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장 제 14 화, 솔깃한 이야기엔 뒷사정이 있다2021년 04월 10일 15시 58분 2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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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태세가 이루어지고 있는 왕성에서......
"ㅡㅡ앗, 이건, 에리카 전하의 초대장. 실례했습니다! 통과하십쇼!"
스윽~~하고 거의 하이패스로 침입한다.
핫도그를 한손에 든 채.
정오가 되자 겨우 일반인의 입장 허가가 나서, 몇시간이나 걸려 겨우 입장심사대까지 도착한 것이다. 쉽게 통과해서 정말 다행이다.
출입은 익숙한 (허가없이) 성이었지만, 오늘 침입가능한 구역은 꽤 좁은 곳으로 한정되어있다.
문을 빠져나오면 바로 오른쪽에 있는 연습장의 범위 뿐이다.
잘못해서 다른 곳으로 침입해버리면, 부지 한켠에 우뚝 서 있는 수용시설인 탑에 구금되고 만다.
장엄한 분위기를 내뿜는 원형의 탑에, 조사가 필요한 죄인을 수용시킨다고 한다.
나에게는 쓰기 적당한 건물이다.
위험해진다면, 저기로 도망치면 된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 경우, 병사들이 먼저 찾는 곳은 성내다. 그 다음 정원과 다른 시설. 마지막으로 조사하는 곳이 딱히 아무것도 없는 수용탑이어서다.
저기에서 틈을 봐서 날다람쥐 다이빙을 하면, 쉽게 탈출할 수 있다.
도주 루트까지 생각해 두는 건 딱히 마왕에게만 한정되지 않은, 악역의 기본 소양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 왕도 큰일이다. 노려지고 있는데도, 어전시합을 개최하여 민중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다니.
주변을 배회하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꽤 엄선했을 관객들이지만, 그럼에도 혼잡한 상태다. 그 안에서 왕을 노리는 자가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약간의 동정심을 가슴에 품고 그 혼잡 속을 헤쳐나와서, 지정된 좌석에 앉는다.
마침 무대의 한가운데가 보이는, 일반석 중에선 꽤 좋은 자리였다.
핫도그를 베어물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상부에는 왕족과 선택된 귀족 등이 사용할 듯한 관객석이 있지 않은가. 특별한 칸막이석이라는 느낌이다. 부럽다.
뭐 좋아. 사실상 햇병아리 마왕인 내게는 아직 이르다.
지금은 와신상담을 할 때. 그보다도 아르바이트다.
분명, 암호는......'사자의 자리에 군림하는 자는 역할을 끝낸다' 였던가......
설마하는 생각이지만 맞은편 정면에 있는, 제일 호화로운 사자 조형이 내걸려 있는 관객석을 말하나?
객석이 세 개 있다.
저거라고 치고서, 군림한다는 말이라면 중앙ㅡㅡ
그 때, 노호성과도 같은 환호성이 들렸다.
움찔하고 몸이 튀어올랐고, 무슨 일인가 하고 주위를 둘러보며 관객의 시선을 쫓았다.
그러자, .......왕과 공주기사같은 차림새의 세레스티아 공주가, 용사 시로와 함께 오는 참이었다.
사자 조형의 관객석에서, 모두를 보며 부드럽게 손을 흔들고 있다.
한껏 손을 흔들어 관객에게 응답한 후, 조용히 앉았다.
물론, 왕은 정중앙의 자리에.......
......
에에에에에~!? 왕을 노리는 암살자는, 나였어!?
핫도그를 내뿜어버릴 정도로 기겁하고 말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라이트 왕을 죽이라는 지시다.
아스라와 그 할아버지, 왜 이딴 알바를 소개해시켜준 거야!?
아, 아니 하지만, 착수금은 이미 받아버렸다. 의뢰인을 모르니 되돌려줄 수도 없다. 그보다, 절임의 재료를 사려고 조금 써버리고 말았다.
뭔가 좋은 수를 생각해야....... 저 사람, 밤 늦게까지 열심히 일한다고......수년 전부터 탈모를 신경쓰기 시작했는데도 열심히 했었다고.....알바 때문에 죽일 수는 없다고.......
.......저 왕의 화려한 의자, 부술까?
.......그러자. 만일 무슨 말을 들어도, 중앙의 의자를 말한다고 생각했다, 라고 말하면서 얼버무리자. 노후화 운운하며 강하게 밀어붙이는 거다.
마지막 수단은, 불친절한 암호 때문이라며 적반하장하는 거겠지.
그렇게 정했으면, 적당한 타이밍에 어제 성안에 숨겨뒀던 변신세트로 갈아입고서, 왕이 허리를 굽히며 손을 뗀 순간......재빨리 부순다.
그런 고육지책의 결심을 한 나에게, 입장해 온 에리카가 이쪽을 향해 작게 손을 흔들었다. 그래서, 이쪽도 답례를 해주었다.
평소보다 훨씬 공주님같다. 차려입은 모습이다. 제대로 칼도 차고 있다.
상대는.......어, 전에 마술을 쏴줬던 남학생이잖아.
과연 그런가, 그가 겟소였던가....... 그래서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구나.
그것도......뭔가 꼼수를 쓴 모양인데. 신체검사를 하려고 하는 심판을 호통치면서 거부하고 있다. 에리카 공주가 이제 그걸로 됐다고 말할 때까지 철저하게 거절하고 있다.
......시시한데.
♢♢♢
시합장 안은, 모두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전개가 이루어져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ㅡㅡ쉭!"
"크으, 짜증나는 기술이구만."
