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52 차(茶)
    2021년 03월 24일 18시 13분 4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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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3461cg/54/

     

     

     

     "우와, 좋은 향기네요!"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찻잎의 발효향에, 후라우는 무심코 감탄의 목소리를 내었다.

     

     위트그레이스의 사건이 일단락되자 에리스 일행은 페르디난드의 안내로 '찻잎 제조장' 을 방문하였다.

     '로렌베르크 홍차' 는 그 달콤한 향기가 최대의 특징이다.

     그 제조방법 자체는 간단하다.

     찻잎을 충분히 발효시킨 후에 불에 잠깐 그을려 발효를 멈춘 후 건조시키면 완성.

     다만 각각의 절차에 숙련자의 판단과 세밀한 작업이 요구되기는 하지만.

     

     "페르디난드 님. 안녕하십니까!"

     이곳저곳에서 할아버지를 향해 인사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래도 제조장에서 일하는 자들은 '홍차의 권리' 가 다크 피난스 가문에서 다시 로렌베르크 가문으로 돌아온 일을 매우 기뻐하는 모양이다.

     

     "찻잎은 봄, 여름, 가을에 세 번 수확하지만, 제일 향기가 좋은 때는 여름, 그 다음 가늘, 마지막으로 봄이란다."

     참고로 지금은 홍차의 수확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라?"

     에리스ㅡ에지는, 지금의 설명에 위화감을 느꼈다.

     30대 방구석 백수 시절에 눈앞에 있었던 사각형 상자에서 봤던 정보에서는, 찻잎은 첫잎이 최고급, 이후로는 2번잎, 3번잎으로 순위가 매겨진다고 했었다.

     하지만 요즘엔 스트레스도 없는 에리스ㅡ에지는 그 이유를 금방 떠올렸다.

     "아, 그런가. 홍차와 녹차의 차이였구나." 라고.

     

     "페르디난드 씨, 녹차라는 건 아시나요?"

     "아니, 들어본 일이 없는데. 찻잎이 녹색인가? 그건 또 기괴하구만."

     "페르디난드 씨, 찻잎을 조금 나눠주시지 않을래요."

     "그래, 마음껏 가져가라."

     그러자 에리스는 즐거운 어조로 클레어에게 말을 걸었다.

     "클레어. 찜기를 꺼내줄래?"

     "알았어. 실험이야?"

     "정답."

     

     클레어는 에리스의 지시에 따라서, 찜기를 가방에서 꺼내고는 물을 부어서 준비를 시작하였다.

     그 옆에서 페르디난드는 찜기를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 사이 에리스는 작업장에서 막 따온 찻잎을 나눠받았다.

     

     "확실히 이렇게였나?"

     에리스는 충분히 데워져서 수증기를 뿜어내는 찜기에다가 찻잎을 넣었다.

     그러자 데쳐진 찻잎은 좋은 향기를 내기 시작했다.

     에리스는 이어서 찻잎을 꺼내고는, 밑에 발열의 돌을 놓은 철판 위에 찻잎을 퍼트려 놓고는, 일심분란하게 양손으로 비비기 시작하였다.

     

     "뭘 하는 것이냐?"

     페르디나느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에리스의 작업을 보고 있었다.

     "실험."

     에리스는 뜨거워진 철판 위에서 한결같이 찻잎을 비벼나갔다.

     그러자 찻잎은 점점 둥글게 말리기 시작하였다.

     "이 정도려나. 후라우, 차를 끓일 준비를 해줄래? 레베와 클레어, 캐티는 찐빵을 만들어줘."

     땀을 흘리며 찻잎을 비비면서, 에리스는 네 명에게 지시를 내렸다.

     후라우가 차의 준비를 끝내고, 다른 세 명이 빵을 다 찌자 에리스는 작업을 끝냈다.

     "시제품이니까, 이 정도면 되려나."

     그것은 바늘처럼 뾰족하게 말려진 찻잎이었다.

     

     에리스는 찻잎을 양손으로 모아서 그걸 그릇에 담고, 후라우에게 넘겨주었다.

     "후라우. 이 찻잎을 써서 평소에 하던 방식대로 차를 끓여줄래?"

     "알았어요."

     후라우는 주전자에 찻잎을 넣고서, 거기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그대로 조금 기다린 후, 사람 수 만큼 준비한 컵에 그걸 부어나갔다.

     부어진 액체는 투명한 녹색이었다.

     그건 에메랄드 그린으로 빛나는 에리스의 눈동자를 떠올리게 하였다.

     

     "마셔봐요."

     처음 보는 색에 놀라면서도, 일행은 차를 입으로 가져갔다.

     "부족한 면도 있지만, 산뜻하네." 이것은 레베의 감상.

     "뒷맛에 은은함이 남네요." 이것은 후라우의 감상.

     "나한테는 조금 떫어." 이건 클레어의 감상.

     "뜨겁다냐." 이건 캐티에게 감상을 기대하는 쪽이 나쁘다.

     "호오, 이건 꽤 괜찮구만."

     페르디난드도 입안에서 녹차를 굴려보면서 몇 번이나 맛을 보았다.

     그런 페르디난드를 향해 에리스는 설명을 시작했다.

     

     "이건 홍차처럼 찻잎을 발효시키지 않는 대신 '찌기' 와 '비비기' 로 찻잎의 수분을 급속히 증발시켜서 보존할 수 있는 것이에요. 이 시제품은 원료도 공정도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페르디난드 씨라면 '팔릴만한 것' 으로 될 때까지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이에 놀란 페르디난드.

