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장 제 19 화, 약속을 깨트릴만한 녀석은 아니라고, 원래라면2021년 04월 13일 00시 27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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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에 의해 라이오넬을 포함해 깔끔한 절단면이 생겨버린 탑에서,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자, 그럼 난 이 즈음에서 슬슬ㅡㅡ"
"ㅡㅡ기다려주시겠나요?"
'꿀꺽........'
아무렇지도 않게 슬슬 물러날 때라며 재빨리 귀가하려던 크로노였는데, 세레스티아 공주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뭐지?"
내심 탑의 변상문제라도 꺼내려나 두려워하면서도, 크로노는 마왕답게 여유로운 미소로 세레스티아를 돌아보았다.
긴장 때문에 그런지, 수중의 검을 정신없이 갖고 놀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회가 드디어 왔습니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어요. 겨우 찾아온 거에요. 겨우....."
눈을 감고서, 음미하는 것처럼 가슴에 손을 대고서 감개무량하게 말한다.
".......그러니, 그 때의 약속을 지키도록 하겠어요."
"흠. 그럴까."
'약속이라니 대체 뭐냥께.'
언뜻 생각나지 않아 기억 속 단서를 찾으면서도, 태연한 태도는 무너뜨리지 않는다.
크로노는 일단 그럴 듯한 느낌을 내며 대화하며 어떤 약속이었는지 이끌어낸다는 '마왕식 화술' 을 시도하기로 하였다.
"........기억하고 있었네. 기쁘게도."
"잊을 리가 없어요. 그 때......저의 일생이 정해졌으니까요."
'으음!? 그런 중요한 약속이었나!?'
그러자, 놀람의 탄성을 참으려고 필사적인 크로노를 놓아두고, 세레스티아가 검을 들었다.
맹세를 하는 기사처럼.
"모든 것은 이 날 이 때를 위해...... 전신전령으로 몸을 연마해 왔습니다. 저의 모든 것을 바쳐 마왕폐하께 도전하겠습니다."
"아, .......그래, 응. 그랬지....."
이 세레스티아의 대사로 보아, 크로노는......대련해준다는 말이라도 했겠지, 라고 짐작하였다.
자기가 말했을 법한 일이다.
나라의 최대의 적인 마왕을 쓰러트리는 것이니, 일생 운운하는 것도 과언은 아니다.
"좋아, 그럼 와라."
초조해하면 손해본다는 생각으로, 의욕없이 자연스럽게 기다린다.
"네. 그다지 시간의 여유도 없겠죠. 처음부터 전력으로 갑니다. ㅡㅡ후우..... ........하아!!"
아스라를 상회하는 속도로 내딛는 세레스티아.
그걸 바라보면서, 이 여자 정말로 인간? 이라고 의심하기 시작하는 크로노.
하나의 검격음이 끊임없이 울려퍼진다.
"하아아아!!"
"......"
크로노와 세레스티아 사이에서 불꽃이 끊이지 않고 튀어났다.
마치 별하늘처럼.
흑과 백은의 검은 사라지고, 휘두르는 팔도 보이지 않은 채 음속을 넘어 부딪힌다.
우뚝 선 채로 세레스티아의 강렬한 검을 막아내는 크로노는 생각했다.
정말로, 이 여자는 인간인가 하고.
속도도 그렇지만 기량도 높았고, 하나하나가 잘 생각한 궤적과 타이밍이었던 것이다. 확실히 말해 이상하다.
"자자자."
"큭!"
대련이니 조금만, 하고 크로노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크윽!"
"핫, 힛, 훗, 후후, ......아하하하.......그~하하하하하하하!"
역시 돌기 시작하자 즐거워지는 크로노. 세레스티아에게 맞지 않도록 봐주면서도, 검을 역수로 바꾸고, 또다시 그 반대로 전환하면서 회전하는 듯한 멋진 검무를 보여주었다.
"ㅡㅡ"
그 세레스티아여도 미처 받아낼 수 없었는지, 일단 후방으로 뛰어 물러났다.
하지만, 재빨리 한번 호흡하고서는ㅡㅡ
"ㅡㅡ!!"
"와오."
크로노가 무심코 혀를 내둘렀다.
불완전했지만, 크로노의 초기형 '마력압축법' 을 재현하여 검끝에 담아 찌르기를 시도한 것이다.
그것도 뭔가의 마술과 병용하고 있는지, 몇 개의 마력의 칼날이 동시에 크로노에게 향했다.
그 유성우같은 휘황찬란함은, 크로노를 향해 일직선으로 찔러들어갔다.
하지만,
"......"
"음~ 훌륭하다."
찌르기를 하던 자세였던 세레스티아의 뒤에서, 크로노가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처음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어느 사이에 세레스티아의 등을 잡은 것이다.
"설마 이 정도까지라니.....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성장이야."
과거의 세레스티아를 알고 있어서 그런지, 무심코 울컥하고 마는 크로노.
"어엿해졌구나."
"........"
굳어있는 세레스티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칭찬했다.
그렇게 어딘가 온도차가 느껴지는 두 사람에게로, 몇 명의 발소리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들렸다.
"빨리 빨리, 이쪽이다!"
하쿠토의 일행이, 파멸적인 마력의 근원을 향해 과감히 뛰어왔다.
"있다. 누군가가, !?"
찾아온 에리카와 병사들 일동의 피가, 얼어붙었다.
그 시선 끝에는, 사악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두렵고, 검고, 짙게 물든 검.
