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49 용자님 진짜 쩔어
    2021년 03월 22일 20시 39분 5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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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3461cg/51/

     

     

     

     "여기에서 출하되고 있는 쌀의 매상과 지불금이 서로의 명부와 일치하지 않는 건 어째서입니까?"

     왕도 스카이캐슬에서 파견된 세무관이, 다크 피난스 가문의 장부와 와란 상인길드의 장부의 복사본을 비교하면서 지적해나갔다.

     "그건 출하시와 납품시 시세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시종일관 변명하는 아고무스의 얼굴에는, 평소의 땀을 넘어선 비지땀이 삐질삐질 솟아나오고 있었다.

     

     그런 아고무스의 얼굴에 냉랭한 시선을 보내면서도, 세무관은 담담하게 질문을 거듭하였다.

     "이 장부에 따르면, 와란 상인길드는 10억 릴의 지불을 위트그레이스의 상인길드를 통해 다크 피난스 가문에게 지불했다고 기재되어 있지만, 다크 피난스 가문 측의 장부에는 기록이 없군요."

     "그건 거래의 성립이 늦어져서......."

     "하지만 다음 페이지에도 기재된 부분이 안 보입니다만."

     "그건 어쩌면 기재를 빠트린 것일 수도......"

     이미 변명도 안 될 정도로 종잡을 수 없는 아고무스의 대응을 본 세무관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이어서 세무관은 일단 심호흡을 한 후,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자제 분인 레이크 공이, 전날 와란의 수확제에서 열렸던 '옥션' 에서 '갑옷' 을 낙찰받았다고 합니다만, 그 재원이 된 '12억 릴' 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뭐라구요?"

     

     이 건은 아고무스도 처음 듣는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그로선 대답할 수 없었다.

     아고무스에게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적중했다.

     최악의 타이밍에 레이크가 위트그레이스로 돌아온 것이었다.

     레이크는 저택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눈치채지 못한 채 응접실의 문을 밀어제꼈다.

     

     "아버지 이걸 좀 봐! 용자 녀석이 울고 불면서 넘겨달라고 지껄였던 '갑옷' 이라고!"

     최악이다.

     

     당연하게도 세무관은 조금 전 아고무스에게 했던 질문을 레이크에게 던졌다.

     "레이크 공. 그 갑옷을 낙찰한 재원은 어디에서 조달하셨습니까?"

     

     그러자 레이크는 자리의 분위기를 읽지 못하여 세무관을 노려보고 "너 누구냐?" 라고 말하는, 잘못된 대응을 하고 말았다.

     "왕도에서 파견된 세무관입니다. 오늘은 다크 피난스 가문의 '세무조사' 를 하러 왔습니다."

     "세무관?"

     아무리 바보 자식이어도 세무관의 위험함은 알고 있다.

     세무관은 놀라서 절규하는 레이크에게 다시 고했다.

     

     "다시 한번 질문하겠습니다. 그 갑옷의 재원은 어디에서 조달한 것입니까?"

     

     하지만 레이크도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 12억은, 아버지 아고무스의 비밀 장부를 레이크가 더욱 조작하여 빼돌린 30억 릴의 일부였으니까.

     

     말없이 시선을 돌리는 레이크와 혼란의 극치에 달한 아고무스 두 사람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시선을 번갈아 보던 세무관은, 다시 한번 한숨을 지었다.

     "이건 예금의 출납도 전부 확인해둘 필요가 있겠군요."

     

     그런데 다음 순간, 세무관은 그 냉랭한 표정을 놀라움으로 바꾸었다.

     "미나, 네가 어째서 여기에 있지!"

     

     미나는 세무관의 딸이다.

     참고로 그녀는 수 개월 전에 자취를 감췄는데, 당연하게도 세무관은 사랑하는 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사재를 털어 스카이캐슬을 비롯한 각 도시에 수색 요청을 내었었다.

     그가 위트그레이스까지 일부러 출장을 온 이유도, 조금이라도 많이 일해서 딸의 수색비용을 벌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미나는 법률적으로 약간 위험한 연령대의 딸이다.

     

     그런데 미나 본인은, 스카이캐슬에서 걷고 있다가 레이크에게 헌팅당해서, 그와 '좋은 일' 을 하면서 위트그레이스까지 따라오고 만 것이었다.

