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65 휴식
    2021년 03월 24일 22시 12분 1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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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6977fi/106/

     

     

     

     방문을 열자, 웅성거림이 갑자기 멀어진다.

     

     갑자기 피곤함을 느끼고, 침대에 누워버렸다.

     자그마한 침대에 에리비라의 몸은 너무 컸기 때문에, 시트에 눕는 사이에 의태를 풀고 슬라임의 모습이 되었다.

     

     오늘은, 즐거웠다.

     

     귀엽게 되어서 보호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돋보이지 않게 녹아드는 일도 생존전략의 하나다.

     

     하지만, 오늘은 어느 쪽도 아니었다.

     오늘 의태했던 여배우는, 귀엽지는 않았다.

     아름답고 표표하며 강한, 한껏 눈길을 끄는 존재였으며......배운대로 실천하며 살아왔을 때랑 전혀 반대였다.

     

     그런데도, 모두가 기뻐해줬다.

     지금까지 말을 걸어준 일도 없이, 자기와 자기의 가까운 사람으로 의태한 나를 보고 얼굴을 찌푸렸던 사람들이, 태도를 확 뒤집어 나를 추켜세워주었다.

     

     즐거웠다.

     하지만, 두렵다.

     

     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는데, 그냥 모습을 바꾼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취급이 달라지다니.

     슬라임으로 태어난 후, 의태하며 살아오면서......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와서 정말로 두렵다.

     

     이제야 알게 된 기분이 든다.

     '귀여워져라'

     라고 배웠던 생존법은, 정말로 진정한 생존전략이었던 것이다.

     

     난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사실 몰랐던 것이다.

     모습 하나로도, 사람은 이렇게나 바뀔 수 있다니.

     

     "무서워......"

     

     정말 두렵다.

     귀여움도 예쁨도 없다면, 그녀들은 다시 간단하게 태도를 바꿀 것이다.

     귀여움과 예쁨은 커녕, 추했더라면?

     

     "귀여워, 져야 해."

     

     살아가려면, 귀여워져야 해!

     나만의, 유달리 귀여운 모습을 손에 넣어야 해!

     어차피 안 된다고 포기하고서, 의태의 연습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았던 것이 분하다.

     

     레티시아의 귀여운 몸짓을 훔쳐도 소용없다.

     결국은 겉모습이다.

     모습만 아름답고 귀여우면 되는 거다!

     

     귀여워져야 해.

     귀여운 모습을 만들어야 해!

     

     침대 옆에 있는 작은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춘다.

     

     옅은 분홍색을 한, 부드럽고 둥근 몸.

     이런 건 아무래도 좋다.

     귀여워져야만 해.

     귀엽게.

     귀엽게.......

     

     하지만, 귀엽다는 건 뭘까?

     뭐인 걸까.

     

     의욕에 차서 내 모습을 거울에 비췄지만......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모습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밤새도록 귀여움을 계속 생각해봤지만 결국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문의 저편에서 새어나오는 소리에, 등교시간이 가까워진 것을 깨닫는다.

     또 에리비라의 모습을 빌려서, 손잡이에 손을 대었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 움직일 수 없다.

     

     바깥에 나가는 게 두렵다.

     

     귀여움을 모르는 지금은, 귀여움의 갑옷을 입을 수 없다.

     지금 나는 귀여운걸까?

     

     에리비라의 모습이라면 안심되었을 터.

     그런데도 움직일 수 없다.

     

     문 저편은 어느 사이에 조용해졌다.

     

     오늘은 쉬자.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기분이 편해진다.

     

     직원 아줌마에게 기분이 안 좋아서 쉰다고 전하고, 늦은 아침을 먹으며 식량을 확보한다.

     슬라임은 연비가 좋아서 적게 먹어도 된다.

     모두와 같이 있을 때에는 즐거움을 위해 먹고 있는 것이고, 살기 위해서라면 조금 먹어도 충분하다.

     

     

     오늘만 두문불출하면 된다고 생각했었지만......

     

     그 날부터 3일이 지나도, 나는 기숙사에서 나가지 않고 있었다.

     메후틸트가 한번 상태를 보러 와준 것 이외엔,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다.

     

     난 혼자서 귀여운 모습을 계속 생각했다.

     레티시아와 훈련하던 때를 떠올리며, 레티시아가 처음에 생각해줬던 모습을 만들었다.

     

     꽤 귀엽다.

