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장 제 18 화, 보내는 일격2021년 04월 12일 18시 39분 4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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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오넬의 분노에 호응하여, 날개의 마력이 높아진다.
"지금의 내가....... 날파리로 보이는가?"
분노를 숨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크로노에게 묻는 라이오넬.
한눈에도 보통 물건이 아닌 커다란 검을 들고서 협박하는 태도다.
"아니."
"흥, 착각한 건가."
"아까 말했던 대로, 날파리 이하다. 날파리는 존중할 수 있어도, 너는 안 돼."
라이오넬의 미소가 얼어붙고, 날개의 마력이 한층 날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크로노는 윤기있는 흑발이 나부끼는 와중에서도 담담하게 고했다.
"........눈뜨고 못 볼 추잡한 깃털이다. 불쌍하게도. 동정......은 딱히 하지 않아. 네게 딱 알맞아. 성격이 나타난 것이겠지, 분명."
"........마왕이라고 했었나. 먼저 네놈을 쓰러트리지."
날개를 펄럭거려서 마력을 돋구면서 검을 한번 휘두른다.
겨우 그것만으로도 폭풍이 휘몰아쳤고 돌바닥이 크게 진동하였다.
"........흥, 마왕이래봤자 이름 뿐인 빈약한 마력이로군. 네가 마왕이라면 난 마신이다. 널 뛰어넘는 자들은, 우리 조직에는 얼마든지 있다고."
옆에서 지켜보는 세레스티아 조차, 자칫 잘못하면 날아가버릴 정도였다.
"응. 자랑하는 건 자기 맘이야. 알았으니깐.......덤벼."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서 그냥 서 있는 크로노.
"흥. 이제 됐다."
대놓고 멸시하던 라이오넬이, 크로노의 눈앞까지 단번에 들이닥치더니,
"ㅡㅡ죽어."
대각선 아래를 향해 일도양단.
폭풍이 휘몰아쳐서, 전방에 작은 회오리가 일어났다.
"......."
"보기만은 화려하네."
검을 휘두른 자세 그대로, 라이오넬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하나 흘렀다.
확실히 베었을 터였다.
하지만.......칼날은, 마왕의 몸을 통과했다.
불가사의한 사태를 맞이하자, 제일 먼저 신기루라는 현상이 떠올랐다.
"나라를.......자식을 희생해서 얻은 힘이, 이 정도냐? 그렇다면 .......실패한 거네."
"......에에에에이!!"
높은 자존심을 가진 라이오넬은, 그 소년의 말에 쉽게 흥분하고는 피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 계속 참격을 퍼부었다. 힘에만 맡겨서, 마력에만 맡겨서.
탑이 흔들린다.
폭풍, 회오리, 검압, 그것들 때문에 탑이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무슨, 속임수냐......?"
"........."
치밀어오르는 불안을 내리누르며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소리를 내는 라이오넬과, 매우 이상해하는 듯한 세레스티아.
모든 검격이, 크로노의 몸을 빠져나갔다.
구름을 베는 것처럼, 아무 효과도 없이 그냥 검이 통과해나간다.
"........."
세레스티아조차,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두 사람은 눈앞의 소년이 실체가 없는 환영일 가능성과, 뭔가의 마술을 구사했을 가능 등을 머릿속에서 계속 생각하였다.
하지만 사실은, 크로노가 피했을 뿐이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재빨리 피하고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것 뿐이었다.
너무 기량이 높고 빠른 움직임이었기 때문에, 다른 자에게는 검이 통과한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이제 만족했을까? 그럼ㅡㅡ"
" <파이어 볼> "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려 했을 때, 크로노의 커다란 불덩어리가 덮쳤다.
"마술까지 쓸 수 있네ㅡㅡ"
"에이!!"
불덩어리가 도착하기 직전, 자기 검으로 불덩어리와 함께 크로노를 베어버렸다.
강풍에 의해 흩어져버린 불이, 치이익 하고 돌벽을 불태웠다.
"ㅡㅡ까칠한데."
"!?"
그 목소리는 라이오넬의 등뒤, 조금 전까지 라이오넬이 서 있던 장소에서 들려왔다.
"마지막까지 말하게 해줘도 되잖아."
"......이번엔, 무슨 속임, 수.............."
검을 휘두른 상태에서 몸을 일으켜 돌아보면서 물어보았다.
하지만, 시야에 들어온 명확한 변화의 광경을 목격하자 땀이 솟아났다.