     남편의 부재중에 밤마다 '제비' 와 '좋은 일' 을 만끽하던 부인과 세무관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미나였는데, 그 성격은 부인의 그것을 훌륭하게 이어받은 모양이다.

     그런 환경에서 자랐던 미나였기 때문에, 평소의 머리는 나빴어도 이런 상황에서의 긴급대처법은 잘 알고 있었다.

     

     미나는 갑자기 울면서 레이크를 가리키며 외쳤다.

     "이 사람한테 강제로 끌려왔어요!"

     멋진 책임전가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뻔한 거짓말이지만.

     하지만 화가 치솟은 아버지는 딸의 변명을 100퍼센트 믿는 법이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세무관은 귀기서린 기색으로 레이크의 멱살을 잡았다.

     서슬퍼런 기세에 압도된 레이크는 쫄아서 말없이 세무관한테서 시선을 돌렸을 뿐.

     한편 아고무스도 '최악' 이 점점 갱신되어가자 얼굴이 창백해진 상태였다.

     

     세무관은 일단 레이크의 멱살에서 손을 뗀 후에, 아직 분노로 손을 떨면서도 조금 전까지의 냉랭한 어조로 아고무스에게 말을 토해내었다.

     

     "아드님은 '탈세' 및 '유괴' 의 용의자로서 스카이캐슬로 연행하겠습니다. 알겠지요."

     내몰린 아고무스는 말없이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레이크는 세무관 뒤에 서 있떤 호위인 바즈와 다그에게 묶인 후, 다른 방으로 끌려갔다.

     

     "자, 계속 하지요."

     세무관은 분노를 억누르면서 장부를 조사하는 작업으로 돌아갔다.

     

     

     조금 후, 세무관은 아고무스에게 이렇게 선고하였다.

     "1년 분량의 조사 만으로도 '탈세' 에 대한 '추징금' 은 적어도 30억 릴이 나오겠군요."

     거기다 세무관은 냉랭하게 이어붙였다.

     "5년을 거슬러 올라간 추징금은 150억 릴 정도일까요. 그리고 이것들의 탈세는 '과실' 이 아닌 '고의' 로 인정됩니다. 아마 '실형' 의 판결이 내려질 것이니 신변정리를 해주십시오."

     "150억의 추징금에다가 실형판결이라니!"

     아고무스는 절규했다.

     그런 대금은 수중에 없는데다가, 감옥살이도 좀 봐줬으면 한다.

     

     뿌직.

     그런 아고무스의 안에서 무언가가 끊어졌다.

     

     "150억을 잃고 감옥살이를 할 인생이라면 150억을 써서 자유롭게 사는 쪽을 선택하겠다!"

     아고무스는 뒤이어 그의 뒤에서 시종일관 무언을 유지했던 총무에게 외쳤다.

     

     "자비나스! 이 녀석을 죽여라!"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으면 좋았을 것을."

     

     총무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모습을 '악마' 로 바꿔버렸다.

     "이럴 때를 위해 보호비를 받았던 거라고. 잘 됐구만 아고무스. 순순히 지불해둬서."

     사비나스는 천천히 세무관에게 다가갔다.

     한편 세무관은 갑자기 나타난 악마를 보고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편하게 죽여주겠다."

     자비나스의 손톱이 주저앉은 세무관을 덮쳤다.

     

     하지만 손톱이 세무관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안 됐다냐."

     다음 순간에 새하얀 고양이 소녀가 세무관의 앞으로 달려나오면서, 빛나는 건틀릿으로 악마의 손톱을 막아내었던 것이다.

     

     고양이 소녀는 이어서 세무관의 손을 붙잡고는 그대로 기세좋게 세워서 방에서 도망쳤다.

     "마을 녀석들한테 들키기 전에 죽여!"

     아고무스가 발광한 것처럼 외치자, 자비나스도 알았다는 듯 고양이 소녀와 세무관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응접실을 나오자, 자비나스는 갑자기 바닥에서 솟아난 돌로 된 창 때문에 앞길이 막히고 말았다.

     복도에서 고개를 드러낸 클레어가 자비나스의 발치에 '어스 쟈벨린' 을 영창한 것이었다.

