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64 즐거워
    2021년 03월 24일 21시 34분 2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ncode.syosetu.com/n6977fi/105/

     

     

     

     꽤 어려울 테지만, 해보고 싶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성가셔보이는 의태를 하려는 생각은 전혀 안 했을 것이다.

     의태를 할 거라면 간단한 것이 좋다.

     

     잘 관찰해서, 숙지하고 있는 것이 제일 좋다.

     보지 못해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처럼, 보지 않아도 의태할 수 있는 것이 편하다.

     

     날마다 학생을 의태하는 것도, 요령을 알면 편하다.

     약간 변화가 있다 해도 기본은 교복이니까, 천의 재질은 같다.

     교복의 모습과 대개의 체형만으로도 몸이 만들어진다.

     다음은 얼굴만 신경쓰면 된다.

     

     하지만 이건......

     정보가 많은데다가, 외형이 주목받을 것은 뻔한 일이다.

     

     의태를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하나의 헛점만으로도 볼품없게 될 것이다.

     

     "아......부탁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이거 한 장으로는 잘 모르겠으니, 좀 더 여러 방향에서 그린 그림이 있으면 기쁘겠네요. 키도 알 수 있다면 좋겠구요."

     "키는 176cm!"

     "팬클럽의 회보에 가득 실려있어!"

     "복장은 부디 이걸로!!"

     "고마워요."

     

     받아들고 찬찬히 바라본다.

     지정된 복장은 반짝반짝한 악세서리가 많지만, 재질은 한정되어 있다.

     저 등에 깃털을 꽂은 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다.

     저건 깃털만으로도 상당한 종류가 있는데......하지 못할 일은 아니지만!

     

     "오, 톱이라는 말은 이 사람이 첫째라는 건가요? 언니 쪽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맞아. 비교할 것도 없어."

     

     가만히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자, 에리비라와 글로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같은 의견이다.

     

     확실히 이 사람은 스타일이 완벽하고, 세련되었고, 특출난 미인.

     자신을 드러내는 법을 알고 있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며, 입고 있는 것도 완벽하다.

     그럼에도, 나로서는 레티시아 쪽이 더 호감이 간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절대 이 여배우 쪽이 예쁜데도.

     너무 미인이라 친근함이 부족한가?

     화장이 짙으니.....화장을 지우면 수수한 사람이 될지도?

     

     "둘 다. 마음은 기쁘지만, 다른 사람의 취향에 그런 말투는 좋지 않아. 좋아하는 걸 좋다고 말하는 건 멋진 일이야. 그렇지?"

     

     레티시아의 말에, 필사적으로 여배우의 단점을 찾아내고 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좋아하는 것은 좋아.

     그걸로 되었을 터.

     

     좋아하는 것......좋아.

     난 뭐를 좋아하는 걸까.

     

     귀엽게 되고 싶어서, 귀여움을 추구하며 공부해왔지만.......귀여움은 좋아하지 않는다.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다.

     

     지금까지는 전부 귀여워지는 일에 바쳐왔지만, 귀여움은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 뭘 좋아하는 걸까?

     

     그렇게 자신에게 물어보다가 섬뜩해진다.

     모르겠다.

     저기, 나는 뭐를 좋아해?

     ........모르겠다.

     

     좋아함에 대해 생각하다가 갑자기 두려워져서, 난 의태에 집중했다.

     초상화가 아닌 부분은 상상하며, 부자연스럽게 되지 않도록.

     각도를 바꿔도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사방에서 덮쳐오는 비명이 메아리쳤다.

     표면이 출렁거리며 진동한다.

     

     날 둘러싼 여자아이들이, 날 향해 외치고 있다.

     

     어느 사이에 이렇게 사람이 늘어난 것일까.

     조금 거리는 있고, 호의적인 것은 알겠지만, 저렇게 많은 사람이 외치면 역시 무섭다.

     

     "어, 어떤가요?"

     

     레티시아에게 물어보았다.

     

     "사진 그대로네요. 저기, 저는 물거울 쇼를 본 일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똑같은가요?"

