내던져져서 고간을 강타당하는 바람에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겟소.

     

     형의 무서움을 잘 아는 겟소는, 형의 앞에서 무릎꿇고 초조한 기색을 보여주고 있었다.

     

     "감사 따윈 필요없어. 업무의 하나니까. 아바마마께서도, 네게 '이제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 라는 전언을 맡기셨다."

     ".........그런......."

     

     아버지인 쿠쟈로 왕에게 버림받았다.

     

     영문 모를 공포가 가슴 안에서 차올라서, 눈앞이 어두침침해질 정도의 현기증이 일어났다.

     

     "그게 싫으면 날 도와. 어리석은 너여도 그 정도는 가능하겠지?"

     "예, 예에...... 하지만, 돕는다고 해도......"

     

     형의 비인도적 실험의 내용을 아는 겟소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어보았따.

     

     겟소의 눈으로 보아도, 형은 비인도적이다.

     

     "일일이 떨지 마. 단순한 심부름이다. 너 같은 자라 해도 왕족이니 말이다. 쓸 곳은.......있기를 기원하지."

     "예, 예에, 하하하. 감사합니다, 형님."

     

     그림같은 미소를 짓는 카슈에게, 메마른 웃음으로 대답하는 겟소.

     

     "좋아, 그럼 난 이제 간다. 넌 지시를 기다려라."

     "어, 어디로 가시는지.....?"

     

     천천히 일어서는 형에게, 쭈뼛거리며 물었다.

     

     그러자 카슈는 약간 흐트러진 장발을, 목을 흔들러 오른쪽으로 넘기고는 말했다.

     

     "학교에 온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넌 그 덤이고."

     

     

     ♢♢♢

     

     

     평소와는 다르게 바위 의자에 앉은 그라스 모습을 한 나와, 바로 옆에서 부지런히 시중을 드는 세레스.

     

     땡땡이치는 것이 아니라, 세레스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해서다.

     

     "어떻게 생각해? 조금 쌀쌀맞다고 생각하지 않아?"

     "백번 죽어도 모자랍니다. 제게 맡겨주세요. 반드시 어리석은 자들에게 보복을 가하겠어요."

     

     루루노아에게 버려진 슬픔을 정말 누군가에게는 말해주고 싶어서, 약간의 불만을 털어놓고 있었다.

     

     그러자, 자애로운 듯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들어주던 세레스가 돌변하여 화를 내고 말았다.

     

     빈틈없는 군복처럼 보이는 교복 차림과 미려한 얼굴로, 눈썹을 곤두세우며 격노하고 있다. 말하기 시작할 무렵은 부드러운 오오라를 내고 있었는데,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표정이 곤두박질치다가 점점 조용히 분노를 드러내었다.

     

     "아니아니, 잘 생각해보면 용병은 엄격한 세계니까 이 정도의 거리감이 좋을지도 몰라. 선배가 해주는 질타와 격려같은 걸지도 모르고. 이번엔 봐줄까나."

     

     한편이 되어 화내주다니, 왠지 연모하는 것 같아서 정말 기뻤지만, 쓸데없는 다툼은 해서 좋을 것이 없다.

     

     부드럽게 다독여준다.

     

     "알겠어요. 조금만 해둘게요."

     ".........전혀 모르고 있잖아. 가볍게 혼내주려 하는거지? 난 봐주겠다고 말했는데도."

     

     화내고 있는 세레스에게 태클을 건다.

     

     그건 그렇고.....빡빡한 교복이어서 세레스의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의 강조선이 대단하네. 굴곡이라고나 할까, 잘록함이라고나 할까, 그런 점도 있어서 남자들의 시선도 자연스레 집중시키고 마는 점은 틀림없이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딱히 그런게 없어도, 이 특출난 매력이 깃든 외모 때문에 이목을 모으게 되어버리는데.

     

     본격적으로 우리 조직에서 일하게 된다면, 가능한 한 그런 정신적 부하는 짊어지지 않게 하고 싶다.....

     

     "......알겠습니다. 전부 크로노님의 뜻대로."

     "음? 그래? 알아줘서 기뻐."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는 입가에 미소가 보이는 세레스가, 평소의 솔직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 라이오넬이라는 악당을 기준으로 생각했었지만, 그 외에도 강한 자가 많이 있구나. 그 루루노아라는 사람도 꽤 강했던 모양이고."

     "라이트 왕국에는 아직 많은 표적이 있답니다. 루루노아도 그렇지만, 저의 오빠와....[깃발 없는 기사단] 의 제 1 사단장 등은 특히 강력합니다."

     

     자기 오빠를 표적으로 삼으면 안 되잖아......

     

     차분한 어른의 분위기이면서도 즐거운 듯한 모습의 세레스가, 스스로 끊여준 차를 내준다.

     

     "오오, 고마워."