     "이쪽이야!"

     클레어의 도움 덕분에, 캐티는 세무관과 함께 바깥으로 도망칠 수 있었다.

     돌의 창을 쳐낸 자비나스는 그 모습을 바깥에 드러내었다.

     

     "뭐야 뭐야!"

     갑작스런 소동 때문에 모여드는 마을 주민들은 아고무스의 저택에서 뛰쳐나온 무서운 존재를 목격하게 되었다.

     "저건 뭐냐!"

     "악마잖아!"

     

     "쳇, 모습을 봐버렸나."

     자비나스는 혀를 차면서도, 짜증이 난 듯 아고무스에게 외쳤다.

     "목격자는 전부 죽일 테니까. 다음은 알아서 하라고."

     "당연하다!"

     반쯤 미친 아고무스는 절규하며 대답했다.

     

     그러자, 자비나스라고 불린 악마는 거대화를 시작했다.

     부풀어 오른 그 거체는 좀비 자이언트를 넘어선 크기였다.

     그 키는 높이가 4메텔이 넘을 것이다.

     두 개의 뿔과 휑하게 뚫린 눈, 귀까지 찢어진 입에서 엿보이는 송곳니가 꺼림칙하다.

     온몸이 박쥐처럼 칠흑으로 물들었고, 네 다리와 등 뒤에서 솟아난 가죽 날개가 주변에 공포를 흩뿌렸다.

     

     그것은 '하이 데몬' 으로 알려진 존재였다.

     

     "이것도 거물같네......"

     에리스는 세무관을 지키는 캐티와 클레어를 유도한 후, 후라우와 레베에게 앞으로 나오도록 지시하고서 자기는 자비나스의 등뒤로 돌아가려고 움직였다.

     "우리들도 가담하자고!"

     모험가길드의 바즈와 다그도 후라우와 레베를 따라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거기에 갑작스런 화염이 덮쳤다.

     

     "큭!"

     "이건 와이트의?"

     

     자비나스가 쏜 '파이어 버스트' 가 레베와 후라우를 덮쳤다.

     에리스는 서둘러 완전회복을 기동시켜서 레베와 후라우의 치료를 하였다.

     두 사람은 '저항' 과 '흡마' 의 능력 덕분에 파이어 버스트 한 발이라면 충분히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아저씨 두 사람은 그렇지 않다.

     "바즈 씨와 다그 씨는 일단 물러나서 등뒤로 돌아가요!"

     에리스는 아저씨 두 사람에게 외친 후 얼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솔직히 이건 위험한데......"

     

     에리스는 초조했다.

     하지만 눈앞의 악마를 저지해야만 한다.

     "후라우는 왼발, 레베는 오른발. 캐티는 등뒤로 돌아가서 혼절을 노려! 클레어는 익스플로전!"

     에리스의 지시를 따라 산개한 네 사람은 제각각의 목표를 노렸다.

     후라우와 바즈가 왼발, 레베와 다그가 오른발을 공격하여 자비나스의 움직임을 멈췄지만 입힌 대미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이어서 주문을 짜낸 클레어가 자비나스의 머리에 익스플로전을 날렸다.

     굉음과 함께 폭발에 휩싸인 자비나스의 머리.

     하지만 자비나스의 머리는 날아가지 않았다!

     

     "저항당했어!"

     "맡겨만 달라냐!"

     

     클레어의 외침에 호응하려는 것처럼, 자비나스의 등뒤에서 달려나온 캐티의 사지가 그 등을 할퀴었다.

     

     "그아아아아!"

     

     캐티의 공격은 자비나스에게 통했다.

     등에 새카만 체액을 흘리면서 뒤돌아본 자비나스는, 목표를 캐티로 바꾸었다.

     

     위험해! 이대로 가면 캐티가 당해버려!

     30대 방구석 백수는 다음 수에 뭔가를 해야만 한다며 머리를 풀회전시켰다.

     

     그러자 다음 순간, 누군가가 외쳤다.

     

     "모두 악마의 옆으로 엎드려!"

     

     그 거슬리면서도 잘 들리는 소리를 따라서, 소녀들과 아저씨들은 반사적으로 자기들의 몸을 좌우로 던졌다.

