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장 제 20화, 희망과 절망
    2021년 04월 13일 16시 07분 2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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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2851fy/36/

     

     

     

     [흑의 마왕] 과 흑기사의 충격으로부터 하루가 지나.......

     

     "어전시합에서 사건이 일어났다는 추태와 근위인 하르마르에 의한 반역에 대해서는, 흑기사가 폐하를 지켰다는 사실로 보충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그 자리에 있던 외국인들도 그다지 불만은 말하지 않을 테지요."

     

     회의실에서는, 왕과 죠르쥬, 마톤, 거기다 시로까지도 포함한 멤버로 중요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은연 중에 흑기사가 라이트 왕국을 편들고 있다고 각국에 암시해주었으니, 유념할만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디 공작. 흑기사의 기분을 거스르는 것만은 주의하십시오. 부디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요."

     

     안경을 고쳐쓰며 쓴웃음을 짓고는 당연하다는 듯 죠르쥬에게 대답하는 마톤.

     

     "무(武)에는 문외한인 제가 봐도, 그와 적대하는 두려움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나 쉽게 엄중한 경비를 뚫고 성에 침입한데다, 그렇게나 강하지 않았습니까? 아직 정체와 목적도 모르지만......외국인이 아니라는 일에 행복함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쯤 다른 나라들은 고민하고 있을 거라며, 아주 약간 동정했다.

     

     "........사실 전, 흑기사가 [흑해(黒骸)의 기사] 일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저도 물론 그 가능성은 생각했지만, 갑옷의 형태가 달랐으니...... 전에 봤었던 전투방식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이었습니다."

     

     [흑해의 기사].

     [고도의 마왕] 의 심복이라는 소문이 있는 기사이며, 군단장 클래스의 힘을 갖고 있는, 누구나 아는 강적이다. 해골같이 불길한 겉모습의 전신갑을 몸에 둘렀고, 방패와 검으로 라이트 왕국의 군을 마음껏 유린하여 피를 뒤집어 썼던 그 모습 때문에 라이트 왕국군에서는 공포의 상징이 되어있었다.

     

     "그보다도 문제는......."

     "....... [흑의 마왕] 입니까."

     

     시로의 말에, 모두의 기색이 단번에 나빠졌다.

     

     흑기사라는 희망과 함께, 그걸 뒤덮을 정도의 위협이 나타난 것이다.

     

     "설마......그 정도일 줄은......."

     

     왕이 머리를 싸매었다.

     

     최악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대함을, 성에 있던 자들과 마찬가지로 피부로 느꼈던 것이다. 무리도 아니다.

     

     그 한 순간 탑에 나타난 사악하며 강대한 마력에 의해, 틀림없이 성의 있던 모든 자들은 공포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렸을 것이다.

     

     ".....유일한 희망은, 영웅 라이오넬이 마왕에게 당한다고 하는 형태로 깔끔히 정리되었다는 것일까요. 달려온 세레스티아님이 쫓아냈다고 선전한다면, 백성과 병사들도 이 이상 두려워하지 않은 채 끝날 겁니다."

     "음. 그렇게 하게."

     "알겠습니다."

     

     그게 최선의 판단이라며, 마톤의 제안을 채용하는 라이트 왕.

     

     마톤과 왕은, 입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흑기사가 마왕을 쫓아 성에 침입한 것임이 분명하다며, 그에게 매달리는 듯한 희망적인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마왕이 어째서 라이오넬을 죽인 것인지, 그 목적인 불명인 채다.

     

     거기다, 세레스티아의 추측으로는 이번 일에서 [독고의 마왕] 까지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까지 있는 모양이다.

     

     ".......그럼, 녀석의 목적과 [흑의 마왕] 자체의 대응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이쯤에서 가벼운 의제를 하나. ......그 악동의 부정말입니다만, 역시 마도구를 썼었습니다. 이 일은 쿠쟈로에게 엄중히 항의해야 한다고 봅니다. 근래에 장남이 방문하기로 되어있기는 한데, 그와 별개로 사자를 보내는 건 어떻겠습니까."

     

     비유가 아니라 현실에 머리아픈 문제만 있으면 빨리 뻗어버릴 것 같아서, 마톤은 생각할 필요가 없는 화제를 들고 나왔다.

     

     "맡기겠다. 마음껏 해라. 자네의 수완에 기대하겠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예. 맡겨주십시오."

     

     해를 입히려던 상대가 자기 딸이었다는 점도 있어서, 왕도 격노하고 있었다. 평소엔 과격한 마톤을 다독이려는 말을 하는 왕이었지만, 이번만은 그렇지 않았다.

     

     마톤이 희희낙락하며 승낙하는 것을 보고,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아픈 문제는 아직 계속 됩니다. 하르마르의 후임과, 엔제 교단의 대주교가 폐하께 접견을 요청한 일 등입니다. .....그러니, 이쯤에서 휴식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후우~~ .....저로선 제발 부탁드리고 싶군요. 아직 익숙치 않아서, 눈과 어깨가 버티질 못하겠습니다."

     

     마톤의 제안에 냉큼 찬성하며 한숨을 짓는 시로.

     

     왕도 죠르쥬도 이건 공사다망한 왕을 생각한 것이라고 이해하였기 때문에, 마톤과 시로의 배려를 따랐다.

     

     "그러지."

     "그럼 빨리 차를 타오게 하겠습니다. 여러분, 홍차는 어떠신지?"