     "제게 그런 말은 불필요해요. 오히려 수고를 끼친 쪽은 저니까요."

     "그건.........음, 역시 그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자신만만하게 말해서 한순간 주저하고 말았잖아.

     

     나의 두 번째 태클에도, '크로노님도 참 농담이 심하셔' 이라며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화제를 이어나갔다.

     

     "그리고......스칼렛 상회의 회장도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흉악한 마력량이라고 들었습니다. 라이트 왕에게도 결코 고개를 숙이지 않는 일로 유명하지만, 그럼에도 봐줄 수 밖에 없는 영향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흐음~ 뭔가 무서워보이네."

     "두 번만 만나봤지만.......무서운 분이에요."

     

     새침한 얼굴로 말하는 세레스.

     

     그러고 보면 스칼렛 상회본부를 지나갈 때 가끔 상당한 마력을 느끼는 일이 있었다.

     

     확실히 이상한 수준이었다. 그 '복음' 이라는 날개를 갖고 있을지도.

     

     "그쪽은 기회를 봐서 정리할 테니, 내게 맡겨줘."

     "알겠어요."

     

     세레스에게는 위험할지도 몰랐기 때문에, 악당이라면 내가 어떻게든 해야겠다.

     

     "아, 몹한테도 고맙다고 전해줄래? 나 대신 출근해줬으니까."

     "........알겠습니다."

     

     왜 싫어하는 거야.

     

     몹은 이틀 동안 여행을 간 나 대신, 그라스의 모습으로 학교의 종업원을 해주고 있었다.

     

     그 몹, 정말로 우수. 세레스가 그를 동료로 맞이한 것은 틀림없는 정답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나라는 녀석은, 검을 6자루 잃고.....보수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른다.

     

     달려서 돌아갔더니 루루노아 일행을 추월해버린 모양이어서 그 애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아직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정벌의 증거가 없는걸.

     

     뭘 위한 원정이었는가...... 감자를 양껏 먹었던 것 뿐이잖아.

     

     아니, 조금은 수확이 있었나.

     

     '마력압축법' 에 의한 방출계 공격의 한계에 대한 것이다. 논문같다.

     

     이번에, 그 마물을 확실하게 쓰러트리기 위해 방출계 마력을 사용하였지만, 아무래도 나의 '마력압축법' 으로는 모처럼 압축해서 강화시킨 마력도, 방출한 순간에 평범한 마력으로 돌아가버리는 모양이었다.

     

     다시 말해, 압축법을 쓰는 의미가 없다.

     

     뭔가 방법을 생각하고 싶다.

     

     마왕이라 한다면, 뭔가 화려한 기술이 한두 개는 갖고 싶은 기분도 있다. 누가 이 중2병을 혼낼 수 있을까.

     

     흐음~ 압축법으로 보다 강해진 마력은 신체에는 물론, 검 등에 깃들일 때도 제어하는 상태에 있지만, 방출시켜버리면 바로........

     

     "......슬슬 바꿀까. 나도 제대로 근무해야지."

     "네......"

     

     아쉬워하는 세레스와 위치를 바꿔서, 종업원답게 서빙을 시작한다.

     

     방문객의 기척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람이 생각하는 도중에 들어오다니, 이 무슨 불친절한......

     

     "ㅡㅡ실례. 여기에......아아, 계셨습니까, 세레스티아 왕녀."

     "제게 무슨 일이라도?"

     

     갑자기 방에 들어온 장신의 미남인 카슈에게 시선을 향하지 않은 채 매정히 대답하는 세레스. 조금 전까지와 동일인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렇게 섭섭한 태도 짓지 말았으면 하는데. ......실은, 동생의 무례 때문에 악화된 라이트 왕국과 쿠쟈로 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서, 작은 파티를 열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말하고서, 매우 연기하는 듯한 동작으로 품에서 뭔가를 꺼내들려고 했다.

     

     그래서, 스윽 하고 카슈 왕자와 세레스의 사이로 이동했다.

     

     "이 초대장을 받아줬으면 좋겠어."

     "........"

     "..............맡아두겠습니다."

     

     그가 내민 카드같은 것을, 세레스가 직접 받아들지 않음을 확인한 내가 대신 받았다.

     

     "......"

     "세레스님, 여기입니다."

     "예, 감사해요."

     

     다시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내 손에 있던 카드를 받아드는 세레스.

     

     그 광경을 본 카슈 왕자가 살기 섞인 표정으로 날 노려보았지만, 용서해 달라.

     

     난 우수한 종업원으로서 행동해야만 한다.

     

     어째서냐면, 오늘 출근한 차에 선배들이 "......평소의 그라스로 돌아갔잖아....." 라고 크게 한탄하였던 것이다.

     

     평소대로 아침밥의 오차즈케를 먹었던 것 뿐인데.

