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16 화 계획 변경이다
    2020년 11월 04일 19시 23분 2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https://ncode.syosetu.com/n2851fy/16/

     

     

     

     

     ".....괜찮나? 오래된 상처도 남기지 않고 시술했는데, 어딘가 이상한 곳은 없으려나."

     

     크로노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서, 전신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이상이 없는가 조사하였다.

     

     [크로노 시술] 도중에 타이밍 나쁘게도 하쿠토 일행이 와버렸기 때문에, 서두르면서도 정확함을 중시하여 진찰해 나갔다.

     

     분홍색 머리는 한층 화사해졌고, 상처투성이였던 피부는 백설처럼 투명해졌으며, 야윈 몸도 적당히 건강하게.

     

     실패할 일은 없다고 알고 있었지만, 일단 안심이다.

     

     ".....예. 걱정을 끼쳐드렸습니다. 죄송해요, 검은 귀신님. 리리아는 이제 괜찮습니다...."

     

     그리고, 정말 사랑스러운 얼굴로 올려다보며 크로노에게 대답해주는 리리아.

     

     그 얼굴은 도취된 듯 넋을 잃었고, 달빛 아래에서도 얼굴이 상기되어 있는 것을 보고 알 수 있었다.

     

     ":......"

     

     하지만...... 검은 귀신님?

     

     순간 무슨 일인지 잊어버렸지만, 바로 조금 전에 태닝남자에게 적당히 말해주었던 살충제같은 이름이었다고 떠올렸다.

     

     

     

     "ㅡㅡ어이! 그 애들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기다릴 수 없었는지, 하쿠토가 뜨겁게 외쳤다.

     

     크로노의 계획대로 에리카와 오즈왈드와 파티를 맺고, 제대로 진형을 짜고 있었다. 검을 쓰는 하쿠토와 에리카가 전위고, 활을 다루는 오즈왈드가 후위에. 방심하지 않고 크로노를 응시하고 있었다.

     

     눈초리를 보니, 부모의 원수라도 보는 것같았다.

     

     "가르르....."

     

     수인 소녀가 크로노 앞에 나서서, 덧난 송곳니를 내보이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루루구~~웅, 우웅웅."

     

     초조해한 크로노가, 때를 놓치지 않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애가 상대를 해버리면 내가 만든 용사파티가 2초만에 고깃덩이가 된다고. 위험했다....'

     

     "검은 귀신님한테는.....손대게 하지 않겠어!"

     

     더욱이, 시술이 끝난 참인 아이.... 리리아까지도 휘청거리면서 양손을 벌려서 크로노의 앞에 섰다.

     

     "'흑기사' 라고......?"

     

     "혹시, 마왕의 앞잡이? 슬슬 본격적으로 왕국을 손에 넣으러 온 걸까."

     

     "......거기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마왕의 비장의 카드라는 것은 납득되네요. ....한번 보고 알았습니다. 너무나도... 강해."

     

     

     ......

     

     

     "리리아."

     

     "예. 뭔가 명하실 거라도 있나요!"

     

     일어선 크로노가, 기쁘게 응하는 리리아와 수인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앞으로 나섰다.

     

     "이 녀석들은, 내 손님이다. 너희들은 조금 물러나세요."

     

     "......아, 알겠습니다."

     

     "우우......"

     

     의식적으로 목소리와 어조를 변화시키며, 의문의 흑기사를 연기하였다.

     

     너무나 위풍당당한 행동에, 커다란 위엄을 느끼는 리리아와 수인 소녀.

     

     ".....이 엄청난 위압감....."

     

     "이건.....위험하네요."

     

     "도망치는 일도 생각해야겠어...."

     

     의욕에 가득찬 크로노에게 위축되어, 싸우기 두려져서 주춤거리는 용사들.

     

     크로노는, 노선의 변경을 결의하였다.

     

     저기에 실신해버린 살찐 [영주 토벌 루트] 에서.....

     

     "ㅡㅡ적이 조금이라도 강하면, 네놈들은 도망치는 것인가?"

     

     "읏!?"

     

     [확실히 지는 이벤트 배틀 루트] 로.

     

     그 결정과 동시에, 에어컨의 미풍처럼 위잉하고 마력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

     

     

     무서울 정도로 농밀한 사악한 마력 파동이, 하쿠토 일행을 덮쳤다.

     

     "바, 보같은...."

     

     "하아, 하아, 하아......큭......"

     

     "정신이.....멀어져......"

     

     검을 바닥에 꽃아서 떨리는 다리를 지탱하고, 이를 악물며 멀어지는 의식을 부여잡았다.