어느 정도의 마력이 담겨져 있는지 상상도 안 된다.
"시간이 다 됐네. 그럼, 난 슬슬 가볼게."
낌새를 눈치채고는, 재빨리 그 자리를 떠났다.
"앗, 기다리ㅡㅡ"
"ㅡㅡ세레스님!!"
식은땀에 젖은 하쿠토 일행이, 오한으로 떨면서도 세레스티아에게 달려왔다.
탑이 무너지려 하는데도 불구하고 정의감에 차올랐다.
"......."
"언니, 무사해!? 지금의 검은 그림자는 누구야!? 언니의 머리에 손을 대었던 모양이던데....."
숨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 세레스티아여서, 검을 빼낸 채로 격한 운동 후처럼 상기된 표정을 보고는 무슨 일인가 하고 걱정하는 에리카.
".......................후우. .........네, 아무일도 아니에요. 여긴 위험하니, 일단 바깥으로 피하죠."
흐트러진 호흡을 느긋한 호흡으로 진정시키고는, 에리카에게 평소의 미소를 보여준다.
"그래....... 다행이야. 그럼, 가자. ........이 저질들."
안도의 표정을 띄우며 달아오른 세레스티아의 섹시함에 당해버린 하쿠토와 오즈왈드, 그리고 동행한 병사들에게 눈을 흘겨보며 혼냈다.
"미, 미안......"
"면목없습니다......"
그렇게 제각기 죄송하다는 듯 사과하는 붉은 얼굴의 남자들을 데리고, 세레스티아 일행은 급히 탑에서 피난했다.
"........"
"언니 왜 그래? 빨리 가자."
뒤돌아서, 탑의 정상 부근을 올려다보며 어딘가 낙담한 모습을 보이는 세레스티아.
"........그래."
".......?"
평소에도 뭘 생각하는지 몰랐던 언니였지만, 오늘의 언니는 정말 모르겠다며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에리카였다.
♢♢♢
왕도에 우뚝 서 있는 성.
왕의 권위를 드러내기에 어울리는 장엄한 모습의 건축물이었지만, 이 도시에는 그것돠 비견될 정도의 시설이 두 채 더 있다.
하나는, '스칼렛 상회본부'.
라이트 왕국 최대의 상회이며, 무기와 생활필수품에서 의복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종합상사다.
라이트 왕국의 경제를 대부분 떠맡고 있기 때문에, 왕조차도 다루기에 신중해지는 큰 조직이다.
그리고, 또 하나......
엔제 교단 총본부, '아크 대성당'.
낮에는 관광객과 참배객, 기도를 올리는 엔제 교도들로 웅성이는 이 거대한 시설은, 심야가 된 지금은 무거운 정숙 때문인지 엄숙한 분위기에 차 있었다.
"........"
커다란 '백의 천녀' 의 조각상의 앞에 무릎을 꿇고서, 기도를 올리기를 세 시간.
내버려두면 아침까지 그렇게 있을 것 같은 사람에게, 부하가 마음을 다잡고 말을 걸었다.
".......아만다 대주교님, 기도를 방해하여 죄송하지만, 조금 괜찮으시겠습니까."
사제인 남자의 목소리에, 엔제 교단 중에서도 몇 명만 있다는 대주교 중 하나, 아만다 대주교가 스윽 일어섰다.
"......하쿠토・유시아의 건인가요?"
"예. 어째서, 오랫동안 찾아다녔던 용사를 붙잡으러 가지 않는 겁니까."
등뒤의 스테인드 글라스에서 들어오는 월광이 후광처럼 반짝나고 있는 백의 천녀상을 올려다보고.....그리고 돌아보았다.
"잘 좀 생각해보고 입에 담아요. 유시아 가계가 용사의 일족이라면, 어째서 수년 전부터 왕도에서 느긋하게 살고 있겠나요?"
역광으로 얼굴을 숨긴 아만다는, 80대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40대 정도로만 보이는 모습이었다.
"......설마."
"이미 용사의 역할을 끝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에 대해서는, 이제 당신이 신경쓸 필요는 없습니다. 베네딕트 최고주교님께서 돌아오신 다음 지시를 구하도록 하지요."
"알겠습니다."
인사를 하고서, 조용히 대성당에서 사라져가는 남자 사제를 차갑게 바라본다.
조금 전 설명했던 용사들이 왕도에 있던 점과, 오후에 왕도에서 강림했던 절대적이며 절망적인 마력. 유능한 자는 그것만으로도 눈치채고 있었다.
그가 고참이면서도 사제에 머무르는 이유를, 다시금 납득하였다.
"......."
아만다가 눈을 감는다.
자신의 장기말이었던 라이오넬 주교를 잃은 것은 뼈아팠다. 라이트 왕국 내부에 있는 장기말 중에서는 제일 쓸만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거기다, 귀족과 기사들 중에 잠입시킨 신도도 계속 색출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자가......
"가증스러운, 세레스티아・라이트......"
의문의 흑기사라는 새로운 강자의 존재 등의 문제도 있다. 나르시우스를 쓰러트린 것도, 그 흑기사인 모양이다.
하지만 아만다로서는, 베네딕트 최고주교가 돌아오기 전에 세레스티아 만이라도 어떻게든 제거해서 다른 대주교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싶다.
물론, 엔제 교단과의 관계를 들키지 않은 채.
그녀에게는, 이미 새로운 장기말에 짐작되는 것이 있었다.
"........"
다시금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다.
모든 것은, 백의 천녀.......그리고, 베네딕트 최고주교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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