"이제야 눈치챘네. 통각은 없는 건가?"
그 손에는....잘게 채썰린, 얼룩 문양의 날개 하나가.
"아.......아, 아....."
"바보같지 않아? 쉽게 손에 넣은 힘을 쉽게 빼앗기는 꼴이란."
조금 전 지나가면서 떼낸 날개를 휙 버리면서, 강한 미소를 띄우는 크로노.
라이오넬은 덧없이 흩어져 사라지는 날개를 바라보면서, 점점 그 얼굴을 분노로 물들여나갔다.
"네노오오옴......!! 흡!!"
핏발이 선 눈으로 크로노를 바라보고 질풍같은 속도로 내달려서 혼신의 마력을 담은 참격을 자아내었다.
"통하지 않는다고 이해하지 못한 걸까."
"크아!?"
폭풍을 동반한 칼날이 크로노에게 도달하려는 찰나, 라이오넬의 검을 가진 손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검을 빼앗더니, 팔을 끌어서 라이오넬을 앞으로 고꾸라트리고ㅡㅡ
"ㅡㅡ"
역수로 든 검으로, 남은 한쪽 날개를 베어버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시끄러."
마력의 결정체인 날개를 내버려두고, 라이오넬의 등을 차버린다.
"크으으으!!"
".....조금 전부터 생각했었는데....."
볼품없이 굴러버린 라이오넬이, 이 상황에서도 다시 크로노를 노려보려고 돌아보았다.
"ㅡㅡ히익!?"
"........"
공포에 휩싸였다.
완전히 사람이 바뀌어버렸다.
'처음으로' 조용한 분노를 드러내기 시작한 크로노가, 칠흑색 마력을 해방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무표정했던 검은 눈동자에는 희미하게 강한 감정이 담겨져 있었다.
"........"
그 눈동자와, 왕도를 짓누르려는 듯한 압도적인 마력에 발언조차 못하며 떨기 시작했다.
"......사실은 널 하르마르 형씨 앞에 끌고 가서, 그 사람한테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이미 죽어버린 모양이니까......"
눈을 감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러니."
눈이 뜨인다.
"!?"
핼쑥해진 표정으로 떨고 있는 라이오넬과, 조용히 분노하는 크로노의 내려다보는 시선이 교차한다.
"...........윽......."
"......저세상에서 벌받아라. 그 외에도 고통을 입힌 사람이 있겠지? 보내주는 역할은 내가 담당하지. 넌 그냥 각오하면서 죽으면 돼."
그렇게 말하며, 역수로 쥐었던 검을 반대로 고쳐쥐고 걸어갔다.
끝장을 낼 때가 온 것이다.
"자, 잠깐! 나, 날 당신의 부하로."
"필요 없어. 넌 어울리지 않아."
필사적으로 후퇴하면서 벽을 기대어 일어서는 라이오넬.
추한 목숨구걸을 하면서도, 어딘가 도망칠 곳이 없는지 계산한다.
"소용없어."
"뭐......?"
"지금까지 어떻게든 해왔으니, 이번에도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하겠지?"
"큭......."
"안 된다고. 무슨 짓을 해도 나한테서는 도망 못친다고."
한층 더, 크로노의 마력의 질과 양이 늘어났다.
자기만을 향해오는 압력이, 호흡과 움직임을 묶어버린다.
"아, 악!?"
"나의 이야기에ㅡㅡ"
이제야 자기에게 덮쳐오는 절대적인 죽음을 눈치챈 라이오넬에게, 크로노가 천천히 검을 들어올렸다.
"!!"
라이오넬이, 새겨진 기억과 경험으로 진검 받아내기를 시도한다.
"ㅡㅡ자부심 없는 '악' 은 필요없다."
탑이, 갈라졌다.
체중이동, 자세, 힘, 마력조작 전부가 완전한 조화를 이룬 채 휘둘러졌다.
".......커, 헉......"
중앙에서 옆으로 쓰러지는 라이오넬. 그 손이, 머리 위에서 허무하게 교차된다.
"하르마르 형씨를 잘 부탁해."
피분수가 날 틈을 주지 않는 일격을 가한 후, 칠흑새 검을 가볍게 휘둘러 쓰러져가는 라이오넬에게 고했다.
그 너무나 차가운 눈매를 보며, 죽어가던 라이오넬은 드디어 크로노한테서 도망칠 수 있다는 사실에 희미한 기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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