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장 제 10 화, 정원의 단막극・후편2021년 04월 09일 15시 48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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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ㅡ그라스!!"
에리카의 목소리가, 맹렬히 돌진하는 불덩어리의 소리와 섞인다.
칼은 자루에 넣어진 채, 글라스는 우뚝 서 있었다.
발도하여 베려고 하든 피하려고 하든, 움직일 타이밍은 이미 지난 것처럼 보였다.
누구나, 불덩어리를 쏜 통통한 남자의 희생자가 새롭게 탄생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불덩어리는 쉽사리 튕겨났다.
"........뭐?"
묘하게 빙글빙글한 머리모양의 통통한 남자가, 얼빠진 소리를 낸다.
".....마음대로 쏴도 상관없습니다. 더욱 강력한 것이 좋겠지만, 가능하시겠습니까."
"큭! 이놈이!!"
단번에 화가 치밀어 올라서, 그 기세로 불구슬을 계속 쏴버린다.
"......"
그걸 어렵지 않게 왼손에 든 자루로 쳐내나가는 그라스.
검자루에 부딪힌 불덩어리는 양단되자마자 순식간에 흩어져 사라졌다.
최소한의 가벼운 움직임으로 검자루를 휘두르는 그라스는, 정말 미안해하며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뭐 됐습니다..... 에리카님, 이 정도의 마술이라면, 자루에 마력을 담아서 쳐내면 칼로 베는 것보다 쉽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 라고오오..........?"
이를 악물면서 말하는 통통한 남자의 이마에는 핏줄이 솟았고, 더욱 많은 마력이 담겨진 불구슬을 연사하였다.
학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마술 센스다.
하지만 그라스는 그걸 하나도 남김없이 쳐내었고, 거기다 지도까지 시작했다.
"듣고 계십니까?"
"아, 어.......으, 응......."
시원치 않은 에리카의 대답을 듣자, 보다 자세히 설명을 시작한다.
"이거라면 날의 이가 빠지지 않고, 잘만 하면 여파에도 당하지 않습니다. 칼의 길이도 숨길 수 있습니다."
"하아! 하아! 하아!"
이제 마력의 잔량이 소진되었는지, 불 마술의 난사가 그쳤다.
"......죄송했습니다."
"크윽, 뭐가 말이냐!"
어느 사이 남학생의 눈앞까지 접근해 온 그라스가, 진심어린 사과를 하였다.
"뭐, 아직 이제부터입니다. 재능은 있는 듯 하군요. 저기~ 누구였더라. 그, 소국의 삼남이고 제멋대로인 왕자님의 이름은."
그 자리의 누구나, 이 하인이 무슨 말을 꺼낸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겟소・쿠쟈로에요, 그라스 씨."
아니, 한 사람은 이해하였다.
라이트 왕국 제일의 지성을 가진 세레스티아가, 왠지 즐거운 듯한 어조로 조언한다.
"아아 그랬습니다. 겟소 님이었습니다."
입을 떠억 벌리고 마는 눈앞의 남학생.
"그 겟소님은 학교에서 제일 마술을 잘 쓴다고 하니, 아직 신입생인 당신이라면 참고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처음으로 판명되었다.
이 종업원은, 자기를 얼마 전 입학해 온 신입생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제가 여기 왕녀님들에게 듣기로, 겟소 님은 구제할 길이 없는 인격을 가진 분이시고, 확실히 말하자면 단순한 '범죄자' 이지만.....몰래 마술을 쓰는 걸 들여다보며 배우는 건 문제없을 겁니다."
"........!?"
그 유명한 세레스티아와, 라이트 왕국 삼대 미녀 중 한 사람인 에리카가 품고 있던 인상을 듣자 가슴이 깊게 도려내어지는 남학생.
본인으로선, 부끄러워할 점은 아무것도 없다. 여태까지의 자신의 행위를 되돌아봐도, 고귀한 신분과 실력자로서 당연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그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자신과 세레스티아의 사이를 방해하는 누군가의 음모나, 자신의 재능을 질투한 누군가가 자신의 나쁜 소문을 퍼트린 것일지도 모른다, 라는 종류의 생각 뿐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앗차, 이 일은 비밀로 부탁드립니다. 아직 이 일을 계속하고 싶으니까요. .....그럼, 협력 감사했습니다."
