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48 세무조사
    2021년 03월 13일 08시 24분 5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ncode.syosetu.com/n3461cg/50/

     

     

     

     "돌아왔다."

     지친 목소리로 현 당주 '레오파르드로렌베르크' 가 자신의 저택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뒤에는, 파삭 늙은 전 당주 '페르디난드・로렌베르크' 가 힘없이 따라오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아버님, 할아버님."

     흉멜이 두 사람을 맞이하자, 레오파르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여태까지 어떤 때에도 마중나오던 사랑하는 부인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레오파르드는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흉멜, 루크스는 어디있지?"

     "사실 레베 누님께서 손님을 데리고 돌아오셨습니다. 어머님은 정신을 잃어서 누님이 간호해주고 계세요."

     "레아가 돌아왔는가!"

     페르디난드가 기쁨에 찬 목소리를 내는 반면, 레오팔드는 분노를 참는 목소리를 내었다.

     "레베가 돌아왔다고!"

     환영하는 기색의 페르디난드에 비해, 레오팔드의 어조는 분명히 딱딱하다.

     "그래서, 모두는 어디있지?"

     "응접실에 계세요."

     "그 바보같은 딸이. 걱정을 끼쳐놓고선."

     레오팔드는 재빨리 응접실로 향하고서, 문 앞에서 자신을 진정시키려는 듯 심호흡을 한 뒤 노크를 하고 나서 문을 열었다.

     그러자 응접실에 있던 다섯 명의 소녀가 우아한 몸짓으로 레오파르드를 맞이하였다.

     

     "레오팔드 각하, 처음 뵙겠어요. 와란 평의회 준회원인 에리스에요."

     "레오팔드 각하, 와란 모험가길드마스터의 딸인 후라우랍니다."

     "레오팔드 각하, 와란 공방길드 클레어 사무소장인 클레어입니다."

     "레오팔드 각하, 와란 도적길드마스터 직할 도적모험가인 캐티라고 한다냐."

     연이은 인사에 사고가 정지된 레오팔드.

     그런 그에게 마무리 일격이 들어갔다.

     "아버님, 이번 일로 민폐를 끼쳤습니다. 그녀들은 저의 친구이며, 다른 사람들은 '와란의 보석상자' 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믿을 수 없는 자기소개의 연발을 듣고 경직된 레오팔드를 대신해, 그 뒤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페르디난드는 단번에 활기를 되찾았다.

     

     "아가씨들이, 그 유명한 와란의 보석상자인가! 하지만 보석상자는 다섯 명의 소녀라고 들었는데 네 명 밖에 없지 않은가. 설마......"

     "아마 페르 할아버님의 상상이 맞을 겁니다. 저도 한 자리를 차지하니까요."

     

     레오팔드와 페르디난드는 놀라움을 숨기려는 듯 조용히 그녀들의 반대쪽 소파에 앉으며, 그녀들에게도 착석을 권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소녀들이 이번엔 무슨 용무로 왔지?"

     "와란에서 제 파혼 때문에 로렌베르크 가문이 다크 피난스 가문에 배상금을 지불했다고 레이크한테서 들었습니다. 오늘은 그 배상금을 가져왔습니다."
     레베의 말에 코웃음을 치는 레오팔드.

     "금액은 들었나?"

     "네, 어머님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어떻게든 마련했나?"

     "어떻게든 되었습니다."

     

     ........

     

     "어떻게든 되었다. 라고?"

     

     그러자 의식을 되찾고 레오파르드의 옆에 앉아있던 루크스가 그에게 쭈뼛거리며 길드어음을 내밀었다.

     그걸 손에 든 레오파르드는, 다음 순간에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을 부릅떴다.

     "뭐야 이 금액은!"

     "그건 정당하게 벌은 것입니다. 아버님."

     

     .........

     

     "뭘 했지?"

     "목욕탕의 경영. 미궁의 탐색. 축제의 참가 등등 여러가지."

     "부끄러운 행위는?"

     "없었습니다."

     

     생각하는 레오파르드.

     이어서 미소를 지었다.

     "레베, 너도 페르 할아버지의 손녀다. 이런 일도 할 수 있겠지."

     

     페르디난드도 레베를 향해 호쾌하게 웃어제꼈다.

     "레아. 성공했구나!"

     "네, 페르 할아버님."

     로렌베르크 가문은 오랜만에 가족끼리 웃으며 대화하였다.

     

     

     그들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에리스가 말을 꺼냈다.

     "혹시 오늘 나갔던 이유는 '불매운동' 건이 아니었나요?"

     에리스의 지적에 레오팔드와 페르디난드는 순간 놀란 표정을 보였다.

