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2 모르겠어2021년 03월 23일 21시 17분 5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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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일이 즐겁다.
교실에 가면 나를 나로 인식하며 인사해준다.
의태 모델이 얼굴을 찡그리는 일도 없다.
모습이 고정된 자들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슬라임인 몸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포기했던 일상이, 스스로 인식한 것 이상으로 스트레스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메후틸트 일행이 아무 말도 없이 거리를 벌려주는 것도 기쁘다.
물론 그녀들이 싫은 것은 아니다.
좋아하고, 존경도 하고 있다.
약한 슬라임을 지키는 것은, 아인을 통솔하는 자였던 드래곤의 역할이 남겨진 흔적이다.
메후틸트는 그걸 이어받아서 학교에서도 날 은연중에 돌봐주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날 위해서 번거로운 일을 하도록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녀들과 함께 있지 않아도 제대로 지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해!
그렇게 마음먹은 나머지, 난 그만 그녀들을 피하고 있었다.
모이는 걸 싫어하는 드래곤족으로서는 지금까지 날 돌봐준 일이 거북했을 거라며,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면서.
그래서.
"가끔은 여기서 먹는 게 어때?"
기숙사의 식당에서 메후틸트가 말을 걸었을 땐, 거북한 나머지 형태가 무너질 뻔했다.
"저기, 그, 저는 방에서......"
"항상 그랬었지. 하지만, 요즘은 계속 인간의 모습이잖아. 먹는 걸 즐기는 것도 훈련인걸."
라며, 자기 탁자를 가리켰다.
"네에."
그렇게 들으면 거절할 이유는 없다.
슬라임일 때에는 필요한 칼로리 만큼의 음식을 안에 집어넣을 뿐이었지만, 인간의 모습이라면 맛보는 일을 포함해, 향을 맡고 씹는 일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식사를 즐기게 된 것은 레티시아 일행과 식사하게 된 후였다.
선택할 여유도 없었기 때문에, 음식이 세팅된 접시를 들고서 자리에 앉았다.
맞은편에는 메후틸트와 로즈린느.
이 모습도 꽤 오랜만인 느낌이 들었다.
당분간, 조용히 식사를 한다.
맛도 향도 알고 있을 터인데, 그다지 그걸 느낄 수 없다.
로즈린느는 여전히 알을.
따로 갖고 온 캐비어와 함께 먹고 있다.
메후틸트의 앞에 쌓여있는 것은, 대량의 생고기.
점심식사치고는 무난한 것을 골랐지만, 역시 이게 그녀의 식성이다.
난 감자 그라탕을 입에 옮긴다.
우유의 향기가 코에 파고든다.
"음."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입에 쑤셔넣던 메후틸트가, 입술을 엄지로 닦는다.
"그래서?"
"네?"
"어때?"
"어떻, 냐니요....."
"자기 모습을 만든다고 하지 않았어?"
"어, 맞아요."
"어떻게 되었는데?"
"그게.........."
분명 자신만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레티시아와 함께 있지만, 그 목적은 꽤 희박해졌다.
지금은 그녀와 함께 있기 위해 의태의 연흡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멋지게 수단과 목적이 뒤바뀐 상태다.
"아직, 그렇게 잘 되지는 않았어요."
"흐음~ 네가 또 귀여움에 고집해버려서 이상한 모습이 되어버린 거 아냐?"
"이상한?"
"딱히 귀엽지 않아도 되잖아."
"하지만, 저, 슬라임이라서요."
슬라임이니까, 약하니까, 귀엽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다.
귀여운 비호대상이 되기 위하여.
"넌 강하다니까. 내 손톱으로 힘껏 긁어도 살아있는 건 너 정도인걸."
"그건."
어린 시절의 사고에서, 조금 긁혔을 뿐이다.
슬라임한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
만일 브레스였다면, 난 여기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역시
"강한 건 메후틸트와 로즈린느 쪽이잖아요오."
메후틸트는 강하다.
드래곤의 힘에다, 마력에 가득 찬 브레스, 마도구를 증폭시키는 힘.
전부 다 정말 발군의 능력이다.
로즈린느도 강하다.
그녀의 매력에 저항할 수 있는 남자는 없을 것이고, 그럴 셈이라면 여자라도 매료시킬 수 있다.
메후틸트처럼 알기 쉬운 강함은 아니지만 그녀도 또한 강력하다.
"나, 강한, 걸까나?"
로즈린느의 목소리를 오랜만에 들은 느낌이 든다.
그녀는 그다지 말하지 않으니까.
"그, 그래요오오. 로즈린느도 정말 강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부러울 따름이에요오."
그녀들의 힘의 몇 분의 1이라도 나한테 있었다면......
"난, 모르겠는걸. 난, 네가, 부러, 워."
"부럽다니, 어째서......"
"너, 뭐든지, 될 수, 있으니까."
"그야, 전 슬라임이니까요."
"아냐."
"?"
"나, 서큐버스, 니까. 서큐버스로서만, 살아가야 해. 넌, 뭐든지, 될 수, 있어."
"그런가요."
그래서, 내가 슬라임이라서.
뭐든지 될 수는 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되지 못한 상태다.
"정말, 부러운 이야기야."
"모르겠어요. 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데요. 레티시아가 노력해주고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모두에게 민폐만 끼치고."
정말, 그녀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부러운 건 내 쪽인데.
"저는 귀여워져야만 살아갈 수 있는 슬라임인걸요."
"흐음~. 뭐 알았어. 적당히 노력해 봐."
메후틸트의 앞에 산더미같이 쌓여있던 고기는, 이제 접시에 남은 핏물만 있었다.
"그럼."
로즈린느가 말없이 메후틸트의 뒤를 쫓고, 난 혼자 남겨졌다.
"모르겠어."
계속 휘젓기만 한 그라탕은 차가워져서 끈적끈적한 물체가 되어있었다.
마치 나의 진짜 모습같다.
728x90'연애(판타지) > 백합 남자는 이세계 전이되어, 마법학원의 사랑받는 언니가 되어버립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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