     8살 소녀가 무섭게도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수순을 설명해준 것도 놀라웠고, 무엇보다 '찐다' 라고 하는, 처음 보는 처리방식이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그러자 후라우가 페르디난드의 앞에, 작은 접시에 올려놓은 작은 빵을 내밀었다.

     "이것도 찜기로 만든거랍니다."

     그것은 모두가 방금 만든 찐빵이었다.

     

     "할아버님. 이것도 맛있답니다."

     "호오. 이건 부드러운 맛이로군. 홍차에는 구운 과자 쪽이 어울리겠지만, 이 녹색 차에는 이 빵이 어울릴지도 모르겠구만."

     

     그러자 레베는, 여기다 싶어서 페르디난드에게 부탁하였다.

     "이 빵을 와란 교외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그 옆에다가 로렌베르크 찻잎의 직영점을 제가 운영하고 싶습니다. 와란 상인길드에는 제가 말해놓을게요."

     레베는 더욱 이어나갔다.

     "아이훌과 크레디아를 받아들여서, 두 사람에게 직영점을 맡길 셈입니다. 할아버님. 인정해주세요."

     "알았다, 로렌베르크 가문의 전 당주 이름으로 약속하마."

     페르디난드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레베에게 그렇게 약속해줬다.

     하지만, 그 모습은 곧바로 풀어졌다.

     "레아. 네가 2억 릴의 증서를 갖고 온 이유를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페르디난드의 마음 속 깊이 기뻐하는 칭찬을 들은 레베는 무심코 얼굴을 붉혔고, 에리스 일행은 두 사람의 대화를 박수치며 환영하였던 것이었다.

     

     

     이렇게 위트그레이스에서의 마지막 걱정도 해소되었다.

     참고로 녹차는 페르디난드와 장인들이 그 후에 원료가 되는 찻잎의 선별과 작업공정을 연구하여 '에메랄드 티' 의 이름으로 팔게 되었다.

     그에 맞춰서, 기존의 홍차는 '루비 티' 로 새롭게 이름을 지었다.

     

     거기에다가 에리스의 조언을 들은 페르디난드는, '봄차' 를 에메랄드 티의 최고급품으로서 개발하는 일에 성공하여, 여태까지 홍차의 찻잎으로선 최저급품이었던 봄차의 가치를 단번에 끌어올렸다.

     이렇게 로렌베르크 상표의 에메랄드 티와 루비 티는, 그 후 아르메리안 대륙 굴지의 찻잎으로 그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기분 좋게 로렌베르크 가로 돌아온 다섯 명을 루크스가 마중해주었다.

     "어머님, 아이훌 씨와 클레디아의 상태는 어떤가요?"

     "그게 둘 다 방에 은둔해버려서는 나오질 않지 뭐니."

     

     레베가 준비한 '찻집 경영' 의 아이디어는, 뒷골목 인생이야 회피하겠지만 귀족으로서의 인생을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훌과 클레디아의 의지를 확인하는 일이 필요하였다.

     이제부터 어떻게 할 셈인가 하는.

     

     하지만 레베가 방문 앞에서 노크를 해봐도, 두 사람의 대답은 없었다.

     "곤란한걸."

     한숨을 짓는 레베의 뒤에서, 후라우가 어깨를 부드럽게 쳤다.

     "아직 진정되지 않았을 테니, 상태를 봐서 다시 물어보는게 어떨까요."

     "내일 다시 방문해야겠네."

     

     

     다음 날.

     

     식당에 있던 레베는 헛기침을 한 후에 식탁에서 일어났다.

     "잠깐 두 사람한테 갔다 올게."

     "우리들도 가자."

     다른 네 명도 레베의 뒤를 쫓아갔다.

     

     레베는 아이훌과 크레디아가 있는 방문 앞에 서서, 문을 살살 두드렸다.

     "예."

     그러자 어제와는 다르게, 아이훌과 크레디아가 쭈뼛거리며 문을 열고서 레베를 들여보내었다.

     

     그런 두 사람에게, 레베가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에게 죄는 없습니다. 자, 함께 아침식사를 들죠."

     상냥한 레베의 말에, 말없이 눈물을 흘리는 두 사람은 방을 나섰다.

     

     다크 피난스 가문과 아이훌, 크레디아의 이후의 대처에 대해서는, 이미 레오파르드와 페르디난드가 다른 귀족들을 설득하여 모두의 이해를 구해놓았다.

     

     아이훌과 크레디아는 스카이캐슬에서 사자가 올 때까지는 로렌베르크 가문에서 맡기로 되었다.

     왕도에서 거의 틀림없이 내려올 다크 피난스 가문 단절에 따라, 두 사람은 '다크 피난스' 의 이름을 버리게 된다.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은 귀족의 신분을 잃는다.

     왕도의 사자가 인정한 아이훌과 크레디아의 사유물과 함께 두 사람은 와란으로 보내지고, 로렌베르크 가문의 삼녀인 레베의 비호 하에 들어간다.

     

     

     에리스 일행이 와란으로 돌아가는 날이 다가왔다.

     

     "그럼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레베는 아이훌과 크레디아에게 평소대로의 상냥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러자 두 사람도 이미 각오를 굳힌 모습으로 레베를 향해 미소를 지어주었다.

     

     "나한테는 아가씨들이 천사로 보인다네."

     배웅하러 와준 로렌베르크 가문과 다른 귀족들을 대표하여 페르디난드가 에리스 일행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럼 신세졌어요. 와란에 방문하실 때는, 부디 들러주세요."

     

     에리스는 이어서 뒷쪽을 돌아보고는, 동료들에게 호령을 내렸다.

     

     "자, 집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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