     

     남자의 갑옷에서 검은 화염도 일어나기 시작하여, 조금 전보다 더욱 위압감이 강해졌다.

     

     "힝,  힝."

     

     뒤에서 여파를 맞은 리리아들도, 흑기사의 강한 오라에 떨고 말았다.

     

     "큭, 당하기 전에 할 수 밖에...... ㅡㅡ가자고오오!!"

     

     "하아, 하아, 크.... 으, 응!"

     

     "제, 제정신인가요!? ......에에이! 맞춰주겠어요!!"

     

     검의 간격까지 필사적인 각오로 달려오는 하쿠토 일행을 위해, 선제사격을 하는 오즈왈드.

     

     주의를 끌며, 회피와 방어로 행동을 제한시키려는 목적이다.

     

     "....."

     

     하지만 흑기사는 미동도 안하고 팔을 올려서, 화살을ㅡㅡ손가락으로 튕겨내었다.

     

     "그런!"

     

     빙글 돌며 나뭇가지처럼 떨어지는 화살을.....다시금 튕겨서 되돌려 보냈다.

     

     "ㅡㅡ읏......"

     

     그 화살은 오즈왈드의 볼을 스치고 뒷편의 벽을 관통하였다.

     

     그 튕겨낸 한순간에, 화살촉.....그것도 그 앞부분만 마력이 담겨져 있던 것이다. 그것도, 상당히 농밀한.

     

     "....."

     

     비교도 안되는 기량의 차이와, 얼굴을 스친 죽음의 화살에 두려움이 생겨 엉덩방아를 찧고 전의를 상실하는 오즈왈드.

     

     "ㅡㅡ에에이!!"

     

     "이야압!!"

     

     하쿠토와 에리카의 마력이 담긴 올곧은 검이 떨쳐졌다.

     

     갑옷의 남자는, 그것에 맞추어서 오른손을 가볍게 휘두르는 듯한 몸짓을 보였을 뿐이었다.

     

     "...."

     

     "하악.....!?"

     

     "거, 짓말....."

     

     흑기사가 천천히 저었던 손에는.....하쿠토와 에리카의 칼날이.

     

     휘두른 검을 손가락으로 끼워서, 반 쯤 구부를 셈이었던 것일까. 그것도 두 자루 동시에....

     

     하지만 놀라서 떨며 굳어버린 두 사람을 보고 한숨을 쉬는 흑기사.

     

     그리고....

     

     "ㅡㅡ약해."

     

     그 실망감 어린 대사와 동시에 칼날을 기세좋게 으스러뜨리고, 그 주먹에서 검은 마력의 파동을 하나 방출하였다.

     

     "으아아아아아!!"

     

     "꺄아ㅡㅡㅡㅡㅡ!"

     

     "그와아아아아!!"

     

     미숙한 세 명은, 검은 충격파에 견디지 못하고 너무나 쉽게 방의 구석까지 날아가 버렸다.

     

     ".....너무 약해. 너무나도. 이래선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 아무것도 고칠 수 없다......기억해 둬. 힘없는 정의는, 악보다도 못하다."

     

     실망했다는 식으로, 묘하게 시원스레 말을 늘어놓는 흑기사.

     

     마치 혀를 깨물지 않으려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처럼.

     

     "크으으, 젠장....."

     

     엎어져서 분한 듯이 신음하는 하쿠토 일행을 놓아두고 고개를 돌렸다.

     

     하쿠토 일행은, 그 모습을 보며 안도하는 자신들이 무엇보다도 실망스러웠고, 자신들의 소심함과 미숙함을 통감했다.

     

     그리고 흑기사는 떠날 때에, 하쿠토 일행에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리리아 일행에게 말을 걸었다.

     

     ".....난, [금강벽] 에 있으니까."

     

     "어.....앗, 예! 알겠습니다!"

     

     "우?"

     

     황송해하는 리리아가, 천천히 일어나서 알았다는 뜻을 나타내었다.

     

     "그리고 그거라고? 난 이른바 다크사이드의 입장이니까,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예, 모두 알고 있어요."

     

     얼굴을 붉히며, 눈동자에 물기어린 채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리리아는 결심했다.

     

     이 분을 따라가겠다고.

     

     가령, 사신의 권속이 된다고 해도.

     

     그리고 그 마음을 꿰뚫어본 흑기사는 자신의 거처를 알려주었다.

     

     자신을 받드는 것을 인정해 준 것이다.

     

     절망에서 완전히 바뀌어, 울고 말 정도의 행복을 곱씹으면서, 한때의 이별을 아쉬워하였다.

     

     만월이 구름에 가려진다.

