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66 정말, 정말 드넓은 사람
    2021년 03월 26일 15시 50분 1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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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6977fi/107/

     

     

     

     "예......."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그래, 발단은 '귀여움' 이 뭔지 모르게 된 이후부터였다.

     

     귀엽게 되고 싶다.

     귀여움은 싫다.

     살기 위해선 귀여워져야만 해.

     하지만, 귀엽지 않아도 사랑받을 수 있어?

     

     음, 그리고......

     

     "제가 어떤 모습을 원하는지, 그걸 모르게 되어버려서요. 그렇게 생각을 시작하니 모습이 허물어져 버려서....."

     "그게 바로, 의태를 너무 하면 안 좋다는 뜻 아닐까요?"

     ".......!! 아앗! 그런가!"

     

     레티시아의 말이 정수리에 꽂혔다.

     

     "맞아! 그랬었네요! .....놀지 말고 공부해. 같은 말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랬구나. .....제대로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어른들의 말투란 가끔 알기 어려운 법이잖아요."

     "마, 맞아요....."

     

     레티시아는 아무일도 아니라는 것처럼 키득키득 웃는다

     정말, 정말 총명하다.

     

     "하지만, 어렵네요. 의태의 연습은 필요한데 너무 의태해버리면 안 된다니."

     "......저희들은 종족으로선 새로운 거라, 아마 어른들도 잘 모를 거에요."

     "종족? 그거 큰일 아닌가요? 잘 모르는 상태에서 무리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의태의 연습으로 너무 무리해버린 게 아닐까요?"

     "아, 아녜요!! 무리하지 않았어요!!"

     

     난 당황해서 고개를 저었다.

     전혀 무리하지 않았는데도, 이 사람에게 걱정을 끼치는 건 절대로 싫다.

     

     "저, 처음으로 누군가를 의태하는 일이 즐거웠어요. 처음으로,  의태하는 일에 남들이 기뻐해줬으니까요!"

     "처음이었다니, 과장이네요."

     "정말 처음이었어요. 의태를 하면 기뻐해주다니. 항상 꺼려져 왔으니까요, 자신을 의태한 존재가 있다는 건 싫잖아요. 저도 자신만의 모습을 따라하는 자가 있다면 분명 싫다고 생각할 거에요."

     

     조금씩 몸이 뜨거워진다.

     부끄러운 듯도 하고, 슬픈 듯도 한 불가사의한 기분.

     

     누군가에게 자기 생각을 말하다니, 여태까지 없던 일이다.

     말할 수 있는 인간은 없었고, 메후틸트나 로즈린느한테는 이런 바보같은 말을 해서 수고를 끼칠 수 없었다.

     

     "그랬는데, 그걸 스스로 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서.......으으. 죄송해요. 뭔가 이상한 말을 해버렸어요. 저 자신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게 되어버렸네요."

     "몰라도 괜찮아요. 얘기해봐요, 들어줄 테니."

     

     이런 말을 들으면 곤란할 텐데, 레티시아는 그렇게 말하며 웃어주었다.

     살짝, 몸에서 힘이 빠진다.

     

     이 사람한테는 뭐든지 말할 수 있어보인다.

     어째선지 정말 안심된다.

     경원시되거나, 환멸당하는.....그런 걱정이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저, 자신만의 모습을 원한다는 거. 그건 정말이에요. 하지만, 모습은 별로 상관없을지도 몰라요."

     

     내가, 우리들이 아무리 꺼려지는 존재가 된다 해도, 이 사람은 전부 받아들이고 보듬어 준다.

     마치 어린 자식이 어머니의 애정을 믿어의심치 않는 것처럼.

     

     "수업을 받을 수 있는 모습이라면 그걸로 충분해요. 하지만, 자신만의 모습이 아니라 누군가를 흉내를 내는 것 때문에 꺼려지는 게, 전 싫어요."

     

     믿고 있으니, 토해낸다.

     자신의 마음을.

     

     "그런데도 누군가의 모습을 베끼지 않으면 안되어서, 계속 미안하다면서도 매일 바꿨나갔지요. 하지만, 여러 모습을 지어버리면 혼란스러워져요. 자신의 모습을 알 수 없게 되어서, 모습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괴로워져서요."

     

     나 자신이 눈치채지도 못했던, 억누르고 있던 마음을.

     

     "라니, 이런 거 모르겠지요. 저인데도 제가 아닌 모습이 되는 마음 따윈....."

     

     모습이 고정된 사람은 알 수 있을리가ㅡㅡ

     

     "알아요!"