목례한 후, 방향을 돌려 왕녀들에게로 걸어가는 그라스.
주변에서는 남몰래 웃으며 조소하고 있다.
받아버린 굴욕과 치욕에 의해,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격정이 그를 움직였다.
"ㅡㅡ <썬더・윕> !!"
파직파직하며 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채찍의 모습을 한 전격이 크게 휘어지며 그라스의 등을 쫓았다.
♢♢♢
에리카와 세레스티아의 시점에서는, 그게 잘 보였다.
여기로 걸어오는 그라스와, 등뒤의.......겟소.
겟소가 빨갛게 화가 치밀어오른 기색으로 마술을 발동시킨다.
그와 동시.......아니, 오히려 그보다 빠르게, 그라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동작으로 칼을 든 손을 들었다.
그리고, 엄지로 칼집을 약간 빼냈다.
겨우 그것 뿐인 동작이었지만 거기에는 누구나 소란도 잊고 매료될만한 박력이 있었고, 찰나의 일이었지만 시간의 흐름이 느려진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거기서부터의 전개는 물 흐르는 듯 순식간에 지나갔다.
유려한 움직임으로 깊게 몸을 낮추고, 동시에 돌아보면서 칼에 손을 댄다.
일섬.
반원을 그리는 듯 휘둘러진 칼날에 의해, 전기 채찍이 겟소의 바로 앞에서 절단되었다.
언제 발도했는지도 인식할 수 없다.
속도가 아니다.
너무나 유려하게 움직이는 일련의 동작에, 이해가 따라가지를 못했다. 그것 뿐이었다.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는 미려한 검기를 보고, 누구나 말문을 잊고 호흡까지 잊었다.
그 정숙을, 자루와 칼을 짜놓은 것처럼 격하게 납도한 그라스가 스스로 깨트렸다.
검격의 소리와도 비슷한 그 강렬한 납도는, 조용한 시냇물을 떠올리게 하는 일섬과 대비되어 그 자리에 있던 자들의 마음을 크게 흥분시켰다.
"......이제 끝내도 괜찮습니다만? 너무 무리하시면 내일의 수업에 지장이 생깁니다. 익숙치 않은 학교생활이라 보이지 않는 피로도 있겠죠."
"......."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분위기가 부드러워진 그라스가, 어린애를 대하는 듯한 따스한 눈매를 겟소에게 보낸다.
"......두, 두고ㅡㅡ"
"이 일은 두고두고 기억해둘 것이니, 살롱을 이용하실 땐 부디 제게 말을 걸어주십시오. 서비스해드리겠습니다."
입술에 살짝 검지를 대며 느끼한 윙크를 보내면서, '두고 봐라!!' 의 대사를 두고두고 기억해 두라는 조언이라고 판단해버린 그라스.
"~~으윽, 어이! 가자!"
겟소는 홧병나버릴 정도로 얼굴을 붉히며, 사들인 여자에게 울분을 쏟아내려는 듯 자기 방으로 향하려 했다.
그 일을 확실히 눈치챈 여자 두 명은, 공포로 얼굴을 하얗게 물들였다.
"아, 기다리십시오. 그쪽 분들은 학교의 관계자가 아니군요. 일반인을 허가없이 들이는 건 금지되어 있습니다."
내버려두면 짤릴지도 몰라서, 서둘러 여자들을 제지하는 그라스.
"이 녀석들은 내가 산 여자다! 어떻게 하든 내 맘이잖아!!"
"샀다? ......과연."
뭔가를 깨달은 듯한 그라스가, 또다시 겟소에게 뜨뜻미지근한 시선을 보냈다.
"아무리 마술의 실력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해서, 여자로 그 울분을 풀려는 건 좀 그렇군요. 저로서는, 스포츠를 추천드립니다. 당신은......조금 운동부족인 모양이기도 하니."
"뭣이!?"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의 방법을, 자신을 담아 조언해주었다.
