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장 제 15 화, 영웅의 뒷모습
    2021년 04월 10일 18시 10분 5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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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2851fy/31/

     

     

     

     대회장이 조용해지기 조금 전.

     

     "......."

     

     라이트 왕이 앉아있는 관람석의 문을 지키는 기사들이, 예의바르게 경례하였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

     "앗!? 컥......"

     

     그 자는 순식간에 근위기사 두 명을 기절시켰다.

     

     그리고 주저하지 않고 문을 열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ㅡㅡ폐하."

     "역시 왔는가."

     

     좌우의 좌석에서, 세레스티아와 시로가 일어섰다.

     

     예정대로라는 듯.

     

     "그런 마검까지 들었으니, 그냥 끝나진 않을 거랍니다?"

     

     세레스티아는 평소처럼 우아하게, 아름답게.

     

     "......"

     

     시로는 매우 유감이라는 듯 검을 뽑았다.

     

     "하르마르여."

     "폐하. 다시 생각해주십시오. 엔제 교단은 국민들의 마음의 지주입니다. 괴롭고 힘든 시절을 지탱해줬던 지금의.....이후의 국민들을 구원해줄 빛입니다. 그걸 배척하게 되면, 나라의 붕괴로 직결됩니다."

     

     하르마르가 각오를 다지고 마검을 뽑고 검집을 버린 후, 옥좌에서 조용히 일어선 왕에게 탄원했다.

     

     협박하려는 듯 결정을 깎아만든 형태의 마검을 내밀면서, 치켜올라간 눈을 더욱 가늘게 만들었다.

     

     왕에게 칼날을 향한다.

     

     뒤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하르마르의 결의가 느껴졌다.

     

     "......배척은 안 한다."

     "폐하......."

     

     안도의 표정을 보이는 하르마르.

     

     지나친 행동이었다 해도, 이걸로 자기 목이 날아간다 해도, 나라가 안녕하다면 할 말은 전혀 없다.

     

     "하지만, 사건과 관련된 자는 전부 벌하겠다."

     "........"

     

     하르마르의 얼굴이 경직된다.

     

     ".......엔제 교단 자체에 죄는 없어도, 내부에는 분명히 이 나라에 적대하는 자들이 있다. 오랜 지병이라고 해야 할 유괴사건에 관련된 자들이 판명되었다. 귀족과 기사들 중에도 깊게 관련된 자가 있었다. 거의 전부가 엔제 교단이 관련되어 있었다. ......자네는 달랐던 모양이다만."

     

     그럴 가능성은, 시리의 심문 후에 보여주었던 왕과 세레스티아의 태도에서도 짐작하고 있었다.

     

     "내막이 드러난 이상, 설령 어리석은 왕이라 매도당한다 해도 짐의 생각은 변함없다. 해당하는 모든 엔제 교도를 법의 이름으로 심판할 것이다."

     

     왕의 어조로 보아, 그 엔제 교도들에게는 무거운 벌이 내려지고 국민에게도 솔직히 선전할 것이다.

     

     그러면 안 된다.

     

     국민에게 엔제 교단의 나쁜 인상이 심어질 것이고, 반발하는 국민에 의한 폭동 등으로 나쁜 교단이라는 이미지가 심어질 수 있다.

     

     "......이젠 제게 남은 간언의 방법은, 이것 뿐인 모양입니다."

     "......그런가. 짐도 이제 아무말 안 하겠다."

     

     조용히 마검을 드는 하르마르에게, 왕은 굳이 많은 말을 해주지 않았다.

     

     "갑니다."

     "네, 언제든지 오세요."

     "........"

     

     2 대 1. 그것도, 수년 전에 나타나서 단번에 두각을 드러낸 실력자인 시로와.......바로 그 세레스티아다.

     

     아니, 이미 길은 정해져있다.

     

     죽게 되는 그 때까지, 엔제 교단과 국민을 위해 이 목숨을 바칠 뿐이다.

     

     하지만ㅡㅡ

     

     "ㅡㅡ!?"

     "뭐, 뭐냐!?"

     "......."

     

     연습장 중앙에 생겨난, 압박당하는 듯한 이질적인 기척을 느꼈다.

     

     "저것이, 하쿠토가 말했었던 '흑기사' 인가.....?"

     "......누구인가."

     

     온몸을 숨기는 중후한 갑옷임에도 불구하고, 이 엄중한 경비체제의 연습장의 중심에 유령처럼 나타난 남자.

     

     "저건......에리카를 구해준 건가........?"

     "그런 모양이네요......"

     

     아랫쪽에서는, 겟소의 부정을 지적하고 그래도 방해를 하는 겟소를 미지의 방법으로 던져버리고 있었다.

     

     시로도 왕도, 그 남자의 위업에 눈을 뗄 수 없었고, 그 힘이 넘치는 웅장한 모습에 어딘가 마음이 끌렸다.

     

     "......."

     

     세레스티아조차 놀라서 그만 굳어버리는 바람에, 움직임이 멈춰버렸다.

     

     하지만, 이 남자에게 있어선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ㅡㅡ이얍!!"

     "!? 큭!?"

     

     정신을 차린 하르마르가 내지른 마검의 일격이, 순간 반응했던 시로의 검을 베어버렸다.

     

     저항도 없이 더욱 나아가는 마검의 검격을 종이 하나 차이로 피한 시로는 밸런스가 무너져서, 왕의 방어가 무방비하게 되었다.