     "네에?"

     

     그냥, 동의해준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응응 하며 끄덕이며, 이야기를 들어줘서 후련하게 해준다.

     그런 생각으로 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전 알아요. 마리온의 그 기분."

     

     하지만, 나의 손을 꼬옥 쥔 그녀의 표정은, 여태까지 본 적이 없는 울면서 웃는 모습이었다.

     눈물은 흐르지 않았지만, 그건 아픔을 알고 있는 자의 표정이었다.

     알 수 있을 리가 없는데, 그녀는 이 아픔을 알고 있다?

     어째서?

     어떻게?

     

     "알아요......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거짓이 아니에요!"

     "하와, 와와와와."

     

     하고 싶은 질문은 많이 있었지만, 솔직히 그럴 때가 아니다.

     날 쥐고 있는 손이 뜨거워서, 부끄러운지 기쁜지 도망치고 싶은지 모르게 되어 의태를 유지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흐물흐물 녹아내려 슬라임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그 뿐인가 레티시아의 손이 내 안에 들어왔다!

     슬라임은 살아있는 것은 녹이지 않는다.

     그렇게 설명은 해줬었지만,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죄죄, 죄송해요, 죄송해요. 바로 돌아갈 테니까요."

     "괜찮아요 이대로도. 이 편이 편하잖아요."

     

     휘둘러버려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는데,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천천히 손을 빼어서, 조심스레 날 끌어안고 무릎 위에 놓았다.

     

     신뢰하고 있구나.

     

     "차라리 당분간 의태하지 않고, 슬라임인 채로 있어도 좋지 않나요?"

     

     난 슬라임이지만 그런 일은 관계없.....아니, 레티시아는 날 슬라임으로서 대해줬고, 그럼에도 한 명의 친구로 있어주고 있다.

     

     정말, 정말 드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이 사람은 정말 끝을 알 수 없다.

     

     "그러면, 기분 나쁘다며 싫어할 사람도 있을 텐데요."

     "네에~? 전 매우 귀엽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리고, 이대로는 짐도 들 수 없고, 손이 없어서 필기도 할 수 없구요."

     "아하, 그랬네, 그랬었어."

     

     하지만, 그게 인간의 전부는 아니다.

     

     ".......그래서 인간의 모습으로 있는 거에요. 하지만, 민폐는 끼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자신만의 모습이 필요한데,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지 모르겠는걸요."

     "음. 그렇네요. 어려운 일이겠네요. 한평생 쓰게 될지도 모르니, 이상적으로 귀여운 모습을 원하게 되겠네요."

     "예. 정말 어려워서 모르게 되어버렸지 뭐에요."

     "그게 보통 아닐까요? 이상적인 자신은 누구나 상상하기 어려운 법인걸요."

     "레티시아도, 그런가요?"

     "네, 되고싶은 자신은 있지만.....너무 멀고 험하네요."

     

     그녀는 작게 미소지었다.

     이렇게나 상냥하고 드넓은 마음씨를 가졌으며, 모습도 충분히 귀여운데도.

     아직도 이상을 추구하는 자세가 아름답다.

     그녀의 이상이 아무리 멀고 장대한 것이라 해도, 이 사람은 계속 추구하여 언젠가 이루게 될 것이다.

     

     "전 그 이상조차 찾을 수 없어요......빨리 해야만 하는데도."

     "음~ 그 빨리. 라고 생각하니까 압박감이 느껴지는 게 아닐까요? 서두르지 말고, 여러가지를 배우다 보면, 그 사이 번뜩이는 순간이 찾아올지도 몰라요. 천천히 찾아봐도 괜찮아요."

     "하지만, 천천히 하면 안 되는걸요. 모습을 빌리는 모두에게 민폐를 끼쳐버리니."

     "......저기, 만일 괜찮다면."

     

     약간 뜸을 들인 후, 그녀는 제안을 하였다.

     

     "제 모습을 쓰지 않을래요?"

     ".......레티시아의!?"

     "계속 에리비라의 모습을 하는 것도 신경쓰일 테고, 저라면 전혀 상관없으니까요."

     

     내가 레티시아의 모습이 된다?

     그건.......그건.......정말, 두근두근하다.

     심장은 없지만, 그런 느낌.

     

     두근두근하다?

     기대하고 있다?

     기뻐한다?

     

     응, 지금 난 정말 기쁘다.

     

     왜냐면......아마도......분명, 절대.

     나의 이상적인 모습은 레티시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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