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장 제 2 화, 폐자재의 재활용법2021년 04월 05일 13시 38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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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동떨어진, 녹색이 넘쳐나는 삼림.
나뭇잎 틈새로 비치는 햇살 속을 정처없이 걸어다니며 소문으로 들었던 '나이트워커' 를 찾아다니는 한 남자.
라이트 왕국에서 볼일을 보기 전에, 금강벽으로 에워싼 주변에 있다고 일컬어지는 동서남쪽의 주인들 및 산적 사냥꾼에게 대련을 부탁하고 싶었지만 그 누구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
아스라는 전투종족이라 불리는 '멸귀족' 으로 태어나서, 무엇보다도 강함에 무게를 둔 환경 속에서 살아왔다.
어린 시절 부터 창을 들고서, 부모형제와 극렬한 투쟁을 되풀이해왔다.
멸귀족은 태어난 그 때부터 한 명의 전사가 된다.
그 중에서도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내어, 역전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강함을 자랑했던 것이 아스라였다.
멸귀족은 마력량이 많고 신체능력도 뛰어나서 단련하지 않아도 매우 높은 전투력을 가진, 마음 속에 '오니' 를 기르는 자들인 것이다.
모두가 마력을 기르고 날마다 대련을 하는 와중에, 아스라는 무술에 눈을 돌렸다.
연약한 인간과 아인종들에게 전해져오는 무술에는, 멸귀족에겐 없는 힘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마을 모두가 비웃었다.
무술이란 약자의 발버둥이며, 연약함의 상징이라며 조소하였다.
하지만, 아스라가 인간의 마을에서 무술을 배우고 돌아온 그 날, 멸귀족의 강자들은 모두 그의 앞에 쓰러졌다.
힘과 기술을 겸비한 오니의 앞에, 어이없이 패해버렸다.
아스라는 여기엔 자기가 싸울만한 상대가 없다고 단언하고는, 멸귀족의 일생에 단 한번 있는 번식기를 끝내자마자 곧장 여행을 떠났다.
그로부터 수 년.
각지를 방랑하여 정보를 모으고, 소문의 강자와 대련해왔지만, 아직도 아스라의 갈증을 채울 상대는 만나지 못했다.
이번에는 금강벽 주변에 괴물들이 있다고 듣고 찾아왔지만, 아직 그럴듯한 자는 만나지 못했다.
"................!"
짐을 던져버리고, 이상한 기척을 내뿜으면서 있을 수 없는 속도로 접근해오는 기척 쪽으로 무기를 들었다.
그 무언가는, 소리도 없이 아스라의 눈앞에 내려섰다.
"......이런 깊은 숲에 젊은이라니 기괴한 일이군. .......누구냐."
흑발이 선명한, 밤보다도 어두운 눈동자를 한 소년이었다.
그 눈을 보고 있자, 끝없는 암흑에 빨려들 듯한 기분이 되었다.
오니의 피가 몸을 전장으로 내몰아서, 채워지는 일 없는 투쟁에 대한 욕구를 가진 아스라였지만,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네가 이 주변에서 '나이트워커' 를 찾아 돌아다니는 '오니' 인 모양이네. 오늘은 잠깐 할 말이 있어서 왔어."
이 녀석이, '나이트워커' 인 산적사냥꾼인가.
그것 치고는 부자연스러운 기품과 위엄이 느껴진다.
아니, 누구든 상관없다.
미지의 감각이 느껴지지만, 자신의 피에 따라 창을 드는 아스라.
이 갈증을 약간은 채워줄 터, 그렇게 기대하고서.
♢♢♢
"ㅡㅡ크, 윽......."
아스라가 무릎을 꿇었다.
숲에 둥글게 나버린 커다란 황무지의 중심에서.
옷과 갑옷이 날아가버린 상반신은 크고 작은 상처 투성이였고, 손에 있는 창은 무참히 부러져버렸다.
"놀랐어. 설마 이정도까지 강할 줄이야."
"!"
멸귀족이라는 이름의 유래라고도 할 수 있는, 적을 전멸시킬 때까지 이성을 거의 버리고 한계를 넘어 날뛰는 진정한 모습도 물리친, 눈앞의......변함없이 발랄한 미소를 지으며 상처없이 내려다보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마' 의 화신이 여기에 있다.