     

     죠르쥬가 곧바로 일어나서 문앞의 병사에게 명령하러 갔다.

     

     ".......그런데, 세레스티아 님은 또 안 오셨군요. 역시 어제 일이 있었으니 아직 쉬고 계신 겁니까?"

     

     그 만의 들러붙는 미소로 멀어지는 죠르쥬를 지켜보던 마톤이, 의자 등받이에 기대는 왕에게 물었다.

     

     "......아니, 어째선지 학교에 간 모양이다."

     "그건 또.......어째서일까요."

     ".......내 딸의 일이지만, 짐으로선 전혀 모르겠다."

     

     응답한 왕도, 자연스레 이유를 생각하는 마톤도, 전혀 해답이 나오지 않자 휴식 중임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전력으로 쓰고 만 것이었다.

     

     

     ♢♢♢

     

     

     왕과 신하들이 회의 때문에 신음하고 있을 무렵......

     

     라이트 학교에서는 요즘 몇번째인지 모를 대환성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광풍같은 소란을 피우며 살롱을 향해 다가가는 인파.

     

     그리고, 그 소란의 원인인 인물이 접수대에 도착하자, 뒤에 따라오던 군중을 돌아보았다.

     

     "조금 조용히 해주시겠나요?"

     

     그 매혹적인 입술에 검지손가락을 대며, 자기로선 평범한 부탁을 한다.

     

     하지만, 그 효과는 절대적.

     

     모든 남녀가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며 입을 다물자, 손쉽게 강제적인 조용함이 찾아왔다.

     

     ".....그럼. .......그라스 씨는 계신가요?"

     

     고개를 돌려서, 접수에서 마찬가지로 압도당한 채인 고참 종업원에게 물어보았다.

     

     "......"

     "저기?"

     "앗! 시, 실례했습니다! 그라스였지요! 곧바로 불러오겠습니다!"

     

     깊게 인사하고서, 초조함을 드러내며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 모습을 평범한 미소로 지켜보면서. 귀를 기울였다.

     

     "ㅡㅡ그라스 군! 휴식은 끝이다! 지명이다! 빨리 응대해!"

     ".......전 이제야 휴식에 들어간 참입니다. 보면 아시지 않습니까? 늦은 아침을 먹고 있단 말입니다."

     "그건 알겠지만, 지명하신 분이 왕녀 전하이시다!"

     

     조용한 접수 앞에, 하인의 휴게소에서 하는 대화가 잘 들려왔다.

     

     "알고 있습니다. 저만큼이나 소란스러우면 싫어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이전에도 말씀드렸듯, 전 지명제도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결단코 거부하겠습니다!!"

     "목이 날아가는데도!?"

     

     믿기 어려운 대사가 날아들었다.

     

     "어쨌든! 빨리 가라고! 사실은 모두가 피눈물을 흘릴 정도로 대신하고 싶단 말이다! 이놈아, 빨리 서둘러."

     "앗, 잠, 그만, 이거, 잠깐......아직 오차즈케를 먹는 도중인데~!!"

     

     .....

     

     잠시 동안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종업원이 사라졌던 방문을 통해, 스윽 하고 사람이 걸어나왔다.

     

     "ㅡㅡ기다리게 했습니다. 죄송하지만 조금 인수인계를 했었습니다."

     "아뇨, 이쪽이야말로 쉬던 참이었는데 죄송했네요."

     

     조금 전의 말다툼이 거짓말인 것처럼 빠릿하게 대응하는 그라스를 보며, 세레스티아가 미소지었다. 

     

     "전하께서 사과하실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그 할배..............어쨌든,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네, 부탁할게요."

     

     

     ♢♢♢

     

     

     내가 마왕성에서 종업원을 고용한다면, 부하의 말에는 귀를 기울일 거다. 반드시.

     

     나의 맛난 오차즈케를 압수해버리다니. 실화냐.......

     

     아침부터 에리카 공주가 돌격해 온 바람에, 이제야 생겼던 휴식이었는데.

     

     "그라스 씨는 어제 왕성에 갔었다고 들었는데.....뭔가 불편한 점은 없었나요?"

     "그 소동이 벌어진 바람에, 전 볼품없게도 두려워서 구석에서 떨고 있었습니다."

     "그랬었나요..... 만전의 대비를 할 셈이었는데, 죄송하게 되었네요."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듯한 목소리가 뒤에서 걸려왔다.

     

     암살자에게 사과하는 건 그만두라고. 가슴이 욱신거리잖아.

     

     "......그건 어쩔 수 없었겠죠. 여깁니다."

     

     새 살롱의 문을 열고서, 안으로 인도하였다.

     

     "네."

     

     세레스티아 공주가, 아무 경계심도 없이 문을 지나갔다.

     

     어제의 일에서는, 그라스를 의심할만한 부분이 없어보인다.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기도 안에 들어갔다.

     

     "그럼ㅡㅡ"

     

     문을 닫고서, 고개를 돌려 입을 연 내게.......탁, 하고 가벼운 충격이 찾아왔다.

     

     조금 전 지나칠때 맡았던 그 향기가, 보다 강하게 코에 닿는다.

     

     그리고,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감촉이.

     

     쭈뼛거리며 시선을 밑으로 향하자.....

     

     

     

     ".......붙잡았습니다. ㅡㅡ흑의 마왕폐하."

     

     

     <제 2 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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