     

     몹이 얼마나 우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짜가 질 수는 없다. 종업원으로서의 자존심이 있단 말이다.

     

     "그래요. 그라스 씨도 함께 오실래요?"

     

     감정없는 시선으로 초대장을 가볍게 훑던 세레스가, 갑자기 즐거운 듯한 음성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뭐......?""""

     

     내가 아니라, 카슈 쪽에서만 얼빠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흠......알겠습니다. 열심히 애쓰도록 하겠습니다."

     "후후. 네, 잘 부탁드려요. 그렇게 되었으니, 참가하도록 하겠어요. 지금부터 벌써 기대되네요."

     

     왕족, 그것도 그 세레스티아 왕녀의 권유였기 때문에, 거절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하여 받아들였다.

     

     이거 큰일났다. 당장 쌀과 무기를 팔 궁리를 해야겠다.

     

     파직거리며 살기가 담긴 시선이 꽂혀들지만, 지금은 무시하자.

     

     ".......학교의 종업원을? 애칭까지도 허락한 모양이로군. 설마.......이 자가........?"

     "글쎄요, 어떨까요."

     

     평상시와는 다르게, 요염한 미소를 보이는 세레스.

     

     세간의 남자를 확실히 쓰러트리게 할 그 표정에, 카슈 일행도 사로잡혔다.

     

     ".......훗, 지금까지는 즉시 부정했으면서? 그건 긍정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뜨거워진 얼굴과 몸의 열기를 토해내려는 듯 한번 날숨을 쉬고서 말한 후, 이어서 자신만만하게 쏘아붙였다.

     

     "그럼 이것만은 말해두지. 난 원하는 것은 전부 손에 넣고, 모두 이룬다. 어떠한 희생을 치룬다 해도, 반드시다."

     

     선전포고같았다.

     

     "그랬나요? 우연이네요."

     "......"

     

     반발하는 듯한 대답을 예상해서 그런지, 카슈는 약간 당혹감을 느낀 모양이다.

     

     "저도 그래요. 제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걸요. 그걸 방해하는 자도, 전부 다."

     "........."

     

     카슈의 자신감이 모조품으로 생각될 정도로, 세레스의 흔들리지 않는 대사였다.

     

     발키리의 박력에, 카슈의 주변 사람들은 숨을 멈춰질 정도로 압도되었다.

     

     .....나한테는 자기 멋대로 자랑하는 식의 대답으로만 들렸었는데.

     

     모든 자가 입을 다물고 있던 조용함 속, 문 바깥에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조그한 발걸음이 들려왔다.

     

     "실례하겠습니다. 카슈 님, 조금 괜찮으시겠습니까."

     "......뭐냐. 세레스티아 왕녀의 앞에서 무례하지 않은가."

     "그게, 그 건이 생각치 못한 방향으로 굴러가서."

     

     그 에둘러 말하는 보고를 듣고, 카슈의 표정이 변했다.

     

     ".......세레스티아 왕녀. 전 이 쯤에서 실례하겠습니다."

     "용병을 고용해서 뭔가 하려던 모양이지만, 생각처럼 잘 안 되었나보지요?"

     ".......실례."

     

     카슈가 무기질한 목소리로 대답하고서, 문으로 걸어갔다.

     

     "너, 나름대로 각오는 해둬라. 내 파티는......상당히 자극적일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그런 불온한 말을 험악한 눈매를 하며 나에게 말한 후, 부하를 데리고 조용히 떠났다.

     

     "......틱틱대기는. 저런 사람은 꼭 저렇게 조바심내는 상태에서 도박을 걸고, 지고, 다시 쓸데없이 조바심낸단 말이야."

     "그런가요..... 공부가 되네요."

     

     어째선지 세레스가 감탄하였지만, .......도박인가......

     

     

     ♢♢♢

     

     

     성으로 돌아가는 마차 안에서, 세레스티아는 맞은편에 앉은 마리에게 지시를 내렸다.

     

     "카슈가 도박장에 간......다구요? 그렇게 도박을 좋아한다는 소문은 들은 일이 없습니다만......"

     "크로노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오지 않으면 그래도 상관없어요. [아치치] 의 '제랄드' 에게 시급히 연락하세요."

     

     찌르는 듯한 세레스티아의 시선에, 마리로서는 그 이상의 반대를 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카슈는 무슨 목적으로 그러는 걸까요."

     "그 쿠쟈로 왕이 생각하는 일이니, 상상은 가요."

     

     마음이 들뜬 상태로, 무관심하게 말했다.

     

     그 머릿속은 이미 파티에 입고 갈 드레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문득 신경쓰이는데요, 마왕폐하께선 저희들이 지하세력을 장악한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아직 알려드릴 정도의 성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보고는 하지 않았어요. 적어도 스칼렛 상회의 도박장은 앞질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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