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51 마왕님 그거 위험해
    2021년 03월 24일 10시 50분 4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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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3461cg/53/

     

     

     

     여기는 마왕성의 어느 날.

     

     "어이, 부관."

     "마왕님. 일단 저에겐 '베루루데우스' 라는 이름이 있습니다만."

     "미안 다시 하겠다. 어이, 베루루데우스 씨."

     "뭡니까 마왕님."

     "따분한데."

     "여태까지 납치해 온 소녀들과 이거저거 하지 않았잖습니까."

     "질렸어."

     "그렇습니까."

     "이유 정도는 물어봐."

     "어째서입니까?"

     "글치만, 모두들 '쑥맥' 인걸."

     "처녀한테 뭘 기대하는 겁니까. 그보다 '처녀만 납치해 와.' 라고 명령했던 건 마왕님 아닙니까?"

     "그에 대해선 반성하고 있어."

     "그럼 반성하면서 처녀들과 놀라구요."

     "그런 말 마. 왜냐면, 할렘이 '어른의 인형 박람회' 처럼 되어버렸다고. 모두 반응도 표정도 거의 변하지를 않는단 말야."

     "그럴 때 세밀한 차이를 느끼는 게 매니아 아닙니까."

     "안 됐지만 난 매니아가 아니라고."

     "그럼 이제부터 매니아가 되면 좋지 않습니까."

     "좋지 않다구요. 이러니까 먹던가 범하던가의 두 가지 선택 밖에 못하는 악마는 인격이 얄팍하다구요. 난 좀 더 '이미지네이션이 넘치는 크리에이티브한 이것저것' 을 원하고 있다구요."

     "그럼 그걸 쑥맥한테 요구하면 되는거 아닙니까."

     "이미 요구해봤어. 제일 맘에 드는 애한테."

     "호오.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시험삼아 '날 조금 밟아줘' 라고 명령했더니,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체념한 듯 내 앞에서 혀를 깨물었다고."

     "분명 마왕님을 밟은 후 마왕님이 '산 채로 오장육부를 잡아먹는' 일을 상상해버린 것이겠군요."

     "그러니까 말야. 네놈들이 그런 말을 사람 앞에서 당당하게 하는 게 문제라고. 왜 맘에 드는 여자가 혀를 깨물어버려서  마왕인 내가 허둥대며 전력으로 치유마법을 걸어야만 하냐고."

     "그건 또 상냥하시군요."

     "칭찬하지 마 부끄러워."

     "딱히 칭찬하는 거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와서 그렇게 말씀하셔도 유괴할 때 처녀가 아니었을 경우는 전부 부하들이 맛있게 먹었단 말입니다. 말 그대로의 의미로."

     "너희들 그런 부분은 일이 빠르구만."

     "그야 뭐 머리부터 우적우적했죠."

     "그러니까 그런 일을 이제부터 사람 앞에서 하지 말라고."

     "애초에 마왕님께서 전국에 방송할 때 '노예냐 죽음이냐 한쪽을 골라라' 라는 말도 안 되는 이지선다를 들이민 게 문제 아니었습니까."

     "그것도 반성하고 있어. 적어도 '미녀는 제외하고' 라는 주석을 달아야 했다. 어이, 그거 다시 한번 해줘."

     "싫습니다. 그걸 하는데 악마 제물과 제 수명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 모르시는 겁니까."

     "그런 말 말고 부탁 좀 하자."

     "안 되는 건 안 됩니다."

     "어쩔 수 없네. 계속 쑥맥들과 이것저것하기로 할까."

     

     라는 만담을 일과처럼 끝낸 마왕과 베루루데우스는, 이어서 각지에 파견한 부하들이 보내준 클로를 끼워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오늘도 '정답' 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말야. 왜 이렇게 '꽝' 이 많은 거지?"

     "듣고 보니 왜 그럴까요?"

     가짜가 점점 쌓여서 그 수가 거의 수십 개가 넘어가는 참에, 이제야 그런 의문에 도달한 것도 잠깐.