옷에는 파손된 곳이 있지만, 끝없는 마력을 그 몸에 깃들이고서, 검정색으로 물든 검을 메고서 유유히 서 있다.
격차를 잴 수 없다.
아무리 파격적이라고 듣는 힘을 쥐어짜내도, 아무리 책략과 기술을 구사한다 해도, 이 자와의 격차는 멀어질 뿐이다.
너무나 차원이 다른 실력차를 경험하고, 하늘에 대항해 창을 휘두르는 것 같은 무력감에 휩싸였다.
"오랜만에 좋은 운동이 되었어. 뭐 말하고 싶은 것도 여러가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번엔 내가 이겼네."
그 초월적인 강함과는 반대의 상쾌한 미소를 보고, 조금 전의 감각을 다시 느끼는 아스라였다.
자신의 모든 것이 때려눕혀져 패배한 지금이 되어서야, 언뜻 이해했다.
경외심이다.
인간이 신에게 경외심을 품는 것처럼, 아스라는 무의식적으로 이 소년에게 큰 경외심을 가졌다.
"그럼, 난 갈게. 또 어딘가에서 만나면 대련하자고. 안녕히, 아듀~"
그리고, 경외심은 이윽고ㅡㅡㅡㅡㅡ신앙으로.
"기다려주시오."
"기다려줄게."
자신을 가볍게 떨쳐내고선 아무일도 없이 등을 돌리고 떠나가려 하며 손을 흔드는 소년에게, 아스라는 무의식적으로 제지의 목소리를 내었다.
"뭔데?"
"ㅡㅡ부디, 이 아스라를 당신의 신하로 거둬주지 않겠소. 미숙한 몸이지만, 반드시 당신의 힘이 될 것이오. 부디.....부디 간청드리겠소."
".................엥."
뚝 걸음을 멈춘 크로노한테 한쪽 무릎을 꿇고서 고개를 숙이며, 흥분을 감추지 않고 열기를 띈 진지한 어조로 부탁한다.
계속 강함을 추구해 온 아스라로서는, 이 소년이야말로 마신이나 파괴신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 분 이상으로, 자신의 창을 맡길만한 존재는 없을 것이다.
♢♢♢
일단 무기를 변상하고 나서 이야기하자는 제안을 받고서, 크로노의 뒤를 따라 거성이 있는 금강벽으로 향한다.
그의 속도에 맞추어서 산을 몇 곳이나 넘고 숲을 가로지르며 협곡을 빠져나온 끝에 그것이 있었다.
"......"
태양이 내리쬐는 이곳은, 올려다보지 않으면 전경을 알 수 없는 절벽으로 둘러싸인 계곡.
절벽에는 푸르름이 깃들어 있었고, 폭포는 시원스레 흘러내렸으며, 종착점이라 할 수 있는 검은 벽과 어울려 만인을 매료시켰다.
"좋은 경치지. 이 벽도 너라면 올라갈 수 있겠네. 먼저 가서 기다릴게."
장대하고 환상적인 광경에 눈길을 빼앗겨버린 아스라를 놓아두고서, 크로노는 가볍게 금강벽의 중간 지점까지 뛰어올라갔다.
크로노같은 곡예는 도저히 따라할 수 없었지만, 자신도 따라가려고 벽에 손을 대었다.
그냥 그것만으로도, 이 벽이 '신의 방패' 라고도 일컬어지는 유래가 납득이 되었다. 닿은 순간, 너무나 딱딱한 감촉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정말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런 한순간의 생각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 때문에 끊겨진다.
아스라도 서둘러 강인한 육체를 구사하여 절벽을 오른다.
"ㅡㅡ왔네."
"기다리게 하여 죄송하게 되었소. ......음!"
절벽을 모두 오른 아스라가 이변을 눈치채고서, 절벽 위에 있던 크로노를 감싸려고 그와 대문과의 사이에 섰다.
"물러나주시오."
"물러나라니.....이미 절벽인데. 떨어지라고 하는 거야?"
그 열려진 대문의 사이에서, 거대한 뱀이 고개를 내밀었다.