     뒤이어 그 자리에 기합소리가 울려퍼졌다.

     

     "용자 슬래쉬!"

     그 순간, 사람들의 눈앞에 '섬광' 이 내달렸다.

     

     우뚝 서 있던 자비나스는 어디선가 날아온 '빛의 칼날' 에 의해 두 쪽이 나버려서, 그 몸이 천천히 좌우로 나뉘는 것처럼 쓰러졌다.

     그 자리에 서 있던 모두가 '빛의 칼날' 이 날아온 장소를 주목하였다.

     

     그곳에는 '칠흑의 장갑' 과 '칠흑의 장화' 그리고 '삐죽삐죽함이 러블리한 히야호 아머' 를 장비한 용자 그레이가 서 있었던 것이었다.

     

     "실화냐!"

     "뭐지 그 빛은!"

     "말도 안 되는 위력이었어요!"

     "설마 그 악마가 두 쪽이 나버리다니 믿을 수가 없어!"

     "용자 슬래쉬라니 촌스럽다냐!"

     

     에리스 일행은 용자의 공격에 진짜로 쫄았다. 고양이 소녀를 제외하고서.

     자신들이 그렇게나 고전했던 악마를, 용자는 일격에 양단해버린 것이다.

     솔직히 자신들이 용자에게 정면에서 덤빈다면 순식간에 전멸할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에리스ㅡ에지는 결의하였다.

     표면상으론 용자와 사이좋게 지내자고.

     

     에리스는 아연실색한 레베의 옆면을 털어내고는, 귀를 잡아당겨서 다음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레베는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급히 달려가서 마찬가지로 아버지에게 귀띔을 하였다.

     

     "용자 그레이 님이십니까. 저는 이 마을의 일원인 '레오파르드로렌베르크' 라고 합니다. 모두를 구해주셔서 마음 속 깊이 감사드립니다."

     

     레오파르드는 그렇게 입가를 들어올리면서 최대의 예를 갖추어 용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사태를 파악하고 진정한 주민들도 레오파르드에 이어 박수를 치며 용자에게 감사의 뜻을 보였다.

     이것에 동요한 자는 당사자인 용자 그레이.

     "아니....... 이쪽에서 마의 기척을 느껴서 온 것 뿐. 때에 맞춰 다행이다."

     용자는 부끄럼쟁이였다.

     왜냐하면 이렇게 주민들로부터 박수치며 환대받은 일은 처음이었으니까.

     그러자 그를 뒤쫓는 것처럼, 그늘에서 용자 그레이의 파티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 끝났나." 라며 다무즈는 당연하다는 듯 내뱉었다.

     "그런 모양이네." 라며 피치도 용자에 대한 치하의 말 한 마디도 안 한다.

     "수고요." 라며 클리프가 예의상 말을 걸어줬을 뿐.

     "그레이. 이번에도 미안했다." 라며 기스가 혼자 송구스러워했다.

     

     그런데 용자 파티는 어째서 이 타이밍에 위트그레이스를 방문했던 것인가.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사실 용자 일행은 와란의 수확제 직후 와이트의 미궁에 들어갔었는데, 역시 꽝이었다.

     그래서 미궁이 부활하는 시간을 이용해 다크 피난스 가문의 자제가 손에 넣은 '칠흑의 갑옷' 과 용자의 '히야호 아머' 를 교환하려고 위트그레이스로 향했던 것이었다.

     

     최악의 경우 그레이 일행은 왕가의 이름을 써서 강제로 회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칠흑의 갑옷' 을 손에 넣을 셈이었다.

     왜냐하면, 와이트의 미궁 마지막 보스인 '와이트' 가 용자의 히야호 아머를 보고 무심코 내뿜었으니까.

     역시 그 점에는 기스 뿐만이 아니라 다무즈, 피치, 클리프 세 사람도 그레이에게 동정하였다.

     이렇게 이번 일전에 도달한 것이었다.

     

     아고무즈와 레이크는 다시 와란 모험가길드의 바즈와 다그에게 신병을 구속당했다.

     그런데, 용자에게 어떻게 환심을 살까 하고 머리를 풀회전시켰던 30대 방구석 백수는 먼저 세무관에게 달려가서 아고무스와 레이크의 취급을 확인했다.