     

     "그래, 그 말대로다 아가씨. 위트그레이스는, 꽤 내몰린 상황이다."

     에리스가 마리아와 테세우스에게서 들었던 '괴롭힘' 이란 이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건 '다크 피난스 가문이 로렌베르크 가문에 대한 괴롭힘' 이 아닌, '레베님 팬클럽과 와란모험가길드가 레이크다크 피난스에 대한 괴롭힘' 의 이야기였다.

     에리스가 듣기로, 그 괴롭힘은 상당한 부분까지 계획이 진행된 모양이다.

     

     "다크 피난스 가문에서 '와란 시민을 중심으로 한 여러 마을에서 위트그레이스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 고 설명했나요?"

     그걸 긍정하는 듯 레오파르드와 페르디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설명은 '오해' 에요. 정확히는 '와란의 소비자와 마르스필드의 소비자' 가 '다크 피난스의 상표가 붙은 식료품' 에 대해 불매운동을 일으키고 있는 거랍니다."

     

     에리스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마주보는 레오파르드와 페르디난드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어째서 그런 일을?"

     "레이크라는 꼬맹이가 와란과 마르스필드의 부인들을 화나게 만들어서 그래요."

     "부인들을 화내게 했다니?"

     에리스의 설명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두 사람을 내버려두고, 에리스는 이야기를 진행했다.

     

     "또 하나의 정보에요. 얼마 지나지 않아 왕도 스카이캐슬에서 다크 피난스 가문에 대한 '세무조사' 가 들어올 거에요. 그 전에 반드시 다크 피난스 가문에서 여러분들을 소집할 텐데, 부디 저희들도 그 자리에 데려가주세요."

     

     

     에리스의 예상은 맞았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위트그레이스의 모든 귀족 당주가 다크 피난스 가문에 모이라는 소집 명령이 왔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간 레오파르드는 에리스를 와란평의회 준회원이라고 소개했다.

     "딸의 친구가 우리들을 걱정해서, 와란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러 와 주었다."

     

     처음엔 에리스같은 소녀가 평의회의 준회원일 리가 없다며 의심쩍은 시선을 보냈던 다른 귀족들이었지만, 위트그레이스 상인길드의 간부가 와란의 상인길드에서 에리스를 만난 일이 있어서 그 사실은 정명되었다.

     에리스는 와란과 마르스필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설명하도록 요구받았다.

     

     "다크 피난스의 상표가 붙은 특산품에 대해, 와란과 마르스필드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

     "또한, 다크 피난스 가문에 대해 왕도 스카이캐슬에서 직접 세무조사가 들어올 거에요."

     "세무조사라니!"

     이건 위트그레이스의 귀족들에게 불매운동 운운할 때가 아닐 정도의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왜 하필 이 타이밍에!"

     다크 피난스 가문의 당주 아고무스의 비통한 외침을 들은 에리스는 "글쎄요?" 라며 얼버무릴 뿐이었다.

     

     그 때 캐티가 에리스에게 살짝 귀띔을 하였따.

     "아고무스의 뒤에 서 있는 남자, 마족이다냐."

     "레오파르드 씨, 저 남자는 누구인가요?"

     에리스가 작은 목소리로 묻자 분위기를 읽은 레오파르드도 작은 소리로 대답하였다.

     "최근 고용된 총무라더군."

     수상하네요.

     

     

     결국 그 날의 회의는 아무 결론도 내지 못한 채 끝났다.

     일단 로렌베르크 가문으로 돌아온 에리스 일행은 다음 행동에 나섰다.

     

     "그럼 갔다올게."

     "조심해. 아가씨."

     "성과를 기대할게요."

     "끝장을 내고 와."

     "마족만큼은 주의하라냐."

     

     에리스는 검은 복장으로 갈아입고는 '의태' 를 발동시켰다.

     이어서 레베의 피어스와 에리스의 카츄샤에 서로 '첩보' 를 발동시킨 후, 단신으로 다크 피난스 가문에 잠입하였다.

     오랜만의 '잠입' 에 무심코 흥분한 것은 30대 방구석 백수일까. 아니면 이 몸의 원래 소유주일까.

     

     "불매운동은 몰라도 세무조사는 위험해!"

     아고무스는 저택의 안에서 금고지기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금고지기는 그 모습을 무시하는 것처럼 냉담하게 내뱉었다.

     "어떻게든 얼버무릴 수 밖에 없겠지. 최악의 경우 세금을 추징당하면 될 뿐아닌가."

     그런데 경영자라는 것들은 어딜 가나 되도록 세금을 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여태까지 내가 그 쪽에 얼마나 돈을 줬다고 생각하는 거냐!"