     

     달빛에 의해 선명하게 트였던 시야가, 점점 어두워졌다.

     

     "오오, 베리 나~이스......음. .....여기서 할 일은 끝났다. ㅡㅡ그럼 이만, 나의 용사여."

     

     "으..........."

     

     흑기사는 정신을 잃기 직전인 하쿠토 일행에게 그리 말하고는, 그 모습을 암흑에 스며들게 하며 사라졌다.

     

     그 흑기사에게로 언제까지나 고개를 숙이는 리리아.

     

     리리아의 가슴은 감동과 환희에, 크고 빠르고 괴로울 정도로 고동치고 있었다.....

     

     

     ♢♢♢

     

     

     이틀 후....

     

     하쿠토 일행은, 왕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오즈왈드도 잘 맞는 그들과 같이 따라가기로 정하고, 같이 마차에 탄 리리아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리리아 씨, 진짜로 몸은 아무렇지도 않은가요? 그 흑기사ㅡㅡ"

     

     "ㅡㅡ아무렇지도 않아요. 다가오지 말아주세요."

     

     몇 번인지도 모를 쿨한 한 마디에 의한 거절.

     

     ".....잘도 꺾이지 않네."

     

     "응, 좀 대단하네. 저렇게나 귀여운데도 정말 쿨하잖아. 그리고, 그 리리아의 옆에는....."

     

     여행용의, 기장이 긴 수수한 바지를 입었음에도 귀여운 리리아.

     

     그 옆에는ㅡㅡ

     

     "우우우우......"

     

     "죄, 죄송합니다, 레이디. 일어나셨습니까?"

     

     "가우!!"

     

     "죄송합니다!"

     

     리리아의 바로 옆에 기분나쁜 듯 앉아있는 수인 소녀가 짖자, 하쿠토 일행의 자리로 도망치는 오즈왈드.

     

     마차의 바로 옆이다.

     

     그의 녹색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이마에서는, 식은 땀이 흘러나왔다.

     

     "후우~ 곤란하네. 화나게 만들고 말았어....."

     

     "죽을 뻔했다를 잘못 말한 거잖아. 저 애들이 흑기사에게 무슨 짓을 당했는지 왕도에서 조사하기 위함이라고는 해도, 너무 위험하잖아, 이 여행은...."

     

     그 검은 마력을 머리에 흘려서 어떻게 되었는지 조사하기 위해, 왕도로 데리고 가는 중이다.

     

     흑기사를 감싸는 행동을 보인 이상, 자세히 조사하지 않으면 안된다.

     

     "세뇌라도 당했다면 치료해줘야 하니, 어쩔 수 없어."

     

     ".....저렇게 강한 사람이 세뇌같은 짓을 할까."

     

     힘만으로도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보였다.

     

     "....."

     

     앞으로, 그 정도의 위협이 다시금 닥친다면 이 나라....아니, 인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고, 하쿠토는 초조함과 우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 더.

     

     "ㅡㅡ그럼 이만, 나의 용사여."

     

     의식을 잃기 전에 확실히 들었던 그 한마디가, 아무래도 신경쓰였다.

     

     자신이 용사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정말 거의 없다.

     

     그렇다는 말은, 라이트 왕과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던 [검은 마왕] 의 관계자일 것이다.

     

     그럴 터였지만...

     

     부자연스럽게 자신들을 놓아준 일과, 악덕영주인 시리 퇴치.

     

     그리고, 마치 자신들을 키우려는 듯 생각되는, 어쩐지 따스함이 느껴지는 그 눈매.

     

     그 남자는, 정말로 마왕의 앞잡이인 것일까...

     

     

     ♢♢♢

     
     
     하쿠토가 바깥 경치를 멍하게 바라보면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생각의 미로에 고심하고 있는 와중에, 리리아 일행은.....

     ".....어이."
     "왜?"
     수인 소녀가, 예리한 눈초리로 노려보면서 불렀다.
     정말 옆에 앉은 사람에게 대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진짜~로, 검은 귀신님을 만날 수 있는 거냐?"
     "믿기지 않는다면 따라오지 마."
     "......칫."
     리리아 일행은, 왕도에 갈 생각은 없었다.
     흑기사의 곁으로 가기 위해, 도중까지 이동수단으로 삼을 셈이었던 것이다.
     수인 소녀도 결코 리리아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흑기사를 만나고 싶다는 일념에서 도망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있는 것 뿐이었다.
     험악한 분위기로 마차에 탄 두 명이었지만, 기대와 희망으로 입가는 약간 벌어지고, 꼬리는 팔랑거리며 흔들고 있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