부드럽게 흐르는 듯이, 상당한 중량이 느껴지는 화려한 오렌지색의 거체로 기어나왔다.
전장 10미터를 가볍게 넘기고 드래곤처럼 비늘로 감싸인 거체를 비꼬며, 크로노의 앞을 향해 일직선으로 다가왔다.
"여긴 제게 맡겨주ㅡㅡ"
"아아, 아냐아냐. 이 애는 문지기를 맡은 애라고."
".......문지기, 말입니까?"
그 말대로, 큰 뱀은 크로노에게 다가와서는 고양이처럼 머리와 몸을 부벼댔다.
"응. 이 녀석은 '도우산'. 그리고, 또 한 마리......."
소리없이 활공해 온 물체가, 고개를 들어올린 뱀의 머리에 앉는다.
"이 녀석이 '히자히데' 내가 부재중일 때 내 집을 지켜주지. 지금 인력부족이라서, 올빼미의 발이든 뱀의 혀든 뭐라도 빌리고 싶은 상황이야."
"그랬습니까....... 너희들, 난 아스라다. 이제부터 잘 부탁한다."
새하얀 올빼미와 큰 뱀에게 가볍게 인사한 아스라는, 숲의 주인을 찾을 수 없었던 이유에 은연중 납득하였다.
원래 동쪽에는 거대한 큰 뱀이, 서쪽에는 사안을 가진 흰 올빼미가 주인으로서 자기 영역을 형성하고 있을 터였다.
"도우산은 가끔 용암을 토해내는데, 그럴 땐 제대로 혼내줘. 좋아, 그럼 안으로 들어갈까."
♢♢♢
금색의 장식이 새겨진 검은 문을 지나친 앞은, ㅡㅡ완전한 별천지였다.
들어간 바로 앞에는 높은 천장과 넓은 공간이 있었고, 적절한 화톳불이 검정색을 기조로 한 벽과 바닥을 비추어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괴이하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한, 그런 불가사의한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시선을 내리면 자신의 모습이 비춰질 정도로 바닥이 깨끗하게 연마되었다는 것이다.
불괴로 이름높은 금강벽이 완벽하게 연마되어 있다.
크로노 왈, '고급 호텔을 따라했다' 라고 한다.
그 외에도 측면에 물이 흘러내리는 통로와, 청량한 시냇물이 흐르는 라운지 등을 자랑스럽게 소개받았지만 어느 것 하나 현실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서 머리가 새하얘진다.
이러면 안 된다고 이해하면서도, 별천지인 것처럼 색다른 디자인을 보니 걸음걸이가 느려져서, 크로노를 기다리게 한다는 실태를 되풀이해버렸다.
그리고, 다른 공간과는 다른 엄격한 분위기가 있는 '마왕의 알현실' 을 방문했을 때, 대기하라는 말을 들었다.
천상세계의 그것을 떠올리게 하는 눈앞의 옥좌를 보고 압도당하는 와중에,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다.
어째서, 이 정도나 되는 분이 마왕 따위를 자칭하는 것일까.
확실히 마왕은 강대하지만, 그런 추악한 녀석과 같은 칭호라는 건 납득이 안 된다.
'.......아니, 모든 것은 크로노님의 뜻대로다. 그 분의 일이니, 나로선 눈치채지 못할 심모원려가 있을 터.'
"ㅡㅡ기다리게 했지."
옥좌 오른쪽의 문에서, 크로노가 도우산과 히자히데를 데리고 왔다.
즉시 무릎을 꿇는 아스라.
"전혀 아니올시다. 소인 따위에 시간을 할애해주신 것 자체가, 분에 넘치는 영광이......"
아스라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크로노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으, 으음. .......그럼, 아스라. 먼저 고개를 들어라."
"예!"
누구의 밑에도 있어본 일이 없었기에 미숙한 자신에게 실례가 없는지 내심 불안해졌지만, 허락을 받지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는, 크로노가 메고 왔던.......특수한 형태를 한 칠흑의 창이 내밀어져 있었다.
".....이것은......"
"이건, 폐자재......가 아니라, 금강벽을 깎아내어 만든 것인데, 이름은................. '흑천화극'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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