     

     평소와 변함없는 침착함이 기쁘다.

     그녀는 내가 어떤 모습을 취해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아준다.

     .......슬라임의 모습이 되었을 때에도.

     

     "마리온, 저기, 포즈를 취해봐! 부탁해!"

     "어어어, 이렇게?"

     

     여자애들한테 들은대로 포즈를 취한다.

     

     "꺄아아아아아~!"

     "꺄~! 꺄~!"

     

     환호성이 울린다.

     미소짓는다.

     뜨겁게 바라본다.

     기도받는 듯한 숭배의 시선.

     

     나는 이걸 원했었다.

     모두가 날 좋아하게 만들고 싶었다.

     귀여움은 사랑받기 위한 수단이다.

     그를 위해 나는, 계속, 계속 귀여운 척을 해왔다.

     

     이 모습은, 내가 원하던 귀여움은 아니다.

     그런데도, 전례 없을 정도로 원했던 반응이 오고 있다.

     

     귀여움이 아니어도 좋은 거야?

     귀엽지 않아도 좋은 거야?

     그럼, 여태까지 내가 해왔던 일은 뭔데!?

     

     생각하고 싶지 않다.

     생각하고 싶지 않아!

     

     "시선을 이쪽으로 부탁해!"

     "그대로 머리카락을 쓸어올려봐!"

     "으음, 이, 이렇게, 말인가요?"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난 의태에 집중했다.

     이만큼이나 액세서리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도 힘든 것이다.

     

     "아~ 조금만 더, 이렇게."

     "어? 어어?"

     

     주문이 많지만, 집중하기에는 좋다.

     

     "손의 각도를, 이렇게. 응?"

     

     레티시아가 슬쩍 다가와서, 지정된 포즈를 취해준다.

     옷의 주름을 알 수 있어서 고맙다.

     

     "이렇게."

     "그래그래, 그리고, 시선을 저기로."

     "이런 느낌인가요?"

     

     "꺄아~! 꺄아~!"

     "히야아아앙!"

     

     새된 비명이 울려퍼진다.

     

     여자애들의 부탁에 레티시아와 둘이서 여러 포즈를 취하자, 더욱 소리가 높아진다.

     레티시아는 시선에 익숙한지, 움직이는 일 없이 포즈를 취한채로 웃는다.

     

     레티시아는 자신이 예쁘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자기가 예쁘다고 알고 있다.

     자기가 자신을 좋아하며, 외모에 컴플렉스를 가지지 않는다.

     

     레티시아보다 지금의 내 의태 쪽이 예쁘지만, 내 옆에 있어도 부끄러워하거나 자기를 비하하지 않는다.

     멋지다.

     정말 멋진 일이다.

     

     "저, 기, 고마워요."

     

     레티시아만 들릴 목소리로 감사를 표한다.

     의태하는 일로 이렇게나 기뻐해주다니......사실 조금 기쁘다.

     

     "저, 뭔가 했나요?"

     "네, 네에. 저, 이렇게 모두가 기뻐해주는 거, 처음이라서요. 정말 기쁘고, 즐거워요!"

     "그 부분은, 저 아무 일도 안 했는데요? 전부 마리온이 노력한 성과에요. 이 의태도 매우 잘 만들어졌구요."

     "저만 있었다면, 이렇게는......"

     "다음은 이 포즈 괜찮을까!? 가능하다면 복장은 이걸로!! 레티시아님도 함께요!!"

     

     쑤욱 하고, 초상화를 들이민다.

     

     "이, 이 복장인가요."

     "괜찮을까? 무리라면 말해줘."

     "괜찮아요!!"

     

     솔직히, 진짜 귀찮은 복장이지만,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양껏 의태를 하고, 레티시아와 포즈를 취하고, 웃고.

     꺼려지는 자였던 내가, 이렇게나 호의를 받고, 추켜세워져서.

     

     기뻤다.

     기뻤단 말이다.

     

     방으로 돌아가서, 혼자가 될 때까지는......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