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63 이루어주고 싶어
    2021년 03월 24일 14시 43분 0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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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6977fi/104/

     

     

     

     개운치 않은 감정은 다음 날이 되어도, 방과후의 의태연습 시간이 되어도 이어졌다.

     

     들은대로 의태를 하고, 그걸 순수하게 기뻐하는 레티시아를 보고 있어도...... 그런 기분이 사라지지 않는다.

     

     작다.

     부드럽다.

     약하다.

     

     귀여움에는 마이너스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고 힘없는 아이를 귀엽다고 말하는 것처럼.

     

     나는 약하다.

     정말 약하다.

     

     슬라임 따윈 대처법만 알면, 아이들도 없앨 수 없다.

     약하니까 귀엽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약한 자는 귀엽기라도 해야 살아갈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어째서, 정말 강한 메후틸트와 로즈린느는 나를 부럽다고 말하는 걸까?

     내 쪽이야말로, 두 사람이 부럽다.

     

     가능하다면 귀여움보다도, 강해지고 싶어.

     정말 강하게......

     

     "음~ 의태는 정말 어렵네요."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는 레티시아.

     그 모습도 귀엽다.

     

     그녀는 약하다.

     해주의 힘으로는 자기를 덮치는 저주를 피할 뿐이며, 슬라임 하나 물리칠 수 없다.

     그래서 레티시아는 두렵지 않다.

     

     그녀는 약하다.

     그래서 귀여운 것이다.

     

     .......아니, 달라.

     전혀 달라.

     

     레티시아는 약하지 않아.

     왜냐면, 그녀는 날 구해줬다.

     자기가 큰 부상을 입을지도 모르는데, 대화해본 일도 없는 나를 골렘에게서 구해줬다.

     약하다면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약한데도, 강하고, 귀엽다.

     혼란스러워진다.

     

     "미안해요 아직 시간이 걸릴 것 같네요."

     "아뇨, 전 정말 즐거우니, 시간을 많이 들이는 편이 기쁘, 아 그게 아니라, 기쁘긴 하지만 민폐를 끼치네요."

     

     '흐음~. 뭐 알았어. 적당히 노력해 봐.'

     문득, 어제 메후틸트가 말한 대사가 떠올랐다.

     

     적당히......그럴 셈이었다.

     나만의 모습은 원하지만, 무리라는 건 알고 있어.

     다만 레티시아가 어째서 귀여운지, 그 귀여움을 알고 싶었고.....기회가 된다면 훔쳐버리려는 속셈이었다.

     

     그런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저기, 사실대로 말하자면, 간단하게 자신만의 모습이 만들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협력해주는 건 기쁘니, 그러니까 그, 모습이 만들어지지 않아도 사과하지 말아주세요. 아 그게 아니라, 제가 사과해야할 정도니까요."

     

     이젠, 숨길 수는 없다.

     

     "친척들 중에도 자신만의 모습이 없는 자들이 있어요. 할아버지는 함께 싸웠던 전사의 모습을 받았다고 해요. 그 사람은 이제 돌아오지 않으니까....."

     "그런가요......"

     

     "그러니 만일 질렸다면 말해주세요. 그걸로 충분하니까요."

     

     이걸로 됐다.

     나는 이제, 충분할 정도로 즐겼다.

     이 이상 레티시아의 귀중한 시간을 쓸데없이 소모하게 할 수는 없다.

     

     "마리온......"

     

     레티시아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몸이 경직되는 걸 알겠다.

     

     "정말, 질릴 리가 없잖아요. 아무리 시간이 든다 해도 어울려줄게요. 적어도 졸업할 때까지는."

     "......."

     

     졸업할 때까지.

     그건 지금의 나에게는 '평생' 과 같은 무게였다.

     무심코 눈물이 흘러나오려 하는 것을, 꾸욱 참았다.

     

     "저, 저기."

     "음? 무슨 일인데요?"