     

     세레스티아도, 왕과 좌석을 사이에 두어서 마검을 지키기가 어려웠다.

     

     "용서를!!"

     

     치켜든 마검에 전기가 내달렸고, 왕의 이마로 내리쳐서ㅡㅡ

     

     공중을 내달렸다.

     

     "ㅡㅡ크아아아아아아!!"

     

     마검이 하르마르의 오른팔 채로 절단되어서, 연습장으로 날아가 박혔다.

     

     ".........흑기사가, 폐하를......지켰다......?"

     "......."

     

     왕과 시로의 시선 끝에는, 하르마르의 팔을 벤 유성검을 투척했다고 생각되는 흑기사가 있었다.

     

     "크으으!!"

     

     하르마르가 마검을 쫓아 연습장으로 뛰어내렸다.

     

     "기다려!! 큭, 이젠 하쿠토에게 맡길 수 밖에 없는가......"

     

     시로가 작전의 내용을 떠올리고서, 쫓아가려 하던 다리를 멈추었다.

     

     "......아바마마."

     "그, 그래. 무슨 일인가?"

     "잊으셨나요? 본래의 목적을."

     "......그랬었군. ........맡기겠다."

     

     무표정하게 보이는 담담한 표정의 세레스티아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 방에서 나갔다.

     

     ".....저쪽도 걱정은 남지만, 그보다 문제는......"

     "이쪽이군요."

     

     하르마르가 연습장에 내려섰다.

     

     "하아! 하아! 큭."

     

     상처를 천으로 묶어 지혈하고서, 자기 오른팔에서 마검을 빼내어 왼손으로 들었다.

     

     그리고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전방에 우뚝 선 강대한 존재를 노려보았다.

     

     반면 흑기사는 경계하는 것도 아닌, 그냥 서 있을 뿐이었다.

     

     "에리카!"

     

     흑기사의 뒤에서 아연실색하여 서 있던 에리카에게, 움직이게 된 하쿠토와 오즈왈드가 달려와서 흑기사와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때 관람석에서 시로의 외침이 들려왔다.

     

     "하쿠토!! 그 남자는 이제 폐하의 목숨을 노리는 역적이다!!"

     "네......?"

     "그런.......거짓말......."

     "병사들로는 상대가 안 된다! 난 폐하의 옆에서 떨어질 수 없어!! 네가 쓰러트려라!!"

     

     오랜 지인이 바로 그 암살자였음을 알게 된 하쿠토와 에리카.

     

     그리고 동시에......

     

     "그럼, 당신은 폐하를.....구해준 건가?"

     "........................다각적이고 학술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그럴지도.....모르겠군."

     

     역시 그랬었나, 하며 이상하게도 맥이 풀린 하쿠토.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한 주변의 관객들도, 감탄과 찬양의 목소리가 점점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럼."

     

     하지만 그런 일에는 흥미가 없었는지 등을 돌렸고, 사자가 아무도 없는 평야를 거니는 것처럼 유유히 하쿠토 일행의 사이를 지나치려 했다.

     

     "자, 잠깐!"

     "뒤는 너희들의 문제다. 그렇지 않은가?"

     "........."

     

     조금 빠르게 말하는 흑기사.

     

     아직도 미숙함이 남아있는 에리카 일행을 보고 초조해졌는지, 강한 어조로 끝맺는다.

     

     "그럼ㅡㅡ"

     "흑기사아아아!!"

     

     등뒤에서 말 그대로 죽기살기의 기세가 된 하르마르가, 마검으로 흑기사를 베려고 했다.

     

     하지만 흑기사는,

     

     "흥."

     

     고개를 돌리고, 양손을 맞부딪히는 모습으로 다가오는 마검을 산산조각내었다.

     

     부드러운 과일을 뭉개는 것처럼 쉽사리 파괴된 마검을 보고, 싫든 좋든 그 격이 다름을 알게 되었다.

     

     먼 옛날 전장에서 검을 잃었던 '영웅 라이오넬' 이 보여주었던, 진검 받아내기.

     

     그걸 아득히 뛰어넘는,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그 너무나 순수한 역량을 보고 누구나 매료되어 몸을 떨었다.

     

     ".......진검을......깨부쉈다고.....?"

     

     반짝반짝 흩날리는 마검의 파편.

     

     "그럼 이만."

     

     땀과 피를 폭포처럼 흘리면서 아연실색하는 하르마르에게 그런 말을 남기고, 흑기사는 발빠르게 바람처럼 떠나갔다......

     

     모든 사람들이, 비상사태인데도 도망치지 않고 의문의 흑기사의 행동을 눈을 떼지 않고 마지막까지 지켜보았다.

     

     남자들은 동경하고, 여자들은 매혹되었으며, 누구나 마음 속에 경의를 품은 채 그의 뒷모습을 보며 '진정한 영웅' 을 떠올렸다.

     

     

     ♢♢♢

     

     

     남자는 정말 초조하였다.

     

     예상 외의 사태와, 이해불능한 전개 때문에 매우 당황하였다.

     

     그리고 결론을 내었다.

     

     일단, 조용하고 진정되는 장소에서 생각을 정리하자고.

     

     그렇게 판단하고서, 기척을 숨기고 습기찬 갑옷을 애써 참은 채, 발빠르게 목적지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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