     

     반 친구들에게서, 대략적인 평균의 모습을 취해보았다.

     이것도, 수수하긴 하지만 그럭저럭 귀엽다.

     귀여움과, 주변에 녹아드는 일을 생각한다면 좋은 밸런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생을 이 모습으로 지낼 거냐고 물어본다면, NO다.

     

     그럭저럭 귀엽다.

     이걸로는 안 된다.

     그 여배우의 모습처럼 모두를 매료시켜야 한다.

     하지만, 녹아드는 일도 필요하다.

     

     도대체 귀여움이란 뭐야?

     생각하면 할 수록 모르게 된다.

     

     자기가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지 조차 어영부영해지고, 종잡을 수 없게 되어서.

     이대로는, 방에서 나가는 일도 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아서......

     인간은 무섭지만, 교실에 두 번 다시 갈 수 없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또한 두렵다.

     

     빨리 나의 모습을!

     초조해질 정도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도, 거울 안에는 계속 한 마리의 슬라임이 비춰질 뿐이었다.

     

     "마리온, 들어갈게."

     

     갑자기 문이 열렸다.

     이런 식으로 방에 들어오는 건 그녀 뿐이다.

     

     "아, 메후틸트. 무슨 일......"

     "내가 아니라, 레시티아가 볼일이 있다고 하는데."

     "뭣. 레시티아가!?"

     

     이건 예상 외다.

     문병은 금지되었을 터인데!

     

     "그래. 그 인간. 그럼, 난 방에 돌아갈게. 만일 돌아가는 길에 선생님한테 발견되면 내 방에 왔던 것 뿐이라고 말해. 내가 문병의 안내를 해준 걸 들켜버리면 귀찮은 일이 벌어지니까."

     "알았어요. 되도록 발견되지 않게 할게요. 저기~, 당신 방은......"

     "저기 저 방. 화환이 걸려진 곳. 그럼 이만."

     

     메후틸트가 나가자, 대신 레시티아의 모습이 나타났다.

     

     "저기~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몸 상태가 나쁘다면 무리하지 않아도 되지만요."

     "앗, 저기. 어......괜찮아요. 예. 들어오세요."

     "그럼, 실례할게요."

     

     고개를 숙이고 있던 레티시아가, 확 미소를 지었다.

     

     "일부러 오게 하다니, 죄송해요!"

     "목소리는 기운차네요."

     "예. 사실 몸 상태가 나쁜 게 아니라......"

     "그럼 혹시, 의태를 못한다던가? 그렇네요, 너무 여러 모습으로 의태하면 의태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고 말했었죠. 혹시, 그 탓에!? 그렇다면ㅡㅡ"

     "아, 아아아, 아니에요!"

     

     갑자기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한 레티시아에게, 난 서둘러 고개를 저어주었다.

     왜냐면, 정말로 다르니까!

     이 사람은 아무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그런 건, 단순한 으름장이에요. 밤 늦게 놀면 귀신이 나온다는 말 같은 거라구요. 의태는, 할 수 있어요."

     

     그 증거로, 에리비라의 모습을 취한다.

     한순간 에리비라의 모습도 될 수 없을까 하며 조마조마했지만, 문제없이 의태할 수 있었다.

     

     요즘엔 계속 에리비라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 반사적으로 어떻게든 되었던 것일지도.

     

     "방에서는 슬라임의 모습으로 있는 편이 많아요. 편하기도 하고 방을 넓게 쓸 수 있으니까요."

     "그렇네요. 방이 넓어지면 좋지요."

     "네. 이 방이어도 충분히 넓어요."

     "후후. 어라.....하지만, 그럼 어째서 쉰 건가요?"

     "그건......"

     

     어떻게 말해야 좋을까?

     갑자기 인간이 두려워졌다......라고는, 인간인 그녀에게 정말 말할 수 없는 일이다.

     분명 그런 말을 하면 그녀는 슬퍼할 것이니......어라? 하지만 레티시아는 두렵지 않다.

     

     어, 라?

     어째서?

     그녀는, 공격마법을 배우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레티시아가 날 귀엽지 않다고 생각해도 좋냐고 한다면......절대 싫다.

     

     어? 어라?

     

     ".......모르게 되어버려서요."

     "모른다니요?"

     

     나, 뭘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걸까?

     그것조차 알 수 없게 되어버려서, 난 필사적으로 할 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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