"후후, 그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풋, 그렇네."
세레스티아와 에리카까지 미소지으며 찬성해버린다.
"크으윽!! 네, 네노오오옴, 두고 봐라!!"
"네. 그러니까 두고두고 잊지 않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크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
발광하는 게 아닐까 하고 누구나가 '기대' 하는 비명을 지르며, 겟소가 느릿하게 달리며 정원에서 떠났다.
♢♢♢
겟소가 끌고 온 여자 두 사람에게 눈물의 감사를 받은 그라스는, 영문을 알 수 없었음에도 미소짓고 그 말을 들으며 학교의 출구까지 안내하기 위해 정원을 떠났다.
그라스가 부재중인 정원의 테이블에는, 세레스티아와 에리카가 있었다.
"저, 저 사람, 저렇게 강했었네요......"
소란을 듣고 살펴보러 온 하쿠토까지 더하여, 주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라스의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저건 아마, 도를 자루에 수납한 상태에서 꺼내는 기술이겠지요. 도라는 무기가 드문 라이트 왕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을 거에요."
세레스티아가 맞은편에 앉은 에리카와 그 옆에 선 하쿠토에게 말하였다.
"......저런 걸 가르쳐줬었구나...."
조금 전 그라스가 준 칼을 품고서, 기대심에 두근거리는 에리카가 중얼거렸다.
".......뭣하면 파혼해도 상관없어."
평소의 장난에 대한 보복으로, 개구쟁이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하쿠토.
"뭐, 뭐어? 무슨 말하는 거야? 딱히 글라스 따윈......단순한 하인이고..... 확실히 조금 전에는 쬐끔 멋있었지만.....이상한 녀석이고......"
누가 어떻게 보아도 약간은 그럴 마음이 있어보이는 에리카의 태도를 보고, 하쿠토는 그만 재미를 붙이고 말았다.
"뭐, 마음대로 하라는 뜻이야. 난 언제든지 말해준다면ㅡㅡ"
"ㅡㅡ안 됩니다."
들은 적이 없을 정도로 냉엄한 한 마디.
순간, 진짜로 그녀가 말한 대사인지 의심해버리는 하쿠토와 에리카.
"세리스티아, 언니......?"
"저는 당신이 무슨 연애를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귀족이든, 평민이든, 외국 사람이든, 자유로운 연애를 해줬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 그라스 씨는 허락할 수 없습니다."
평소의 위엄이 가짜라고 생각되는데. 만인을 압도하는 위광을 내뿜는 세레스티아.
"어째서......"
"전에, 조금 신경스여서 그를 조사해봤습니다."
당연한 에리카의 질문에, 엄숙히 말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신원이 불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모르는 사이에 채용되어, 누구도 의문을 품는 일 없이 당연한 것처럼 일하게 되었습니다."
라이트 학교는 격식높은 곳이기 때문에, 종업원에게도 매우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진다.
세레스티아의 말로는, 이런데도 채용될 거라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경력의 데이터였던 모양이다.
"단순한 부정이라면 그나마 낫겠죠. ......하지만 저는, 그가 '검은 마왕' 의 관련자일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아, 아니, 그건......하지만......"
이 짧은 기간 안에 세레스티아가 학교에 모습을 보였던 이유는, 그라스를 감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두 사람.
" '검은 마왕' 이 얼마나 흉악한 존재인지, 두 사람에겐 자주 말했었지요?"
"응......."
"예......."
어린 시절에 세레스티아가 만났던 초월적인 강함을 가진 '검은 마왕' 의 이야기.
잊을 리가 없다. 하지만......
에리카와 하쿠토는 독특한 분위기의 그라스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도 조금 믿기 어렵다는 생각도 있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다는 마음일까.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부정은 틀림없겠지요. 그러니 결코 그와 친하게 지내면 안 됩니다. ......알겠지요?"
평소의 자애로운 분위기에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못을 박는 세레스티아.
"네, 네에!"
".........응."
에리카는, 어지럽고 정리되지 않는 생각을 하며, 무의식적으로 품 속의 칼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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