     마왕은 한 클로에 끼워져있던 전단지를 발견했다.

     

     "뭐야 이건."

     전단지에는 '주인님의 은신처' 타이틀이.

     그곳에는 목욕탕같은 시설의 운영시간과 영업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흐음~"

     

     마왕은 아무 생각없이 뒷면에도 눈길을 주었다.

     그곳에는 이렇게 기재되어 있었다.

     

     "이런 메이드가 주인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배덕의 메이드장'

     '잔학의 비서실장'

     '치유의 쌍언덕'

     '츤데레 로리'

     '매혹적인 계모'

     '밤의 양호실'

     '빈유의 유혹'

     

     .......

     !!!

     

     " '잔학의 비서실장' 이라고!"

     마왕의 이미지네이션이 넘치는 크레이티브한 본능이, 이 일곱 문자에 사로잡혔다.

     마왕은 부관이 보지 못하도록 부리나케 전단지를 품에 넣었다.

     

     끼워 보기가 다 끝난 후, 오늘도 전부 꽝이었다고 알게 되자 마왕이 입을 열었다.

     "어이, 베루루데우스 씨."

     "화풀이는 좀 봐주십쇼."

     "아냐. 잠깐 외출해도 될까?"

     그러자 부관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마왕을 바라보았다.

     "이거이거 '은둔형 외톨이' 께서 드문 말도 다 하시는 군요."

     "너 그거 실례 아냐? 그런데 외출해도 되지?"

     "용자를 만나지만 않는다면 괜찮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어디로?"

     "비밀."

     "그렇습니까. 하지만 역시 그 모습이라면 마왕이라고 다 들켜버리니, 갈아입는 편이 좋겠군요."

     "여벌의 옷이 있었나?"

     " '히야호 세트' 라면 재고가 썩을 정도로 있습니다만."

     "조금 더 평범한 걸로."

     "그럼 이거라도 입고 가십시오."

     

     그건 마을에서 붙잡은 젊은이를 히야호 모히칸으로 만들 때, 그들에게서 벗겨냈던 농부의 셔츠와 바지였다. 참고로 밀집모자도 있다.

     

     "이런 것 밖에 없어?"

     "이런 것 밖에 없습니다."

     

     "이건 공격당하면 순식간에 끝나겠네."

     "마력 덩어리가 무슨 섭섭한 말씀을 하는 겁니까. 마왕님이 살짝 결계를 치면 용자의 공격 이외엔 통하지도 않을 거 아닙니까."

     "맞다. 잊고 있었다."

     

     마왕은 허겁지겁 황금의 갑옷 세트를 벗고 나서, 그 대신 농부의 셔츠와 바지 등을 갈아입었다.

     마지막으로 밀짚모자를 머리에 쓰니, 어디에서 보아도 농촌의 형씨로 보이는 것이었다.

     

     "어울리십니다."

     "그건 기뻐해도 되는 걸까? 그런데 용돈 좀 줘."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10만 릴 정도."

     "마왕이라는 분이 무슨 째째한 말씀을 하십니까. 적어도 '1억 릴' 정도는 말해보십시오."

     "그럼 1억 릴."

     "낭비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일단 지갑에 100만 릴 정도만 넣어뒀으니, 그걸로 어떻게든 하십쇼."

     "너 말야, 날 갖고 노는 거냐?"

     "놀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빨리 놀러 가십쇼."

     이리하여 부관은 외출하는 마왕을 배웅하였던 것이다.

     

     마왕은 '스카이 라이너' 의 마법을 써서, 하늘을 통해 마왕성에서 와란으로 날아갔다.

     목적지까지 단걸음에 간 마왕은, 근처에서 마법을 해제하고는 전단지에 쓰여진 지도에 의지하여 가게를 향해 걸어갔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촌뜨기였다.

     

     꾀죄죄한 복장 덕분에 누구의 주목도 모으지 않은 채, 마왕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긴가?"