     

     어떻게든 추태를 보여주지 않은 것은, 갑자기 다른 반 친구들이 말을 걸어왔기 때문에.

     다섯 명 정도가 모여서, 어떻게든 말을 걸려는 모습.

     

     레티시아는 인기인이다.

     걷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돌아본다.

     말을 거는 사람이 적은 것은, 서로 견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들도 감히 혼자서 말을 걸 수 없어서, 모여들어서야 어떻게든 말을 걸 용기를 내었을 것이다.

     그런 그녀를 의태의 연습에 어울리게 하는 것은, 조금 자랑스럽기도 하다.

     

     "저, 저기, 저희들 부탁이 있는데요."

     "어머, 뭔가요?"

     "아, 레티시아님이 아니라, 마리온한테요."

     "저요!?"

     

     생각도 못한 사태에 당황하고 만다.

     어째서 나야!?

     의태한 것에 대한 클레임.......은 아니겠지.

     최근엔 계속 에리비라의 모습이었으니.

     그 외에 클레임이 들어올 만한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네네네넷. 뭔데요!?"

     "여기서 의태를 연습하는 걸 봤는데."

     "실은 부탁이 있어서."

     "혹시 실례된다면 사과할게."

     "아아아뇨, 실례라니 전혀."

     

     전제는 됐다.

     협박할 생각이라면 빨리 끝냈으면 한다.

     입발린 소리로 전제를 말할 필요는 없다.

     난 싫은 일을 빨리 끝내고 싶은 기질인 것이다.

     

     "가능하다면, 이 사람을 의태해주지 않을래!!"

     

     기세좋게 내민 손을 보고, 무심코 뒤로 물러설 뻔했다.

     레티시아 일행과 같이 있지 않았다면, 실제로 물러섰을 거라 생각한다.

     이 학교에 있는 그녀들은 마법을 쓸 수 있고, 그 마법 중 대부분은 날 간단히 죽일 수 있는 것이니까.

     

     어떻게든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던 것은, 레티시아 일행이 가까이 있었으니까.

     그냥, 그것 뿐이었다.

     

     그럼에도 한순간 경계하여 움직이지 못했지만, 여자애들이 내민 것은 한 장의 카드였다.

     언뜻 봐도 고급지다고 알 수 있는 새하얀 종이에, 호화로운 문양이 금박으로 박혀있다.

     

     열어보니, 한 명의 여성? 의 초상화가 있었다.

     남자의 옷을 입고 있지만, 몸매는 여성이다.

     귀여움과는 정반대인, 표표하며 강한 이미지인 사람.

     

     "어머, 멋진 분이네요."

     

     옆에서 들여다 본 레티시아가 감탄하면서 몇 번이나 끄덕였다.

     

     "예! 물거울 쇼의 톱스타인 사라디나사 님이에요!"

     "작년에 톱이 되었으니 레티시아님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요."

     "가창력도 댄스도 대단해요. 괜찮으시다면 티켓을 나눠줄테니 함께 가요!"

     "어, 어라?"

     

     여자애들의 기세에, 그 레티시아 조차도 당황한 기색이다.

     

     "이 분으로 의태해달라는 거죠?"

     "네, 네에."

     "안 될까요?"

     "그건 제가 아니라, 마리온한테 물어봐야죠."

     "그, 그렇네요. 어때보여?"

     "이런 일, 부탁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말야."

     "우리들, 정말 가까이에서 사라디나사 님을 보고 싶어!"

     "하, 하우우."

     

     간단히 의태해달라고 말해도, 이건 힘든 일이다.

     몇 개나 걸쳐입은 복잡한 의상, 셀 수 없을 정도의 액세서리, 화장은 무대에서 하는 짙은 것.

     재질도 여러가지고, 색도 평소엔 생각도 못할 정도다.

     

     역시 어려울 거라며 레티시아를 바라보는데, 그녀는 뭔가를 기대하는 것처럼 응응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리는 모습이, 정말 귀여워서......그만, 부탁을 이루어주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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