겟소가 선보이는 마술을 화려하게 쳐내는 젊은 왕녀.
아류라고 생각되는, 칼집을 이용한 방어였는데, 어렵지 않게 불덩어리와 전기 채찍을 떨쳐내고 있었다.
".......멋진 기술이다. 그 쿠쟈로를 상대로, 에리카는 어느 사이에 저런 강함을 손에 넣은 건가."
딸의 급성장에, 왕도 무심코 감탄을 하였다.
겟소・쿠쟈로의 마술 실력은, 악명과 함께 널리 퍼져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 시합에서도 잘해야 분전, 아니면 겟소의 마술에 의해 저항도 못 하고 승부가 결판날 거라 예상했었다.
"........"
"제대로 알지 못해 송구스럽지만, 저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독자적으로 준비한다고는 들었습니다만. ......확실히 훌륭합니다. 빠르게 칼날을 뽑을 때의 기술도 보고 싶다고 생각됩니다."
조금 언짢은 듯한 분위기를 드러내는 세레스티아와, 그에 개의치 않고 무대 위의 에리카에게 눈을 고정시킨 시로.
"동감이다."
많은 자들이 왕과 마찬가지의 침을 삼키며 지켜보는 동안, 무대 위에 변화가 찾아왔다.
"제, 젠장! 하아, 하아, 큭......"
숨이 거칠어지고, 땀이 흐르는 겟소.
마술의 천재라고 일컬어져도 결국 학생이다. 열 발 넘게 마술을 쓰면 마력도 바닥이 드러난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에리카가 움직였다.
"ㅡㅡ!"
단번에 허리를 낮추고, 자루에 감싸인 일본도를 허리 부근으로 가져가고서 화살처럼 빠르게 내달렸다.
목표 앞까지 빠른 발걸음으로 거리를 좁히고서, 그라스가 가르쳐준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레 칼을 약간 빼든 후ㅡㅡ
"......."
입가에 더러운 미소가 흐르는 겟소를 보고 안 좋은 예감이 스쳤지만, 발도한다.
"ㅡㅡ쉭!"
바로 앞에서 멈춰서 승리를 얻어내기 위해, 목을 향해 휘두른 칼날이ㅡㅡㅡㅡㅡ튕겨졌다.
"뭐!?"
"으하하하! 진정한 마술사는 대비를 게을리하지 않는 법이다!!"
겟소의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울리며, 번개 채찍을 들었다.
겟소는, 그 가학적인 충동에 휩싸여 뒷일 따윈 생각하지도 않고 그걸 내려쳤다.
"ㅡㅡ시시해."
에리카를 덮치던 번개가, 조용히 뭉개졌다.
시간이 얼어붙은 것처럼, 모두가 굳어버렸다.
".....누, 누구냐......"
"...............아......."
관객과 병사, 기사......누구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무대 위에 '검은 기사' 가, 갑자기 나타났다.
갑자기다.
모두가 지켜보는 무대에, 정신차렸을 때에는 우뚝 서 있었던 것이다.
오한이 멈추지 않는 냉기가 흐르는 정숙 속에서, 겟소의 공포에 찬 소리와 함께 얼굴이 새파래진 에리카의 절망섞인 신음소리만이 들린다.
설마, 그 흑기사가 왕을 노리는 암살자였다고는 생각도 못해서였다.
모든 자들이 한눈에 이 남자의 강대함을 느끼고, 오한과 함께 경악어린 시선을 보내었다.
하지만, 그런 시선을 한몸에 받는 흑기사의 행동은 이상한 것이었다.
병사들이 자신의 압도적인 기척에 당해버려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 아무렇게나 겟소의 가슴 부분을 찢었다.
"!? 그거, 그것은......."
".......흥."
드러나버린 마도구같은 펜던트의 끈을 난폭하게 끊어서, 굳어있는 심판에게 던졌다.
하지만 펜던트는 잡히지 않고 지면에 떨어졌다.
그걸 보고 있다가, 대신 말해주는 식으로 에리카를 돌아보며.....고했다.
"네 승리다. 이 정도로 불의의 습격을 당할 정도라면, 아직 멀었지만."
"네..........?"
에리카는 흑기사의 말뜻을 곧바로는 이해하지 못해서, 천천히 되새기는 것처럼 이해해나갔다.
".......누, 누구 맘대로ㅡㅡ"
평소처럼 짜증을 내기 시작한 겟소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흑기사가 겟소의 팔에 닿았다고 생각한 다음 순간에는, 마치 초능력이 걸린 것처럼 부자연스레 공중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술은 아니고, 마력에 의한 억지 기술도 아니다. 분명히, 미지의 힘이었다.
"........기야아아아아아아!! 아, 아......"
시합장 바깥에서 겟소의 비통한 외침이 들렸지만, 기절했는지 곧장 그것도 그쳤다.
"당신은......"
"덤으로 했을 뿐."
천천히 허리의 검을 뽑아서, 아무렇게나 던지는 자세를 취했다.
그 칼날의 끝은......사자의 관람석.
"어..........?"
"흣,"
ㅡㅡ투척했다.
유성처럼 나아가는 칼날의 탄환은, 사자의 관람석으로 빨려들어가서ㅡㅡ
ㅡㅡ콰아아아아아아!!
"..................엥."
정숙을 찢어발기는 듯한 비명소리가 울리는 연습장에서, 흑기사의 자그마한 소리가 에리카에게만 들렸다.
흑기사가 그런 얼빠진 목소리를 낼 리도 없어서, 잘못 들었다고 생각한 에리카는 곧장 잊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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