     " '보호비' 를 받는 건 보디가드의 기본이라고."

     "그럼 이번 일도 어떻게든 해!"

     "세무관이 공격한다면 반격해주도록 하지."

     "그걸로는 수지가 안 맞아!"

     아고무스는 그 대사를 내뱉고는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심야.

     아고무스는 호화로운 침대 안에서 온몸에 오한을 느꼈다.

     정신을 차리자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조금도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거기다 목소리도 안 나온다.

     그러자 갑자기 귓가에 무언가의 기척이 느꼈다.

     

     "아고무스. 마왕의 귀여운 부하여."

     

     가늘고 달콤한 목소리가 아고무스의 귓가에서 속삭인다.

     

     "마왕이 네게 좋은 방법을 가르쳐주셨단다. 잘 들어보렴."

     그건 '특산품의 권리' 를 일단 각 귀족에게 돌려주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다크 피난스 가문의 '장부의 총 매상액' 을 줄일 수도 있고, 각 귀족을 통하기 때문에 당분간 '다크 피난스 가문 불매운동' 도 회피할 수 있단다."

     속삭임은 이어진다.

     "권리의 양도는 세무조사를 할 때만 하고, 세무관이 스카이캐슬로 돌아가면 회수하면 되지 않겠니."

     아고무스는 그럴 듯 하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마왕.

     몸이 자유롭지 않은 상태에서도 감탄하는 아고무스였다.

     

     "그럼 이게 '마왕의 제안' 이라는 표식을 남길게."

     그렇게 말한 자가 동시에 갑자기 가슴을 날붙이로 찌르자, 아고무스는 피를 토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 고통 때문에 외칠 틈도 없이 그는 잠에 빠져버렸다.

     

     다음 날, 아고무스는 피투성이가 된 침대 속에서 상처 하나 없는 자기 모습을 확인하게 되었다.

     

     

     "대단한 방식이네 아가씨."

     "약한 빙결, 침묵, 수면, 완전회복의 4종 콤보네요."

     "이러면 마왕의 짓이라고 믿을 수 밖에."

     "무서운 일이다냐."

     

     피투성이의 잠옷을 입은 채로, 아고무스는 다시 귀족 당주들을 저택에 소집하고는 '사업의 권리서' 를 일단 모두에게 맡긴다고 선언했다.

     당연히 로렌베르크 가문에게는 찻잎 사업 전반의 권리서가 돌아왔다.

     "이건 불매운동의 대책이다. 일단 제각각의 명의로 생산과 판매를 해!"

     

     사실 금고지기는 사전에 아고무스에게서 어젯밤의 이야기를 들었었다.

     처음엔 아고무스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었던 그였지만, 마왕이 재미로 온몸의 피를 빼는 처형을 한다는 걸 떠올렸다.

     아마도 아고무스는 마왕의 장난으로 피가 빠져나왔을 터.

     금고지기는 마왕에 대한 공포심에 무심코 몸을 떨었다.

     

     그 날 오후에는 스카이캐슬에서 파견된 세무관이 와란 모험가길드의 호위를 받으면서 위트그레이스에 도착하였다.

     호위는 에리스 일행도 잘 아는 '마부 바즈 씨' 와 '비연의 롱소드를 가진 다그 씨' 두 사람이었다.

     실은 두 사람도 숙련된 모험가다.

     길가에서 손을 흔드는 에리스가 두 사람에게만 음흉한 미소를 지어주자, 바즈와 다그도 이해한 것처럼 음흉한 미소를 에리스에게 지어준 것이었다.

     

     저택에 있는 아고무스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세무관을 맞이하였다.

     "자, 부디 조사해주십시오."

     그러자 세무관을 냉정하게 고했다.

     "그럼, 쌀과 콩의 매매실적표를 보여주십시오."

     뭐? 총 매상이 아니라?

     아고무스는 동요했다.

     

     "왜 그러십니까? 다크 피난스에서 일괄로 출하한 양과 와란 상인길드가 매입한 양을 비교할 뿐입니다."

     아고무스는 어리석게도 그 때 처음으로 눈치챘다.

     

     특산품의 매상은 사소한 일에 불과하며, 자신이 주로 매상을 속이고 있던 것은, 사실 '쌀과 콩' 이었다는 것을.

    728x90

    '판타지 > 도적소녀로 전생한 나의 사명은 용자와 마왕에게 ×××야!' 카테고리의 다른 글

    050 용자님 그거 위험해  (0) 2021.03.23
    049 용자님 진짜 쩔어  (0) 2021.03.22
    047 가출한 딸  (0) 2021.03.13
    046 여검사의 한때  (0) 2021.03.12
    045 옥션  (0) 2021.03.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