     주저없이 가게 안으로 발을 들이자 "어서오세요, 주인님." 이라는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왕은 접수를 받는 장소로 가서, 소중히 품에 넣어두었던 전단지를 내밀었다.

     

     "이 '잔학의 비서실장' 이라는 자를 부탁하고 싶은데."

     그러자 접수대에 앉은 귀여운 소녀는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어버렸다.

     

     "마르게리타 씨는, 오늘의 예약이 가득 찼어요."

     "뭐라고."

     

     마왕은 생각했다.

     '잔학의 비서실장' 은 예약이 가득 찼다.

     그럼 어떻게 할까.

     여기선 '밤의 양호실' 이라도 물어봐야 할까?

     하지만 '양호실 선생' 은 조금 연상의 포지션일 것이다.

     한편 '비서실장' 은 적어도 부하의 포지션이겠지.

     그것도 '잔학' 다시 말해 '잔인한 일을 좋아한다' 라는 보증서다.

     이건 확실하게 '연하이면서 괴롭히는 여자' 를 기대할 수 있다.

     한편, 만의 하나 '밤의 양호실' 을 골랐을 경우 '연상의 괴롭히는 여자' 가 당첨되어 버리면 본전도 못 찾는다.

     아 곤란해.

     

     그러자 접수원은 죄송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눈앞의 농부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일 이후라면 예약이 가능한데, 어떠신가요?"

     "뭐라고."

     

     마왕은 다시 한번 생각했다.

     냉정해져라 나.

     오늘 여기서 후회할 것인가.

     내일까지 계속 기대감을 부풀릴 것인가.

     마왕은 결단을 내렸다.

     

     "그럼, 내일 아침 제일 먼저."

     "성함이?"

     "마.......가 아니라 베루루데우스."

     "베루루데우스 님이신가요. 마르게리타 씨는 '정말 좋은 일' 만 접수받고 있는데, 괜찮으신가요?"

     "당연하지."

     "마르게리타 씨는 비싼데요?"

     "얼만데?"

     "지금은 15만 릴 정도해요."

     "문제없어."

     

     마왕은 '잔학의 비서실장' 을 예약하고는, 일단 왕성으로 돌아갔다.

     "오셨습니까. 목욕하시겠습니까. 식사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쑥맥이라도."

     "오늘은 이제 잘래."

     마왕은 부관의 조롱을 무시하며 그대로 침실로 향했다.

     하지만 그날 밤, 마왕은 오랜만에 느끼는 두근거림에 잠을 설쳤던 것이었다.

     

     한숨도 못 잔 마왕이었지만, 철야로 인한 피곤함보다도 기합 쪽이 우세했다.

     "잘 주무셨습니까. 아침식사를 드시겠습니까, 아니면 아침부터 쑥맥을 잡수시겠습니까."

     라는 부관의 도발을 무시하면서, 마왕은 다시금 농부의 복장으로 와란에 날아간 것이었다.

     

     "어서오세요, 주인님."

     

     

     

     

     목욕탕 입구에서 마르게리타의 서비스로 작별의 키스를 받은 마왕은, 기분 좋게 마왕성으로 돌아갔다.

     "오셨습니까. 점심식사를 드시겠습니까? 아니면 쑥맥 시장의 견학이라도......"

     "낮잠이다."

     마왕은 부관을 무시하며 자기 방으로 돌아가서, 침대에 누워서 고간을 비롯해 온몸에 남은 하이힐의 감촉을 떠올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와란을 정복해볼까나."

     

     하지만 다시 생각을 고쳐먹었다.

     

     "정복해버리면, 마르게리타 씨도 쑥맥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다.

     반드시 피하고 싶다.

     그래서 마왕은 결심했다.

     

     "와란은 마지막으로 하자."

     

     그때 현자타임이 끝을 맞이했다.

     여기서 마왕은 눈치챘다.

     

     "아뿔싸. 다음 예약을 잊어버렸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껏 반성한 마왕은, 다음에야말로 계획적으로 놀자고 결심하면서 점심식사를 들려고 옥좌로 돌아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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