     

     "저 두 사람은 어떻게 되나요?"

     "틀림없이 사형이겠지."

     에리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분노를 억누르며 냉철하게 내뱉는 세무관.

     에리스ㅡ에지는 그의 앞에서 눈치채지 못하도록 작게 승리의 포즈를 취했다.

     

     좋아.

     

     다음으로 그레이 쪽을 향해서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용자님. 용자님의 갑옷이 여기에 있어요."

     에리스가 외치면서 가리킨 것은, 레이크가 입고 있는 '저항의 칠흑의 플레이트아머' 였다.

     

     "아니, 그건 그가 낙찰받은 것이다."

     일단 사양하는 그레이였지만, 에리스는 곧바로 귀여운 목소리로 이어말했다.

     

     "전 옥션을 지켜봤었는데, 이 갑옷은 용자님께 어울리는 것이에요. 그리고, 이 자는 부정한 돈으로 이 갑옷을 낙찰시켰단 말이에요. 그렇죠 세무관님?"

     갑자기 에리스가 물어보자, 세무관은 용자 운운은 어쨌든 부정한 돈이라는 부분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이 갑옷은 정당한 소유자에게 돌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부추기는 에리스의 뜻을 먼저 이해한 레베 일행이 솔선해서 박수를 치자, 그것은 곧장 주민들에게로 퍼져나갔다.

     

     에리스는 여기서 바즈와 다그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알았다는 듯 아저씨 두 사람은 레이크한테서 갑옷을 떼어내어 에리스에게 건네주었다.

     갑옷을 받아든 에리스는 무거워보이는 기색으로 그걸 끌어안고 그레이의 앞까지 들고 가서는, 귀여운 미소를 가득 지어보였다.

     

     "자 용자님. 부디 받아주세요."

     에리스가 치켜올리듯이 내민 갑옷을, 그레이는 부끄러워하면서 무심코 받아들었다.

     "그, 그래. 고맙다."

     갑작스런 수여식이었다.

     그레이는 주민들의 박수에 휩싸이면서 히야호 아머를 벗고는, 에리스의 도움으로 칠흑의 갑옷을 몸에 걸쳤다.

     

     이렇게 용자 그레이는 제대로 갖춰진 모습이 되었다.

     "오오, 훌륭해!"

     "이것이야말로 용자의 품격!"

     등의 환호성과 함께 주민들은 다시금 박수를 쳤다.

     

     마을이 축복의 분위기에 휩싸인 와중에, 에리스는 슬쩍 기스에게 다가갔다.

     "축제 때에는 죄송했어요. 깜짝 놀래켰네요."

     소녀의 갑작스런 사과에, 사태가 파악되지 않은 기스도 조용히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에리스는 그런 기스에게 이어서 살짝 속삭였다.

     "오늘은 모두를 구해줘서 감사해요."

     "아니, 뭐......."

     이렇게 기스도 그만 30대 방구석 백수에게 홀라당 넘어가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조금 전 마을을 대표하는 듯한 태도에서 그런지, 세무관은 레오파르드가 아고무스의 다음가는 위치라고 착각한 모양이다.

     세무관은 레오팔드에게, 이제부터 스카이캐슬에 끌려갈 아고무스와 레이크의 소식이 올 때까지 아고무스 가문의 재산의 보전을 의뢰하였다.

     "농산물의 거래는 계속 해도 좋겠습니까."

     레오파르드의 애원과도 같은 확인을 들은 세무관은, 안심하라는 듯 어깨를 두들겨주었다.

     "오늘부터 새로운 장부를 쓴다면 문제 없습니다."

     

     애초에 페르디난드의 대까지는 위트그레이스의 명문가였던 로렌베르크 가문이었기 때문에, 다른 귀족들도 이 처우에 불만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서도, 이번 일로 인해 다크 피난스 가문에게 빼앗겼던 특산품의 권리가 돌아왔으니 불만이 나올 리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레베님 팬클럽' 과 '와란 모험가길드' 에 의한 '레이크와 다크 피난스 가문에 대한 괴롭힘' 은 무사히 종료되었고, 덤으로 레베의 본가를 포함한 위트그레이스의 마을에 평화가 돌아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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